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일자리 51% 영향
10년 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제프리 힌튼이 언급한 인공지능(AI)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무에 AI가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만 AI가 보완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AI와 한국경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자리에 AI를 도입하면 노동공급 감소로 발생하는 GDP를 4.2%~12.6%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사회로 노동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경우 2023~2050년 GDP는 16.5%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AI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기업의 AI 활용현황을 살펴보고 ▲AI를 도입할 경우 대체되거나 대체되지 않는 일자리를 분석했다. ▲또 우리나라의 생산성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대기업 ·연령 낮을수록 "AI 도입 적극적" 기업의 AI 도입률은 2017년 1.4%에서 2022년 4.3%로 증가했다. 특히 자산규모 상위 25%에 해당하는 대기업과 설립된 지 5년 미만인 신생기업, 특허를 보유하거나 기술 탐색에 적극적인 기업에서 높게 나타났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정보통신산업(ICT)의 AI 도입률이 18%로 가장 높았고,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이 4.4%로 뒤를 이었다. AI 도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기업의 규모, 연령, 보완 자산 여부였다. 기업 규모가 크고, 연령이 낮으며, 기술 집약적일수록 AI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AI 노출보다 '보완'에 따라…대체 여부 달라져 다만 과거 예측과 달리 AI 노출이 많아졌다고 해서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니었다. 오삼일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기존에는 업무에 AI 활용(노출도)이 많은 경우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일자리가 AI 노출도에 따라 대체되는 것은 아니었다"며 "AI가 인간의 인지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만큼 사회적·물리적 특성에 따라 업무를 보완하는데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의사의 경우 사회적 맥락에서 의사결정이 중요하고 의사결정에 오류가 났을 때 심각성이 커질 수 있다. AI가 업무를 보완하는데 그쳐 생산성과 임금상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고, 보완 역할이 미미할 경우 낮은 임금·실직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오 팀장은 앞으로 10년 이내 국내 근로자 중 절반 이상(51%)은 AI도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자의 24%는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하지만, 나머지 27%는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관리자와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는 AI 이용이 많을 수 있지만, 업무를보완하기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무종사자는 AI의 이용만으로 업무를 완료할 수 있어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에 속했다. ◆ AI 도입시, 생산성 1.1%→3.2% 상승 오 팀장은 일자리에 AI가 도입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성별·연령별 소득분배비율과 경제참가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생산성은 1.1% 그쳐 2023~2050년간 한국의 GDP가 16.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자리에 AI가 최대치로 도입될 경우(시나리오 3) 생산성은 3.2%, GDP는 4.2~12.6%로 높아진다.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오 팀장은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증대되는 효과는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AI 발전에 따라 기업간 생산성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이 AI 도입의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AI 준비지수는 165개국 중 15위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지만, 부문별로 보면 혁신 및 경제통합은 3위인 반면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은 24위로 한참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AI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에 속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팀장은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