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파기 끝' 주류업계, 포트폴리오 확대·해외로 눈돌리기
주류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생존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류 소비 문화가 변화했고, 이에 따라 선호하는 주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소주·맥주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장인 회식 문화와 주류 소비 행태의 전반적 변화로 인해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주 매출은 소매점 기준으로 2021년 2조4277억원에서 지난해 2조3515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맥주도 4조2462억원에서 3조9297억원으로 규모가 작아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홈술' 문화가 발달하면서 와인과 위스키 열풍이 불었지만, 그마저도 고물가 여파에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와인은 1억9026만 달러가 수입돼 전년 동기 대비 16.7% 규모가 줄었으며,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액 역시 9766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11.6%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소주 ·맥주 의존도를 낮추고 빠르게 변화하는 주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폭넓게 취급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과일 탄산주 '레몬진'과 '처음처럼×실론티' '처음처럼×솔의눈'과 같은 차별화된 RTD 제품을 선보여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앞서 6월에는 롯데칠성음료의 정통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스카치블루'의 하이볼 제품인 '스카치하이' 2종을 출시한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브랜드팀과 롯데중앙연구소 하드 드링크팀 등 전문가들의 하이볼에 대한 다년간의 연구와 하이볼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주정을 첨가하지 않고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최적의 배합비로 블렌딩했다. 신세계L&B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손잡고 RTD 형태의 '에반 버번 하이볼'을 레몬, 애플 2가지 맛으로 출시했다. 신세계L&B가 수입·판매하는 버번 위스키 '에반 윌리엄스'을 활용한 제품이다. 주정에 오크 칩이나 향을 입힌 시중 제품들과 달리 진짜 위스키 원액을 3.3% 넣어 만들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다양해진 소비자의 음주 트렌드와 하이볼에 대한 높은 관심에 맞춰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막걸리 등 전통주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국순당은 올 초 해외 유명 모델 캔달제너의 '818 데킬라'를 국내 최초로 공식 론칭하며 판매에 돌입했다. 818 데킬라는 2021년 출시 이후 13개의 주류 시음대회에서 총 43개의 수상을 받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데킬라 브랜드다. 8년 이상 재배된 블루 아가베 100%를 이용해 제조하며, 오크통에 짧게는 3주, 길게는 8년가량 숙성 과정을 거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과일 소주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글로벌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오는 2030년까지 해외 소주 연간 매출액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하이트진로 지난해 연간 해외 수출액은 1666억원이다. 수출 물량을 늘리기 위해 베트남을 해외 첫 생산 기지로 낙점하고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 단지 내 약 2만5000평 면적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브라질, 뉴질랜드 등으로 전략 국가도 늘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미국 주류회사 'E&J 갤로(E&J GALLO)'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부터 미국 소주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E&J 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주류 회사로 미국 주류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우수한 제품력과 E&J 갤로의 유통망을 활용해 올해 미국 전역의 주류 전문 판매점 약 1만곳에 '처음처럼 순하리' 등 소주를 입점시키며 판매 채널을 대폭 확대했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에도 입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새로 살구'를 중국, 홍콩,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달부터는 '새로 리치'를 해외에서 선공개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주류·음료 글로벌 채널 지역을 북미, 유럽, 러시아로 확장해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 21%에서 올해는 38% 확대하고 글로벌 종합 음료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주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내에선 다양해진 소비자 취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