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제안한 '콘클라베식' 협상…與 수용 시 성공할까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20대 국회 개원을 위한 원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권에 '콘클라베식' 협상을 제안했다. 결론을 낼 때까지 논의를 지속하는 교황선출식 방식을 새누리당이 수용하고 조속 타결을 이뤄낼 지 이목이 쏠린다. [b]◆野, 與에 제안…"끝장 토론하자"[/b]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20대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콘클라베'를 새누리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민주의 목표는 28년 만에 법정기한 내에 국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는데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돼온 지각 출범을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시스템이다. 라틴어로 열쇠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방, 걸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실제 교황 선거가 시작되면 추기경들과 만나거나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비서, 교황청 전례 위원장, 의사, 요리사 등으로 제한된다. 추기경뿐만 아니라 스태프 전원이 선거의 진행이나 내용에 대해 비밀을 지킬 의무가 생긴다. 실제 2005년 콘클라베에서는 추기경단의 숙소인 성 마르타 숙소에 전화와 인터넷 회선이 절단됐다. 휴대전화 사용이나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며 첫째날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하루 네 차례의 투표를 시행, 3분의 2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선거한다. 투표가 완료되면 표 집계, 투표용지 등은 모두 소각된다. 우리의 국회의장 선출을 교황선출과 동일한 성격으로 보긴 어렵지만, 반복되는 단발성 협상과 협상 내용에 대한 각 당의 이해관계, 언론 노출 등은 지지부진한 협상을 반복적으로 낳고 있다. 결론을 낼 때까지 협상을 계속하자는 주장을 내놓은 까닭이다. 다만 이 방식을 새누리당이 받아들여도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거란 관측이 나온다. [b]◆새누리 "법사위 양보는 꼼수"[/b]
현재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국회의장직이 각각 여당 몫, 1당 몫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히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상시청문회법)이 처리된 이후 국회의장직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0일 여야 협상 과정 내용을 더민주가 깼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언론에 밝힌 내용만 보면 통큰 양보로 보이지만 실상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는 지적이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더민주는 지난달 협상에서 야당이 의장을 가질 경우 법사위를 여당에 주는 대신 정무위와 운영위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의장을 여당이 차지할 경우 야당이 법사위, 외통위, 윤리위를 가지는 안을 제시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가) 통큰 양보를 해 마치 새누리당에 공이 넘어가고 양보할 일만 남았다고 하는 것은 꼼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더민주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이 판을 깼다는 것은 옳지 않다. 교착 상태인 협상 상황을 뭔가 돌파해야 한다"며 "더이상 흥정하지 말고 원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게 협상을 속도감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내지도부가 끝상 협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각 당 내부에서 협상 결과를 두고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당 내홍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회도 아직 출범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당은 일단 판세를 살피고 있다. 여야가 부진한 원구성 협상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굳이 대립구도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저는 그렇게 견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새누리당이) 의장을 갖는다고 하면 조정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여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