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 기간제근로 2년 덫 푸니 되레 양질 일자리
독일, 2년 제한…최대 근로 기간은 노사 자율
프랑스, 사용 사유별 사용기간 9~36개월로 세분화
미국·호주·스위스 등 기간제 기간 제한 無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국내에서 비정규직 증가 우려가 제기된 '기간제 근로기간 연장'은 선진국에서 일자리 안정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 나라별 근로환경과 경제 위기 정도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정책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은 큰 틀에서 '근로 유연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는 큰 틀에서 업종·사유별로 근로 기간을 다르게 정하고, 이 안에서 노사의 자유로운 합의가 바탕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업종별 노동환경과 관련 없이 기간제 근로기간은 2년으로 동일하다. 시행 초기 '2년 제한'은 노동의 연속성을 불러 정규직 전환은 늘리는 한편, 사용자의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막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 정책은 오히려 고용 불안을 불렀다. 이에 근로 환경 다변화에 따른 세분화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유럽연합(EU)지침에 따르면 EU회원국은 기간제법을 제정할 경우 ▲기간제 계약 갱신을 정당화하는 객관적 사유 ▲연속적 기간제 계약의 총 합산 기간의 최대한도 ▲계약 갱신의 횟수 한도 중 한 가지 이상을 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은 기간제 사용기한을 업종별로 기간을 다르게 정하고 계약 갱신 횟수에 한도를 정해 쪼개기 계약을 방지했다. 특히 업종이 다양한 만큼 근로기간 연장을 노사 자율에 맡긴 나라도 있다. ◆선진국, '기계적 2년 제한' 없애 노사 윈윈 독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초과할 경우 무기계약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근로자의 요구, 계절적 요인 등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기간의 제한 없이 근로가 가능하다.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가 갱신 횟수와 최대 허용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불필요한 인력손실과 실직을 방지한 것이다. 프랑스는 사용 사유별 사용기간을 9~36개월로 세분화했다. 정규직 일자리 충원의 경우 9개월, 기술직·간부급·프로젝트 업무에는 36개월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대체근로나 안전상 긴급작업, 기업 활동의 일시 증가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 사용이 가능케 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갱신 횟수에도 제한을 뒀다. 독일은 2년 내 3번 갱신이 가능하며, 프랑스는 최대 사용기간 중 2회 갱신이 가능하다. 최대 3년까지 기간제 사용이 가능한 스페인은 단협으로 1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추가 연장을 노사 합의에 맡긴 것이다. 특히 근로사용 기간 내 3회 이상 계약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영국은 기간제 계약 시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대신, 근로기간이 4년 이상을 넘을 경우 무기계약으로 간주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지난 2012년 8월 5년 이상 근로할 경우 근로자 신청으로 무기계약 전환이 가능하도록 노동계약법을 개정했다. 미국, 호주, 스위스, 핀란드 등은 기간제 사용에 대해 기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를 추진하지 않고 현실적인 상황에서 근로 여건의 다양성을 인정한 것이다. 노사가 근로조건을 양보하면서 기업은 생존했고, 근로자는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기간제 2년 제한, 시대변화에 바뀌어야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일자리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업종과 관계없이 기간제 근로를 2년으로 한정, 초과할 경우 무기한 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사용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게 하면서 노동자의 지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불렀다. 선진국과 달리 갱신 횟수 제한을 두지 않은 국내법은 퇴직금을 회피하기 위한 사업주의 쪼개기 계약을 초래했다. 기간제 근로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2년 제한을 둔 것은 근로권 침해로 비화됐다.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 대안으로 비정규직 기간제 일자리를 선택한 근로자의 근로욕을 침해, 이들을 실업 위기로 내몬 것이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기대가 오히려 실업자 증가를 부른 셈이다. 실제 지난 2010년에는 기간 상한제를 둔 현행법이 자신의 근로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2년간 쪼개기 계약으로 일부 업종의 경우 경력 인정이 되지 않아 이직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현실 여건에서 노동력 사용을 국가가 아닌 노사 간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근로자 절반 이상(53.0%)은 '기간 제한이 필요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2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답변은 11.8%에 그쳤다. 법체계가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권혁 부산대학교 교수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관계법' 공청회에서 "(현행법 체계에서는)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비정규직법 체계는 다양한 고용형태에 비례해 생겨난 비정규직 근로자의 희망을 반영해 보호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