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현안 뒤덮은 北 도발…기로에 선 9·19 군사합의
북한의 잇따른 동시다발형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경 대응을 이어가면서 한반도 위기감 고조와 함께 문재인 정부 당시 채택된 9·19 남북군사합의도 기로에 섰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중거리·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고,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3~14일 양일간 9·19 남북 군사합의로 설정된 동해와 서해의 해상완충구역에 560여발의 포병 사격을 감행한 것을 공개하면서, 이는 남측의 포 사격에 대한 대응조치였다고 주장하며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주장하는 '남측의 포 사격'은 주한미군의 MLRS(다연장 로켓) 사격훈련으로, 9·19 합의로 포병사격이 금지된 MDL(군사분계선) 5㎞ 이내보다 훨씬 이남 지역에서 남쪽으로 시행한 정상적인 사격훈련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 도발에 대해 지난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을 통해 안보 메시지를 연일 내놓으면서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위기 등 경제 현안과 이를 통해 민생 현안 등이 켜켜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가 윤석열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면서도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대응을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남북 간에 맺어진 합의, 협약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당연히 북한도 그 협약과 합의 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북한 측"이라며 "9·19 합의가 계속 유지될 것이냐, 아니면 파기될 것이냐는 결국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하는 건 어렵지만, 대화를 통한 평화·외교적 대응을 누구보다 바라는 건 바로 우리"라며 "윤석열 정부, 그리고 윤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한 평화와 번영의 방안에 대해 이미 제안한 바 있고, 결국 답을 하는 것은 지금 북한이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첫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북한 문제와 관련한 안보 이슈는 여야의 정쟁 소재가 됐다. 여야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9·19 합의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다만, 여당은 9·19 합의 및 비핵화 선언 폐기 주장과 함께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론 등을 제기하며 북한의 도발이 전임 정부 탓임을 강조한 반면, 야당은 정부여당이 위기와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양당은 온도차를 보였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막무가내식 도발을 하면서도 이렇게 뻔뻔한 이유를 대는 것에 과거 우리 정부의 막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이 모든 것이 북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관대했던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경기도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양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한 '단호한 결심'이라도 할 굳은 의지가 있다"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아무리 비싸고 더럽고 자존심 상해도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비싸고, 더럽고, 자존심 상하는 대처가 과연 지금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나'에 대해 국민께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더욱 물샐 틈 없는 안보태세를 갖추고, 윤석열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한반도 안보환경의 안정을 위한 외교적·평화적 노력을 경주해주길 바란다"면서도 국민의힘을 향해 "위기 상황에 어디를 보고 있는가. 북한의 도발이 정치공세의 수단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북의 강대강 대치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위기와 불안을 더 확신시려는 것이냐"라며 "집권여당으로서 최소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