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시 위기 확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제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급증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반도체, 전자, 조선업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또 코로나19 피해 규모 확산으로 벼랑 끝으로 몰린 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비상대책을 내놓고 경영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기업 경영 위기감 확대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주에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잠정치를 우선 발표하며 LG전자도 비슷한 시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잠정집계해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달 초에는 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주에 발표된 전망치는 5조8000억원대로 낮아졌다. 다만 반도체가 선방하면서 1분기 실적에 코로나19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중순까지는 2000억∼4000억원대로 전망됐지만, 지난주에는 모두 5000억원 이상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반도체 역시 하반기부터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코로나19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공급망과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면 반도체 매출이 전년보다 6% 증가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12% 급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렌드포스 역시 올 하반기(3~4분기) 서버와 데이터센터, 콘솔 게임업체 등의 전방 수요 감소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분기까지는 수요업체들의 재고 확보 노력이 이어지지만,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도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산 부품부족 사태로 국내 완성차공장이 속속 멈춰선데 이어 이달에는 미국, 유럽, 인도 등 세계각지의 생산기지가 연쇄 셧다운에 들어갔다. 글로벌 공장 생산 중단의 문제를 넘어 소비 심리 위축도 문제다. 현대·기아차의 2월 중국 도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95% 감소했으며,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3월에는 소비 위축이 전세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7일까지 미국, 유럽(체코), 인도, 브라질, 러시아, 터키공장이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국내공장과 3월부터 가동을 재개한 중국공장, 멕시코 공장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 역시 미국 조지아 공장과 유럽 슬로바키아 질리나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조지아 공장은 다음달 10일까지, 유럽 공장은 다음달 3일까지 각각 가동이 중단된다. 완성차가 만들어지고 있는 공장은 국내 공장과 중국, 멕시코, 인도 등이며, 이중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은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초부터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철강업계도 수요와 해외생산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는 이탈리아 베로나 소재의 스테인리스 가공 공장 '포스코-ITPC' 가동을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중단한다. 포스코ITPC는 연간 4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를 가공해왔다. 이번 가동중단은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내린 휴업 조치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 인도와 동남아 공장 등 4곳의 가공센터 역시 31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인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업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포트클랑 소재 가공센터 포스코-MKPC, 필리핀 타나우안에 위치한 가공센터인 포스코-PMPC가 이달 말까지 문을 닫는다. 인도 델리 가공센터와 푸네 가공센터 31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제철은 주로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에게 납품하기 위해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이 멈추면서 현대제철 역시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체코 현대차 공장과 슬로바키아 기아차 공장의 가동 중단에 맞춰 현지에 필수 인력만 배치해 근무토록 했다. 인도에 위치한 현대제철 아난타프루 가공공장과 첸나이 가공공장, 자동차용 강관 생산공장 등도 이달 31일까지 조업을 중단한다. ◆코로나19 버티기 나서 '구조조정 칼바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일자리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중단에서부터 희망퇴직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가 이어지며 업계 부흥의 꿈을 내비쳤던 조선업계 역시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월 2016년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삼성중공업은 전 직원 대상으로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휴업 상태인 두산중공업은 45세 이상 직원 2600명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한다. 자동차와 항공업계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닛산은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희망퇴직(승무원대상), 전직원(조종사 포함) 무급휴직, 임원 전원 사표 제출 등 고강도 체질개선에 돌입한 상태다. 제주항공은 경영진 임금 30%반납, 전직원 무급휴가를,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도 희망퇴직과 무기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는 2008년 이후 첫 희망퇴직 추진과 원주 주물공장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제철과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에쓰오일과 코닝정밀소재, 효성중공업, 현대로템, OCI 등이 명예·희망퇴직을 접수하거나 계획 중이고 회사 고용유지 신청기업도 급증해 인력 유지 자체가 벼랑 끝으로 몰리는 기업이 늘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측은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