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인' 빠르게 확산…임대료 인하 점포 전국 1만곳 육박
중기부·소진공 집계, 2월27일 기준 9372개 점포 임대인 326명 동참…7일전 1790개서 크게 늘어 식음료·편의점등 프랜차이즈 본사도 9곳 참여해 고통분담 대신 임대료 올리는 임대인에 '공분'도 지난 24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인천시 부평구 부평전통시장이 임시 휴장 안내현수막을 부착한 가운데 강아지가 불 꺼진 시장앞에서 애처롭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전북 전주에서 시작한 '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수혜를 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점포가 1만 곳에 육박하고 있다. 임대료를 내려주기로 한 '착한 건물주'도 300명을 훌쩍 넘겼다.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고통 분담에 동참했다. 가맹 수수료 일정 기간 면제, 월세 지원 등에 나서면서다. 한편 정부가 이들 착한 건물주가 내린 임대료에 대해 혈세로 보전해주고, 오히려 직접 타격을 받고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는 대부분 보증 등의 형태로 대출을 해주기로 한 것을 놓고 일부에서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전통시장, 상점가 가운데 임대료 인하를 결정한 곳은 전국적으로 9372개 점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일 현재 1790개 점포에서 일주일만에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임대료 인하에 나선 건물주(임대인)도 326명으로 일주일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임대인이 7일 동안 크게 늘어나면서 전국에 있는 점포 9000여 곳이 혜택을 받게 됐다"면서 "특히 임대료를 6개월 이상 낮추고, 20% 이상 깎아준 임대인이 전체의 25.7%(8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동대문종합시장(4300개 점포), 남대문시장(1851개 〃), 경동시장(600개 〃), 동대문 두타(209개 〃), 동대문 테크노상가(200개 〃) 등에서 임대료가 인하됐다. 서울 외 지역에선 강원 원주 자유시장(442개 〃), 충남 서천특화시장(250개 〃), 부산 남구 W스퀘어(100개 〃), 인천 연수구 트리플스트리트(150개 〃), 전남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110곳 〃), 곡성 옥과시장(122곳 〃), 고흥 고흥시장(111개 〃) 등에서 100곳이 넘는 점포들의 임대료가 인하됐다. 식음료나 편의점 프랜차이즈들도 가맹점 돕기에 나섰다. 전국에 2399개(공정거래위원회 2018년 조사 기준) 점포를 둔 이디야커피는 2개월 간 가맹수수료를 면제해주고, 본사 차원에서 20억원을 들여 세정제 및 마스크를 배포했다. 282개 점포를 둔 더벤티도 가맹수수료 1개월 면제, 물류비용 10% 인하를 결정했다. 명륜진사갈비(가맹점 124개)는 가맹점당 300만~1690만원의 월세를 지원키로 했다. 이외에 맘스터치(〃 1167개), 피자마루(〃 615개), 또봉이통닭(점포 545개), 커피베이(〃 539개)도 본사 차원에서 물류비 인하, 배달 수수료 지원, 격려금 지원 등에 나섰다. 또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비지에프리테일(CU), 지에스리테일(GS25)도 확진자 방문 점포의 경우 도시락 등 신선식품 폐기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전국에 CU는 1만3040곳, GS25는 1만2973곳이 각각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착한 건물주'의 임차료 인하를 돕기 위해 이들이 내린 임대료 절반을 부담하는 동시에 올해 상반기(1~6월) 인하액의 50%를 임대인 소득·법인세에서 세액 공제해주기로 결정했다. 한 시민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동참하는 임대인들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내린 임대료를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고통을 더욱 크게 받고 있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는 이자가 나갈 수 밖에 없는 대출·보증상품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경기 일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시민은 "동종업계에 있는 학원 원장이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부탁했더니 오히려 '8월부터 올리겠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더라"면서 "코로나19로 다 같이 고통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임대인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