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제조업 체감경기, 98년 외환위기 수준 '뚝'
#"수주가 줄어 지난해 수출액이 40% 가량 감소해 신규 채용은 꿈도 못꾸고 있다. 게다가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어 기존 인력을 유지하기도 벅차다."(전주에 있는 승강기 제조사)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고, 대금결제도 늦춰지면서 자금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만기연장을 안해주는 분위기여서 올해 들이닥칠 은행의 상환압력이 더욱 걱정이다."(대구에 있는 산업용 밸브 제조사)
제조업체들의 새해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중국 관광객 특수를 노렸던 제주지역도 체감경기가 기준점인 100아래로 떨어졌다.
이때문에 기업들은 올해 보수적으로 경영하고, 군살을 빼는 등 생존경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취업시장도 얼어붙을 전망이다. 10곳 중 3곳만이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 조사'를 실시해 9일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전국 경기전망지수는 지난해 4·4분기의 86보다 무려 18p 급락하며 68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체감경기가 낮았던 1998년도(61p~75p)와 비슷한 수준이다.
체감경기가 악화된 이유(복수응답)로는 대내적 요인으로 '정치갈등에 따른 사회혼란'(40.0%), '자금조달 어려움'(39.2%), '기업관련 규제'(31.6%), '소득양극화'(10.8%) 등을 꼽았다.
대외적 요인으론 '중국성장률 둔화'(42.4%),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32.3%),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28.4%), '환율변동성 확대'(24.0%) 등을 지목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동반침체로 2010년 18.5%수준이던 제조업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3%까지 떨어졌다"며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브레이크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올해 긴축경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 절반가량(50.6%)이 '보수경영기조'를 밝혔다. 다만 '공격경영기조'도 49.4%로 절반씩이었다. 그러나 조사업체의 46%는 새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기업들을 둘러싼 환경에 불확실성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수적으로 경영하겠다는 기업들 중에선 '현 상태 사업유지'(65.1%), '기존사업 구조조정'(17.5%), '대외리스크 관리'(17.4%) 등을 주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는 기업은 27.7%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49.6%는 '지난해보다 채용을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기업도 전체의 22.7%에 달했다.
기업들은 올해 시급한 정책과제(복수응답)로 '소비심리 회복'(55.7%)을 손꼽았다. 이어 '금융시장 안정화'(41.6%),'정치갈등 해소'(36.3%), '규제개선'(33.0%)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역별 BSI는 중국인 특수를 누렸던 제주마저 91까지 떨어졌다. 이외에 대전(79), 충남(78), 경남(76), 부산(72), 전북(72), 충북(71), 대구(71), 울산(71), 경기(70), 서울(68), 전남(68), 경북(67), 광주(66), 인천(62), 강원(61) 순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