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상위 가구 소득격차 10배인데, 정부는 "분배 개선"…"안이해"
지난해 4분기 하위 1분위 가구 소득이 월 평균 100만원인데 소득 5분위 가구는 1000만원으로 소득 격차는 10배 이상 벌어졌다. 가구 간 소득 양극화가 여전한데 정부는 하위층 가구의 소득이 크게 늘어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됐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다만, 고물가, 경기둔화 등으로 이 같은 소득 개선세가 지속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고물가 영향으로 이 기간 가계 실질 소득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통계청의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반면, 물가 변동 영향을 빼고 본 실질 소득 증가율은 -1.1% 감소했다. 물가 상승분이 가계가 번 소득을 상쇄했다는 의미다. 실질 소득 증가율을 4분기 기준으로 보면 2016년(-2.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2.8%) 이후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다. 고용시장 회복세로 근로소득은 늘었지만 인건비·원료비 등이 오르며 사업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근로소득은 전년 분기 대비 7.9% 증가했다. 자영업 등의 사업소득은 2021년 4분기와 같았다. 사업소득의 경우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연료비 관련 지출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로 이자 관련 지출도 급증한 영향도 있다. 정부보조금·연금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은 -5.3% 감소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지원금, 방역지원금 등 정부 지원 효과가 사라지면서 공적 이전소득이 -6.2% 감소한 영향이다. 친·인척 간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도 -3.1% 감소했다. 이자·배당 등 재산소득은 2만9000원으로 11.6%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 평균 가계 지출은 362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특히, 소비 지출이 5.9% 늘어 2009년 4분기(7.0%)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오락·문화(20.0%), 교통(16.4%), 음식·숙박(14.6%), 교육(14.3%) 등의 지출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해외 여행, 외식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이는 2012년 4분기(7.9%) 증가 이래 최고치다. 최근 전기·가스 요금 인상의 여파로 연료비가 16.4% 급증한 영향이다. 세금, 사회보험료, 경조사비, 헌금 등을 포함 비소비지출은 전년 보다 8.1% 증가했다. 이 또한 2019년 4분기(9.6%) 이후 최고다.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28.9% 급등했다. 소득세·재산세 등 경상조세(10.9%)도 증가했다. 반면,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 비경상조세(-45.9%)는 감소했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줄어 부동산 관련 세금이 감소한 영향이다. 지출이 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늘면서 가계 수지는 악화됐다. 흑자액은 12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적자가구 비율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한 24.8%를 기록했다. 하위 1분위와 상위 5분위 가구 간 소득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112만7000원인데, 5분위 가구는 1042만7000원에 달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집계한 소득 5분위 배율은 5.53배로 전년 대비 -0.18배포인트 감소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지출 증가율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흑자액은 감소했고, 평균 소비성향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가구 간 소득 격차는 10배 넘게 벌어졌는데 정부는 저소득 가구 소득이 크게 늘어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통계청 가계동향 발표 후 "모든 분위에서 총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1분위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구 긴 소득 양극화가 더 벌어진 상황에서 분배 지표가 나아졌다는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기재부 관계자는 "고물가, 경기둔화 우려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개선세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취약계층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