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곳곳 '빨간불'…소비·수출 악화에 소득분배 6배 격차
오른 물가와 금리 탓에 소비 여력이 나빠지며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분기 보다 0.7%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최근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연쇄 총파업 등으로 수출도 악화되며 무역수지 적자는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 지표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가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상위 20%인 고소득층과 하위 20% 저소득층 간 소득은 6배 가량 차이가 나며 분배지표는 5년 만에 다시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3%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0.3%)와 동일한 수준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민간소비가 기존 1.9%에서 1.7%로 0.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며 오락·취미용품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등서비스업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만큼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65조1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0.7% 줄어들었다. 내수 부진에 수출마저 악화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달 우리나라 수출이 519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4.0%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출은 지난 10월에 이어 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고, 감소 폭도 두 자릿수로 커졌다. 특히,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며 지난 달 무역수지는 7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연간 누적 적자는 426억달러를 넘어섰고,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글로벌 공급망 위축에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와 잇따른 총파업 영향으로 침체된 경기가 더 얼어붙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경제 지표가 나빠지면서 분배 지표 중 하나인 소득 5분위 배율은 5년 만에 악화됐다. 이날 통계청, 한국은행 등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96배로 1년 전보다 0.11배포인트 증가했다. 여기서 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 소득의 평균값을 1분위의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상위 20%인 5분위 소득 평균값이 하위 20%인 1분위 보다 5.96배 많아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소득 5분위 배율이 지난 4년 간 개선된 모습을 보이다 지난해 들어 다시 나빠졌다는 점이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20년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저소득층 소비쿠폰, 한시적 생계지원 등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추가지원금이 나갔지만, 지난해에는 소상공인이나 소기업 중심으로 지원 대상이 변경되면서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했다"며 "정부의 공적 이전 효과가 큰 1분위 소득이 감소하면서 5분위 배율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덩달아,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5년 만에 악화됐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3으로 1년 전보다 0.002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지니계수 또한 4년 연속 개선세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악화됐다. 정부는 소득·분배 등 여러 경제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최진규 기획재정부 복지경제과장은 "취약계층의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물가 안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 가구 부담 완화, 민간 중심으로 소득·분배 여건이 개선되도록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안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