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깊은 人터뷰]"오가노이드, 화장품이 되다"…세라트젠 조승우 대표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오가노이드(Organoid)가 화장품으로 탄생했다. 국내 오가노이드 전문 기업, 세라트젠(cellArtgen)이 개발한 세포외기질(ECM) 함유 화장품 '셀루메(Cellume)'다. ECM은 오가노이드를 배양할 때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을 채워주는 물질이다. 흔히 알려진 콜라겐이 대표적인 예다. 오랜 기간 바이오 소재로서의 ECM을 연구해 온 조승우 세라트젠 대표(사진)는 이 물질을 피부에 직접 투입하면 피부 조직을 탄탄하게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ECM을 함유한 최초의 화장품, Cellume가 탄생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셀루메는 출시하자마자 홈쇼핑에서 전 회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불과 반년만에 수십억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승우 대표는 "세라트젠은 바이오 소재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셀루메 역시 오랜 기간 다져온 연구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에스테틱 분야에서의 수익을 기반으로 오가노이드 개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라트젠은 오가노이드 배양에 필요한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는 첨단 재생의료 기술 기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탈세포 원천 기술을 활용해 장기나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해 ECM만을 남긴다. 각 장기의 조직 특이적인 ECM을 활용하면 장기별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현재 간장, 폐, 뇌, 심장, 췌장, 식도 등 10종 이상의 장기 오가노이드 배양소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라트젠은 이 ECM을 기반으로 인체 임상 적용이 가능한 오가노이드 배양소재 '리제닉스(Regenix)'와, 오가노이드 기반 난치성 질환에 특화된 약물 평가 서비스 '오가노스크린(ORGANOSCREEN)'을 제공하고 있다. - ECM의 역할은 뭔가. "모든 장기는 세포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고 세포 사이 공간을 채워주고 조직의 구조적 유지를 도와주는 물질이 필요하다. 오가노이드를 만들 때도 세포를 둘러싸고 3차원 조직을 만들어주는 매트릭스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ECM이 한다. 세라트젠은 이 ECM을 통해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질환 모델을 개발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 Regenix는 어떤건가. "지금까지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연구자나 기업들은 마우스(쥐)의 암(癌) 조직에서 추출한 ECM 매트릭스를 오가노이드 배양 소재로 사용해 왔다. 이 매트릭스로도 오가노이드가 잘 만들어지긴 하지만 암 조직이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독성 우려로 임상 허가가 안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그동안 마땅한 대체제가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정상 조직 유래 오가노이드 배양 매트릭스, Regenix다.임상이 가능한 것은 물론 오가노이드 배양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기존 ECM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시장성은 어떤가. "현재 미국 기업인 코닝이 독점 판매하는 마우스 암 조직 유래 매트릭스 소재가 1년에 수천억원 매출을 낸다. 오가노이드 개발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향후 2~3년 내 조 단위 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시약이 Regenix로 대체되고, 범용적인 소재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안착 후 막대한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연구자, 기업들이 기존 배양 소재에서 벗어나 Regenix를 사용하고, 적응을 하는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라트젠은 현재 간 오가노이드, 폐 오가노이드, 근육 오가노이드 등을 활용한 질환 모델 플랫폼, ORGANOSCREEN을 갖추고 국내외 제약사들에 약물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암 보다는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초점을 맞췄다. 재생치료제 개발도 가시화 되는 추세다. 급성 간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간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가 최우선 목표다. - 어떤 질환 모델을 갖추고 있나. "ORGANOSCREEN은 지난해부터 간과 폐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특발성 폐섬유화증(IPF) 질환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오가노이드 기반 섬유증 질환 모델 서비스는 세계에서 첫 사례다. 최근에는 근육 오가노이드를 구축해 근감소증 질환 모델도 론칭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주 고객으로, 협업 문의도 활발한 상태다." - 간 재생치료제 개발은 어떤가. "현재 대동물 실험을 진행 중이며, 2027년 임상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타깃은 급성 간손상 환자다. 급성 간손상은 대체로 약물이나 알콜에 의해 발생하는데 사망률이 매우 높다. 치료 방법은 간 이식 밖에 없는데 약물, 알콜 환자는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도 가장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우리는 간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투여해 간 이식까지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려주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배양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기성품(off-the-shelf) 형태의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향후 간경화, 간암 등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다." 세라트젠은 ECM 기술을 기반으로 뷰티·메디컬 에스테틱 브랜드 'Cellume'를 출시하며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론칭한 이후, 7월, 8월, 10월 홈쇼핑에서 3회 연속 전량 매진을 기록하며 소위 '대박'이 났다. 조승우 대표는 ECM을 함유한 화장품은 물론, 연고, 필러까지 에스테틱 라인을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화장품을 캐시카우(Cash Cow) 삼아 재생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이다. - Cellume를 론칭하게 된계기는. "ECM은 세포하고 상호작용을 잘해서 세포 성장, 증식 분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세포를 지지해 오가노이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물질은 피부에서도 효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ECM이 포함된 화장품은 Cellume가 최초다. 첫 제품은 앰플 형태로 개발했다. 화장품 성분에 ECM을 최대한 많이 포함시키려 노력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홈쇼핑 업체에서 협업 제안이 갑자기 들어와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 올해 셀루메 매출만 25~30억원, 내년에는 60~70억을 기대하고 있다." - 에스테틱 사업은 계속 확장하나. "Cellume는 앰플 후속으로 크림이 곧 나올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피부 창상 치료를 위한 창상피복제(연고)를 개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12월 중 판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사실 애초에 목표로 한 것은 피부에 ECM을 직접 투여할 수 있는 주사 제형 스킨부스터 였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쥬란'과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ECM은 피부 조직 구성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직접 투여하면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아 2028년쯤 공급을 예상하고 있다." -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바이오 소재 ECM에 대한 기초연구를 오랜 기간 해 왔고, 관련 논문도 많이 갖고 있다. 이런 물질이 화장품, 의료기기 등 미용 영역에서는 개발된 사례가 많지 않아 가시적 성과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오고 있다. 국내 병의원은 물론, 홍콩, 일본, 싱가포르 쪽에서도 연락이 온다. 국내에서 실적을 쌓아 내년부터는 수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분야는 성과가 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에스테틱 분야는 시장 반응과 성과가 빠른 장점이 있다. 바이오텍 입장에서 이 분야를 캐시카우로 확보하면, 외부 투자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도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투트랙 전략을 계속 갖고 가려 한다." 세라트젠은 오는 2027년 상장에 도전한다. 특허로 증명된 탄탄한 기술력과 매출이 뒷받침 된다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상장 계획은. "최근 인허가 경험이 풍부한 R&D 인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주관사 선정은 아직 고민 중이다. 내년에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과의 협업, Regenix의 판매, 재생치료제 개발, 의료기기 출시 등으로 더 많은 성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에스테틱 분야의 매출이 뒷받침 되고 성장 잠재력이 증명된다면 상장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목표가 있다면. "실제 장기 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오가노이드·소재·디바이스 기술이 모두 융합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장기 이식은 아직 수요를 못채우고, 이식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는 여전히 많다. 처음 창업을 한 것도 우리가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그 분들을 위한 대체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어서였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도 결국 그 목표를 위해서다.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