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동물대체시험 '정책·투자' 동시 가속..패러다임 전환 본격화
오가노이드(장기모사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첨단동물대체시험법의 도입이 가시화 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이 이 달 동물실험 대체와 관련한 정책과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논의를 넘어 실행 단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규제기관과 연구지원기관이 각각 제도와 재정을 동시에 움직이고 있어 인간 기반 시험법 확산이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18일 '동물실험 대체 방법(NAMs)' 관련 초안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과학적 타당성이 확보된 경우 오가노이드, 장기칩, 세포 기반 시험, 인공지능 등 인간 기반 데이터로 이를 대체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권고를 넘어, 규제기관이 공식적으로 동물실험 대체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FDA는 동물실험이 인간 임상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 생리와 유사한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신약 개발의 성공률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NIH는 같은 3월,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인간 기반 연구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총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지원은 단순한 연구비 확대가 아니라, '보완 동물 실험 연구(Complement-ARIE)' 프로그램의 첫 번째 지원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Complement-ARIE 프로그램은 실험실 기반(in vitro) 또는 컴퓨터 기반(in silico) 접근법 등 이른바 '새로운 접근 방법론(NAMs)'을 개발·구현·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NIH의 핵심 이니셔티브다. 기존 동물실험을 즉각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이를 보완(complement)하면서 점진적으로 대체 가능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특징이다. 특히 업계는 이번 NIH의 계획에 '표준화'를 명시적으로 포함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NAMs 기술은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규제 수용성과 데이터 신뢰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지적되어 왔는데, NIH가 직접 표준화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향후 규제 승인 과정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FDA와 NIH의 조치를 두고 "규제 방향성과 연구 투자 축이 동시에 정렬(alignment)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전에도 동물실험 대체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 왔지만, 규제 수용성과 대규모 공공 투자,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이 동시에 제시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 전략 변화도 빨라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동물실험 데이터를 중심으로 비임상 패키지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오가노이드 등 NAMs 기반의 인간 기반 데이터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연속 발표가 이루어진 건 정책(FDA)과 투자(NIH), 실행 프로그램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동물실험 대체가 실행 국면에 실질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내 오가노이드 기술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인체 유사 환경을 정밀하게 구현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평가 및 재생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전문 기업에서 오가노이드로 영역을 확장, 실제 피부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피부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 계열사인 넥스트앤바이오는 암 환자의 샘플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최적의 항암제를 찾는 '정밀 의료'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 유래 오가노이드 전문 기업 넥셀은 심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약 독성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지난해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를 개시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을 오가노이드 영역까지 확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 27개 기업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참여하는 K-오가노이드 협의체가 구성된 바 있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