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면세점의 몰락] (하) 시내보다는 공항, 국내보다는 해외
['황금알' 면세점의 몰락] (하) 시내보다는 공항, 국내보다는 해외
대기업 면세점들이 공항면세점 입찰과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시내면세점 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시내보다는 공항,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공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분위기다.
◆시내면세점 과포화에 하락세
지난달 두산은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영업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공식 영업정지일은 내년 4월30일이다. 업계에 따르면 6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했던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9월 영업을 중단했으며 면세 사업으로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 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오픈 초반에는 상당한 수익을 올렸지만,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 매출 역시 크게 줄었다.
시내면세점은 이미 따이궁(보따리상)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다. 강북에는 신라, 롯데, 신세계 빅3가 이미 자리잡은 상태인데다 강남에는 신세계, 현대가 운영중이다. 대기업 면세점이 예정되어 있는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공항면세점은 무조건!
반대로 연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롯데, 신라, 신세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내년 8월 계약이 끝나는 제1터미널 면세점 8개 구역에 대한 입찰을 오는 12월 진행한다. 8개 구역 중 대기업 구역이 5곳, 중소기업 구역이 3곳이다. 눈길을 끄는 곳은 대기업 구역이다. 현재는 롯데(DF3,) 신라(DF2·4·6), 신세계(DF7)가 운영을 하고 있다.
입찰 대상 구역은 모두 연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알짜 구역인데다, 지난해 관세법 개정에 따라 대기업 면세점 특허 기간이 한차례 갱신이 가능해져 최장 10년 운영이 보장된다.
특히 이번 입찰계약에서는 매출의 일정비율을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산정방식'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방식이 채택되면 사업자들은 인천공항면세점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일부 구역을 철수한 롯데는 이번 입찰에서 그룹 차원의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입찰 공고가 나오면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면세구역 DF2·4·6 세 곳을 운영 중인 신라는 해당 구역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공항공사가 제시하는 면세구역과 입대료 조건, 수익성을 검토한 뒤 입찰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또한 업계는 규모를 늘리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입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지만, 인천공항 면세점만큼은 시내면세점과는 달리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롯데와 신라는 최근 몇년간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장은 과포화 상태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입찰에서 주류·담배 사업권을 확보했다. 해당 구역은 창이공항 1∼4 터미널 담배·주류 면세점 구역이다. 해당 입찰에는 롯데면세점 뿐만 아니라 신라면세점, 독일 면세점 업체인 하이네만 등 3개 업체가 참여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지난해 기준 이용객수만 6489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공항이다. 롯데는 사업권 확보로 이 곳에서 2500평 규모의 주류 담배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 연말에는 베트남 다낭에 시내면세점도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는 1조 원의 해외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신라는 미국 면세점 업체 3Sixty사 신규 증자에 참여했다. 인수 지분은 44%로 121억 불(약1420억 원) 규모다.
3Sixty사는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다. 지난해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20위 면세사업자로 지난해 매출액은 약 6억 유로(약 8000억 원)에 달한다. 총 21개 항공사 기내면세점 운영한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2015년 3Sixty(당시 디패스)를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신라면세점이 5년 뒤 지분 23%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잇는 콜 옵션 조건이 포함돼 경영권도 가져올 수 있다. 사실상 미국 면세점 업체를 인수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상업시설 사업권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권을 획득한 '노스 사이드' 권역은 모든 면세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자유 영업 구역으로 5년간 총 6억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