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부터 자산관리까지…은행권, '비이자수익' 확대 박차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졌던 고금리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은행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자 이익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확보를 위해 빠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 및 자산관리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 이익은 총 1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분기 대비 3000억원 감소한 규모이며, 직전년도인 2023년 3분기과 비교해선 2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금융기관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1년 새 1.63%에서 1.52%까지 0.11%포인트(p) 내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신호탄으로 고금리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규모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자이익 감소에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이자이익은 카드, 방카슈랑스, 증권, 자산 운용 등 대출 외적으로 발생하는 이윤을 말한다. 금리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변하는 이자이익과는 달리 금리 하락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은 총 2조3000억원이다. 직전 분기보다 8000억원 늘었지만 전체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불과했다. 미국 4대 상업은행(BoA·시티·JB모건·웰스파고)의 비이자이익 매출 비중이 30~35% 수준인 것과 비교해 크게 낮다.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퇴직연금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은행만의 강점인 대면 채널을 통해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은 총 382조4000억원이다. 2022년과 비교해 46조5000억원(13.8%) 늘었다. 특히 의무가입 상품이 아닌 개인형 IRP 적립액은 같은 기간 31.2%나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오는 2040년에는 117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은행은 연금 특화 점포인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전국 13곳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부터는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1대 1 전화 상담 서비스도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퇴직연금 상담과 더불어 주택연금 상담, 보험설계 등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신한 연금라운지를 전국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일부 은행은 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을 연금 특화 점포와 결합해 VIP 고객을 겨냥했다. KB금융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전체 국민 가운데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는 46만1000명이다. 2020년과 비교해 8만7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고액 자산가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2826조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1억원 이상의 연금 계좌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 관련 상담뿐만 아니라 세무·부동산 등 종합 금융 상담을 제공하는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도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 고객에게 지점장급 직원이 투자 성향에 맞는 1:1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체어스 W'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저원가성 예금 감소 등 금융 환경 변화로 이자 마진 규모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라며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은행들이 퇴직연금, 자산관리 등에서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승진기자 asj123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