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잠재성장률', 왜 미국만 오를까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 한국은 2%대 초반까지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은 홀로 성장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3.3%)보다 0.1%포인트 낮췄지만 오히려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0.3%포인트 올려잡았다. 이미 초강대국인 미국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싶지만 잠재성장률도 오르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성장을 위한 기초 체력이 좋아지고 있어서다. 24일 IMF는 '세계경제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4월 전망치(3.3%)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지난해 7월까지 3.9%로 유지하다가 지난해 10월 3.7%, 올해 1월 3.5%, 4월 3.3%로 낮춰잡았다. 9개월 사이에 전망치를 네 차례나 낮춘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등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악화되고 있지만 정작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주범인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향됐다. IMF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제시한 2.3%에서 2.6%로 0.3%포인트 올렸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연간 2.9%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1%(잠정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잠재성장률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은 기업투자, 고용호조에 힘입어 잠재성장률이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올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2.13%로 추정했다. 이는 금융 위기 직전치(2007년 2.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5년 단위의 잠재성장률도 2010~2014년 1.4%에서 2015~2019년 1.8%로 큰 폭 확대됐다. 반대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9~2020년 잠재 성장률을 2.5~2.6%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초반(2011~2015년) 3.0~3.4%, 2010년대 후반(2016~2020년) 2.7~2.8%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역주행' 중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말한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고의 노력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성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얼마나 가능하느냐를 가늠하는 성장 잠재력 지표로도 활용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5%라면 물가상승 없이는 2.5%를 초과해 성장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앞으로 3%대 성장은 힘들다는 얘기다. ◆ 왜 미국만 오를까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오르고 있는 것은 ▲기업투자 회복 ▲생산성 제고 ▲노동시장 호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구성요소별 잠재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자본투입이 크게 증가했다. 자본투입 기여도는 2010~2014년 0.7%포인트에서 2015년~2019년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자본투입이 증가했다는 것은 돈이 들어온다는 얘기다. 즉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감했던 기업투자가 기업의 양호한 재무상황, 자금조달 환경, 자본수익성 개선, 투자활성화 정책 등으로 2010년대 들어 빠르게 회복됐다. 미국의 기업투자 증가율은 2008~2009년 중 연평균 -10.9%에서 2010~2018년 중에는 5.2%로 확대됐다. 생산성도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구성요소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총요소생산성이 2015~2017년 중에는 0.6%포인트를 지속하다 2018년 0.8%포인트, 2019년 0.9%포인트로 증가 추세다. 다시 말해 같은 돈을 투자해도 생산률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2010년대 들어서도 둔화추세가 이어지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4%로 전년(1.1%) 대비 대폭 상승했다. 2015년 이후 집중된 무형자산 투자 증가,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 확대 등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부터 개선 추세가 빨라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의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증가를 바탕으로 상당기간 2% 내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상승은 무형자산 투자 증가,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 확대 등에 힘입은 노동생산성 향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점도 향후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