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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상화'의 길

"일본에서도 잘한다고 환영할 것이오. 시원하다고 할 것이오. 일본 정부도 그렇게 해야지. 대한민국에서 아주 깨끗이 청산해버리니까. "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수습기자 시절 대법원 판결을 보러 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이었다. 13년을 이어온 공방 끝에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네 명의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는 승소 후 일본 정부와 신일철주금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들도 시원하다 할 것이오"하고 말했다. 그러며 "네사람인데 혼자 재판을 받으니 마음이 아프고 눈물도 많이 나오고 설웁다"며 눈물을 닦아냈다. 8개월 후, 이춘식 씨는 "나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네. 나 하나 때문에 그러는가"하고 다시 눈물을 보였다. 이춘식 씨는 억울함을 호소한 결과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란 사실에 마음이 아파 눈물을 보였다. 일본에서도 잘했다 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춘식 씨께서 '나 때문에'란 생각으로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판결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법부가 응당 해야 할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사법부에서 잘못을 바로잡았듯, 정부와 기업도 일본에 오래 의존해왔던 비정상적 경제 구조를 바로잡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무역 '보복조치'라 이름 붙인 정부도, 이참에 대일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국산화 선언을 한 기업도, 단기적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 선언한 소상공인도,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도, 모두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 이 진통은 정상화를 위해 겪어야 할 당연한 고통이다. 휘어진 허리를 바로 잡으며 느끼는 아픔처럼 말이다. 더 휜 후에 바로 잡으려면 고통만 더 커질 뿐이다. 그래서 지금 정상화해야 한다.

2019-08-13 15:12:27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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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日 불매운동 '감정적'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기자수첩]日 불매운동 '감정적'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2일 일본이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며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자 불매운동은 절정에 다랐다. 불매운동이 얼마 안 갈 것이라는 일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동안 불매운동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매출 하락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맥주의 경우 편의점 내 매출이 약 40% 감소했고, 불매운동 폄하 논란을 일으킨 유니클로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선택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는 담배와 육아용품, 취미생활 용품까지 대체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산 제품을 알려주는 사이트에서부터 일본산 제품을 바코드 구별법 등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불매운동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일본 여행가는 매국노 팔로우하는 계정'이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가 등장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일본 차 주유 거부 운동'도 일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을 둘러싼 국적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당시 애국 기업으로 칭송 받던 롯데가 한일관계 악화 국면에선 다시 일본기업으로 지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모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고, 국내에 일본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진출한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의 주류, 식품, 유통, 패션 사업들이 영향을 받았다. 롯데는 난해 정부에 낸 법인세만 1조5800억원이다. 한국 내 직원 수는 13만명에 달한다.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롯데지주는 지분구조만 보더라도 엄연한 한국 기업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일본 기업 논란이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떨어진다면 13만명의 임직원들이 가장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냉철한 시각과 선진화된 시민의식을 가지고 불매운동을 해야한다. 감정적인 행동 보다는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08-12 15:22:57 박인웅 기자
[기자수첩] 제2의 IMF와 펀더멘털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합니다." 2019년 지금 얘기가 아니다. 지난 1997년 10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기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 당시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의 전신) 장관이 했던 말이다. 그렇게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다. 일찍이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한국인에게는 일명 '펀더멘털 트라우마'가 생겼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때마다 외환위기를 걱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2019년 현재도 그렇다. '제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거센 외풍에 휩싸이면서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의 판도 커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한국 증시는 이틀 새 75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연일 바닥을 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환율은 1200원을 훌쩍 넘기며 급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졌고 상반기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이어 '제3의 조치'로 금융보복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가 일본계 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이 40%에 육박하던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사가 자금을 가장 먼저 회수하면서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건 공공연한 정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다고 진단한다. 정부의 대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년 전 IMF 외환위기 시절과 금융 또는 경제 펀더멘털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하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 봤듯이 경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 수십년이 걸린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했다가 순식간에 위기를 맞았다. 정부 당국은 '펀더멘털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수단과 대응을 내놓아야 한다.

2019-08-08 11:14:00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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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깃발을 뗐다, 붙였다··· 日 경제 보복 대응, 이게 최선인가

6일 서울 도심에 설치된 '노 재팬' 깃발이 4시간 만에 철거됐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추진해온 불매운동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퇴계로, 을지로, 세종대로 등 관내 22개로에 '노 재팬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배너기 1100개를 설치하겠다는 중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4일 구로구는 청사 본관 건물에 '노 재팬, 예스 코리아'라고 쓴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대형 배너기를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틀 만에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서대문구는 6일 구청에서 '일본 경제보복조치 직원 규탄 대회'를 열고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일본제 사무용품을 타임캡슐에 담는 퍼포먼스를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묘안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니 심히 유감스럽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피해입은 기업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황인식 행정국장은 5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시는 일본의 민간과 지자체 간 교류를 꾸준히 지속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상황이 비상식적이고 엄중한 만큼 지자체 간 교류 중단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방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할 때 일본 지자체와 교류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시의 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화이트리스트 대응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자체는 충북도다. 도는 지난달 19일부터 도내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30개 기업이 피해가 우려된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2일 밝혔다. 도는 일본 관련 소재·설비에 대한 신속한 특허 처리, 대기업-중소기업-연구소 정보 공유 확대, 화학물질관리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 완화, 기술력 우수 분야 육성, 피해기업 자금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충북도가 기업 피해 조사를 마친 2일에서야 '일본 무역보복 피해조사단'을 꾸려 예상 가능한 피해 대상과 범위를 확인해 지원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2019-08-07 14:41:4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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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기는 싸움

"상대방이 화를 낸다고 덩달아 맞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해해주는 척이라도 하면 결국은 내가 이길 수 있다." 아버지는 어릴 적 '강성'이던 내게 늘 이렇게 조언하셨다. 맞서 싸우면 다칠 수밖에 없으니 괜한 손해를 입지는 말라는 의미였다. 아버지 말씀은 삶을 바꿔놨다. 스스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사라졌고, 인간 관계도 더 유연해졌다. 스트레스도 크게 줄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진짜 이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분노를 표출하던 상대방은 화가 풀리고 난 후 오히려 더 호의적으로 다가와 내게 유리한 자리를 내줬고, 일부는 미안한 감정에 스스로 패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기지 못할 때에도 인연을 끊어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싸움에는 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실제로는 승리를 누린 적도 여럿이다. 물론 국가간 외교에서도 이런 방법을 써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때로는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하고, 심하면 군사적인 힘도 보여줘야 하는 게 외교다. 단, 화를 낼 때를 잘못 판단했다가는 '독박'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외교다. 자칫 패배한다면 손해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와의 관계도 틀어질 수 있다. 북한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먼저 화해를 청한 상황에서도,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며 국제 정세를 냉랭하게 만들었다. 남한 여론도 차갑게 식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과오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감행하고 글로벌 경제를 혼란으로 밀어넣었다. 광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는 이런 일본에 정면으로 맞붙는 모양새다. 주요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일본을 비난하고 나섰고, 대통령까지도 '적반하장'이라는 강경한 단어까지 사용했다. 결국 탈이 났다. 일본 언론은 이런 정부 태도를 악의적으로 과장해 보도했고, 아베 정부를 비판하던 현지 여론도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부는 이성적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불매운동과 지지율로 정부 등을 밀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국민들 뒤를 따라가 실리를 놓칠 필요는 없다. 분노는 국민의 권리다. 정부가 진짜 이기는 싸움을 하기를 바란다.

2019-08-06 09:08:02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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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명한 '반일(反日)감정'

8월 둘째 주를 시작하며 체감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영향은 막강했다. 이날은 지난 2일 금요일,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혜택을 주는 27개국의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개정안을 결의한 뒤 다시 시작한 한 주다.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분쟁 고조에 이어 일본의 2차 경제보복까지 이어지자 주식시장과 원화 가치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2년 9개월 만의 장중 저점을 찍었고 코스닥은 6%대까지 급락하면서 금융위기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향후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사이드카 발동)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코스닥에서 지수 급락에 따른 사이드카 발동은 약 3년 1개월만이다. 애국주는 이미 지난주부터 상승세다. 국민들이 주로 이용했던 일본 제품들의 국내 경쟁업체에 관심이 쏟아졌다. 이와 궤를 같이하는 일제 불매운동은 제2의 독립운동으로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나라경제가 이 같은 위기에 몰리자 오히려 더 침착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이겨야한다는 이야기는 한낱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과도한 민족주의가 비합리적인 칼날을 세워서는 안된다. 이미 구입한 일본 제품을 마저 사용하고 있는데 욕을 한다거나, 일본산 차에는 기름을 넣어주지 않는다는 식의 대응은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경제력, 인구수 등에 많이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성난 민심이 모여 일본의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간 일제가 주류였던 제품들의 국내산 대체품목을 찾는 분위기 또한 성난 민심에서 비롯돼 잠깐 주식시장에서만 뜨는게 아니라 국산품 산업 활성화까지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민들의 인식이 여론으로 잠깐 들끓는 냄비로 전락해 우리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기를 기대해 본다.

2019-08-05 15:33:14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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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친구와 대통령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통령을 꿈꾸는 친구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대통령이 친구라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대통령 때문에 피해를 입은 친구 이야기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성인이 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의 중심가인 신오쿠보에서 음식점을 차렸다. 도쿄의 가장 번화가인 신주쿠와 가까이 있는 신오쿠보는 일본내 한류의 중심지일 정도로 재일동포 뿐만 아니라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이 찾던 곳이었다. 신오쿠보에 자리잡은 친구의 가게는 제법 장사가 잘 됐다.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서 돈좀 만져보나 기대했던 친구는 갑자기 고국 대통령 때문에 가게를 접어야했다. 2012년 8월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당시 한국의 이명박(MB)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부터 일본인들이 신오쿠보에서 발길을 돌렸고, 친구 가게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친구 가게 뿐만 아니다. 그 시절 신오쿠보에 있던 한인 가게는 MB의 독도 방문 이후 3분의 1가량이나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MB는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독도를 밟은 위인이 됐다. 지금도 독도에 가면 앞면엔 '독도', 뒷면엔 '대한민국'이라고 쓴 MB의 휘호석이 있다. 지난 주말 일본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 명단, 즉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앞서 일본이 취한 수출 제재 조치에 이어 화이트 리스트 제외까지 현실화되면서 앞으로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한일 관계의 냉각기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앞서 양국이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해야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몽니를 부리는 단초를 제공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시대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더욱 밀고가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한쪽에선 시발점이 된 강제징용문제부터 한 발짝 물러나 해결점을 찾아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엄마부대와 같은 일부에선 문재인 정부가 반일감정을 조장했으니 일본에 사과해야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도 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이 있은 후 지난 주말 우리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이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선 조국을 향한 뜨거운 가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냉철한 머리다. 당시 가슴으로만 독도행을 택한 MB와 같은 어설픈 대응보다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이 일본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하기 위한 냉철한 고민과 이를 바탕으로 한 단기, 중기, 장기 대책과 실행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 명심해야한다.

2019-08-04 18:35:0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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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냄비의 반란

[기자수첩]냄비의 반란 '냄비 근성'이란 말이 있다. 비하적 표현이지만 한국인을 향해 곧잘 쓰이곤 한다. 한국인 스스로도 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할 정도로 흔한 표현이다. 특히, 이 같은 표현은 '불매' 이슈가 떠오를 때 무척 자주 쓰인다. 특정 기업이나 인물 또는 국가에 대한 보이콧이 시작되긴 쉽지만, 결과가 성공적이었던 적은 드물다. 역사적 문제로 수 차례 갈등을 빚어온 일본과의 논란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반일 감정은 치솟았지만, 불매는 며칠 못 가곤 했다. 불매가 장기화되지 못한 이유는 다양하다. 이미 일본 기업의 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 퍼져있는 데다, 국산품으로 대체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이 흐를 수록 '유난 떤다'는 시선이 뒤따라 붙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일본 불매 운동'은 앞선 사례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초, 불매 운동이 조짐을 보일 때만 해도 금세 사그라들 것이라 예상됐지만, 오히려 날이 갈 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인다. 일본 신규 예약률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취소율마저 늘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자 국내 항공업계도 노선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 여론도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니클로, ABC마트 등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으며 식품, 화장품 등에서도 매출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몇 주 만에 불매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판매자와 참여자의 자발적 참여를 양분삼아 장기화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대형마트와 수퍼마켓, 편의점 등이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바탕으로 한 국민들의 동참도 확산되고 있다. 다만, 불매 운동의 장기화를 위해선 타인의 소비를 제한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유니클로 매장을 염탐하는 '유니클로 엿보기' 등이 되레 불매 운동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 '냄비의 반란'이 성공하기 위해선 보다 똑똑한 행보가 필요하다.

2019-08-01 17:04:14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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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뜰폰 수호자 자처하는 이통사들의 속내

지난 30일 대한상공회의소.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이해 당사자들이 토론에 나선 가운데 '알뜰폰'이 화두로 올랐다. 각 이동통신사 대표 토론자들 모두 알뜰폰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열을 올렸다. 언뜻 보면 납득이 가지 않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걸 알 수 있다. 주인공은 LG유플러스와 CJ헬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나서면서 알뜰폰 사업부문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부문인 '헬로모바일'은 국내 알뜰폰(MVNO)계의 명실상부 1위 사업자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800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2%를 차지한다. 그 중 헬로모바일의 가입자 수는 77만2000명에 달한다. 인수 당사자인 LG유플러스는 당연히 헬로모바일도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사 입장은 다르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와 헬로모바일이 합쳐지면 가입자가 약 110만명이 넘어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 헬로모바일 가입자의 90%가 KT 임대망을 쓰는데 인수 이후 LG유플러스 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알뜰폰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각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땅따먹기' 셈법이 얽힌 셈이다. 그러나 정작 고사 위기에 처한 알뜰폰 업계는 이동통신사의 '표리부동'한 태도가 달갑지 않다. 알뜰폰 업계의 관심은 망 도매대가, 도매제공 서비스 범위 등 실질적인 정부 정책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알뜰폰 업계 대표로 나선 토론자는 CJ헬로의 헬로모바일 인수 향방보다 알뜰폰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알뜰폰 산업 활성화의 중요성을 피력한 이동통신사들은 정작 알뜰폰 망 도매대가 인하에는 소극적이다. 특히 알뜰폰 망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영향력 확대가 반가울 리 없다. 남은 것은 정부의 알뜰폰 산업 육성 의지다. 이동통신사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도구가 아닌, 애초 알뜰폰 도입 의도인 이동통신 경쟁 활성화, 소비자 차별 정상화 등의 철학에 집중해 알뜰폰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2019-07-31 15:09:00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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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논란만 부추기는 교육부 '자사고 퇴출'

[기자수첩] 논란만 부추기는 교육부 '자사고 퇴출' 요란하게 부산을 떨던 상산고의 '자사고 퇴출'이 결국 무산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에서 상산고를 포함한 구 자립형사립고에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지만, 전북교육청이 이를 정량지표로 반영해 교육청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는게 교육부 판단이다. 법률가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정부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목표에 오버하다 뒷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고작 0.39점이 부족해 탈락 위기를 맞았던 상산고는 한숨을 돌렸지만, 그동안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학생들이 치러야 했던 불안과 혼란은 누가 책임질 건가. 학생들은 어른들의 요란에 공부가 손에 잡혔을리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교육정책에 더 이상의 신뢰를 줄까? 교육부는 지난해에도 2022학년도 대입개편때 '국민의 마음'을 읽겠다면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수능 정시 30%룰'이라는 의외의 개편안을 낸 바 있다. 이후에도 영유아 영어교육을 언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오락가락 정책, 자사고 재지정평가 등 고교체제 개편에 나서면서 혼란과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공약으로 제시한 '특권교육 퇴출'은 교육양극화와 사교육 줄이기라는 나름의 명문이 있으나, '학교에서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일반고를 그냥 두고 자사고만 없애서 되겠느냐는 볼맨 소리가 나온다. '자사고는 안되고, 일반고 우열반은 된다'는게 논리적인지도 의문이다. 교육부가 상산고 지정 취소에 부동의한 것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치른다는 근거를 제시했고, 자사고 논란의 면죄부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애초부터 '자사고 퇴출'을 목표로 한 자사고 재지정평가에 자사고측이 의문을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논란과 학교 현장의 혼란을 방기하는게 교육부가 할 일인가.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부동의한 이유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가 정부 공약과 정치권에서 줄타기하는게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2019-07-28 13:54:24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