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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강·조선, 후판가격 줄다리기 윈윈 모색해야

'넌 제로섬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제로섬 게임의 반대말로 한쪽의 이익과 다른 쪽의 손실을 합했을 때 0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양쪽의 관계에 대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협력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윈-윈 전략이다. 현재 후판가격 협상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를 보면 양측이 경쟁을 통한 게임을 할 때 한 사람이 게임에 이겨서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하나를 잃는 제로섬 게임이 떠오른다. 두 업계 모두 현재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후판가격 협상이 4분기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조선사에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기준 톤(t)당 72.63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이 90달러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아서다. 양 업계는 모두 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7월부터 시작된 협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는 최근 수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조선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철강사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입장이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올해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업계가 서로 협력을 하는 방안으로 대화를 풀어가는 것은 어떨까.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업계 중 한 곳이 손실을 보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크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우위를 선점해 무엇인가를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과 힘을 합하고 협력을 통하여 더 많은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경쟁을 통하여 결국 상대를 이겨야 하는 제로섬 게임보다는 협력을 통하여 더 많은 것을 만들어가는 넌 제로섬 게임을 해보자.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큰 것을 만든다.

2019-09-30 14:50:42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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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지엠 노사 '험난한 임단협'

'한국지엠 임단협은 물론 회사 경영 쉽지 않겠네.' 최근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개최한 '미래를 보장하라, 공장을 사수하자'라는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그날 한국지엠 노조의 분위기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였다. 현재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의 누적적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사간 대립은 회사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날 한 기자는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고 발전적으로 나가는게 낫지 않나? 투쟁을 바꿀 계획은 없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 노조원은 "XX 너 기자 XX 어디서 왔어?"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한국지엠이 지난해만 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노사간 협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한다는 판단을 내릴 것이다. 경쟁 업체인 쌍용자동차의 경우 회사의 비상 경영에 노조는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노사는 지난 20일 복지 중단 및 축소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자구안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대표적인 강성 성향인 현대차 노조마저도 '최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심각하다'며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을 결정했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회사에 제시한 상태다. 나아가 지난해 이미 임금을 동결한 만큼 올해는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여기에 최근 한국지엠 본사인 GM의 수입 신차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를 사지 말라고 권장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불매 운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수입차 반대만 보고 마치 노조가 불매운동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기획단계일 뿐"이라면서도 "조합원들의 여론을 수용해 동의를 얻으면 과감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마치 최근 한국지엠 노조의 모습을 보면 과거 대우사태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고충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임금 인상만이 아닌 고용 불안정 해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노조가 가장 경계한 부분은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의 생산 계획이 없어 폐쇄가 우려된다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가 힘든 상황에서 노조 스스로 눈 앞의 이익을 얻기위해 이기적인 투쟁을 이어간다면 회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주인은 바로 노동자다. 한국지엠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할 때다.

2019-09-26 14:51:30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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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안심전환대출 후폭풍

"사실 어마어마한 혜택이에요. 제가 주택담보대출 진행한 분들 중에 조건이 되는 분들은 이번에 무조건 신청하라고 안내했어요."(시중은행 관계자)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당초 예상과 달리 신청 열기가 뜨겁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9일차인 지난 2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27만5000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금액기준으로는 31조8000억원이다. 마감일이 아직 닷새나 남아있지만 한도인 20조원은 물론 30조원을 넘어섰다. 신청 광풍의 원인은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금리는 1.85~2.20%(잠정치)로 주요 정책주택금융 상품 가운데 가장 낮다. 혜택이 큰 만큼 제외된 이들의 불만은 이미 넘쳐난다. 먼저 집이 없는 이들이다. 집을 사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보증부 전세자금대출도 최저 금리가 2.60%다. 정부는 담보가 있는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성격인 전세자금대출 금리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라고 항변하지만 유주택자보다는 무주택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야 하는게 보다 '서민적인 정책'이다. 다음은 다른 조건은 맞지만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받아 제외된 이들이다. 특히 향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며 고정금리로 갈아타라던 정부의 방침을 곧이 곧대로 따랐다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속이 더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이번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이다. 지금 이런 속도라면 신청 규모가 40조원이 넘는다. 한도 20조원에 대해 신청자 중 낮은 주택 가격 순으로 대출심사가 진행된다. 매일 몇 만명이 넘는 대기를 기다려 신청하고도 상당수는 탈락한다는 의미다. 일단 신청을 받고 탈락자를 만들기보다는 수요를 좀 더 정확히 파악했어야 했다. 무조건 더 좋은 혜택보다는 한층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2019-09-25 15:11: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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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국 정국'에 묻힌 '민생·경제 법안' 통과는 언제?

여야가 이번 주부터 열리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또 한번 '조국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은 대정부 질문을 '조국 청문회 2라운드'로 삼고 있다. 조 장관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길어지면서 20대 국회가 중요 민생 법안들을 방치한 역대 최악의 국회가 되리라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실제로 23일 기준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29.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역대 국회와 비교해도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 이후 최악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주요 입법과제로는 일본수출규제 대응과 경제활성화법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확산,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피격으로 인한 국제유가 폭등, 주52시간제 시행은 앞두고 시행예정인 탄력근로제 등 국회에서 처리를 해야하는 사안 등 주요 민생법안 등이 산더미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조국 정국'으로 인한 여야 정쟁으로 민생은 또다시 외면받는다는 것이다. 법안은 밀려 있는데 시간은 없다. 26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 10월2~21일까지 국정감사, 10월22일 예산안시정연설, 10월28~3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10월31일쯤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12월10일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본회의를 열 수 있는 날도 많지 않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일하는 국회는 사실상 두 달 남짓 남았다. 정기국회 전망은 밝지 않다. 정기국회 문을 열었지만 여야 모두 '조국 블랙홀'에 빠졌다. '제2의 조국 청문회' '조국 국감'을 공언하며 야당은 연일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나름 그들만의 '비장한' 대결구도이긴 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심의 뜻은 '조국 블랙홀'을 넘어 민생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소모적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은 즉각 민심을 정반대로 평가하며 반발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정국 혼란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유체 이탈, 뻔뻔함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쏘아 붙였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조국 블랙홀'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누구인지 민심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정치가 민심을 헤아려야 할 때"라고 여당의 민심 독해법을 정면 비판했다. "경기 하락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경제 이슈와 관련된 논의 자체가 실종된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다"라고 최근 말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이 정치권을 빼곤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일에는 '경·중'이 있다. 물론 관점에 따라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지는 다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나라 경제를 이끌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한 일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2019-09-23 15:07:10 손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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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업의 비밀

금융사가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이 종이조각이 되는 사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돈을 날린 고객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또한 낯설지 않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업계에 '불완전 판매' 경계령이 내려진다. 고객에게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시키고,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불완전 판매'가 문제였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할 때 "고객님, 독일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6개월 만에 원금의 60%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이렇게 팔았다면 누가 해당 상품에 투자를 했겠는가. 해당 사태는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을 했는지'에 중점을 두면 안된다. 판매 직원이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했는 지, 상품 자체가 합당했는 지를 밝혀야 한다. 업계에서는 해당 파생결합증권(DLS), DLF 상품이 "판매사에게만 좋은 상품이지, 상품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한다. 기대 수익률은 겨우 적금 금리수준인데, 손실의 폭이 넓다. 이렇게 쉽게 60%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최소 30%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금융투자업계의 공공연한 '영업의 비밀'을 뜯어고칠 기회가 돼야 한다. 대부분의 금융업계 직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지만, 일부는 본인에게 많은 판매 수수료가 떨어지는 상품을 제일 먼저 권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펀드나 파생상품 마다 판매 인센티브가 다르기 때문이다. 추천 상품은 기대 수익률 순이 아니라 인센티브가 많은 순일 수 있다. 일부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들은 "조금만 공부를 해봤으면 해당 상품이 고객에게 추천할 만한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점장이 작정하고 영업경쟁을 시키는 전략 상품이라면 알면서도 경쟁적으로 고객에게 팔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권하는 방식이 문제가 아니다. 판매 구조, 인센티브 구조 등 금융업계의 '영업의 비밀'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발화점이다.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이러한 비극은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2019-09-22 15:26:09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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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박근혜 전 대통령은 올해 안에 나올까

올해 초부터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형 집행정지'로 연말에 석방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형 집행정지'는 형사소송법 471조에 의해 인도적 차원에서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여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검사의 지휘에 의해 형벌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다. 박 전 대통령 석방 여부와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가장 많이 나온 주장은 문재인 정부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 친박계와 비박계 갈등을 야기하기 위해서란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 석방으로 보수권은 분열할 것이고, 영어의 몸에서 자연인으로 신분이 바뀐 박 대통령이 "보수 통합"이라고 한 마디만 해도 자중지란 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재심에서 형을 확정받을 경우 기결수 신분이 된다. 기결수가 될 경우 대통령 특별사면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 카드를 꺼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런 전략은 제6공화국 때 처음 나왔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두환 정부는 김대중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을 석방했다. 13대 대선은 대한민국 최초의 직선제 선거이자 전두환 정권의 종식을 알릴 중요한 선거였다. 하지만 야권 대선주자인 김대중 의장과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여당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후보가 36.7%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2위는 김영삼 총재 28%, 3위는 김대중 의장 27.1%로 단일화를 이뤘다면 정권 교체가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일은 19일 기준 903일째다. 구속된 역대 대통령 중 최장기 구금을 기록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751일 만에, 노 전 대통령도 768일 만에 나왔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동결견(오십견)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 중이다. 구속 집행은 정지됐지만, 형 집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석방될까. 결론은 단연 아무도 모른다. 보수권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자유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메트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연말에 나올 것으로 본다"며 "현재 입원 절차도 사실상 석방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다른 한국당 재선 의원은 "병원 입원을 두고 석방으로까지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2019-09-19 15:31:29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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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패해도 '진짜' 괜찮아

"성공은 실패의 시체탑 위에 올려진 예쁜 조약돌이다. 성공과 실패가 이분법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 성공의 원재료는 실패다." 지난 8월,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에서 박병준 콜버스랩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연역법이 아닌 귀납법'이라 설명하며 실패가 쌓여야만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냥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보다 좀 더 가슴에 남았다. 박 대표는 "실패가 우리 사회의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의 말처럼 실패는 성공의 토대요, 사회적 자산이다.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은 순전히 운이다. 실패는 습관이 아닌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스타트업계와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입 모아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를 위해 오는 20일부터 3일간 '실패박람회'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실패박람회는 다양한 실패경험을 나누고 재도전을 장려해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공공캠페인이다.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좋다. 정부가 사회적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나선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런 실패박람회가 실패했을 때 실질적으로 다시 재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적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기 지원 프로그램보다 전시나 강연, 콘서트 등 문화 행사가 주를 이룬다. 말뿐인 응원이 아니라 실패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응원이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10일 열린 '재도전 기업인 간담회'에 참가한 박진영 엔닷캐드 대표는 "재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사업은 재도전 성공패키지가 유일하다"고 토로했다. 중기부 김학도 차관은 '재도전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도 예산 제출을 했는데 재도전 예산도 올해보다 확대해서 배정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창업 도전자들에게 진짜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 지원이 늘어 국민들이 실패해도 '진짜' 괜찮다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09-18 14:31:11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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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막아야

[기자수첩]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막아야 국내 축산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돼지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 30분 경기 파주시 한 돼지 농장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 해당 농장은 245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었다. 추석 연휴 기간 어미 돼지 5마리가 고열로 폐사하자 농장주는 전날 오후 6시께 방역 당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했다. 이후 경기도 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이 시료를 채취,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한 결과 폐사한 5마리 중 2마리를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으로 확정했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장과 농장주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 2곳의 돼지 3950마리에 대해 시료 채취하고 살처분을 하기로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된 감염원은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이다.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한 농장은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춰진 농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사는 창문이 없이 밀폐돼 있고,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쓰지 않는 곳이다. 아울러 야생 멧돼지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울타리가 쳐져 있고, 농장을 관리하는 농장주와 직원 5명은 올해 국외 여행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5월 30일 북한에서 발생했으며 앞서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 주변국에서 퍼졌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4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생긴 이후 돼지고깃값이 40% 넘게 오르는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고기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대한한돈협회와 관련 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소비 기피 심리가 급속히 확산하는 등 우리 축산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 심리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국내 축산업이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돈 농가 관계자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차단 방역 및 소독을 철저하는 한편 종사자 간의 직접적 교류를 자제하는 등 확산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나 하나쯤은 괜찮다는 생각은 엄청난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2019-09-17 14:52:58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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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껍데기만 남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개명이 한참 유행하던 때 나는 이름을 바꿨다. 한자 이름이 상용 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할 때마다 애를 먹었기 때문. 당시 이름만 바꾸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소문이 있어 기대를 품었지만 아쉽게도 한자이름 사용이 쉬워졌다는 점을 제외하곤 내 생활도 성격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공공기관은 요즘이 개명시즌인가 보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국정과제인 '비정규직 제로화'에 따라 공공기관 656곳 가운데 484곳이 정규직으로 이름을 바꿨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를 포함한 이들은 2020년까지 전환목표인 20만5000명 중 85.4%인 17만4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 현재 산은은 'KDB비즈', 기은은 'IBK서비스' 수은은 '수은플러스', 예보는 '예울FMC'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를 마련, 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파견·용역 노동자는 직접고용·자회사·사회적기업 세 가지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직접 고용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 퇴직충담금이 부채로 잡혀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작 이름이 바뀐 그들의 일상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들이 요구했던 임금·복지·고용안정 등 모든 것이 그대로다. 회사로 전환한 직원의 임금은 평균 10.96% 인상됐지만 외려 인상폭이 들쭉날쭉해졌다. 기초적인 복지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일부는 청소 근로자가 화장실 안 휴식공간에서 쉼을 청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자회사 중엔 쟁의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불만을 토로하기도 어렵다. 자회사 설립 및 위탁의 근거가 없다보니 정권 기조가 바뀌거나 필요에 따라 해당 자회사는 언제든 매각될 수 있어 고용도 불안정하다. 그렇게 핑크빛 미래로 변화만 가득할 것 같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소문만 많던 빈껍데기가 됐다. 어느 누구도 정규직이라 말하고 있지만 정규직의 삶은 누리지 못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나 처럼 단순히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껄끄러워 바꾸기로 한 것이었던가. 공공기관을 앞세워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시한 이유가 무엇인 지 깊이 있게 돌아볼 때다.

2019-09-16 14:27:04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D(디플레이션)의 공포

이번에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 달성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 1930년대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시작됐다. 우리는 주변국 일본의 상황을 1990년대 초부터 지켜봤기 때문에 그 공포가 더욱 크다.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일본 최악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내수가 부진해지며 1999년부터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미뤘고, 기업은 매출이 줄며 시설과 인력에 투자를 못 했다.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현재는 어떤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저물가 흐름이 지속되며 연간 물가 상승률은 0.7% 내외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1999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1%를 밑돌게 된다. 경제 성장세는 더욱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2%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9%로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춰 전망치를 1%대로 내려 잡았다.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등 외국계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진작부터 1%대였다. 이론상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저물가가 계속되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는 저물가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저물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 때문이며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도 근래의 저물가가 총체적인 수요 부족에 의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고, 일시적·정책적 요인에 따른 0%대 물가는 디플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진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 우리나라의 구조상 소비가 줄면서 투자가 감소하고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이 저물가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저성장, 저물가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2019-09-15 15:45:33 김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