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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도 나도 '에코모드'

국내 제조업계에서 부는 바람은 우리 생활 속에서도 불어야 한다. 자동차업계는 수소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액화석유가스(LPG)차량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친환경 대열에 합류했다. 조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LNG를 연료로 쓰는 LNG 추진선 건조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역시 연료소비율을 높이는 최첨단 항공기 도입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보호를 위한 목적 외에도 수익성 확대를 위한 마케팅 중 하나라고 보여 진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친환경'전략은 기업경영의 필수 요소로 간주해야 하는 게 옳다.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을 외치는 것과 달리 출근길 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과 담배꽁초를 보면 생활 속에서도 친환경이 실천되고 있는지 돌이켜 보게 된다. 보도블록을 걷다가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일부러 피해야 할 때도 있다. 하루 일과를 악취를 맡으며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친환경은 기업이 아닌 개인의 삶 속에서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미세먼지 없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정에 전기나 물 등 자원을 절약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작은 실천이지만 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작은 행동을 통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망가뜨린 환경은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가정에도 해를 입힌다. 우리가 먼저 뜻을 모으고 친환경을 실천한다면 미세먼지는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 시스템 개발이 필요가 없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다.

2019-07-24 14:21:00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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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층을 위한 금융

'포용적 금융'이 금융업계의 화두가 된 건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곳저곳에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체계가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을 위한 금융 체계가 필요한 지금이다. 20대 개인파산 신청률이 5년새 30%나 증가했다. 59조원. 우리나라 20대들이 지고 있는 빚을 다 합치면 이렇게 엄청난 금액이 된다. 학생이나 근로자가 아닌 20대 청년층의 경우 공적지원도 받기 어려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청년 채무자를 위한 공적지원이 대부분 학생과 근로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니지 않거나 근로소득이 없는 청년층은 고금리 불법대출로 내몰린다. 청년층을 위한 금융 체계가 허술함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 금융상담 기관에서 운영되는 청년층 대상 프로그램 대부분은 단순 교육과 안내 등에 치중돼 있어 효용성이 부족하다. 한 민간신용상담기관 관계자는 "기존 신용상담기관은 권위적인 부분이 많고,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알려주기 보다는 하면 안되는 것들 위주로 알려주기 때문에 현재 금융 체계에서 청년들이 위축되기 쉽다"며 "서민금융지원센터·신용회복위원회·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 등의 공적상담기관이 있으나 청년들 중 상당수가 이들 기관에서 채무상담을 받는 것을 꺼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년층을 이해하는 신용상담 기관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부채 등 생활경제 문제 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미래 설계와 같은 생활경제 역량을 향상시키는 상담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들을 위한 대안신용평가도 필요하다. 대출 이력 등 금융 거래 정보가 부족한 청년층의 경우 대부분 낮은 신용등급을 받기 때문이다. 한 대안신용평가사 대표는 "단순히 금융 거래 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년층이 고금리 대출로 내몰려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부분이 신 파일러인 청년층을 위한 대안신용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체계를 만드는 일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금융회사에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준다. 인식과 기술의 발전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포용적 금융'이 등장하는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

2019-07-23 10:40:30 홍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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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文대통령과 美트럼프의 불편한 '편가르기'

최근 국제뉴스를 살펴보면 주요 정상들의 편가르기 발언이 구설에 오르내리는 점을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구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민주당에서 활발한 의정 행보를 걷고 있는 '초선 유색 여성의원 4명'을 겨냥해 "돌아가라"는 SNS 게시물을 올려 인종차별 논란을 자초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7일 선거유세에서는 지지자들 역시 "(유색 여성의원들을) 돌려보내라"라는 구호를 연호해 논란의 판을 더했다. 비슷한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공항 및 약산 김원봉 선생 발언이 그렇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부산을 방문해 '김해신공항 재검토'를 언급하며 동남권 신공항의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공항 문제는 지난 2006년을 시작해 선거철마다 지역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으나,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최종 결론이 난 바다. 그래선지 김광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의 신공항 재검토 발언 관련 '지역 편가르기 조장'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의 김원봉 선생 발언도 신공항 재검토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해 마침내 독립운동 역량이 집결했다"고 했다. 김원봉 선생은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인물이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고위직을 지내 현대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를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문 대통령의 김원봉 선생 발언은 야권으로부터 정쟁의 빌미가 됐다. 보수야권에서 문 대통령이 보수·진보 편가르기에 나섰다고 반발한 것이다. 그뿐인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게시한 '애국 및 이적(利敵)' 발언도 마찬가지다. 조 수석은 "대한민국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며 "(한일갈등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라고 했다. 조 수석의 이러한 발언 역시 야권으로부터 정쟁의 빌미가 됐다. 주요 정상들 사이에 불고 있는 '편가르기 발언' 열풍은 언제쯤 식을 기미를 보일까. 그리고 주요 정상들 사이에서는 언제쯤 '상대방 아우르기 발언' 열풍이 일어날까. 귀추가 주목된다.

2019-07-22 12:02:10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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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리포트와 '신뢰'

"일본 무역 보복은 증시에 아무 영향이 없을 겁니다. 도리어 한국 부품 기업에 호재로 작용, 관련주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일본이 무역 보복을 시작한 뒤 '증시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한 말이다. 대부분의 리서치센터 연구원도 비슷한 말을 했고, 비슷한 내용의 리포트를 쏟아냈다. 이 같은 현상에 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조적인 말을 남겼다. "일본 무역 분쟁도 괜찮고, 미국 금리인하는 대박이고…리서치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 투자자들이 힘든 건 안중에도 없다." 기자 역시 취재를 하면서 리서치 연구원으로부터 (기업이나 시황에 대한)'부정적인 멘트'를 받는 게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한 번은 미국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을 한 데 따른 증시 전망 기사를 써야했다. 오전부터 바쁘게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에게 전화를 돌렸다. 부정적인 시각, 긍정적인 시각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부정적인 시각의 예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이기 때문에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정도. 결론적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로부터 부정적인 전망을 받아내는 것엔 실패했다. 모두가 다 '금리 동결이 유동성을 증가시켜 신흥국과 같은 한국증시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 증시는 그때보다 더 내렸다. 리포트의 신뢰도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이유는 분명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리서치 보고서(리포트)가 영업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식을 매도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순간 고객 돈이 빠져나가게 되는 역학관계에 있다. 신뢰도 제고의 대안으로 리포트의 '유료화'가 나온다. 외국계 보고서가 높은 신뢰도를 가진 비결이 유료화에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그날 한국 반도체 업종 주가는 우수수 떨어진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문제다. 유료화가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유료화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다. 기자는 닭(신뢰)이 먼저인 것 같다.

2019-07-16 10:06:23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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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의원, 왜 일 안 하나

"국회의원들 일 좀 하라고 해" 정치부 기자로서 주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일정은 누구보다 숨가쁘다. 기본 책무인 입법만 해도 여러 이해관계와 이견이 얽혀 있다. 300명의 헌법기관은 각자 가진 전략과 정략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선 명분이 있어야 하고 때론 음모도 있다. 의원회관에서는 법을 만들거나 고치기 위한 토론회가 하루 평균 대여섯 건 열린다. 대부분 의원실 주최로 열린다. 의원들은 토론회는 물론 민생 현장과 자신의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준 지역구도 찾아야 한다. 비례대표도 지역구 활동은 불가피하다. 연중에는 국가 예산을 심사하고, 행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국정감사도 열어야 한다. 정부 잘못을 호통치기 위해선 나름의 공부와 조사도 필요하다. 큰 사고가 날 경우 국정조사도 실시한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확인하고 국민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인사청문회도 연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은 왜 '일 안 한다'는 소리를 듣나. 국회 안팎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가면 사회자가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누구누구 의원님이 일정이 있으셔서…"이다. 행사가 열려도 의원 대부분은 불참하거나, 오더라도 축사만 하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태반이다. 의원이 직접 토론회를 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반영하겠다"던 그는 기념사진만 찍으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교수 등 참석자는 토론회를 마쳐도 주최자가 없어 서로 어색하게 인사한 후 자리를 뜬다. 민망하다는 듯 나가는 뒷모습이 불쌍할 때도 있다. 당 지도부의 형식적인 행사 참여도 문제다. 한 정당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해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더니 얘기만 하다 회장을 떠났다. 또다른 대표는 "서민 목소리를 듣겠다"며 지하철을 탔지만, 앉아서 앞만 보고 가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뭇매를 맞았다. 조찬 행사, 의원총회,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지역 민원 해결, 토론회, 정부 감시, 의정 활동을 위한 여러 회동까지 고려하면 국회의원에게 24시간은 부족하다. 하지만 과도한 일정은 오히려 진정성을 가리고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입법 토론회에 참석했다. 의원 10여명이 왔지만, 주최자를 비롯해 모두 떠나고 한 사람만 자리를 지켰다. 그 의원에게 '왜 끝까지 남아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 임무니까"라는 짧게 답변하고 다음 일정에 나섰다. '당연한 상황'은 이제 '이례적 상황'이 됐고, 국민 가슴엔 상처만 남고 있다. 지금 국회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2019-07-15 12:53:09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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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성기업 역차별 시대

"여성 경제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회의 때마다 여성 기업인에 대한 지위 향상, 정책 지원에 대해 많이 말씀을 하시고, 또 여성 장관인 박영선 장관께서는 그 부분을 다 받아서 해결해주시더라구요. 이제 남성 기업인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10일 '제23회 여성경제인의 날'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147만 여성 경제인을 응원하기 위한 자리에서 여성 기업을 위해 남성 기업인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 '농담'삼아 나온 것이다. 정말 여성 기업인의 지위가 남성 기업인을 역차별할만큼 올라선 것일까. 이날 행사를 시작하며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여성경제 참가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나 OECD 국가 기준으로 비교해 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경제참가율을 59%에서 OECD 평균 수준인 6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5월 24일, 박영선 장관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찾았다. 간담회를 열고 여성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의준 상근부회장은 말했다. "역대 장관 취임하신 후 여성기업을 찾기까지 평균 5개월이 걸렸는데 (박영선 장관은) 한 달 반만에 여길 오셨다. 여성 장관이 오시니까 저희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 경제인들은 이제 OECD '평균'까지 가보자 말한다. 여성 장관이 취임해서야 대우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여성 기업인의 목소리를 3개월 반 먼저 들어준 것만으로도 차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여성경제인의 날 축하 영상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말했다. "여전히 많은 불편과 차별이 여성 경제인을 짓누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성 경제인을 짓누르는 돌이 아주 조금 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역차별'이라 말할 수 있을까.

2019-07-14 16:02:49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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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사고 폐지 논란

최근 자사고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자는 자사고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찾아봤다. 자율사립고등학교.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과과정 등을 확대한 형태를 의미한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보다 자율성을 더 보장해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있는 교육 과정을 실시할 수 있다.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 재단 전입금으로 학교가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다. 기자는 중학교 졸업식 때 고등학교를 임의로 '배정' 받아 학교에 진학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입시는 한 학생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즉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가 학교 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자사고 폐지 논란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고등학교 비평준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자사고 제도가 들어섰을 때 설립 취지는 '질 좋은 우수학교를 많이 만든다'였다. 하지만 현재 자사고 내부를 들여다보면 '질 좋은 학교=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을 우선시하는 학교'라는 공식을 피하지 못한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데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보니 결국 대학 입시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자사고의 대학 진학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는 고교서열화로 이어진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올 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SKY캐슬'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는 이유다. 돈, 명예 모두를 갖춘 부모들이 자녀에게 각종 사교육을 받게하고 서울대학교에 보내려는 이 드라마의 내용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사고든 일반고든 핵심은 '교육'이다. 중요한 것은 자사고 폐지가 우선이 아니라 일반고 발전을 위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우선이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정과 그들의 니즈를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교육정상화를 위한 이 과정이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2019-07-11 17:07:18 김유진 기자
[기자수첩] 금리 내리라는 정부

정부가 지난 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낮췄다. 고작 0.2%포인트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등이 2.1%, JP모건이 2.2%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심지어 모건스탠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췄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각각 2.1%, 2.3%, 2.0%로 내렸다. 일각에서는 2%대 중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낙관을 하고 있다. 막연하게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효과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최근에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세제지원방안, 각종 투자지원 프로젝트 등이 차질없이 추진되고 국회에 계류 중인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조속히 통과될 경우 2% 중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세제지원안은 경기 부양 효과가 최대 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난 4월 25일 제출된 추경안은 3달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9일에 추경안을 의결하겠다지만 정부가 목표했던 5월을 한참 지난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와중에 경제수장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여러 가지 경제여건이 변화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변화한 여건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만약에라도 (가계부채 증가 등과) 관련 우려가 있다면 우리 장치를 동원해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은 정책수단을 동원해 차단할 수 있으니 금리를 내리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리를 내려서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하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분위기에 고민이 큰 모양이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오는 18일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으로 쏠린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0.1~0.2%포인트 낮춘 후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9-07-09 16:04:47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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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숙인과 노숙자

"노숙인을 노숙자라고 해야 더 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난 3일 한 열혈 독자로부터 '노숙자'라는 표현을 '노숙인'으로 고쳐 써달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는 "노숙자라고 표현해야 마음이 편한가요? 장애인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장애자라고 하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쓰시죠? 근데 왜 노숙자라고 썼나요?"라며 "이젠 생각을 좀 바꾸고 기사를 쓰시죠"라고 일갈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장애인 관련 기사에 장애자라고 적은 기억이 없었다. 노숙자라는 표현이 노숙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인지 궁금해 국립국어원에 문의해봤다. 국립국어원은 "노숙자와 노숙인은 비슷한 말이며 노숙자가 낮춤말은 아니"라며 "둘 다 쓸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노숙자와 노숙인은 '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장애인과 장애자와 관련해서는 "어감에 따라 더 잘 선택되는 표현이 있는 듯하나 두 단어 중 어떤 것이 더 낮춰 이른다든지 하는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비하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단어 선택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관습을 방패막이로 삼아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표현이 난무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1월 28일부터 2월 22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온라인 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가족호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이 성차별적인 호칭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라고 높여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라고 낮춰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8.4%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조사 첫날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참여자가 몰렸으며 26일간 총 3만8564명이 의견을 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지난 6월 일상에서 쓰이는 성차별적인 단어를 성평등한 단어로 바꾸기 위해 시민 의견을 모았다. 시민들은 '김여사'를 '운전미숙자'로, '효자상품'을 '인기상품'으로, '분자'와 '분모'를 '윗수'와 '아랫수'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널리 알린 사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라며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숨겨져 있던 잔혹함이나 부패를 세상에 드러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족 상봉'을 '연쇄 이주'로, 조지 W. 부시는 '고문'을 '선진 심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지금 이름들의 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2019-07-08 14:05:1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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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적전분열, 누가 웃을까

정부와 재계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정부가 발 빠르게 연간 1조원을 투입하겠다며 장기 계획을 마련해냈고, 재계도 정부 조치를 환경하며 대응책 마련에 함꼐 고심하고 있다. 정재계가 관계를 개선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태도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에 초대하며 소통 강화를 선언한 데 이어, 삼성전자 사업장에 방문하는 등 지원도 이어왔다. 재계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133조원 투자에 수십만명 고용 효과 창출을 약속했고, 그 밖에 재계도 고용 창출을 위한 노력에 한 뜻을 모았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민간 외교관'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글로벌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인도와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신흥국가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관계를 돈독히 하며 정상회담에서도 역할을 맡았다. 한일 무역분쟁에서도 이 부회장 역할이 크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재계 총수들과 만남을 주선하며 해답을 모색할 기회를 마련한 데 이어,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대응 방안도 직접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이사를 한달여만에 다시 소환하면서다. 문제는 검찰이 여전히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대표들이 여럿 고강도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대부분 정황 증거만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재계가 그럴듯한 하모니를 내는 상황에서 여전히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각자 역할이 나눠져 있기야 할테지만,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봐야 한다. 무의미하게 늘어지는 대법원 판결, 표적을 정해놓은 무분별한 소환조사, 정치계에서 던지는 여론 몰이까지. 누가 웃을 일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2019-07-07 17:04:39 김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