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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혁신의 '빛'과 '그늘'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23일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기조연설은 그가 평소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빛'보다 '그늘'에 무게가 실렸다. 최 위원장과 '타다' 이재웅 대표의 설전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에 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고, 최 위원장을 이를 정면으로 겨냥해 전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타다 대표가 택시업계에 내뱉고 있는 거친 언사는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또 "택시업계는 공유경제, 혁신사업의 피해를 직접 입는 계층"이라며 "이들은 기존 법과 사회질서를 지키며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인데 이들에 대해 최소한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최 위원장도 그간 핀테크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법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 규제 샌드박스의 시행까지 금융혁신을 위해 전력질주를 해왔다. 그러나 반대편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 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사회의 발전은 혁신에서 시작되지만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비로소 사회전체의 번영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제한된 승객을 놓고 서로의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는 타다 논쟁은 '수축사회'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갈등이다. 한 단계 진보한 서비스며, 소비자들에게 더 큰 편익을 줄 수 있다고 해도 절대 선(善)은 아니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저서 '수축사회'를 통해 "수축사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오직 생존으로, 패배자를 돌볼 의지나 여유가 없다"며 "원칙이 약화되면 사회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갈등만 양산하고 때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지적했다.

2019-05-23 13:37:1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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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또 미뤄진 주세법 개정

[기자수첩]또 미뤄진 주세법 개정 올해 초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정부의 주세 개편안 발표가 미뤄졌다. 지속되는 주세법 개정 연기 소식에 맥주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7일로 예정된 연구 보고서 제출 기한을 6월 말로 연기했다. 그들은 주세법 개정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발표를 미뤘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주류업계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법 개정 논의는 국내 맥주업계에서 수입 맥주와의 역차별을 주장하며 본격화됐다. 현재 주세는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에 세금이 붙는다. 이에 반해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세금을 매긴다. 수입 맥주는 국산 맥주와 다르게 홍보·판촉비용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때문에 국산 맥주업계는 수입 맥주가 '4캔에 1만원'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갔다며 하소연했다. 이런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알코올 도수나 양'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 주종의 형평성을 고려해 주세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업계의 이해관계를 풀지 못했다. 종량세로 전환하면 국산 맥주는 이득을 보지만, 서민들이 즐겨마시는 소주는 알코올 도수 높아 세금이 더 붙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전통주는 세금이 오르고 고급 와인은 세금이 줄 수도 있다. 맥주만 종량세로 바꾸더라도 다른 주종과 맥주의 상대가격이 달라지는 문제도 복잡한게 사실이다. 특히 수제맥주업계가 주세법 개정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는 2014년 맥주 양조유통에 관한 주세법 개정 이후 7억원대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주조된 하우스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지속된 주세법 개정 연기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대기업과는 달리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소규모 브루어리에서는 현 종가세는 치명적이다. 가격경쟁이 불가는하기 때문이다. 현 주세법상 출고가에는 인건비도 포함된다. 직원 임금이 인상되면 세금도 늘어난다. 정부가 주종별로 업계 입장이 다른데 한 번에 주세법을 개편하려다가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처럼 한 번에 해결하기 보다 우선 순위를 두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2019-05-21 17:07:52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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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대로된 채무조정제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다니엘은 치매걸린 아내를 병 수발 하다 전 재산이 바닥난다. 40년 목수생활로 얻은 것은 심장병 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니엘은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기관을 찾는다. 기관 직원은 다니엘에게 컴퓨터를 이용해 신청서를 접수하고 구직활동을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컴맹인 다니엘은 컴퓨터를 배우고 신청하는데 기간이 걸렸고, 기관은 다니엘이 비협조적이라며 실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며칠 전 정부가 지원하는 채무조정제도를 알기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다. 직원은 채무와 수입을 듣더니 "한 달에 80만~100만원씩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매달 내는 금액치곤 부담스러웠던 나는 "기간이 최대 10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좀 늘려서 갚을 순 없냐"고 물었다. 하지만 직원은 "최저 생계비 제외한 금액은 다 내야하고, 기간은 늘릴 수 없다"며 "부양 가족이 있으면 좀 줄어들 수 있는데 있냐"고 답했다. 나에겐 부양가족 만큼 돈이 들지만 부양가족 기준에 맞지 않는 반려견이 있다. 말하지 못했지만 반려견이 아프기라도 해 상환이 미뤄지면 의도치 않게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커보였다. 월 상환금을 낮추고 기간을 늘렸으면 했지만 직원은 먹고 살기위해 드는 최저의 생계비가 최대 생계비로 보이는 듯 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한 농로 렌터카에서 30대 부부와 4살, 2살 짜리 아이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던 중 실직하는 바람에 변제금을 갚을 수 없어 막막했다고 한다. 변제금을 연체하게 되면, 개인회생은 중단되고 원금과 이자를 다시 갚아야 한다. 지난 1분기 개인회생 신청자 2만 3319명 중 기각되거나 불인가 된 경우는 7628명. 개인회생 중이더라도 변제금을 상환하지 못해 중도 폐지되는 경우도 3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자의 상환·재기 의지와 달리 일정 기준에 맞지 않거나 변제금이 부담돼 제도가 폐지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기계적으로 기준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 개개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채무자 중심의 제도로 탈바꿈하겠다." 지난 2월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위 관계자는 말했다. 과연 채무자 중심의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지, 채무자의 재기를 위한 기준이 맞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때다.

2019-05-20 15:29:41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한은의 '진짜' 속마음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축소)을 정말 추진할 계획이 없을까. 하고는 싶지만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이주열 총재의 입에서 시작된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을 지켜보면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토론회에서 박운섭 한은 발권국장이 토론 패널이 아닌 청중으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 국회가 논의를 주도해 공론화해 달라." 이는 추진 계획이 없다는 한은의 공식 입장과 대조되는 발언이다.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 관계자가 토론회에서 개별 참석자로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을 놓고 한은의 '진짜' 속마음은 화폐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국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듯하자 한은 공보관 측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와 관련해 한은은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이 없으며, 기대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은은 매번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된 질문에 "논의할 때가 됐다"고 답하면서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2015년에도 화폐개혁 문제가 거론되자 "가까운 시일 내에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는 정치권, 금융권, 학계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큰 주제다. 이를 담당하는 한은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눈치보지 말고 명확한 입장, 태도를 보일 때다.

2019-05-19 15:13:08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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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수당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사과문

지난 14일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 10명 중 4명이 취·창업에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청년들이 이뤄낸 성과가 반가우면서도 이런 지표가 나오게 된 작금의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에게 한 달에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5월 '서울시의 수상한 청년수당 정책··· 취업률 조사도 안 해'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서울시가 청년수당의 성과 지표인 취업률을 조사하지 않아 무상복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사업 참가자들이 지원금을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원·교재비가 아닌 생활비로 쓰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2017년 청년수당 사용 비율을 보면 생활비는 41.4%로 학원·교재비(36.5%)보다 4.9%포인트 높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생활비도 크게 봤을 때 구직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라며 "청년수당은 청년들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 이들이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취업 성공률이라는 숫자보다는 어떤 구직 상태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취업자 수만으로는 청년들이 진짜로 원했던 직업인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취업인지 등을 알 수 없다. 일자리의 질까지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비록 서울시의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의 기사를 쓰긴 했지만 사업 취지에 깊이 공감했고 '지금처럼 취업률 조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틀 전 서울시가 2017년 청년수당 참여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해 취업 상태에 있는 청년은 38.7%, 창업을 한 청년은 2.1%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취·창업에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 청년들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청년수당을 받은 후 취업에 성공했냐'는 물음에 "아직…"이라고 답했을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청년수당 지원금 종료 후 변화를 묻자 한 참가자는 "생활에 엄청난 변화는 없을 것 같기는 한데… 동기부여가 더 될 것 같다. 수당이 딱 끝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 천천히 걸었으니까 달려나가야겠다는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에게 사채업자처럼 빨리 취업해서 사회에 진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 건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2019-05-16 14:55:2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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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리포트 유료화

몇달 전 영국에서 공부중인 한 친구에게 런던 경제지에 실리는 애널리스트 사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매체가 증권 리포트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 중에 가장 정확도가 떨어진 애널리스트를 한 명 선정해 한 주에 한 번 꼴로 신문에 얼굴을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초상권,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흉악범의 얼굴도 공개하지 않는데 우리 정서와 너무 안맞지 않냐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최근 국내 증권업계에 리서치 유료화 바람이 불면서 다시금 그때의 대화가 떠올랐다. 리서치센터 보고서를 돈을 내지 않아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선 증권사 보고서가 유료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그런 신문지면 또한 발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행하는 보고서가 국내에서도 천천히 유료화로 접근하고 있다. 독립리서치 기관은 지난해 말부터 유료화로 전환했고 최근 KB증권은 리서치 보고서의 열람 방식을 '다운로드'에서 '뷰어 열람'으로 바꿨다. 이는 리포트의 무단재배포를 방지해 주는 효과가 있다. 또 KB증권은 네이버 증권에 보고서 제공을 중단하기도 했다. 콘텐츠에 높은 가치가 있는 리포트라면, 또는 충분히 비용을 지불할 만한 리포트라면 기자는 유료화 접근에 찬성 표를 던지고 싶다. 매일 수 십개, 많게는 수 백개씩 쏟아지는 '매수' 의견 리포트가 너무나도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리서치 유료화로 가는 과도기에서 가장 부각되어야 할 포인트는 '신뢰'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수익을 위해 유료로 탈바꿈하기에는 시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국내에서 돈을 주고 리포트를 찾는 수요가 없지는 않다. 투자자들이 리포트의 가치를 지금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그 신뢰가 큰 수익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2019-05-14 16:31:40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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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목마른 자가 '영혼'을 보낸다

최근 영화 관객들 사이에 '영혼 보내기'라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이는 직접 극장을 가지 않더라도 티켓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영혼 보내기의 타깃이 '여성 영화'일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한국 영화계에 지친 여성들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이 대표적인 수혜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었던 데엔 팬들의 힘이 컸다. 여성 배우 주연,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이 투자·배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이 직접 움직여 흥행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도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걸캅스'는 개봉일인 9일에만 7만472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걸캅스'는 제목처럼 두 여성 배우(라미란, 이성경)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개봉 전부터 불거진 '젠더 이슈'로 인해 평점 테러를 받기도 했으나, 개봉 이후 지난 11일까지 누적관객수 38만8677명을 기록하며 2위를 수성 중이다. 이는 여성 서사에 목 말랐던 여성들이 연대를 통해 우물을 판 사례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투자·배급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 여기에 흥행마저 보장되지 않으면 또 다른 여성 영화가 탄생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팬들을 움직이게 했다. 일각에서는 영혼 보내기를 두고 '관객수 조작'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은 직접 돈을 주고 구매하며, 극장을 방문한 관객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티켓을 산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영혼 보내기를 위한 티켓 구매는 주로 관객이 드문 평일 오전 조조, 앞자리 좌석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영혼 보내기를 지지하는 이들은 방식에 대한 논란보다, 이 같은 문화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한국 영화계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영화도 돈이 된다'를 보여준 여성 연대가 더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할 때다.

2019-05-12 13:47:27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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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업계가 박양우 문체부 장관에게 거는 기대

"여태까지 많은 장관을 거쳐왔지만, 이렇게 업계 전반을 이해하는 장관은 처음이다. 원래 이런 말은 잘 안하지만 감동이었다." 9일 경기도 판교를 찾아 게임업계 첫 현장행보에 나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박 장관을 만난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앞으로의 박 장관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박 장관은 애초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넷마블, 위메이드, 네오위즈, 게임 관련 협회 관계자들과 업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날 박 장관은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자부심'을 여러번 강조했다. 사회에서 게임의 부정적인 면만 보기도 하지만 현재 '수출효자'로 부상한 게임을 만드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간 세간의 부정적 인식과 각종 규제에 얽매여있던 게임 종사자들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위로인 셈이다. 특히 이달 가시화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고, 게임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7년 새 높은 성장세를 이뤄 세계 게임 시장의 점유율 6%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 산업계는 이로 인해 게임 산업이 암초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2022년 질병코드화가 시행될 경우 향후 3년 간 3조8214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매출의 경제적 위축효과는 같은 기간 6조34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자부심도 무너질 수 있다. 게임 제작사들이 중독을 유발하는 이른바 '마약상'과 같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직업인 e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하루 10시간이 넘게 게임에 몰두한다. 수십억원대 연봉을 받는 화려한 e스포츠 선수들도 '환자'로 치부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박 장관은 "정부와 게임업계가 함께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부처 간 소통과 협업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박 장관은 다른 부처 장관에게 비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며 "게임 업계 전반의 규제에 대해 다른 부처와도 공식적으로 부탁하고 얘기를 끊임없이 하겠다고 강조한 점이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그간 정부에 냉소적이었던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게임 산업 진흥에 소극적이었던 이전 장관들과 다르게 기대감을 보이는 이유다.

2019-05-09 15:02:04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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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동킥보드 시장 커지는데 안전 대책은 뒷전

구입하지 않아도 물건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물건을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경제 개념이 등장하면서다. 그중 전동킥보드는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이동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걷기에는 힘들고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애매한 거리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전동 킥보드를 찾는다. 전동킥보드 업체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쏘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국내 모빌리티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도 공용 전동킥보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 달리 전동킥보드 시장을 키우는데 급급할 뿐 안전 문제는 뒷전인 모습이다.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사람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주행하는 등 위험천만해 보이는 상황이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는 불법이기도 하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해 인도에서 주행할 수 없다. 자전거도로 주행도 불가능했지만, 정부는 규제가 과하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시속 25㎞를 조건으로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에서 시속 25㎞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헬멧 착용도 필수지만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전동킥보드는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동킥보드 등이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225건으로 2017년 117건보다 92% 증가했다. 사망자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4명씩이었고, 작년에는 보행자 사망자 1명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적당한 대책 없이 방치한다면 사고는 증가할 것이다. 공유 모빌리티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전동 킥보드 등 이동 수단은 앞으로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하지만 안전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는 합리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속 25㎞ 속도 제한을 했지만, 이는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운행을 방해해 사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안전 의식도 중요하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착용하고 적정 시속을 지키는 등 안전 운행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9-05-08 16:53:20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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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시 30% 룰' 후폭풍, 대입 혼란 지속

[기자수첩] '정시 30% 룰' 후폭풍, 대입 혼란 지속 올해 고1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의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들은 수시모집으로 학생 선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른바 '정시 30% 룰'이 적용되면서 대학과 정부의 대립각이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와 대학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수험생들의 대입 혼란만 가중되는 양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에 수능위주 정시선발 비율을 30% 이상 늘리라고 권고했다. 이를 어기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패널티를 주겠다고도 압박했다. 연간 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이 사업은 정부가 대학에 주는 재정지원사업 중 입시와 관련한 유일한 사업이다. 실제로 7일 발표된 이 사업의 계속지원 여부를 정하는 중간평가 결과 고려대 등 10개 대학이 탈락했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지난달 말 발표한 2021학년도 대입계획에서 정시는 늘리지 않고 학생부교과전형을 3배나 늘렸다가 교육부의 눈총을 받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급격한 대입 전형의 변화를 막기위해 2021학년도부터 대학들이 정시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려대 학생부교과전형의 전형요소를 보면 학생부 교과성적 60%, 서류평가 20%, 면접 20%이다. 대다수 지원자가 학생부 1등급인 걸 감안하면 서류평가와 면접에 당락이 정해진다. 교육부는 이 전형이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처럼 운영된다고 보고 탈락 사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러면서 교육부가 개별 대학의 전형유형과 선발방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입전형은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걸맞는 학생을 뽑아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는 첫 단추다. 때문에 법령에서도 대학의 대입전형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뿐 아니라 지방 소재 대학들도 '정시모집 30% 룰'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고3과 고2의 경우 2년 사이 약 11만명이 감소하면서 대학들은 수시모집에서 서둘러 학생들을 뽑으려 하지만, 정시모집에서 일정수준 이상 뽑을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지방 대학들은 수시모집 정원을 다 뽑지 못해 정시전형으로 이월해 모집하고 있다. 구태여 '정시 30% 룰'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정시 모집 인원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3일 이공계 출신 총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모든 재정지원사업의 틀을 대학이 지역과 산업계가 필요로하는 인재를 양성해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도록 하는데 맞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개별 대학의 전형요강의 토씨 하나까지 간섭하면서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2019-05-07 15:08:40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