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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미술, 때와 장소 가려야

"역이 깨끗해지고 동선이 편리해진 건 좋은데, 여기가 미술관이라는 건 좀···" 지난 14일 녹사평역에서 만난 한 시민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날 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녹사평역에 지하예술정원을 조성, 시민에게 공개했다. 시는 "단순히 지하철역에 미술작품을 추가한 것이 아닌 텅 빈 지하철역 공간 활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새로운 시도"라며 "미술작품이 기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역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자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했다. 시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역은 역일 뿐, 미술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미술 사업은 왜 시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문득 '1억4000만원 짜리 흉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철거된 조형물 '슈즈트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슈즈트리는 서울로7017 개장 기념 조형물이다. 작가는 3만켤레의 헌신발을 이용해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작품을 만들었다. 슈즈트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발냄새가 여기까지 난다', '쓰레기더미 같다' 등 혹평이 쏟아졌다. 결국 작품은 9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앞서 지난 2015년 서울시가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한강공원에 설치한 '괴물' 동상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모든 공공미술이 비난을 받는 건 아니다. 2014년 잠실 석촌호수에 띄워진 1t짜리 초대형 노란 고무오리는 한 달 만에 500만명의 사람을 끌어모으며 대흥행을 거뒀다. 순수한 동심을 환기하고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의도는 적중했다. 신문로에 설치된 '해머링 맨'(망치질하는 사람)도 노동의 가치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약 20년 동안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공공미술은 티피오(TPO)에 맞게 설치돼야 한다. 때와 장소, 상황을 가린 미술은 외면당하지 않고 시민과 호흡한다. 미국의 팝아티스트 카우스는 "나는 대중과의 소통, 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의 예술이 아니라 대중에게 항상 생생하게 다가오는 예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2019-03-21 15:44:2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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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봉 1억을 포기하는 이유

국내 산업계 인력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다. 상당수가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고급 인력들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관련 업계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로 떠나는 경우도 많아 인력 유출 우려도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은 높은 연봉에 복지까지 제공해주는데도 회사를, 나라를 떠나는 이유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사연이 숨어있었다. A사 직원들은 경영 실책에 대한 불만이 컸다. 잘못된 방침으로 사업이 크게 기울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은 직원들이 져야했다는 이유다. 성공한 사업 부문에서는 성과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설움이 있었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높은 성과급을 받았다며 실망했다. B사는 불공정한 인사 평가로 애사심을 버리는 일이 잦았다. 임원직 상당수를 타사나 그룹사에서 차지하는 탓에 일찌감치 승진에 대한 꿈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전문성 없는 임원들도 한 몫했다. C사는 과도한 근무 강도가 사람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여전히 주52시간 근무가 지켜지지 않았다. 많은 직원들이 업계 최고 수준 처우를 버리고 더 작은 업체로 떠나는 이유였다. 그나마 D사는 근무 만족도가 높은 대신, 더 큰 목표를 이루려는 직원들이 많았다. 처우가 좀 낮더라도 해외 기업이나 학계로 진출해 능력을 더 키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유가 다양하지만, 결국 회사를 떠나는 공통점은 자기 만족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삶의 목표로 설정하면서 '억대 연봉'을 포기할 자신감을 갖게 된 셈이다. 그렇게 떠난 사람들 상당수는 이제야 자기 삶을 찾았다며 행복한 모습이었다. 소문은 퍼지기 마련이다. 치열한 인력 유치전이 벌어지면서 함께 행복하자거나 꿈을 이뤄주겠다는 사탕발림이 이어지지만, 회사 말을 믿는 인재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지는 법이다. 좋은 인재를 찾기에 앞서 기존 직원들을 아껴주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2019-03-20 17:11:48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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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꿈꾼다

아마 초등학교 과학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과학선생님께서는 너무나 먼 옛날 이야기겠지만 '물'을 사먹는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물은 당연히 우리가 누려야 하는 자연의 하나였는데 자연환경이 파괴되면서 깨끗한 물에 가치가 더해졌고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상품이 됐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선생님께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인류가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없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공기'를 돈 주고 마시게 될 거라고 하셨다. 소설 같이 들었던 그 일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올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면서 수 많은 미세먼지를 온 몸으로 대응했다. 매일같이 긴급재난문자가 핸드폰을 울렸고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전하지 못했다. 눈은 너무 가려웠고 목이 찢어지게 아픈 날도 있었다. 매일 일회용 마스크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보건복지부에서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연일 계속 터져나왔다.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경유, 휘발유 차량보다 비교적 친환경적인 LPG 차량에 대한 규제가 전면 폐지되면서 다음주부터는 일반인들도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는 동시에 탈석탄정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LNG의 세금도 다음달부터 대폭 인하됐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과 실행이 본격화되고 있는 건 다행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건 국내 대책만 눈에 띄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중국은 미세먼지 발생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더 당당하게 중국에 책임을 묻고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한 외신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NASA가 미세먼지 원인 공동조사에 나서자 중국 매체가 '발끈'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이 계속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을 의심하지만 조사에서는 오히려 한국 국내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의 분석 결과 실제 중국발 미세먼지가 60%나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그야말로 '국가 재난'이고 국내 대책만으로는 해결점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산업부, 환경부의 발표가 아닌 중국과의 미세먼지 문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외교부의 발표를 기대하고 싶다.

2019-03-19 17:01:50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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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준영 몰카' 2차 가해 멈춰야

"정준영 동영상 봤어?" 최근 가수 정준영의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 파문 이후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다. 비단 동영상의 유무만이 아니다. 근거없는 소문을 바탕으로 영상 속 인물을 추측·특정해 진위여부를 묻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준영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관계 동영상 등 불법 촬영물을 수차례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정준영과 지인들의 카카오톡 내 대화는 충격적이다. '몰카'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이는 없고, 모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여성에 대한 품평은 물론, 서로 영상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정준영의 카카오톡 대화방 밖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준영의 주변 연예인,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애꿎게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몇몇 연예인은 악성 지라시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일명 '정준영 동영상'이 퍼졌다. 정준영과 여성 연예인의 성관계 영상이라는 이름 아래 조작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2차 가해가 이토록 만연한 이유는 일부 대중들이 이번 파문을 하나의 '오락거리' 정도로 인식한다는 데 있다. 지라시와 영상을 주고 받는 행위 속에서 범죄는 '일탈'로 희석되고, 피해자들은 지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단순한 연예인 성추문이 아니다. '몰카'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음에도 정준영과 지인들이 반성 없이 기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을 떠올려야 한다. 정준영과 지인들의 대화방에서 '몰카' 영상은 일종의 전리품이었다. '몰카'를 보내는 것을 마치 오락거리마냥 다루는가 하면, 영상을 보내는 행위로 영웅 심리를 표출하기도 했다. "얘는 신고 못한다"는 협박성 조롱도 흘러나왔다. 정준영 파문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남성 연대의 지리멸렬한 표본이다.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도구화하면서도 죄의식조차 없다. 지금껏 사회가 이러한 행태를 일탈로 간주해온 데 따른 결과다. 누군가에겐 가십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겐 평생 지울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고 정준영 파문의 본질을 봐야 할 때다.

2019-03-17 13:17:55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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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비스 특성 무시한 5G 요금제에 사업자만 '답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를 이달 안에 시작하지 못할 것으로 선언했지만 여전히 5G 홍보 열기가 뜨겁다. 설익은 과일에 기대만 높아지는 모양새다. 단말도 준비가 덜 됐지만, 가장 중요한 매듭이 여전히 풀려있다. 5G 요금제 책정 문제다. 정부는 5G 상용화를 미룬 이유로 단말 출시 지연과 요금제가 준비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5G 이용약관(요금제) 인가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다는이유에서다. 정부가 통신사의 요금제 인가 신청을 반려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비자단체들도 거들고 있다. 이날 소비자·시민단체는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텔레콤은 7만원 이상 가격대로만 구성된 5G 요금제안을 철회하고, 다양한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나온다. 5G 서비스는 롱텀에볼루션(LTE)의 프리미엄 버전 서비스이기 때문에 LTE와 같은 중저가 요금제가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에는 5G가 상용화 돼도 LTE와 같이 병행해서 이용하기 때문에 고용량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만 5G 요금제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특성은 뒤로 하고, 요금 가격만 따지고 있다"며 "5G 서비스 상용화 지연을 사업자에게 미루려는 처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5G 서비스가 상용화 하기도 전에 제 2차 요금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하는 셈이다. 5G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인 만큼 단말부터 기술, 콘텐츠, 요금제까지 모두 '새 판'을 짤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 최초 3월 5G 상용화가 무색한 만큼 정부도 급한 발걸음을 멈추고, 책임을 사업자에게 돌리는 것보다 새 판을 깔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야 할 때다.

2019-03-14 15:52:20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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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세먼지 특수 노리는 얄팍한 상술 버려야

집 밖으로 나가기 전 날씨를 확인할 때, 미세먼지 농도 확인을 필수적으로 하는 시대가 됐다. 연일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나오고, 미세먼지는 '나쁨' 상태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도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주변만 봐도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라는 단어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예전에는 미세먼지 상태가 나쁜 날에 돌아다녀도 몸에 큰 이상을 못 느꼈지만, 요즘 들어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면 목이 따끔거리고 기침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게 된 상황이다. 숨 쉬는 환경이 나빠진 만큼 공기청정기, 마스크 등 미세먼지 관련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세먼지 특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마켓과 옥션, 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달 28일부터 5일간 미세먼지 관련 용품 판매가 전주보다 최대 7배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비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공기청정기 제조업체는 판매가 급증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도 덩달아 활개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1팩에 25개의 마스크가 들어있는 제품의 가격을 하룻밤 사이 4000원 인상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대부분 마스크가 일회용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 포털사이트에서 가격을 보고 판매 사이트로 이동하면 가격이 몇 만원씩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다. 수요가 많은 틈을 타 수익을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가뜩이나 나빠진 공기질 때문에 답답한 소비자는 이런 상황에 직면해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한 업체의 잘못이 크다. 사실 미세먼지는 최근 몇 년 사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지만 과거부터 존재했고,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당장의 수익만을 바라볼지 미래를 바라볼지는 업체에 달렸다.

2019-03-13 17:17:49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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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입 발가벗기면, 사교육 잡을 수 있나

지난해 사교육비가 1년 만에 8000억원 오르는 등 3년 연속 증가세다. 증가폭도 전년보다 높아졌다. 사교육비 증가는 이미 예견됐다. 초중등 공교육의 변화와 대학 입시 제도 개편 등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1,2학년생은 유치원때 배우던 영어를 방과후학교에서 배우지 못했고, 올해 고 1,2,3학년은 모두 다른 대입을 치른다. 이들이 사교육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중등교육에선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학생 평가를 바꾸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데려가지 않으면 더 이상할 지경이다. 교육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혼란, 사교육비 증가 사태는 흡사 1990년대 초반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첫 세대가 겪은 혼란이나 이들이 졸업할 때 쯤 불어닥친 IMF 이후 극심한 취업난을 연상케 한다. IMF가 전 세계적인 불황 여파였고, 학령인구가 감소한 지금의 상황에서 사교육비가 오히려 증가한 건 그 때와는 다르다. 결국 사교육을 부추긴 건 오락가락 대입 정책이었던 셈이다. 통계상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보고 교과 당 고작 몇 만원씩 오른것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공교육으론 불안하다는 심리적 소모 비용을 더 주목해야 한다. 너도나도 사교육에 몰리면서 가정 형편에 따라 5배 정도 차이가 나는 사교육비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수도권의 유명한 학원가에서는 과목당 월 100만 원 정도를 학원비로 받는다. 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 경감 대책은 재탕이거나 실효성에 의심이 가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학원 등 교습비에 대한 점검도 그동안 여러차례 해왔지만, 사교육 수요를 낮추지 않는 이상 효과가 없다. 특히 대학의 신입생 선발 기준과 선발 결과를 모두 공개하는 건 대입에 사교육을 끼어들일 여지를 높일 수 있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기준을 제대로 공개하기 힘든 건 이때문이다. 대입 전형의 단순화는 대학의 학생 선발 변별력에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신중해야 한다. 대책이 또 다른 대책을 필요로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이 이정도라면, 내년에 나올 사교육비 통계가 올해보다 좋아질 지 의문이다. 교육과 교육·대입 정책은 다르다. '거꾸로 학습'이나 '융복합 교육' 등 교육계의 교수법 변화를 '교육실험'이라고 칭찬할 수는 있지만, 교육·대입 정책을 실험처럼 하면 안된다. 평등교육과 창의교육 등 명분있는 교육·대입정책도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부작용을 제거하는 장치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 미래 교육을 위한다고 현재 학생들의 교육을 희생시키지 말길 바란다.

2019-03-12 14:26:05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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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장애인일자리 저임금 굴레 여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용한파가 여전한 모습이다. 심지어 청년층에서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30~40대로 번지고 있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언제나 비장애인들보다 더 좁은 취업문으로 고통 받았던 장애인들의 고용한파는 더욱 매서울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18년도 4/4분기 장애인 구인·구직 및 취업동향'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장애인 취업자 수가 8476명으로 전년에 비해 44.7%나 증가하는 등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애인 일자리가 개선됐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을 한 장애인은 늘어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장애인 취업자 수의 절반이 넘은 인원이 여전히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취업자 중 임금 150~199만원이 3832명(45.2%), 50~99만원 1287명(15.2%), 100~149만원 620명(7.3%)이었고, 50만원 미만도 99명이나 됐다. 반면, 200~249만원은 6.7%(160명), 250만원 이상 2.7%(78명)에 불과했다. 또 취업자의 직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 종사자가 3083명(36.4%)으로 가장 많았고, 사무종사자 1647명(19.4%),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578명(6.8%), 서비스 종사자 431명(5.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개봉돼 사회적으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독립영화 '어른이 되면'은 시설에서 나와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장애인 탈시설화와 장애인복지의 실질적 개선에 대한 화두를 제시했다. 장애인 탈시설화와 복지의 최우선 과제는 역시 질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시혜적 정책들 보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경제적 주체가 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정부가 장애인의 취업자 수를 늘리는 것 보다 장애인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데 더욱 신경쓰길 기대한다.

2019-03-11 10:35:43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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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상한 나라의 전세제도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예요." 최근 불거진 '역전세', '깡통전세' 현상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해법·조언 등을 구할 때면 종종 돌아오는 대답이다. 우리나라에선 주택 거래 유형이 크게 매매, 전세, 월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전세와 월세는 '렌트(rent)'의 개념이다. 매매값의 절반 수준 정도를 전세보증금으로 내면 일정 계약기간 집을 빌려 쓸 수 있고, 계약이 만료되는 날 임대인으로부터 다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제도를 '획기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 때 건설경기 부흥을 위해 도입돼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고, 세입자는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순(順)기능'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맹점도 크다.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벌어진 수많은 피해들이 대표적이 예다. 최근엔 전세보증금 보증 보험 등 임차인 보호 제도가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전세 계약 만료일에 임대인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돈을 받아내는 법적 제도가 전무하다. 전세금을 받으려면 긴 싸움에 거쳐 법정 싸움을 하거나, 그 과정에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등 다양한 피해사례가 있다. 주택 투기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세를 끼워 집을 사(갭투자)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웃돈을 붙여 파는 식이다. 최근 발생한 역전세난도 갭투자 등에서 비롯된 현상 중 하나다. 주택 시장에선 '대출 없이 현금으로 집 사면 등신'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저금리에 주택 가격이 치솟자 갭투자자들이 늘었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다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전세 물량이 많아지자 임대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전세보증금 마련하지 못해 곳곳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역전세는 집주인이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전셋값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07% 하락, 14주째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신규 분양가는 점점 높아지고, 서울 집값은 아주 천천히 조정될 뿐 여전히 수억원대서 요지부동이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역전세 현상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전세 제도의 근본적 맹점을 손봐야 할 때다.

2019-03-10 17:21:58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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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명박의 세 가지 약속

의자 등받이를 힘겹게 붙잡던 노신사가 결국 고집을 꺾고 자리에 앉았다. 변호인의 부축이 없으면 일어서지 못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석 허가 이유를 설명하는 재판부 앞 증언석에 힘 없이 주저앉았다. 6일 낮 12시 7분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원 밖으로 속보를 쏘아올린 기자들은 "(보증금 10억원 등) 조건을 받아들일 지 10분간 변호인과 상의하라"는 정준영 부장판사의 말에 멈칫했다. 휴정 시간 내내, 법정에선 "재판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는 측근들의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솔로몬이 내린 판단의 이면에는 감당하기 벅찬 약속의 무게가 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재판에서 느꼈겠지만, 재판은 현재의 피고인이 과거의 피고인과 대화하는 과정"이라며 "본인이 기소된 범죄 사실을 하나하나 다시 읽고 과거를 찬찬히 회고하라"고 당부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는 그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첫 문장은 이렇게 다시 쓰였다. 이번 보석의 핵심은 피고인의 방어권이다. 1심 당시 증인신청을 하지 않던 그의 태세 전환은 2심 시작과 동시에 비난을 샀다. 하지만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의 폐문부재(문 닫히고 사람이 없음), 구속 기한인 다음달 8일 전에 재판을 끝내자는 검찰의 태도를 보면, '피고인 이명박'을 향한 검지 손가락을 접게 된다. 그러니 이 전 대통령은 건강해야 한다. 매일 한 시간 넘게 운동하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라는 정 판사의 말은 조언이 아닌 명령에 가깝다. 재판부는 앞으로 소환을 피하는 증인에게 구인 목적의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법원이 4월 3일까지 소환한 증인만 9명에 이른다. 이제 이 전 대통령은 그들과 촌각을 다투는 기억 싸움을 벌여야 한다. 강훈 변호사가 강조했듯, 그의 뇌물·횡령 혐의를 가늠할 전달책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 회고록을 쓸 때 전직 대통령의 원칙은 명확했다.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인 참고가 될 것." 두 번째 회고록이 될 그의 재판에서, 법원의 엄포에 모습을 드러낼 공동 집필자들은 이 원칙을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 역시 책을 쓰던 6년 전의 그 약속을 떠올려야 한다.

2019-03-07 13:41:52 이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