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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최종구 위원장의 출마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요즘 왜 이렇게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는 거야? 진짜 출마하려는 거 아냐?." 요즘 금융업계 관계자들이나 기자들이 모이면 항상 나오는 얘기다. 최근 최종구 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출마설이 설(說)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진 것이다. 본격적으로 출마설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최 위원장이 강원 고성 산불현장을 찾으면서다. 최 위원장의 고향은 강원도다. 본관이 강릉이고 지역 명문고인 강릉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만큼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들리는 얘기로는 최 위원장이 강원 산불현장은 찾았지만 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것을 우려해서다. 최 위원장의 출마를 점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 위원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쏘카(SOCAR), 키코(KIKO)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택시업계와 쏘카·타다 사이 갈등을 놓고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0일에는 키코 사태에 대해 "키코가 분쟁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한다"며 키코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의 배상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동안 전광우,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 임종룡 등 역대 금융위원장 중 최 위원장처럼 공개적으로 자기 생각을 피력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또 최 위원장은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 이후 30년 이상 관직에만 있었고 말을 아끼는 관료로 평가돼 왔다. 그랬던 최 위원장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출마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최 위원장은 "내년 총선 출마 의향이 정말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의원 출마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같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면 논점이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며 말을 아꼈던 것과는 태도가 바뀌었다. 안타까운 것은 최 위원장의 출마설로 금융위 이슈가 정치화되고 금융당국 수장의 출마 여부에 시선이 너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 위원장의 임기는 아직 1년 넘게 남았다. 지난 2017년 취임 당시 내세웠던 생산적·포용적 금융은 어디로 갔을까.

2019-06-13 15:55:03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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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동천시(賤視)특별시, 서울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유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서울시청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영화가 현실에 그대로 재현돼 있다. "뼈 빠지게 일만 했다! 공무원은 더 이상 공무직을 무시하지 마라!" 서울시 공무직 노동자들은 오늘로 13일째 시청 앞에서 '서울시 공무직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이 공무직 차별 금지, 20년 이상 근속자 명예퇴직 수당 지급, 인사관리위원회에 공무직 노조 추천인 포함 등을 뼈대로 하는 공무직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청에서 일어나는 노조와 노조의 충돌은 을대을의 혈투가 벌어지는 영화 기생충 속 박 사장네 지하실을 떠올리게 한다. 서공노는 조례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시민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며 반발한다. 사실일까. 시의회가 출장여비, 명예퇴직수당 등 3개 항목에 대해 비용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1년에 22억5000만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이는 올해 서울시 예산 35조7843억원의 0.00628% 밖에 되지 않는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가 지난 2018년 27억원을 쏟아 부어 만든 종로구 창신동 이음피움 박물관이 더 혈세 낭비다. 올 1월 서울시의 박물관 입장객 현황에 의하면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방문객 수는 일 평균 49.95명이다. 하루에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노동자 수는 2061명(2019년 4월 기준)이다. 박물관을 짓는데 든 돈보다 17% 적은 비용으로 공무직 2000여명의 노동권을 1년 내 보장할 수 있다. 굳이 숫자로 일일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약간의 사고 능력이 있다면 공무직들의 이러한 요구가 정당하지 못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서공노는 4일 "떼쓰면 다 되는가? 그것이 민주주의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축축 처지는 출근길, 시청 앞 광장에 빨주노초파남보 고운 빛깔의 꽃을 심어 당신을 기분 좋게 한 게 누구인지, 청사 내 화장실은 어떻게 24시간 깨끗이 유지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 취재원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월급을 더 달라고, 복지를 좋게 해달라고 이러는 게 아니다. 바라는 것은 딱 하나, 당신의 동료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2019-06-12 14:30:2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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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미·중 갈등 속 노선 확실히 해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을 두고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용어는 아테네 출신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에서 비롯됐다. 기원전 5세기 기존 패권국이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중 갈등도 이와 유사하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가 계속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미국 유학과 관광 주의보를 내렸다. 무역 마찰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외교, 군사, 문화 등 전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의 양상 또한 두 나라를 넘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양국이 서로 자기 편에 줄을 서라며 세계 각국에 샌드위치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뉴질랜드·호주 등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은 화웨이 장비 배제에 동참하며 미국편에 줄섰다. 중국은 러시아와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진퇴양난이다. 어느 쪽을 택해도 손실이 예상된다. 미국 편에 서자니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우려되고, 중국 편에 서자니 국가의 안보가 걱정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새로운 형태의 냉전(A new kind of cold war)'이라는 기사에서 "패권 전쟁에 따라 중국이 미국 질서에 완전히 종속되거나 미국이 밀려나 쇠락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선택하기 어렵다고 해서 중립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경제, 안보와 관련해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속히 득실을 따져 노선을 정해야 한다. 다시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돌아가보자. 아테네의 동맹 제의를 거절하고 중립을 택한 멜로스는 그 후 스파르타에게도 버림받아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중립을 택했던 멜로스의 비극을 돌아봐야 할 때다.

2019-06-10 16:14:36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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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빠와 택배기사

누구나 들었을 법한 에피소드가 있다. '띵동' 소리에 딸이 "누구세요?"하고 반가운 얼굴로 달려나간다. 그러자 문을 열고 "나야"하고 아빠가 들어오자 딸이 반색이 돼 "에이씨"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를 손꼽아 기다렸던 딸과, 택배기사에 앞서 집에 온 아빠 사이에 벌어진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풍경을 담아낸 이야기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택배상자는 총 25억개까지 늘어났다. 2015년 당시만해도 18억개 정도였던 물량이 온라인 쇼핑몰 등의 급성장과 관련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전날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에 집에 도착하는 익일서비스까지 등장하며 유통·택배업은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아빠보다는 택배기사를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됐다. 위의 웃픈 이야기가 남의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주부는 남편보다 택배기사가 더 친해졌다는 우스개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뷰로 만난 한 청년 택배기사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놓고 하대하지 말아달라. 깔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슬픈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한 단독주택 1층에 택배를 놓고 돌아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택배상자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당 고객집으로 직접 찾아가 잃어버렸다는 택배를 찾아다녔다. 그 순간 집 한 쪽에 뜯겨진 택배상자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홈쇼핑에서 제법 비싼 제품을 주문한 고객이 물건만 챙기고 택배기사에게는 없어졌다고 거짓전화를 한 것이다. 기사는 자신이 물어줄 필요가 없어 안심하고 돌아섰지만 씁쓸한 마음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문제는 이런 '블랙컨슈머'가 적지 않다는 그의 말이다. 아빠에게도 택배기사와 같은 정도(?)의 반가움을 표해야겠지만 택배기사를 함부로 대하거나 낮추지 말아야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오늘 우리집에 찾아오는 택배기사는 누구에겐 아빠(엄마)이고, 누구에겐 아들(딸)이고, 누구에겐 남편(아내)이다.

2019-06-09 14:02:22 김승호 기자
[기자수첩] "언제까지 게임이 숨어야 하나요?"

"게임이 숨기만 해서 되나요. 이럴때일수록 더 열심히 해보려구요." 최근 기자와 만난 게임업계 홍보 관계자의 자조어린 목소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하며, 게임 업계가 한바탕 술렁였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한창 신작 고삐를 당겨야 하는데, 게임 질병코드 도입 이슈에 신작 이슈 또한 수면 아래 가라앉고 있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학계, 협·단체들 또한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한 토론회와 성명을 내며 게임 산업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출범했다. 협회·단체 56개와 경희대·중앙대 등 대학 관련 학과 33개가 모였다. 출범식은 검은 양복, 영정 등이 등장해 장례식을 방불케 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이 그만큼 게임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퍼포먼스다. 실제 WHO의 결정 이후 국내 게임 업계의 고민은 크다. 그간 셧다운제, 게임 결제한도 제한 등 규제에 갇혀 왔던 게임 산업이 침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쌓아온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또한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7% 증가한 59억2300만달러(약 6조698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질병코드화가 시행될 경우 향후 3년 간 3조8214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매출의 경제적 위축효과는 같은 기간 6조34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크게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자녀들의 게임 과몰입을 걱정하는 부모 세대와 게임을 놀이로 인식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세대 간의 간극도 크다. 게임 종사자를 비롯해 질병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시적으로 게임에 흥미를 느껴 몰입한 학생들도 '게임 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학계에서는 청소년기에 특정 콘텐츠나 대상에 몰입하는 것을 정상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 더구나 게임 과용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소이감, 과다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 심리적 성장 과정의 불안정성 등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질병분류코드(KCD)는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한다. WHO가 제시한 진단기준은 2025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6~7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게임이 더욱 음지로 숨게 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2019-06-04 15:53:59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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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엇이 갑이고 무엇이 을인가요?

"직원이 휴가계를 낼 때 궁금해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그 직원 입장에선 직장 상사가 이렇게 물어보는 게 사생활 침해라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만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직원들을 대하는 것에 대해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기도 하고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 질문을 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요즘엔 말만 조금 잘못해도 바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때문에 심지어 업무적으로 실수가 있어 지적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면 본인의 손해인데, 괜한 구설과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 굳이 말을 해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 임원뿐만이 아니다. 많은 직장 상사들이 비슷한 고충을 가지고 있었다. 상사로서 마땅히 지적해야 할 것을 말해줘도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일컫는 '갑질'의 반대말로 '을질'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물론 이런 단어들은 일부 몰지각한 상사들이 있었기에 나왔다. 예컨대 직원이 휴가를 쓰겠다고 할 때 단순한 질문을 넘어서 "여행 누구랑 가? 애인이랑 가? 애인은 좋겠다" 같이 도를 넘은 말을 내뱉는 사람들 때문이다. 누군가 하는 말이 나를 생각해주는 올바른 지적인지 그냥 트집을 잡는 등 부적절한 발언인지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랫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개념 없는 상사가 이렇게 많은가 싶지만, 본인이 잘못한 부분이 분명한데도 갑질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정말 많다. 일례로 IT 대기업에 다니는 A는 자율출퇴근제인 회사에 다니지만 어느 날 점심시간 이후까지도 출근을 못했다. 상사가 "왜 안나오느냐"고 묻자 관심이 싫었던 A는 "연차를 쓰겠다"는 답을 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냥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다 싫은 것이다. 이런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레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 중 가족보다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 동료인데 괴롭히거나 험담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예의와 의무를 지키면서 위아래에 상관없이 비판은 받아들이고 비난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갑질, 을질 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는 문화를 꿈꿔보고 싶은 오늘이다.

2019-06-03 17:28:51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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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능과 키높이 의자

[기자수첩] 수능과 키높이 의자 수능 시험장에서 땀을 흘리는 이는 수험생 말고도 이들이 공정하게 시험을 치르도록 돕는 수능 시험 감독관도 있다. 이들은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아 시험장 앞뒤에 두 명씩 배치된다. 수능 시험 감독관 유의사항을 보면 '감독관은 교실에서 정위치에 정자세로 서서 감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감독관들은 수학영역의 경우 100분을, 다른 과목까지 합쳐 3~4차례 꼿꼿이 서서 시험감독을 맡고 있다. 400분 내외 시간동안 정위치로 시험감독을 하다보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는게 교사들의 얘기다. 거의 매년 수능 감독관 중 쓰러지는 사고도 발생한다. 지난해엔 경기도 군포에서 수능 감독관이 쓰러져 급히 다른 감독관으로 교체된 일도 있다고 한다. 이 단체가 지난해 전국의 중등교사 5032명을 대상으로 수능 감독관 차출을 기피하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과도한 심리적 부담'과 '체력적 부담'이 각각 71.8%, 71.5%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시험감독관이 앉을 키높이 의자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험감독관 관리 업무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맡고 있는데, 교사들의 이런 요구에 묵묵부답이라는게 이들 교사의 주장이다. 교사들은 교육부 주무부서에 이 같은 내용을 수차례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답변조차 없어 30일부터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그 결과를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 단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용서 교사는 "수능시험 감독을 맡은 교사 중 다리가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교사에게 수능 감독은 육체적 고문과 마찬가지"라며 "답변조차 없는걸 보면 교원을 배려하는 자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감독관이 2교시 이내로 업무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안내하고 있으나, 교육청별 사정에 따라 3~4교시를 맡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키높이의자도 검토했으나, 수능의 공정한 시행상 다수의 시도교육청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키높이의자보다는 수능 감독관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시험 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를 제공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국가적인 관심사인 수능의 공정성을 위해 투입되는 교사들의 소박하지만 절실한 요청인만큼 교육부의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2019-05-30 18:08:0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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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중공업 노조,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대화를 통한 타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총을 든 상대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풀고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폭력은 답이 아니다. 지난 22일 낮 현대 계동 사옥 앞은 물적분할 반대를 외치는 현대중공업 노조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단시간 안에 끝날 줄 알았던 집회는 저녁까지 이어졌고 덕분에 계동 사옥 안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뒷문을 통해 퇴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골목을 지나는 일반시민들의 이맛살은 구겨져 있었다. 북촌한옥마을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던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어댔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총회장으로 예고된 한마음회관을 기습 점거해 출입문을 봉쇄한 뒤 외부 진입을 막고 있다. 한마음회관의 하루 이용객은 약 6000명이다. 이곳에는 커피숍, 식당 등 9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건물 3층에는 학교도 입주해있다.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업체와 학교는 휴업과 휴교를 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타인의 권리를 거리낌없이 침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과정에서 쇠파이프와 시너까지 보유한 정황이 드러난 사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28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울산에서 전국 지부장단 회의를 갖고, 현대중공업지부의 파업과 투쟁을 엄호·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지부 역시 29일 긴급성명서를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연대투쟁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로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평화적인 타협은 끈질긴 설득을 통해 이뤄진다. 주먹을 쥐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유혈사태만큼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다.

2019-05-29 15:18:36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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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무도 모르는 '공무원 보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일 발표한 '한미정상 대화록' 내용이 화제다. 실제 여권에서는 강 의원의 한미정상 대화록 공개를 '기밀유출'로, 야권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로 각각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한미정상 대화록보다 더 중요한 국민의 알 권리는 많다. 그중 하나는 '공무원 보수 공개'다. 이를 위해 정계에서는 최근 '공무원 보수 공개' 관련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생각해보자. 공무원 보수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지만, 실제 공무원 보수를 아는 국민들은 매우 드물다. 주변 지인들에게 관련 질문을 하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반대로 공무원 보수를 국민들이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요성에 대한 답변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무원 보수 공개 및 총 정원 규제 제도 개선' 토론회 때 등장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토론회 때 "공무원 1명을 고용하는데 얼마의 세금이 드는지 (국민들이) 모르는 게 21세기 민주국가에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가 아닌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나라"고 공무원 보수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피력했다. 이어 "(임금은) 직종별·직급별·호봉별·근속연수별·수당별로 상세히 공개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민들이 공무원 보수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공무원 증원에 따른 국가부채는 1700조원에 육박한다는 주장이 정계에서 제기된 점이다. 이 의원은 토론회 때 "(국가부채의) 55.9%는 공무원연금 때문"라고 했다. 그뿐인가. 정계에서는 수차례(노무현·박근혜 정부) 공무원 보수와 연관된 '연금 개혁'을 수술대에 올리곤 했다. 하지만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개혁은 공무원사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다. '시나브로'라는 말이 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공무원 보수에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공무원 보수는 어떻게 국가부채의 절반을 차지했는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무원사회에 돋보기를 비출 때가 됐다.

2019-05-27 07:00:00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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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르노삼성 노조 멀리보고 크게 생각해야

지난 2000년 9월 르노사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르노삼성 노사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으면서 당장 앞으로 생존 여부까지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2018년 임단협을 둘러싸고 첫 상견례 이후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파업(62차례, 2800억원 손실 추정)으로 내수시장에서도, 글로벌시장에서도 르노삼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SM6, QM6 등 신차 출시로 한 때 98%에 이르던 부산공장 가동률도 50%대가 무너지기 직전에 놓였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부산·경남 지역의 르노삼성 협력업체들도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일부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르노 본사에서도 노사 갈등 지속으로 안정적인 물량 생산이 불가피할 것을 예상하고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르노 본사가 유럽 수출물량 생산지를 기존 부산공장에서 스페인으로 선회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임단협이 장기화되자 르노삼성은 오는 9월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의 추가 물량 배정을 받지 못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10월 최대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로그는 현재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 상품이다. 르노삼성은 내년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쿠페형 크로스오버(CUV)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해서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녹록치 않다.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 가동률, 효율성 등을 이유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해외 물량을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는 신차 배정을 위한 요건이 임단협 타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해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이 '생산 절벽'을 이유로 부산공장의 추가적인 가동 중단 방침을 알리자 노조는 27일 천막농성과 지명파업으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또 노조는 생산성 향상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영과제가 된 상황에서 오히려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생산라인 속도 하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노사가 한 발씩 물러나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는 점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신차 물량 배정이 무산되고, 지속적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현재 수출물량까지 줄어든다면 부산공장 가동률이 3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GM 본사가 20%대의 가동률을 기록한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것처럼 르노 본사도 노사간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부산공장에 대한 최악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군산공장 1800명에 달하는 공장 직원이 한순간에 뿔뿔이 흩어진 만큼 부산공장 직원 2000여명의 운명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풀어나가야 한다.

2019-05-26 11:45:53 양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