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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넷플릭스가 메기라구요?"

국내 이동통신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를 끌여들어 인터넷TV(IPTV) 사업 육성에 본격 나서며 국내 콘텐츠·IPTV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메기효과를 일으키며 전반적인 콘텐츠 생태계 확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콘텐츠에 선의의 경쟁으로 투자와 제작에 생기를 불어넣어 다양하고 질높은 콘텐츠가 많아져 시청자 이익이 높아질 수 있는 선기능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콘텐츠 산업의 판도는 이미 전 세계 가입자 1억2500만명을 보유한 넷플릭스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당시 국내에 들어올 때는 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자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영화 '옥자'를 개봉해 한바탕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올해는 예능과 드라마를 망라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내 유료 가입자 수가 20만~30만명 수준으로 눈에 띄는 수는 아니지만, 국내 이동통신사와 손잡게 되면 TV브라운관을 장식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콘텐츠 시장은 한마디로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마냥 문을 닫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사업자에 국내 시장을 내줄까 걱정이 태산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시장 확장을 본격화하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콘텐츠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투자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넷플릭스는 6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자해 옥자를 만들었고, 올해도 드라마와 영화에 8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고 공표했다. 이에 대적하는 콘텐츠를 내놓기 위해서는 스타 작가나 배우를 기용해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 열악한 독립제작사나 외주제작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장성장에 따른 수혜는 일부 대기업만 볼 뿐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의 풀뿌리 역할을 하는 영세 제작사나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은 고사 직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메기효과'는 미꾸라지를 운송할 때 메기를 함께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천적인 메기를 피하기 위해 움직이느라 오랜 시간에도 살아남는 현상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이미 중국 자본의 한국 콘텐츠 시장 공략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진입은 중장기적으로 미꾸라지가 모두 메기들에게 먹히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2018-05-24 16:00:35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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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뢰도 금간 대입개편 공론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내부에서 공론화 범위를 정하는 사안부터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대입 개편 공론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개편특위) 위원장의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시·정시 통합 선발과 학종전형과 수능전형 비율을 정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수시·정시 통합이 전문대와 지방대에 힘든 결과를 가져오고, 수능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부정적으로 밝힌 두 가지 쟁점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4월 11일 교육부의 대학 입시 제도 개편과 관련한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공개하면서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할 핵심 논의사항으로 요청한 세 가지 중 두 가지다. 공론화 범위 설정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사실상 수능 평가방법(절대평가 방안)만 공론화 범위로 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 발표를 1년 미루기로 한 시점에서 한 발짝도 못 뗀 셈이 된다. 국가교육회의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국가교육회의의 공식입장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공론화 범위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내뱉은 말의 파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장 수시·정시 통합이나 학종과 수능전형 비율은 공론화 의제로 선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김 위원장의 생각에 공감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32개 교원·교육단체가 모인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23일 긴급제안 성명을 내고 수능 절가 여부만 공론화하자고 주장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 이송안을 방향을 정하지 않은 '열린안'으로 국가교육회의에 넘겼고, 국가교육회의도 공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대입 제도 개편 권고안을 내겠다고 해왔지만, 설득력을 잃게 됐다. 그동안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추진 과정에서 공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봤고, 이를 통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권고안을 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교육부의 열린안이 공론화 절차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진 것인지 헷갈리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런 내부적인 엇박자 속에 당초 5월말까지 공론화 범위를 정하기로 한 국가교육회의는 그 시한을 6월 초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말대로라면 두 가지 핵심 사안이 공론화 범위에서 빠져야 하지만, 교육부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18-05-23 15:19:16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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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보다 자신이 더 소중한 국회

지난 21일 정부가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이 45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가 통과시킨 추경안은 정부 제출안보다 218억원 줄어든 3조8317억원 규모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의 3984억원이 감액되고, 3766억원이 새로 증액된 결과다. 추경 통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중소기업청년인턴제 등 다양한 사업이 일단 숨통을 트게 됐지만 이번 추경 통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청년 일자리와 상관 없는 선심성 지역 예산을 위해 추경 예산을 삭감하는 추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통여건이 취약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청년 10만 명에게 월 1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청년 교통비 지원사업은 반토막이 났고, 고등학교 졸업자의 취업장려금 예산도 240억원 삭감됐다. 이와 함께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청년 TLO(기술이전 전담조직) 예산은 410억원 감액됐고,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은 274억원,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 사업도 172억원이 삭감됐다. 이렇게 삭감된 예산은 어린이집과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사업 예산으로 책정되거나 함양∼울산 고속도로와 광주∼강진 고속도로 사업 등 지역 SOC 사업으로 책정됐다. 이번 추경 예산이 누더기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또한 이번 추경안 심사는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6일 추경안을 제출한 후 4월 국회는 개헌과 방송법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 탓에 논의조차 못 했고, 5월 국회에서도 이른바 '드루킹' 특검 도입을 두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때문에 어렵게 합의를 한 추경안 심사는 고작 사흘에 불과했고 그 기간동안 기획재정위, 정무위, 환경노동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을 뺀 나머지 상임위는 아예 논의조차 못 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추경이 통과된 날, 국민들은 불법 자금 수수와 부정 채용 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홍문종, 염동열 두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장면도 함께 지켜봐야했다. 국민들은 왜 국회 신뢰도가 항상 최하위에 머무는 지 이날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18-05-22 09:40:04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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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파트 회계비용, 진짜 부담되세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아파트 회계감사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회계사회가 외부회계 감사 시 최소감사시간 100시간 기준을 준수토록 한 것을 담합이라 판단하고 형사 고발과 과징금 부과 등을 의결했다. 반면 회계사회는 공정위의 이같은 조치가 회계감사가 공공재라는 인식 부족에서 나온 처사라며 법정 공방을 예고한 상태다. 만약 '담합'으로 형사 고발을 당할 정도라면 회계사회가 '부당한 이득'을 취했어야 맞다. 회계사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아파트 평균 감사보수액은 142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시간으로 따지면 2만1000원이다. 2016년 상장사의 시간당 보수는 7만7595원이다. 회계사회가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하기엔 아파트 감사 보수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아파트 감사를 하고 있는 한 회계사는 아파트 감사보수는 거의 '서류값' 수준이라고 말한다. 관리사무소에서 영수증을 주면 그 증빙서류 정도만 확인하는 정도다. 왜 외벽 페인트를 자주 칠하는 지, 왜 공사비가 높게 나왔는 지 등을 확인하기에는 감사비용도 시간도 적다. 여전히 아파트 회계감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김부선 사태에서도 우리는 변한 게 없고, 그래서 얻은 것도 없다. 부실한 회계감사를 틈타 여전히 담합이 난무한 곳이 아파트 관리비다. 회계사회가 지난해 발행된 총 9387개 감사보고서 가운데 9000개를 분석한 결과 4849건에 양적 개선권고가 있었고 명시된 금액은 1518억8000만원에 달했다. 이를 평균 가구수(722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6만2286원을 더 낸 셈이다. 업계에서 말하는 아파트 적정 감사비는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이를 평균 가구수(700가구)로 나누면 최대 월 360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 아파트 감사비에 월 360원을 지출하는 것도 부담일까. 회계감사에 더 많은 시간, 비용을 들여야 하는 곳이 아파트 감사다. 부실한 감사로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힘 없고, 성실한 입주민들 뿐이다.

2018-05-20 14:58:57 손엄지 기자
[기자수첩] 김상조의 '불편한 관치'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2016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구 미래전략실)를 구축해야 한다."(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장이 '삼성의 미전실'에 대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원장이 되기 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시절 미전실에 대해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비판을 일삼았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는 공정위원장이지만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 미전실에 운영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이는 미전실 해체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으로 이어져 삼성은 이듬해 미전실을 해체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전실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김 공정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컨트롤타워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이라는 거대 그룹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김 공정위원장이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존재하는 공정위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재계는 물론 학계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이번 미전실 부활에 대한 언급은 삼성에 대한 사업적 측면보다 대관업무 등을 도맡았던 미전실 해체로 정부를 상대할 커뮤니케이션의 카운터 파트너가 없자 불편함을 호소한 게 아니겠냐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조직이 무슨 동아리나 아마추어 단체도 아니고…"라며 "공정위를 이끄는 분이 이렇게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정반대의 주문을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공익과 사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2018-05-18 06:00:00 정은미 기자
[기자수첩]실적악화-자본확충…보험업계 '二重苦'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환희에 젖었던 보험업계가 올 들어 높은 손해율과 낮은 실적으로 울상이다. 연초 계절적 영향으로 주요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모두 악화했고 전년 동기 반영된 일회성 요인 등으로 올 1분기 보험사 실적은 기저효과를 보였다.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곤 1분기 예상을 밑도는 실적으로 올해 순이익 역시 저조할 것으로 전망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보험사들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KS)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등 탄탄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보험사는 새 회계기준 등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으로 현저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보험개발원이 나서 중소형 보험사와 새 회계제도 도입을 대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 추진에 있어 보험분야를 우선적으로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의 고질병인 불완전 판매비율 등 개선을 위해 일부 부적절한 보험사 상품의 경우 판매중지까지 검토해 소비자 신뢰저하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견될 경우 보험사 영업정지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적악화와 자본확충 등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업계는 이 같은 당국발(發) 발언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를 먹고 사는 보험사 입장에선 당국의 소비자보호방안 마련에 언급되는 것 만으로도 신뢰도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며 "소비자만족도 제고는 보험사들이 우선적으로 힘쓰는 분야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는 점을 감안해 당국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이란 경제 전문기관의 보고가 잇따른다. 금리 인상은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부분으로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보험사 경영방안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0년간의 저금리 기조 속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로선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처 발굴이 호재로 작용한다. 올해 실적 악화로 수익성 저하를 호소하는 보험사들은 주어진 환경에 어려움만 토로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수익성 제고 방안을 다방면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

2018-05-16 14:34:38 이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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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승의 은혜는 땅 위에 있다

스승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교육도 서비스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교사들은 쏟아지는 카카오톡 문의에 시달려야 한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잔업에 허우적대다보면 일 년이 금방 지나간다. 교사는 하루가 멀다고 변하는 입시와 지침에 말라간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고등학교 재직 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부 '창의적 체험활동' 작성 방식에 관여하는 학부모들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생부 작성 지침도 자주 달라져, 수정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정 부분에 적으라던 '-' 표시는 '~' 표기로 지침이 바뀐다. 한컴오피스에서 따옴표를 적으면 규정위반이지만, 엑셀에서 썼다면 문제없는 식이다. 선생님의 헌신을 알기에, 제자들은 여전히 스승의 날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어떤 스승은 법정에서 죗값을 확인해야 했다. 지난 3일 김복만 전 울산시 교육감 부부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차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울산시 교육청 관급 공사 수주를 대가로 2억8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 중 1억4000만원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조영철 부장판사가 착잡한 표정으로 양형 이유를 읽는 동안, 김 전 교육감의 아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김 전 교육감의 고개는 땅에 꺼진 듯 보이지 않았다. 징역 7년과 5년. 남편과 아내는 스승의 날을 보름 앞두고 젖은 눈으로 방청석을 돌아봤다. 그의 가족이었을까. 고령의 여인은 의자를 붙잡고 서럽게 울었다. 한때 하늘에 있던 스승의 은혜가 권세로 이름을 바꿔 단 결과였다. 내가 기억하는 5월은 선생님이 경의를 받는 시간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제자의 안목으로 골랐을 리 없는 책 한 권을 받아들고, 그 사이에 꽂힌 봉투 하나를 손에 쥐셨다.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펼친 봉투 안에는, 어김없이 감사 편지가 들어있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부모님의 인사를 읽던 선생님의 미소. 이날 선고와 죄명이 유독 슬픈 이유였다. 스승의 은혜는 대지에서 피어난다. 지난 겨울 찾은 고등학교 교사의 집에선 제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제자들이) 말은 잘 듣느냐'는 물음에 "애들 다 착해"라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어떤 권위나 이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우리 선생님'으로 불리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2018-05-15 11:44:18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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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GM 한국시장 철저히 외면?…진정성 있는 모습 보여야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지엠(GM)이 14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본사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이날 한국GM은 2019년 흑자 전환 달성을 골자로 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벼랑끝에 섰던 한국GM이 극적인 협상으로 생존의 불씨를 살렸지만 이날 갑작스런 행사 취소는 국내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우선 이날 행사 취소는 비정규직 노동자 6여명이 기자회견장을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한국GM측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행사장에 들어와 임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행사를 취소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규직 노조와 합의를 끝낸 상황이고 비정규직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정상화 계획 발표는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하는 한국GM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긴 쉽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6여명이 언론과 본사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임원들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협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또한 베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경우 미국과 해외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방한일정을 잡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경영 정상화 계획 발표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게 했다. 비정규직 노조 측도 "약속된 자리에 회사 수뇌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회사 경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GM본사가 한국GM에 신규 투입하는 재원 36억달러(3조9000억원)가 유상증자가 아닌 새로운 차입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한국GM은 또 다시 GM 본사에 연 4~5%가량의 이자를 줘야 한다. GM 본사의 기존 차입금은 우선주로 전환되는 대신 높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이 고비용 생산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 철수' 논란은 유예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될 경우 GM이 국내서 짐을 싸는것도 가능하다. 실제 정부와 산업은행은 GM과의 협상에서 GM의 한국 철수를 막을 '비토권'을 10년까지만 유효하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GM이 그동안 임단협 합의를 위해 공을 들인 것은 노동자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노조와 합의를 통해 GM본사와 한국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GM이 그동안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루뭉술한 행동은 피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2018-05-14 15:24:04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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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단상

"현대판 음서제다. 이런데도 취업준비생에게 공무원 시험만 준비하지 말고 어디든 도전하라고 말할 수 있나." "은행은 주식회사다. 기업과 주주에 이익이 된다면 누구를 채용하든지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간섭이 지나치다." 지난 주말 금융권은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 발표로 다시 뒤숭숭해졌다. 은행 채용비리 특별조사 당시 혐의가 나오지 않았던 신한은행마저 이번엔 비리를 입증할 몇몇 정황이 포착됐다. 올해 초 우리은행으로 금융권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진 지 몇 달이 지났다. 일부 금융사는 인사 담당자는 물론이고 최고경영자(CEO)까지 구속돼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세간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젊은 층, 특히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이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결과가 주어지더라도 신뢰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실력이 아닌 다른 무언가 때문에 취업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들의 부모 역시 자괴감에 빠졌다. 몇 년을 취업전선에서 헤매고 있는 자식이 힘없는 부모때문인 것은 아닐까, 뒷바라지가 힘들더라도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할 때 밀어줬어야 하는건 아닌 지 후회가 된다고 했다. 반면 최근의 채용비리 검사를 지나친 간섭으로 보는 이들의 시각은 이렇다. 공기업도 아니고 사기업이니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신입직원을 뽑는 것이 당연하다. 지원자의 부모가 재력가라서 은행에 거액의 뭉칫돈이 들어온다면, 아니면 기업체 임원이라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도 한다. 그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은행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시라. 다만 조건은 있다. 투명하게 밝혀라.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입사 우대 조건: 부모 금융자산 000억원 이상, 매출 000억원 이상 기업체 임원급 이상, 자사 그룹 계열사 임원 이상 자녀는 서류 전형 면제'. 이왕이면 사업보고서에 결과도 산출해주면 좋겠다. '우대 조건에 따른 은행 순이익 00% 증가' 등으로 말이다.

2018-05-13 10:13:31 안상미 기자
[기자수첩] "이거 너 아니야?" 찍히지 않을 권리는 어디에?

[기자수첩] "이거 너 아니야?" 찍히지 않을 권리는 어디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물이 버젓이 타인의 SNS 계정에 올라와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최근들어 이러한 불만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찍을 권리는 늘어났고, 찍히지 않을 권리는 사라져버렸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과 '마카롱 10개 사건'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본인 동의없이 개인의 모습이 담긴 촬영물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두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몰래카메라 범죄 처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몰래카메라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선고 유예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번 유포되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게 몰래카메라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처벌 수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마카롱 10개 사건' 의 법정 싸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사건은 이렇다. 평소 자주 찾던 디저트 가게에서 마카롱 10개를 먹은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게 주인이 SNS를 통해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게재한 것이다. A 씨는 가게 주인에게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가게 주인은 A 씨가 댓글을 달지못하도록 계정 차단은 물론, 마카롱을 먹는 A 씨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인터넷상에 공개한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악플 공격을 당한 A 씨는 충격으로 가게 주인을 부산지방검찰청에 고소했고, 가게 주인 역시 영업 방해로 맞고소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이와 비슷한 일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린 어린이집, 회원들 몰래 운동하며 땀흘리는 모습을 게재하는 스포츠센터 등 주변에서도 영상물로 인한 갈등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물론 식별 불가능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곧 여름이다. '몰카'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 처벌 수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재고해봐야함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찍히지 않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18-05-10 16:26:54 신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