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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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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정최고금리와 취약차주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이 대출장벽 쌓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저신용자들은 '사채'로 불리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일환으로 불가피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카드업계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고신용 차주 잡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급전창구'라는 별명이 무색하다며 질타한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가깝다. 2금융권이 중저신용 차주들에게 대출을 내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진 탓이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대부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들려온다.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곳도 있다. 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마케팅 비용과 유지비 등을 제외하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기가 어렵다고 판단한다. 현대식 금융업은 유대인들로부터 탄생했다. 중세 유럽 사회에서 유대인들의 대부업은 지금의 1금융 격이었다. 후발주자인 기독교 중상층들의 대출은 불법 사금융에 가까운 형태를 보였다. 유대인들이 대부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금융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엄격한 규율 아래 대출업을 영위했다. 유대인들의 율법서인 탈무드에서는 과도한 이자를 받는 것을 '사람을 죽이는 일'로 판단했으며 법률 지도자인 랍비 또한 대금업에 적절한 수준의 이자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적재적소의 판단을 내리는 지휘자 덕에 유대인이 꾸린 대부업은 현대 금융의 근간이 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금융 제도는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금융제도는 취약차주를 외면하고 있다. 조달비용이 상승했음에도 법정최고금리(연 20%)를 내리는 것을 능사로 판단한다. 불법사금융광고에 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해답은 최고금리 한도를 늘려 저신용 차주들이 합법적 울타리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고금리를 인하한 지난해 제도권 대출에서 밀려나 불법사금융으로 흘러간 취약차주는 대략 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최고금리 인상 카드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 상한선을 내리는 것을 만병통치약으로 판단해서다. 그러나 이제는 높은 금리를 감당하고 있는 취약차주와 진짜 동행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2022-12-14 10:37:40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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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등하지 않은 불황을 함께 겪어내는 우리

유래없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3고 사태를 맞은 우리 사회에 불황은 평등하지 않다. 유통업계는 여느 사업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하다. 해외에서 어떤 물건이 각광 받으면 2주일 지나기 전 공식 수입 소식이 들린다. 비가 조금 덜 와서, 아니면 많이 와서 이상기후구나 싶으면 곧 폭등한 야채값을 볼 수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 길이 막히자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과 분노는 명품 브랜드에서의 분풀이 '보복소비'로 나타났다. 소비 트랜드와 기후환경, 경기 전반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나타나는 게 유통업계다. 요즘 유통업계는 뚜렷하게 양분됐다. 가성비와 초호화 프리미엄으로 나뉘었다. 올해 설 선물세트 트랜드는 '가성비'로 풀이하지만 지난해 설 선물세트 트랜드는 '프리미엄'이었다.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초호화 양주세트가 품절되고 몇백만원에 달하는 선물세트들이 쏟아졌다. 장삼이사들도 명절을 맞아 모처럼 기분을 냈다. 50만원을 넘진 못해도 10만원은 넘는, 예쁜 포장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선물세트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지금은 아니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실속형 선물세트가 전체의 절반 이상까지 늘어났다. '역대 최저가'가 키워드인 상품이 쏟아졌다. 3만원대를 넘지 않는 선물세트 예약이 빗발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백화점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수십수백만원대 선물세트를 내놨다. 불황은 이렇듯 평등하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하위 소득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월 평균소득이 1.0% 줄었지만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는 도리어 3.7% 올랐다. 1분위 가구의 필수생계비 비중은 80%에 육박했는데, 보건 지출 비용까지 더하면 지출 비용이 97.1%까지 올랐다. 단순 계산으로 1분위 가구는 5분위 가구보다 2배 이상 더 비싼 라면을 먹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연말'이라는 말이 여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명절 선물세트를 주고 받는 이들과 이들로 불황 무서운 줄 모르고 상승하는 매출을 맛 본 유통기업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작은 손길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손에서 떠나면 기억에서도 사라질 작은 돈이나마 이웃을 위해 내보면 어떨까.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2-12-12 15:14:01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경착륙과 규제 완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계속된 금리 인상과 거래절벽 현상으로 집값 하락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아파트 매매량은 줄어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주택거래량은 3만217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주택거래량은 총 1만2102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2.6% 감소했고, 서울 지역은 58.2% 급감했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누적 거래량은 44만9967건으로, 지난해 89만4238건보다 49.7% 줄었다. 수도권은 1년 전보다 누적 거래량이 58.5% 감소했고, 지방은 41.5%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9% 하락했다. 하락폭은 전주(-0.56%)보다 0.03%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5월 9일 하락(-0.01%) 한 뒤 31주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절벽 현상으로 전세시장도 얼어 붙고 있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전세가격이 집값과 비슷하거나 넘어서는 '깡통 전세', '역전세' 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2019년 3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60선으로 떨어졌다. 연 2~3%대였던 전세자금대출금리가 연 7%까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세입자는 물론 집주인까지 월세를 더 선호하면서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이 처음으로 평균 40%를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거래 시장 정상화 의지는 상당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규제 지역 해제와 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정상화 등의 완화적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어 붙은 매수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고금리와 집값 하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단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중 건설업체 부도가 급증하고, 하반기부터 제2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전보다 더 과감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근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와 함께 재건축 3대 규제로 불린 재건축 안전진단을 완화한 것 처럼 허들로 작동하고 있는 규제를 걷어내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시점이다.

2022-12-12 14:47:01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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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치금융'의 부활

책무를 내세운 '관치금융'이 부활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 조정 개입부터 금융사 수장의 인사까지 무리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지목됐던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참석 후 돌연 사퇴를 선언해 외압설이 불거졌다.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지낸 이석준(63)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유력하다. 또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된다. 정 전 원장은 행시 28회에 합격해 옛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금감원장 등을 거친 '정통 금융 관료'다. 이 전 수석부원장도 행시 31회 출신으로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쳐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이에 금융권 노조 전반으로 관료 출신이 관행처럼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금융 수장 선임에 대한 자격에 대해 당국이 조언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문제는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금융지주의 수장 후보로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여기에 당국은 시장 금리에도 '보이는 손'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수장은 지난달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혼란을 일으키므로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시중은행의 5%대 정기 예금이 단 하루만에 자취를 감추는 '효과'가 나타났고 상호금융으로 자금이 쏠렸다. '관치금융'의 부작용은 실제 터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터기 에르도안 대통령이 밀어붙인 금리인하 정책이다. 그는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며 금리인하를 지시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4개월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당시 19%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14%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터키의 물가 상승률은 9월 당시 19.6%에서 12월에는 36.1%까지 치솟았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터키정부의 시장개입 실폐 사례는 관치금융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리는 시장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다. 당국의 개입이 이어진다면 시장 지표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2-12-11 17:02:34 구남영 기자
[기자수첩] 보호무역주의 시대, 탈출구는

세계는 지금 '탈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7~8%대를 유지하던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2~3%대로 추락했고, 뒤이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의 활동력을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결국 강대국의 지도자들까지 자국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라는 카드를 경쟁하듯이 꺼내 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가장 주목 받았던 보호무역주의의 상징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입법 성과로 IRA를 꼽을 만큼 IRA의 여파는 컸다. 역내 생산, 개발된 원자재와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내용은 미국의 힘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기업을 미국 땅에 유치함으로써 일자리를 제공해줄 거라는 희망을 주기 충분했다. 문제는 유럽마저 벤치마킹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IRA를 똑닮을 것만 같은 핵심원자재법(CRMA)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세부사항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또한 '유럽판 IRA'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유럽이 핵심 산업광물과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유럽한국기업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는 EU 측에 "보호주의를 우려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한국 정부도 6일 주한 EU 대사를 면담하고 있지만 법이 한국 기업들에게 입힐 영향은 미지수다. 정부는 ▲EU 및 개별 회원국들의 IRA 대응 동향 ▲EU의 경제입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 9월 CRMA 입법 계획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내년 초 법안 초안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EU의 CRMA도 광물과 원자재의 탈(脫)중국화지만 한국도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군다나 EU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겪으며 원자재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어 법의 강도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CRMA에 대해 "법안 초안 공개 이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해, 기업들에게 미덥지 못한 인상마저 풍겼다. 결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각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는 법의 윤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자세보다 끊임없이 EU에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기업들도 공급망 다각화에 힘을 기울여야 다가올 또다른 어려움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2022-12-08 15:14:00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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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 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정치권 상황은 협치가 아닌 대치 분위기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10·29 참사 진상규명 등 여야가 대치 중인 현안은 다양하다. 대통령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같은 해에 치러서일까. 쟁점 현안을 두고 여야는 진심으로 싸우고 있다.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 가운데 물가와 금리가 치솟고,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인 수출마저 부진한 상황에 여야는 싸움부터 한다. 국민이 먹고사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자, 여야는 '자신만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한다. 사회적 약자에 필요한 복지 또한 '서로의 것'만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하기 위해 협상하지만, 합의까지 가지 못한 이유는 서로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꾸준히 만나고 있지만, 협상은 쉽지 않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7일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 "2023년도 예산안 총감액 규모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감액에 대한 (민주당과) 견해 차이가 워낙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날 "정부가 감액 사업 규모에 대해 너무나 터무니없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입장문에서 "여야가 '정치 현안'을 가지고 대결 구도를 이어가면 예산안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양당 원내대표들과 정부에 예산안 처리 일정을 최우선으로 합의해 줄 것을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고 했지만, 여야가 양보 없이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10·29 참사 책임을 이유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에 나서면서, 예산안 협상은 더 어려워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상민 장관 해임 건의를 추진하는 민주당에 지난 5일 "지금 민주당에 중요한 것은 민생 살리기인가, 그분 살리기인가. 선을 넘지 말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이수진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 이상민 장관의 거취와 내년 예산안 처리 연계는 민생을 대통령 고교 후배 장관 방탄에 사용하는 나쁜 정치"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지금은 여야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있어 '정기국회'라는 선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2022-12-07 14:03:39 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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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 간 '상생'이 곧 나의 '생존'지킨다

국내 산업계 대부분은 여전히 적자생존의 위기에 놓여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이유로 시위를 벌이거나 수년 노력해 일궈온 스타트업들의 성과를 타 기업이 가로채는 등 수 많은 경쟁사들은 나의 생존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IT업계에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굵직한 대기업들은 IT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적극 도모·지원 할 뿐만 아니라 IT골목상권 살리기에도 적극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 3년 이후 생존률은 38%다. 5년평균 생존률은 30%가 채 안된다. 70%의 스타트업들은 창의력과 개발력을 기반으로 IT 업에 야심차게 뛰어 들었지만 3년차를 뜻하는 '데스벨리'구간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ICT를 기반으로 한 여러 기업들은 유니콘기업 발굴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핵심 기술력과 전문 지식, 경험이 풍부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에 한표를 던진 셈이다. 또 미래 기업 성장 경쟁력에 이들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적극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진행된 공모전을 통해 스타트업 20개를 새로 선발했다. 이들은 향후 1년간 C랩 아웃사이드의 육성과 지원을 받게 된다. 2012년 12월 도입된 C랩 인사이드는 회사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구현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됐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1억 원의 사업지원금이 지급된다. 또 삼성전자 및 관계사와의 협력 기회 연결,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국내외 판로 개척 등을 1년간 지원한다. LG전자도 매년 유망 스타트업 발굴 행사를 열고 있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동 연구 개발(R&D), 사업화 지원 및 글로벌 홍보 추진 등을 진행한다. LG는 스타트업들의 제품, 기술, 사업모델 등과 관련해 LG와 협력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개발부터 사업화 검증 단계까지 지원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도 이에 동참했다. SKT는 ICT 기술을 활용한 ESG 문제 해결 및 사회 가치 창출 방안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들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SKT는 카카오와 함께 양사가 100억원씩을 출자해 총 200억원의 ESG 펀드를 조성해 ESG 혁신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계획으로 SKT가 결성한 'ESG 코리아 얼라이언스에는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의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그 외 네이버클라우드, 포스코 등도 IT기반 글로벌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나섰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모래시계'에 비유한 것처럼 앞서 기업들은 스타트업들의 존폐를 떠나 끝없는 시간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에 한 뜻을 모은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는 적자생존이 아닌 기업 간 상생만이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지킬 수 있다는 정신까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전 산업군에 확산된다면 '데스벨리'구간을 넘지 못하고 있는 남은 70%스타트업들의 성공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앞서 기업들의 지원으로 이미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이 이 같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미래의 스타트업 육성에 이바지 할 것도 기대한다. 이같은 사업 경쟁력이 전 산업군에 빠르게 작용해 3년만에 도태되는 스타트업들이 없길 바란다. 사실, 이들 중 제 2의 삼성전자, LG전자, SK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2022-12-06 14:18:42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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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 통과, 신중 기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통해 박성중·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3명이 각각 대표 발의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추후 이를 통합 조정해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일부 개정안 등이 같이 담겨 있는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통과됐다. 이번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의 핵심은 데이터센터에 이중화 조치를 의무적으로 마련할 것과,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이 규제는 이동통신 3사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에만 의무적으로 적용됐는데, 이번에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사업자까지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는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외산 사업자까지 포함되고, 삼성SDS, LG CNS, SK C&C와 같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한 부가통신사업자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인 만큼 법안 통과에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카카오도 이번 사태로 IDC 이중화·이원화 조치를 제대로 갖출 것이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포함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또 신생기업들이 IDC를 추가로 구축하면 이 법의 적용을 받아 비용을 최소 2배 이상 들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개정안에 담긴 규제는 미국과 비교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한국 데이터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의 의무를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로 인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발전이 해외에 비해 많이 뒤쳐지게 될 수도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 대책을 빨리 수립하는 것도 좋지만 데이터센터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22-12-05 11:07:26 채윤정 기자
[기자수첩]고용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가이드라인일 뿐

"작업 전 안전교육 한다며 서류로 주는데, 그걸 보고 있을 시간이 있어요? 물 먹고 화장실 다녀오기도 빠듯한데." 모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회사와 노동자 자율로 위험성평가를 한다는 고용노동부 로드맵에 대해 묻자 한 노동자는 귀찮듯이 답했다. 실제 여력 있는 대기업들마저 서류 작업을 통해 안전 관리를 한다. 그저 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고,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방안에만 몰두한다. 여력 없는 영세 기업은 안전 교육할 시간도 빠듯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아직 기업들은 자율보다 타율적 규제에 길들여져 있고, 안전에 대한 투자는 돈 쓰는 일로 치부한다. 노사 스스로 위험 요인을 발굴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위험성평가'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이유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노사가 작업 현장에서 일일이 위험 요소들을 찾아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장에는 제3자인 안전보건관리 감독자가 주재한다. 보다 현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독립적으로 판단해 엄격한 개선 조치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감독자에게 명령 권한이 없다. 노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고용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후 한국노총은 "관리감독자의 권한과 여건 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발생시 노동자 책임만 강화될 것"이라며 "관리감독자의 책임성 강화는 단순히 가이드,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노동부 장관이었던 알프레드 로벤스가 1972년에 쓴 '로벤스 보고서' 발표 후 '자율 예방체계'를 구축했다. 규제로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한계가 있어 자율 규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200여 페이지 넘는 방대한 보고서 내용을 대폭 수용한 영국 정부의 결단도 있었지만 중심에는 더 이상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노사 주체들의 책임과 개혁 의식이 있었다. 자율에는 책임과 권한이 뒤따라야 한다. 노사 스스로 하는 위험성평가가 요식 행위가 되지 않으려면 안전관리를 비용이나 투자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도, SPC 제빵공장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여성도 우리의 아들, 딸들이었다.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 내 소중한 가족의 일원으로 안전관리에 공동 책임을 질 때 중대재해 감축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2022-12-04 10:36:47 원승일 기자
[기자수첩] 한파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

금리인상에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자금경색이 겹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구조 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PF를 펼쳤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금난 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수익성없는 사업부를 통폐합하며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먼저 칼을 빼 들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까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일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내부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지난해 증권사들은 부동산 PF사업으로 커다란 수익을 손쉽게 올렸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는 등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바빴다. 일부에서는 증권사들이 본연의 사업보다는 무리하게 부동산 PF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사는 2020년 말과 올해 3월 말을 비교했을 때 부동산 PF익스포저(위험노출 투자액)가 1조1000억원 증가했으나, 중소형사는 2조800억원 늘어 부동산PF에 대한 위험 노출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는 이같은 우려의 소리가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되면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올들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이 계속해서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연속으로 단행한 데다 호황이었던 부동산마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발 부동산 금융 시장의 한파는 결국 중소 증권사의 경영 위기를 초래했다. 정부와 대형증권사들이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로 한번 얼어붙은 시장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중소증권사들은 상반기에 펼쳤던 성과급 잔치는 잊고 이제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효율을 내세워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시장 호황에 춤췄던 근시안적인 경영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직원들에게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나 경영진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책임지고 경영난을 돌파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2-12-01 16:34:44 원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