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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필자가 초등학교 때 '코스모스'라는 책과 방송을 알게 되면서 아동기에 공상과 연관하여 책에 대한 신비한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거기에 나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SF적 상상력의 신기함 때문인지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머지않아 수학이라는 지뢰에 발 대신 머리가 날아가는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목표가 바뀌었지만 이후의 인생에서 물리학적 지식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궁금한 물리적 현상 중 하나가 '시간'이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시간이란 실재 없다라든가 혹은 시간이란 실재 존재한다라든가 물리학자의 주장들이 서로 논쟁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인간의 사고과정은 과거에서 현재로 흐르는 일방향의 선형적 구조로 구성되는 것 같다. 또, 우리의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순서를 가정하고 특히 우리 좌반구는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변화를 설명하는 언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시간은 일방적인 흐름을 가지며 과거로 되돌아 가지 못한다. 이렇게 언어가 시간의 흐름으로 구성되는 것은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기에 용이한 기능적인 측면이 있어서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과적 과정을 그냥 우리의 인식일 뿐이지 실재로는 시간이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우리의 직관을 벗어는 과학적 사실들이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에서 나오고, 카를로 로베릴 같은 물리학자는 시간이란 우리의 인식 구조안에서만 존재하지 물리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시간이 뭔지 오리 무중으로 빠지는데 이러한 양자역학적 상상력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잘 표현한 일본 영화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이다. 이 영화는 한 남자와 여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의 감정은 같은 순간에 존재하지만, 그 순간에 이르는 두 사람의 시간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과학적으로는 다중우주가 되는 것인데, 어떤 이유에선가 5년 마다 중첩이 되는 것으로 표현이 된다. 영화에서는 5년마다 한 30일의 만남이 있다. 처음에는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면 말이 되는 듯 안되는 듯 하지만 뭔가 매력적인 느낌으로 두어 번 보게 되면 영화가 시간의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기억과 감정, 그리고 인간 기억을 기저로 한 인간 경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자극하게 된다. 주인공 다카토시와 에미는 서로의 '지금'에서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경험과 기억은 서로 다른 시간선 위에 존재한다. 에미는 5년 전 다카토시와의 만남을 기억해왔고, 다카토시는 이제 막 에미를 알게 된다. 이 비대칭적 기억은 뇌과학에서 말하는 '에피소드 기억'과 깊은 연관이 있고 에피소드 기억은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시간적·공간적 맥락 속에 저장하는 기억체계다. 에미는 다카토시와의 수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다카토시는 아직 이 관계의 출발선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에미의 시작이 다카토시에게는 끝이고, 다카토시의 시작은 에미에게는 끝이된다. 이렇게 누군가의 시작과 끝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공유하는 '지금 이 순간'은 양방향의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며 둘의 만남이 시간을 넘어서는 어떤 연결로 남게 된다. 에미의 시간은 다카토시의 시간과 반대로 흐른다. 이는 물리적 현실과는 모순되지만, 인간의 주관적 시간 경험과는 유사하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지속의 감각'을 통해 인간은 현재를 연속적인 흐름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다카토시와 에미는 이 흐름 속에서 서로 다른 지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상대가 잃어버릴 감정을 경험한다. 기억은 시간이라는 축에서 반대되어 사라지지만 둘의 사랑은 단순한 시간의 선형적 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둘이 나눈 사랑의 기억은 상대가 그 기억이 지워짐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마음에 내밀한 기억과 감정, 기대와 상실로 남게 된다. 영화는 우리의 관계와 기억이라는 특성이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라져 가는 기억들을 접하는 삶의 경험은 우리에게 필연적이다. 그것이 같은 시간 축에 있으면서 공통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기억을 잃어가고 잊혀지고 누군가는 기억을 만들어간다. 주인공 에미의 시간 축에서 에미는 미래를 이미 알고 있지만 그 미래가 곧 이별이라는 사실 때문에 현재를 더욱 절절하게 살아낸다. 하지만 다카토시는 과거를 알지 못하기에 순수한 감정으로 에미를 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별을 직감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결국 알게 되는, '언젠가는 모든 것이 끝이 난다'는 경험과 일치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이란 결국 영원히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일순간의 지워질 기억일지 모르지만 그 순간의 기쁨과 고통을 하나도 남김없이 마주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만이 모순되게도 영원히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7-14 10:24:4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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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다양한 영양소 품은 채소 '곤드레'

건강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져 가지만, 다들 왜 그리 바쁜지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식사를 간단히 때우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몸에 좋다는 채소로 반찬을 만들면 좋겠지만 준비 과정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럴 때 늘 해 먹는 밥에 추가만 하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을 주는, 가성비 좋은 식재료가 있다. 바로 '곤드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곤드레만드레만 나올 뿐 곤드레라는 식물은 찾아볼 수 없는데 곤드레의 정식 명칭은 '고려엉겅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곤드레는 국화과 엉겅퀴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전 세계 수백 종에 달하는 엉겅퀴는 우리 산야에도 여러 종이 분포하고 있다. 그저 흔한 들풀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지혈 등 뛰어난 효능을 바탕으로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대계(大?)라는 이름으로 사용돼 왔다. 간 보호와 기능 개선으로 인기가 높은 밀크시슬 역시 엉겅퀴의 일종이다. 이토록 몸에 좋다는 엉겅퀴 중에서도 국내 곤드레는 우리 특산종으로 뛰어난 영양소를 자랑한다. 곤드레는 보통 건조된 것을 많이 쓰는데 제철을 맞는 5, 6월에는 생 곤드레를 구할 수 있다. 말린 곤드레의 경우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우리 조상들은 곤드레를 구황작물로 활용해 왔다. 말린 곤드레의 단백질 함량은 채소류 중에서는 최상급에 속하며, 돼지고기(등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100g을 섭취할 경우 1일 영양섭취 기준의 50% 이상을 충족할 수 있다. 식이섬유도 무척 풍부하여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주고 변비 해결에 도움을 주는 만큼 다이어트가 걱정인 사람이라면 더욱 곤드레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또한 곤드레는 필수 미네랄의 보고다. 칼슘과 칼륨처럼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미네랄은 물론 철분, 구리, 셀레늄 등이 말린 대두보다 더 많이 들어있다. 콩을 비롯한 잡곡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곤드레밥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항산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의 넘치는 함량 역시 곤드레의 자랑이다.

2025-07-14 05:23:45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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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성실상환 개인회생채무자 불이익정보 삭제의 의미

최근 금융위원회는 법원의 회생결정에 따라 1년간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한 채무자의 불이익 정보(회생절차 진행 중)를 즉시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가 진행되는 최대 5년간 신용정보원을 통해 금융권에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이 공유되어왔다. 그러다보니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금융권에서 계속적 영업이나 생활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대출 등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영업을 계속해 수익을 만들어 회생절차에 따른 변제를 진행하고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지원한다는 회생절차의 목적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금융위가 1년간 성실하게 변제를 진행한 개인회생채무자의 불이익 정보를 즉시 삭제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다면, 회생채무자의 성공적인 회생절차의 진행이나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개인회생채무자의 불이익 정보가 삭제되면, 채무자가 불합리한 대출을 받게 되거나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채무자의 불이익 정보를 삭제한다고 하더라도 개인회생절차는 여전히 남은기간동안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성실한 변제를 이행하도록 요구한다. 법원은 회생위원이라는 전문가를 선임해 채무자의 소득, 재산, 변제 진행상황 등을 조사하게 하고 채무자는 법원의 감독 아래 영업이나 수익활동을 이어나가야만 한다. 만일 채무자가 그 과정에서 이유 없는 과도한 대출을 일으키고 불성실한 변제를 한다면 이는 법원에 의해 제재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하고 있는 채무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에 해당해 법원으로부터 채무를 탕감받지 못할 수도 있다. 법원의 관리, 감독이 적절히 이행되는 한, 채무자가 금융권을 통해 불이익 정보가 삭제된 것을 기화로 책임지지도 못하고 필요치도 않는 과도한 채무를 지고 이를 갚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상정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더불어 금융권이 채무자에 대해 '회생절차 진행 중'이라는 불이익 정보가 삭제되어 이를 알지 못했다고 해도, 여전히 대출이나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자산 상태 등을 평가하고 심사할 수 있다. 여기에 채무조정제도인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이나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1년동안 성실 변제를 진행한 채무자의 공공정보를 조기 삭제해왔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개인회생절차에서의 성실 변제 채무자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이와 같은 결정이 기존의 정책방향과 크게 다르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영업상 필수적인 자금 조달이나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까 두려워 망설였던 소상공인들은 다시 한 번 회생제도의 도움을 받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근거 규정을 개정하기 이전에 이미 법원으로부터 회생결정을 받은 자에 대해서도 이를 소급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채무자들 또한 규정의 적용 시점이나 요건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25-07-13 10:30:5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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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금융감독 개편, 단순함이 최선

이재명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개편안은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 조직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독립시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문제는 항상 정부 조직 개편의 '뜨거운 감자'였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금감원의 이해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 등 권역별로 나뉘어 있던 4대 감독기구를 합쳐 금감원을 신설했다. 금감원 조직 위에 의결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를 두고 금감원을 통제하는 구조였다. 지금 정부가 구상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원본이랄 수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단순 의결 기구였던 금감위가 기재부 공무원들을 대거 파견받아 구조조정 전면에 나서면서 사실상 정부 부처로 변신했다. 금감원은 돌격대 역할(건전성 감독)에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기관장이 한명이다보니 상황에 따라 정책과 업무 조율이 이뤄지면서 효율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지던 이런 시스템이 크게 바뀐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다. 17대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금감원으로부터 혹독하게 조사를 받았다. 이런 경험 때문에 대통령이 되자마자 기재부 국내금융 부서와 금감위를 합친 금융위원회를 신설해 국내 금융 정책을 맡겼다. 국제 금융 정책 기능은 기재부에 남기고, 금감원을 금융위 산하 기관으로 주저 앉혔다. 여기에 자본시장법을 고쳐 자본시장 검사도 금융위의 지도하에만 가능토록 했다. 한 사람이 겸직하던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으로 분리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주창하는 금융정책이 금융산업 안정을 추구하는 금융감독을 압도하게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으로 부임하면 두 기관이 번번히 충돌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불러왔다. 독립된 금융 소비자 보호 기구 설치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이론적으로는 금감원을 건전성 감독기구와 영업행위 및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기구로 분리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기구를 설치했다고 해서 지금보다 소비자 보호가 대폭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용과 인력 증가, 검사 업무 중첩이라는 부정적 분석에도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은 특정인의 과다한 자리 욕심일 수 밖에 없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금융 소비자의 욕구와 민원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분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공적기관이 나서서 1대 1로 소비자 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속도나 결과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이런 방식보다는 1차적으로 금융회사들이 폭 넓으면서도 촘촘한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보호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후에 금감원이 민원 건수와 해결 방식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와 경영자들에게 사후 배상 책임과 징계를 하는 시스템이 오히려 소비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여기에 일정 금액 이상의 민원건에 대해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효율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 조직 개편은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단순함이 최선이다. 자꾸 바꾸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다.

2025-07-10 14:14:10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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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1>와인잔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글라스는 과학이다"

술을 가져가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 '콜키지 프리' 식당의 유일한 단점은 잔이다. 돈을 안내면 서비스도 없다. 막잔을 줘도 불평할 수 없다. 식당에 술을 가져가 마시는게 보편적인 중국은 고급 식당이 아닌 이상 백주를 가져가도 물잔, 와인을 가져가도 물잔이 기본이다. 투박한 물잔엔 맥주도 맛이 없는데 하물며 와인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 오니 와인잔을 내주긴 하는데 안깨지게 두툼한 잔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잔에 마시는지에 따라 와인의 맛이 진짜 달라질까. 일단 심미적인 부분에서는 와인잔의 압승이다. 잔은 투명하고, 선은 유려하고, 지탱하는 다리는 가늘고 길다. 슈피겔라우 장 밥티스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한 잔의 와인을 즐기는데 있어서는 심미적 만족이 있어야 한다"며 "무겁고 투박한 잔이라면 멋들어진 경험을 할 것이란 기대를 주지 못하지만 멋진 와인잔은 그런 감정을 먼저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슈피겔라우는 독일의 와인글라스 브랜드다. 같은 회사 내에 브랜드 리델이 프리미엄 라인이라면 슈피겔라우는 자동화 생산으로 뛰어난 기능성과 가성비를 가진 라인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와인잔은 소위 '호레카(호텔·레스토랑·카페)'에서만 썼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다들 와인잔에 와인을 마신다. 가성비의 슈피겔라우가 크게 각광을 받은 이유다. 밥티스트 부사장은 "와인잔 산업은 늘 변화를 거듭해왔다. 기술과 혁신에 따른 것이기도 했고, 양조 기술 발달과도 궤를 같이 했지만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도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왔다. 팬데믹 이후 최근 몇 년 간 가장 큰 변화라면 업장보다 최종 소비자들이 와인잔을 많이 찾는다는 점으로 작년에 출시한 데피니션과 이번 하이-라이트 라인 모두 그런 흐름속에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본격적인 비교 실험이다. 잔은 야외에서 자주 쓰는 플라스틱 투명컵과 하이-라이트 유니버셜, 하이-라이트 보르도, 하이-라이트 버건디다. 매번 90도 가까이 기울여 와인을 잔에 도포해 향과 맛의 차이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 비교는 와인잔 대 플라스틱 컵이다. 와인은 화이트인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블랑', 잔은 하이-라이트 유니버셜이다. 이번에도 와인잔이 코에서나 입에서나 압도적이다. 재질인 크리스탈과 플라스틱의 차이가 아니라 모양 때문이다. 튤립같은 와인잔은 향을 모아 아로마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컵은 와인을 내벽에 모두 도포해도 뻗어나가는 일자 각도라 향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와인이 입 안에서 어느 부분에 떨어지는지도 중요하다. 혀 끝은 단맛, 중간은 신맛과 짠맛, 가장 안 쪽은 쓴맛을 주로 느낀다. 기다란 와인잔으로 마시려면 자연스레 고개를 들게되고 와인은 혀의 앞 부분에 떨어진다. 산미가 충분한 소비뇽 블랑 와인이 단맛을 먼저 감지하는 곳에 떨어지니 균형이 맞춰진다. 반면 컵은 혀 중간 부분에 바로 와인이 들이닥치니 같은 와인이라도 신맛이 강하고 과실미가 덜 느껴졌다. 그럼 같은 와인잔이라도 쓰임새나 모양에 따라 맛이 달라질까. '부샤 빼레 에 피스 본 뒤 샤또 1등급'을 3개의 와인잔에 모두 따른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 품종 와인으로 붉은 과실 풍미에 우아한 레드와인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와인잔에 따라 맛과 향이 달랐다. 베스트는 섬세한 아로마의 레드 와인을 위해 만들어진 하이-라이트 버건디다. 넓은 볼의 충분한 공간이 피노누아의 미묘한 뉘앙스 잘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역시 와인이 혀 앞부분에 떨어지면서 타닌은 조밀하게 느껴지고 둥글고 긴 여운이 남았다. 다음은 같은 레드 와인이니 하이-라이트 보르도가 괜찮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화이트 와인을 위한 잔으로 여겼던 하이-라이트 유니버셜이다. 버건디보다는 좁은 볼로 아로마는 다소 밋밋했지만 입 안에서는 피노누아의 매력이 충분히 발현됐다. 반면 하이-라이트 보르도는 과실미는 약해졌고, 드라이하고 쌉쌀한 맛이 더 느껴졌다. 와인잔이 좀 더 직선으로 뻗어있다보니 쓴 맛을 느끼는 혀 뒷부분이 역할을 하면서다. 이 정도면 와인잔은 과학으로 인정이다. 밥티스트 부사장은 "현실적으로 집에서 유용하게 쓸 한 가지만 고르라면 유니버셜 글라스지만 보다 와인을 잘 즐기고자 하면 와인 종류에 따른 적정한 와인을 구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와인잔은 식기세척기에서도 사용할 만큼 내구성이 좋아졌지만 잘 관리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와인잔을 닦을 때 양쪽 끝을 잡으면 와인볼과 다리를 잇는 중간 부분이 뚝 끊어지기 쉽다. 너무 차가운 와인을 데울 때처럼 손가락 사이에 다리를 끼우고 닦으면 안전하다.

2025-07-10 10:39:4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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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인공혈액과 촉각로봇 기술

매년 <메트로경제신문>이 개최하고 있는 “푸드이노베아션포럼”이 지난 달 25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맛의 알고리즘, AI가 만드는 음식의 미래”였다. 필자는 “푸드에 테크를 더(+)하다”라는 타이틀로 강연을 마쳤다. 강 연을 준비하면서 필자가 산 업체 재직시절 개발했던 국내 유명 브랜드의 조미식품 개발과정을 인공지능과 더불어 진행하였다. 레시피 개발은 물론 한국인이 선호하는 맛의 조합과 원료의 전처리에 따른 품질특성의 차이를 계수화하여 도표까지 제시해 주었다. 프롬프팅의 적합도에 따라서 인공지능(보조연구 원)의 결과 값은 달라진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본격화된 인공지능(AI) 시대는 식품산업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식물성 재료 기반의 대체육(plant-based meat) 개발은 지속가능한 식량 확보와 동물복지 측면에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대체육이 소비자에게 진짜 고기처럼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맛과 질감'이라는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디지털 센서에 기반한 융합기술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 창업자 패트릭 브라운 박사는 컴퓨터 생물화학자로서 2009년 교수직을 사퇴한 후에 '동물 농업이 지구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줄인다'는 명제 하에 2011년 임파서블푸드를 설립했다. 그는 IT와 BT지식을 배경으로 대체육 개발 과정에서 고기 풍미의 핵심은 혈액이라고 판단했다. 혈액의 주성분이 헤모글로빈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콩과식물의 뿌리에서 식물성 헤모글로빈 분자물질을 추출하여 효모를 유전공학적 발효과정을 거쳐 업스케일 하였다. 자연상태에서 추출하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운 교수는 "육류가 이토록 고기처럼 느껴지는 이유중 약 95%는 헴(Heme)분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기 맛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로 헴을 지목했는데, 헴은 혈액안에 철분분자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고기의 붉은색과 특유의 풍미를 나타낸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정부는 'K-블러드 파밍 프로젝트'를 통해 세포기반의 인공혈액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적혈구에서 유래한 헴 단백질의 생산을 위한 줄기세포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이러한 인공혈액 기술은 의료용을 넘어 식품용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 같은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기술과 결합하면, 대체육에 적용할 수 있는 헴이나 이와 유사한 풍미의 분자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AI는 식물성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재구성하여 고기의 풍미를 지배하는 입자수준의 반응을 예측하고 인공혈액의 헴 성분을 최적농도로 배합하여 실제 고기와 유사한 풍미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식품업계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품질을 개선하는 경우 식품의 식감, 조직감, 씹힘 정도 등은 대부분 관능평가(Sensory evaluation)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과 재현성에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나노코리아 2025'에서 촉각센서를 탑재한 로봇핸드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인간의 손가락처럼 촉감, 온도, 압력 등을 감지할 수 있어서 식품의 조직감, 점성, 탄력성 등을 수치화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 로봇핸드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결합하면 축적된 수많은 관능데이터와 비교하여 식품품질을 자동으로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고기의 씹힘정도나 조직의 결을 사람의 손처럼 감지하고, 그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이 제품은 실제 고기와 92% 유사"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인공치아, 전자코, 전자혀가 개발되어 관능평가를 대체하듯이 촉감까지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는 대체육 개발 과정에서 AI가 레시피를 설계하고, 로봇이 시제품을 평가하며, 인공혈액에서 유래한 헴 성분이 풍미를 완성하는 전 주기적 디지털 푸드개발 시스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융합을 넘어 사람의 미각과 감각을 데이터화하여 공정을 표준화하고, 향후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다. AI 시대에 푸드테크는 더 이상 '첨단'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인공혈액 기술로 풍미를 보완하고, 촉각로봇으로 식감을 판별하며, AI로 전체과정을 설계한다면 식품개발은 더 안전하고, 더 지속가능하며, 더 과학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을 바꿔놓을 것이다. AI기술의 진보는 곧 인류의 식문화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 맛을 알고, 로봇이 고기를 느끼는 시대", 지금 우리는 그 문턱에 서 있다. /연윤열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2025-07-09 15:45:3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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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액체 근대: 고정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와 마음

독자들 중에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들어본 분이 있을 것 같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분이 제시한 이 개념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를 딱 액체와 같은 사회라고 정리한다. 바우만은 과거의 '고체 근대' 즉, 명확한 역할, 고정된 가치, 안정된 직장과 관계로 대표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모든 것이 흐르고, 녹고, 바뀌고 있는 시대가 지금의 현대라고 말한다. 사회적 관계도, 직업도, 정체성도 더 이상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우리는 그야말로 '흘러가는 세계' 위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어쩌면 여전히 우리의 뇌는 그렇게 흘러가는 세계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뇌는 기본적으로 예측 가능한 환경을 선호하며 뭔가 반복되고, 안정적이며, 익숙한 것이 있을 때 뇌는 에너지를 덜 소모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인지 절약 성향(cognitive miser)'이라고 부른다. 반복되는 루틴, 오래된 관계, 확실한 목표는 우리 뇌에 일종의 '에너지 절약 모드'를 제공한다. 사실, 임상 상황에는 이러한 인지 절약 성향을 일종의 치료적 틀로 제공한다.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내담자로 하여금 매일 루틴을 만들어서 반복적으로 꾸준하게 일상을 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는 정신적 여력을 좀 더 창의적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몇 천년을 버티는 조직이 바로 종교 단체이며 군대이기도 할 것 같다. 매우 짜여진 삶의 방식이 매우 답답하고 지루할 수 있겠지만 뇌로 하여금 내일 혹은 한달 혹은 10년 뒤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에너지를 절약해준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경험 과학적인 현명함이 사회적 구조로 유지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거 같다. 액체 근대는 정반대이다. 고정된 것이 없고, 변화가 일상인 사회를 말한다. 회사는 언제 없어질지 모르고, 인간관계는 메시지 하나로 끊어지기도 하며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른 브랜드를 달고 살아간다. 유동적이면서 변화가 무쌍 한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이런 환경은 뇌에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고 부정적인 사건이 많은 사회에서는 이러한 흐르는 환경 때문에 분명히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일상적인 상황조차 위협으로 느끼며, 만성적인 긴장 상태에 놓이고 이것이 공황이나 사회 불안 증상으로 경험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이러한 적응의 어려움은 사람의 문제와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 혹은 현재 사회가 액체처럼 흐르는 사회라는 환경 때문일 수 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시대에는 무엇이 '정상'인지조차 모호해졌다. 예전엔 단순했던 사회 환경은 우리에게 일정 정도의 가이드를 줬다. '좋은 직장', '괜찮은 사람',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대충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의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문화적 혹은 개성적 자존감처럼 이야기 된다. 하지만 이 말을 잘 뒤집어 보면 이러한 선택의 개인적 자유가 사실은 그 실패에 대한 무거운 책임도 자기 혼자 져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선택은 늘 우리 몫이고, 그 선택이 잘못되었을 때도 위로보다는 '네가 고른 거잖아'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가 하는 것은 가벼운 관계와 빠른 전환을 택하기도 한다. 흐르는 현실이 주는 불안을 도파민의 짧은 흥분으로 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채팅 앱에서 사람을 고르듯, 직업도, 취미도, 심지어 가치관도 스와이프하며 살아가며 그래서 모든 것이 '임시적'이고 '조건부'이며, 그 안에서 깊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면서 행하는 행동을 통한 애착이나 소속감은 점점 희미해진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러한 유동성은 우리가 새로움을 추구하도록 하는 도파민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새로움에 대한 탐색 욕구는 본래 생존을 위한 중요한 메커니즘이지만, 요즘은 '지루함을 못 견디는 뇌'로 우리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액체 근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바우만은 명확하게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 거 같지만 그냥 아는 척 심리학적 적응 방식을 하나 제시한다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 그 하나가 아닐까 한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고, 새롭게 등장한 정보에 따라 사고방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유연성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이 되고 고정된 답이 없는 시대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막상 제안을 하고 보니 필자의 마음도 뭔가 액체처럼 흘러가는 듯 독자들에게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다. 역시 액체 근대 혹은 액체 현대를 살고 있는 나를 느낀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7-07 11:29:3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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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수박'이 여름 과일의 왕인 이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무엇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사과가 1위(15.1%), 그리고 수박이 2위(13.0%)를 차지했다. 늘 한두 손가락에 꼽힐 만큼 '수박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과일'이다. 특히 여름철이 아니면 제맛을 즐기기 힘든,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다. 여름에 수박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맛 때문만이 아니다. 한여름 무더위에서 우리 몸을 지켜줄 만큼 건강에 좋은 음식인 이유도 있다. 서쪽에서 온 박, 서과(西瓜)라고도 불리는 수박은 고려 시대에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수박이 번갈(가슴이 답답하여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나는 증세)과 더위로 인한 독을 풀어준다고 전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여름만 되면 심각한 수준의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다. 수박을 잘 챙겨 먹는다면 무더위를 이겨내고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박은 더위를 식히고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리코펜이 있다. 리코펜은 토마토, 수박 등 붉은색을 띠는 과일이나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천연 색소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으로,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의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준다. 수박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은 리코펜만이 아니다. 사과, 딸기, 포도 등 인기 높은 과일에는 거의 없거나 소량만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이 수박에는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에 속하는 물질로 항산화 작용을 하고 눈 건강, 피부 건강 유지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붉은 과육만이 아니라 하얀 속껍질 부분 또한 얇게 깎아 피부에 올려놓으면 진정 효과를 내고 톤을 밝게 해 준다. 이렇듯 수박은 맛도 맛이지만 여름철 피부 관리는 물론이고 무더위를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건강 과일이기도 하니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5-07-07 05:06:10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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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버추얼아이돌의 아바타 모욕과 손해배상책임

K-POP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실제 인간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의 아바타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virtual idol)'도 주목받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2028년에는 전 세계 시장규모가 174억달러(약 25조 2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은 보통 본체(사람)가 따로 있고, 본체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채 모션캡처 기술 등을 활용한 본체의 아바타 등을 통해서 그 활동이 이뤄진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아바타에 대한 모욕적 표현 등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하급심 판결(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5. 5. 14. 선고 2025가단50721 판결)이 선고돼 소개해 본다.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들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 P의 본체들이고, 피고는 SNS 등에서 아이돌 그룹 P나 그 멤버들에 대해서 수차례에 걸쳐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글, 영상 등을 게시한 사람이다. 원고들은 피고의 이러한 행위(이하 '본건 게시행위')를 문제 삼으면서 피고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위 소송에서 피고는 "아이돌 그룹 P는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에 불과하고 각 멤버의 실제 본체는 비공개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피고가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아이돌 그룹 P와 실제 본체들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본건 게시행위의 피해자가 원고들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면서 "모욕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그 표현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법원은 위 소송의 특수한 쟁점(아바타에 대한 모욕적 표현 등)을 고려해 "아바타는 현실의 사용자가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의 표현물을 말한다. 형법상 모욕죄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융합된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서 아바타는 단순한 가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자기표현, 정체성, 사회적 소통 수단임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아바타에 대한 모욕행위 역시 실제 사용자에 대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아바타를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가 드러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아바타가 그 사용자와 동일시되고 있는 경우라면 아바타에 대한 모욕행위는 실제 사용자에 대한 모욕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도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원고들이 아이돌 그룹 P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은 매니지먼트사의 정책과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이미 알려져 있으므로 본건 게시행위의 피해자를 원고들로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위 판결은 사람(본체)을 대신하는 아바타나 캐릭터 등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최근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사건 등의 피해자 특정이 문제되는 여러 동일 또는 유사사건에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7-06 10:59:4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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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0>伊 풀리아 '리베라'…와인을 마시고 입맛을 다시다

<290>이탈리아 풀리아 '리베라' 최고의 와인이란? 비싼 와인도, 유명한 와인도 아니다. 바로 빈 병이 된 와인이다. 정말 직관적이지 않은가. 와인을 마시고 쩝쩝 입맛을 다시게 될 줄이야. 한 모금 더 하라는 신호다. 이탈리아 풀리아 지역의 위상을 바꿔놓은 와이너리 리베라의 와인이다. 리베라의 오너 세바스티아노 데 코라토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고의 와인은 첫 모금만 인상적이고 멈추는 와인이 아니라 차분하되 끝까지 비울 수 있는 와인"이라며 "리베라는 신선하면서 골격이 잡 잡혀 한 모금 마시고 '쩝쩝' 입맛을 다시며 어느새 한 병을 다 비우게 되는 와인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리베라는 이탈리아 풀리아에 위치했다. 사실 풀리아라는 지역은 낯설지 않다. 이탈리아에서 밀은 물론 올리브 오일의 최대 산지로 유명하다. 부라타 치즈가 유래한 곳이기도 하다. 와인 역시 풀리아가 이탈리아 전체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은 높지만 품질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벌크 와인이나 대량으로 내보내던 곳이었다. 와인은 농축된 과실로 묵직하면서 달콤했고, 한 모금은 맛있지만 금새 질렸다. 이런 풀리아에서는 처음으로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낸 곳이 바로 리베라다. 네로 디 트로이아나 알리아니코, 프리미티보 등 잊혀졌던 토착품종을 살려냈고, 풀리아에서는 처음으로 샤도네이 와인도 선보였다. 40년 전 풀리아에 샤도네이를 처음으로 식재한 이가 세바스티아노의 아버지다. 샤도네이는 가장 많이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이고, 환경 적응성도 좋지만 풀리아에서는 쉽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 자칫하면 과숙돼 산도라곤 죽어버린 납작한 와인이 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카스텔 델 몬테 DOC에서도 가능한 높이 올라갔다. 고급 샤도네이로 유명한 프랑스 부르고뉴와 같이 석회암 바위가 많은 곳이었다. 흙이라곤 없는 땅에 커다란 암석을 모두 분쇄한 아버지의 '미친 아이디어' 덕분에 풀리아에서는 처음으로, 그것도 좋은 품질의 샤도네이 와인이 탄생하게 됐다. '리베라 프렐루디오 넘버 원 샤도네이 2023'은 신선하고 좋은 과실미를 지니면서 복합미가 균형을 이뤘다. 고소한 견과류향이 오크 숙성을 떠올리지만 리베라는 스틸탱크로만 발효를 한다. 효모 앙금과 같이 숙성한 효과다. 넘버 원은 풀리아 지역에 처음으로 심어진 샤도네이란 의미다. 프렐루디오는 서곡이란 뜻이다. 그럼 본 곡이 연주될 차례다. '리베라 라마 데이 꼬르비 샤도네이 2022'다. 서곡보다 진지하게 부르고뉴 스타일의 샤도네이를 만들고자 했다. 세바스티아노는 "일부 오크통에서 숙성을 하지만 오크가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될 수 있도록 만든다"며 "버터 풍미와 질감이있지만 여운에서는 침샘을 자극하는 정확한 산미가 있어 다음잔에 또 손이 가는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리베라 푸에르 아풀리에'는 리베라가 만드는 최고 등급 와인이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네로 디 트로이아 품종 100%인 와인이다. 타닌이 워낙 강하다보니 다른 곳에서는 엄두를 못내지만 리베라는 다스리는데 성공을 했다. 검은 과실미에 꽃과 향신료 향이 어우러지고, 치즈나 살라미는 물론 한국 바베큐와도 잘 어울릴 맛이다. '리베라 일 팔코네'는 리베라가 설립된 1950년부터 만든 와인이다. 지역 대대로 내려온 네로 디 트로이아 70%와 몬테풀치아노 30%의 비율로 블렌딩했다. 미디엄 바디에도 구조감이 잘 잡혔다. 좋은 산도와 타닌으로 숙성잠재력은 이미 검증됐다. 와이너리가 첫 빈티지인 1950부터 100병씩 보관했는데 1950에서도 약간의 타닌이 느껴지는 상태다. 2013 빈티지는 10년이 지났지만 과실미가 생동감이 있었고, 2009 빈티지도 좋은 산도가 여전했다. 그는 "리베라 일 팔코네는 매우 천천히 숙성돼 뛰어난 복합미를 보여준다"며 "기차로 비유하면 속도는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괘도를 따라가며 정해진 시점에 정확히 도착하는 완행열차"라고 전했다.

2025-07-03 13:24:14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