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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3>BDM? RDM?…몬탈치노를 마신다 '발 디 수가'

<293>이탈리아 몬탈치노 '발 디 수가' 와인을 마시다 보면 결국은 통과해야 하는 관문같은 것이 있다. 모르고 지나가면 마실 때마다 알쏭달쏭한데 한 번만 짚고 넘어가면 시야가 확 넓어지는 그런 길목이다. BDM, RDM은 이탈리아 와인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들 가운데 하나다. BDM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의 약자다. 몬탈치노에서 브루넬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란 얘기다. 아직까지도 손에 잘 잡히지 않으니 더 자세히 보자. 몬탈치노는 끼안티와 같이 이탈리아 중부인 토스카나에 위치한다. 브루넬로는 우리도 익숙한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말한다. 몬탈치노에서 산지오베제로 와인을 만들어 잘 숙성시키니 맛과 향은 복합적이고, 좋은 산미가 균형을 맞추며 이탈리아 고급 와인의 대명사가 된 것이 바로 BDM이다. BDM 가운데서도 몬탈치노 전역을 통틀어 처음으로 싱글빈야드 크뤼급 BDM을 선보인 와이너리가 '발 디 수가'다. 발 디 수가의 에토레 돈젤리(사진) 브랜드 매니저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발 디 수가는 몬탈치노의 잠재력을 믿고 와이너리 설립 당시부터 최고 품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을 만드는 것을 철학으로 가지고 있었다"며 "발 디 수가는 1983년 '비냐 델 라고'로 몬탈치노에서 크뤼급 BDM 시대의 포문을 연 선구자"라고 강조했다. 발 디 수가는 1969년에 설립됐다. 지금이야 너무도 유명한 BDM이지만 몬탈치노 자체가 와인 생산지로 각광을 받은 것이 1970~1980년대임을 감안하면 터줏대감 와이너리다. 발(Val)은 계곡을 뜻하는 밸리, 수가(Suga)는 와이너리를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에서 따왔다. 발 디 수가의 포도밭은 크게 3곳이다. 가장 먼저 크뤼급 싱글 빈야드를 선보인 비냐 델 라고와 비냐 스푼탈리, 포지오 알 그란키오다. 비냐 델 라고가 몬탈치노의 북동쪽, 비냐 스푼탈리가 남서쪽, 포지오 알 그란키오가 남동쪽에 위치했다. 몬탈치노 전체로 보면 마지막 남은 북서쪽은 숲이니 발 디 수가 와인이 몬탈치노 전체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브루넬로, 아니 쉽게 산지오베제 품종 100%로만 와인을 내놓는다. 각각의 포도밭에서 싱글 빈야드 와인을 위한 면적은 많아야 5ha다. 나머지는 세 곳의 포도를 섞어 BDM, RDM 와인을 만들다. RDM는 로쏘(Rosso) 디 몬탈치노의 약자다. 로쏘는 이탈리아에서 레드 와인를 뜻한다. RDM 역시 몬탈치노에서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을 말하지만 BDM이 최소 5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면 RDM은 1년 이상만 숙성하면 된다. 발 디 수가의 '로쏘 디 몬탈치노'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몬탈치노 자체를 표현하는 맛이다. 두 와인 모두 섬세하고 우아하다. 붉은 과실향과 좋은 산도가 어우러지고, 타닌은 실크처럼 부드럽다. 그래도 굳이 RDM와 BDM을 구분하자면 RDM이 좀 더 과실과 산미가 뚜렷해 위아래로 가로지르는 '종'의 캐릭터, BDM은 맛도 아로마도 다층적인 '횡'의 캐릭터다. 이제는 3개의 크뤼급 싱글 빈야드 BDM 차례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야 델 라고'는 발 디 수가 포도밭 중에서는 가장 선선한 곳에서 생산된다. 기후도 그런데 토양도 비가 오면 수분을 가득 머금게 되는 진흙으로 와인은 좀 더 섬세하고 우아하다. 고전적인 BDM 스타일로 생강이나 쟈스민향이 인상적이며, 신선하게 입안을 깔끔히 해준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포지오 알 그란키오'는 라고보다는 따뜻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포지오(Poggio)는 작은 언덕, 그란키오(Granchio)는 근처 강에서 여름이면 포도밭까지 넘어오는 작은 민물게의 이름이다. 민물게가 출몰하는 작은 언덕 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편암 토양으로 미네랄 성분이 많아 부싯돌이나 동전같은 금속의 느낌에 구조감과 힘이 느껴진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스푼탈리'는 발 디 수가의 최상급 와인이다. 처음에는 3곳의 테루아, 3개의 크뤼급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출발선은 같았지만 만들고 보니 품질이 압도적이라 다른 2개의 와인보다 1년 더 숙성해서 내놓게 됐다. 비냐 스푼탈리는 발 디 수가의 포도밭 가운데 가장 따뜻하지만 건조해 농축미 있는 와인이 만들어진다. 좋은 산미에 철분같은 미네랄과 허브향이 인상적이다.

2025-07-24 15:47:2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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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민심의 응원석'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최근 뜨겁다. 33년 만에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후반기도 승리를 추가하며 승수를 쌓고 있다. 올 들어 8연승 이상만 세번째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에서 한 시즌에 8연승을 세 번 이상 기록한 팀(프로야구 역사상 4팀)의 결말은 같았다고 한다.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했다. 만년 꼴찌였던 한화이글스가 올해 1위를 질주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과 압도적인 선발 투수, 팬과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꼽는다. '믿음의 야구'로 팀을 이끄는 수장의 전략과 리더십은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외국인 투수 2명 등 선발투수의 승리 기여도가 높다. 수 십 년을 기다리며 응원하는 '보살팬(순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열정을 불태우는 한화 야구 팬을 일컬어 만들어진 신조어)'과 새 구장 건설 등 투자를 아끼지 않은 구단도 1위 지분이 있다. 정치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지지율 1위의 더불어민주당도 정치판에서 압도적이다. 지난해 총선(22대 국회)에서 과반을 훌쩍 뛰어 넘는 의석수(지역구 161석, 비례대표 14석)를 확보했다. 단연 돋보이는 정당으로 우뚝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탄생은 그 정점이다. 수 년 간의 정치적 탄압과 '내란사태'를 뚫고 일어섰기에 더 극적이다. 민주당이 향후 몇 번 더 정권을 창출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도 만들 수 있는 '국회 권력'과 큰 표 차이로 취임한 대통령이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은 배경은 무엇일까. '내란사태' 자책골은 논외다. 행정경험이 많고, '일머리'가 있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과 든든한 차기 대통령 후보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략과 지략이 뛰어난 당의 일꾼들이 있어서다. 여기에 전폭적으로 민주당을 응원하는 팬덤(Fandom·특정 인물, 그룹에 열광적으로 애정을 갖고 지지하며 그 대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들의 집합 문화)을 빼놓을 수 없다. 한화이글스 팬들은 지금 '1위', '정상'이란 말을 아낀다. 충청도 사투리로 '아직 몰라유~', '끝까지 가봐야쥬~'다. 겸손보다는 '부정 탄다(부정적인 기운이나 불운이 닥치는 상황)'다. 벌써부터 깝죽거리다 미끄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 1위를 자랑하지 않는다. 모른척 한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만 응원한다. 정규 시즌(패넌트레이스) 정상 차지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정치 1위'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갈망한다. 일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현장 감각이 있는, 그리고 실행력을 갖춘 리더(대통령)를 전폭 지원하라고. 그리고 주문한다. 자만심을 경계하라고. 영원한 것은 없다. 정치도 예외없다. 달콤한 권력이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다. '표절 장관 후보'의 지명 철회와 '갑질 장관 후보'의 자진사퇴는 다행이다. 민주당이 1위를 질주하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이상이지만 '국민의 잣대'는 엄격하다. 지켜야할 선이 있다. 야구와 정치 모두 팬덤을 무시할 수 없다. 한화이글스와 민주당 모두 팬덤을 등에 업고 정상을 누리고 있다. 팬이 있어야 야구가 살고, 정치도 산다. 하지만 팬심은 양날의 칼이다. 성적 부진이나 실망스런 선택과 직진에 비판을 쏟아내고, 등을 돌린다. 팬과 지지자가 떠나면 판이 기운다. 야구든 정치든 '응원석의 침묵'을 두려워하고, '민심의 응원석'을 채워야 오래 간다. /bluesky3@metroseoul.co.kr

2025-07-24 07:28:3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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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단고기와 개 편한 세상

북한은 매년 여름철이 다가오면 '단고기' 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1980년부터 개고기를 '달다'는 뜻의 '단고기(甛肉)'라고 부른 이래로 그렇게 부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이 행사에는 북한 각지의 내로라하는 개고기 전문점이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북한판 '흑백요리사'인 셈이다. 결과는 모든 매체를 통해 전 인민에게 공개한다. 북한에서는 '단고기'가 매해 여름철 특히 복날이면 전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개장국'으로도 불리는 단고기장 외에도 단고기갈비찜, 단고기토막찜, 단고기내포(내장)볶음, 단고기조밥 등 요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게도 단고기에 대한 사랑은 세습됐다. 1970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이 개고기로 연회를 마련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정일 또한 평양 단고기집 건축안을 직접점검하고, 통일거리 명당에 위치를 선정하기도 했다. 개고기의 역사는 유구하다. 오래전 당시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음식이 바로 개고기였다. 그렇다고 개고기는 시시한 음식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때도 개고기가 올랐다. 궁중 수라상 단골 메뉴에 '구증(狗蒸·개찜)'이 오르기도 했다. 퇴계 이황은 개와 한약재를 고아 낸 약술 무술주(戊戌酒)를 8대 보양식으로 꼽았다. 다산 정약용은 개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음은 물론 흑산도로 유배 간 형 약전에게도 적극 권했다. 다산은 형에게 보낸 편지에 개를 잡고 요리하는 법까지 알려주며 보신을 당부했다. 실제로 동의보감 등 주요 한방 문헌에도 '오장을 편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정력에도 좋다'고 소개돼 있다. 실제로 개고기를 좋아했던 것은 제례와 더불어 보신(補身)의 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개고기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공급하는 별미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주는 특식을 '별미(別味)'라고 하는데, 초복에는 개고기를, 중복에는 참외 두 개, 말복에는 수박 한 통을 주었다. 유생들은 개고기를 제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풍속사')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개고기 요리가 있었다.동국세시기를 비롯해 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 각종 서적에 별별 요리법이 다 나오는데 평양식이 있고, 영남식도 있다. 개고기는 한양 도성에서도 판매한 서민 전통 음식이기도 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의 저자 마빈 해리스는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동물성 식품의 공급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음식 문화는 환경 요인에 비롯된 것이지 특별한 '몬도가네'(혐오성 식품을 먹는 등 비정상적인 식생활) 취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식량 사정과 별 차이 없는 북한에서 개고기는 부족한 동물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주요 재료다. 북한과 달리 우리의 먹거리는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인식도 변했고 국가 이미지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호칭도 '희롱(玩)한다'는 애완견(愛玩犬)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반려견(伴侶犬)으로 격상됐다. '또 하나의 가족'이 된 반려견은 수제 사료를 먹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비행기로 호캉스를 간다. 늘 '오뉴월 개 팔자'가 된 셈이다. 가뜩이나 남북한 격차와 이질감이 심화하는 가운데 개 팔자도 '단고기'와 '반려견'으로 갈리고 있다. 진(秦)나라 재상 상앙은 "세상이 변하면 행동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世事變而行道異)"고 했다. 더구나 개는 '동물보호법' 등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어 지금은 '복날 개 패듯'하면 감옥 간다. 2027년부터는 식용 목적의 모든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영어 'Dog'를 거꾸로 하면 'God'이 된다. 확실히 '개 편한 세상'이 도래했다.

2025-07-23 16:00:43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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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비만을 이기는 똑똑한 스마트 밥상

한국인들이 가장 뜨겁게 관심을 갖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비만'이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비만은 지방이 정상보다 더 많이 축적된 상태로 체내 지방량을 측정해 평가한다. 그러나 체내 지방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은 시행하기 어려우므로 대개 간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이용하는 것과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신장 170㎝, 체중 70㎏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24.2가 된다.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이다. 체질량지수 25.0~29.9㎏/㎡를 1단계 비만, 30.0~34.9㎏/㎡를 2단계 비만, 35.0㎏/㎡ 이상을 3단계 비만(고도 비만)으로 구분한다. 매일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초)가공식품과 각종 매체에서 흘러 나오는 먹방을 멀리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비만과의 전쟁'은 마치 '적정한 타협'이라는 다이어트 전략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은 이성적으로 제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굶고 운동하고 요요가 오면 또 다시 시작하고 또 요요가 오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일까? 최근 다이어트 치료제로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위고비(Wegovy)'라는 식욕 조절제가 개발되었다. 이 물질은 식욕을 조절하는 GLP-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하여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음식을 덜 먹게 만들어 준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놀라운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며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물질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구토, 메스꺼움, 무기력, 심지어 살은 빠졌지만 장기 복용시 영양 결핍에 기운이 없고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삶의 질은 오히려 뚝떨어졌다는 사례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개념이 있다. 이름하여 '위고비 푸드(Wegovy Food)'는 단순한 기능성 식품이 아니라 위고비를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해진 영양을 보충하고, 약물효과를 보완해 주는 맞춤형 보완식품이다. 글로벌기업 네슬레는 이미 헬스사이언스부문을 통해 위고비 사용자들을 위한 케어푸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다이어트용 음식이 아니라 의료-식품 융합형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가 설명했던 '메디푸드'인 동시에 식품의약품 안전청에서 규정한 '특수의료 용도식품'의 개념이다. 이렇게까지 다이어트 식품이 중요해진 이유는 비만이 단순히 먹는 문제가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우리 몸 전체의 복합 시스템이 붕괴되는 현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균형상태 깨짐은 물론 렙틴, 그렐린, 인슐린같은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포만감을 못 느끼고 먹고 또 먹게 된다. 여기에 FTO와 같은 비만 유전자도 관여한다. FTO유전자는 가장 강력한 비만유전자로서 제2형 당뇨병과도 강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질적으로 살이 잘 찌는 몸이 있고 똑같이 먹어도 덜 찌는 사람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잘 바꾸는 유전자로 변이가 있을 경우 비만이 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물만 먹어도 살 찌는 사람들은 혹시 FTO 변이는 아닐지 모른다. 이러한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남들보다 줄이고 고단백의 식사를 하는 것이 다이어트에 더욱 효과적이다. 장내 미생물도 무시할 수 없다. 장내에 유해균이 많아지면 대사효율이 떨어지고 염증이 유발되며 비만으로 이어진다. 이쯤되면 똑 같은 운동과 식단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 될 리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정밀영양학'이다. 내유전자, 내호르몬, 내미생물 상태에 맞춘 나만의 식단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요즘은 성별까지 고려해서 성 맞춤형 메디푸드, 중장년대상 케어푸드까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여성은 생리주기, 임신, 폐경 등 삶 전반에 걸쳐 호르몬 변화가 크기 때문에 이에 따라 체중 증감율도 달라진다. '여성전용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다. 케어푸드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기분을 안정 시켜주는 식품은 '다이어트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결국 마음이 편해야 식욕도 조절되는 법이다. 비만관리는 약이나 특정 기능소재 하나로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메트로 독자에게 맞는 정밀한 식단, 정서적 안정을 위한 음식, 호르몬 밸런스를 고려한 솔루션이 함께 어우러져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되찾는 것이다. 식단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몸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식탁은 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열쇠가 될 것이다. 체혈을 통한 유전자검사나 분변검사에 의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군총 확인을 통해 독자에게 꼭맞는 똑똑한 푸드 솔루션을 선택할 것을 추천해본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2025-07-21 15:07:3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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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여름철 냉방병에 좋은 '감초'

제로 칼로리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콜라나 사이다 등 탄산음료부터 시작하여 주류, 아이스크림, 저당 과자 등 식품업계의 지도를 뒤흔들다 못해 바꾸어 놓고 있다. 제로 칼로리 열풍이 가능했던 것은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 감미료에 때문이다. 감미료라고 하면 한의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천연 감미료가 하나 있다. 약방에 '감초'다. 감초는 한방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약재'이며 국가의 원로, 즉 '한 나라의 원로처럼 귀한 약재'라는 의미로 국로(國老)라고도 부른다. 이토록 감초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감초가 십이경맥에 전부 작용하고, 72종의 광물성 약재와 1,200종의 식물성 약재의 독을 제거하여 수많은 약재의 효능을 조화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귀한 감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단맛이다. 일반적으로 한약이라고 하면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질 만큼 쓴맛을 먼저 떠올리는데, 감초는 그 쓴맛을 감추는 역할도 한다. 감초의 단맛을 내는 글리시리진은 감초의 대표적인 활성 성분으로 항염증, 항바이러스, 항균 효과가 있으며,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감초의 효능은 간과 위에 고르게 작용하는데 과도한 음주로 복통에 시달리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있을 때는 감초를 차로 달여 마시면 속을 달래고 수월하게 숙취를 해소할 수 있다. 위염, 위궤양, 위통 등 위장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면서 냉방병을 앓는 이들도 동시에 늘어나는데 이럴 때는 감초가 들어간 계지탕이 좋다. 오한, 두통, 피로, 몸살 등의 냉방병 증상이 나타난다면 '감초(4g)와 함께 계지(12g), 작약(8g), 생강(3쪽), 대추(2개)'를 물 1리터와 함께 20~30분 정도 푹 끓여 마시면 냉방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토록 몸에 좋은 감초이지만 과한 복용이나 잘못된 사용은 금물이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감초 복용에 주의해야 하며, 장기간 또는 과도한 섭취 시 저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항상 전문의의에게 적절하게 처방을 받아서 복용해야 한다.

2025-07-21 05:24:3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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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시 기존가구 수에 세입자가구 수 포함해야

서울시 위임을 받은 구청장은 A재개발조합에게 학교용지법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다. 학교용지법에 따르면 정비구역내 가구수가 증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담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제5조 제1항 제5호). 즉 기존가구 수 보다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따른 건립세대 수가 더 크지 않다면, 부담금을 부과 징수 할 수 없다. 정비사업 등의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취학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학교를 신설 증축할 필요성이 있다. 학교용지 부담금은 이러한 이유에서 개발사업지역에서 공동주택을 분양하는 자에게 부과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학교용지법은 정비사업시행 결과 해당 정비구역 내 가구 수가 증가하지 않는 경우에는,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개발사업 전후 가구 수의 변동이 없다면 개발사업으로 인해 학교시설 확보 필요성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위 사건에서 구청장은 A조합의 재개발사업으로 기존 가구 수보다 총 160가구가 증가한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산정했다. 그런데 구청장은 이러한 산정과정에서 기존 가구 수를 산정하면서 세입자 가구 수를 제외했다. 그런데 기존 가구 수에 세입자 가구 수를 포함시킬 경우, 재개발사업으로 가구 수가 오히려 감소하므로 A조합은 부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 이에 A재개발조합은 정비사업 시행 전의 기존 가구 수에서 세입자 가구를 제외한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주장,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은 무효이므로 조합이 이미 납부한 부담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서울시 손을 들어주었다(서울고등법원 2023. 6. 14. 선고 2022나2020038 판결).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이면서,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부담금 처분 당시 기존 가구 수를 산정할 때 세입자 가구 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법리상 명백히 밝혀져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위 처분에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교육부의 해석이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가구 수 산정 방식 등도 이 사건 부담금 부과 처분과 동일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과 달리 A재개발조합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다252551 판결). 대법원은 "학교용지 부담금의 부과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비구역 내에서 '실제' 거주하였던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해, 정비사업으로 가구 수가 증가했는지 여부를 산정하기 때문에, 기존 가구 수에는 당연히 세입자 가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부담금 부과처분은 처분 당시 기존 가구 수에 세입자 가구 수를 제외한 하자가 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학교용지법 문언,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의 취지 등에 따라, 부담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개발사업분은 사업구역 내에서 '실제 거주하였던 가구 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점, 이 사건 부담금 부과처분 이전부터 정비사업시행 전의 기존 가구 수 산정방식에 관하여 세입자 가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계속 된 점, 구청장으로서는 법원 판단에 따라 법령 규정을 해석 적용하는데 아무런 법률상 장애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이 사건 부담금 부과처분상의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해,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25-07-20 07:56:29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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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기자의 와이 와인]<292>비에티, 바롤로 크뤼의 향연…때론 독주로, 때론 협연으로

<292>이탈리아 피에몬테 '비에티' 바롤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위치한 와인 산지다.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든 강건하면서도 우아한 와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사실 바롤로는 실제하는 작은 마을의 이름이었지만 여기서 사보이왕에게 와인을 대접하면서 이 지역 와인이 바롤로로 통칭됐다. 하나로 묶였지만 토양과 미세 기후가 마을마다 제각각이고, 양조자에 따라서도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롤로 와인이다. 바롤로에 크뤼급 포도밭 개념으로 각각의 개성을 지닌 싱글 빈야드만 무려 181곳이다. 와이너리 비에티의 우르스 페터 수출 총괄이사(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비에티는 1961년에 크뤼급의 특정 한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만으로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피에몬테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이라며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땅에서 직접 포도를 재배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토착품종과 테루아에 집중해 투자를 늘린 것까지 피에몬테에서 선구자적 정체성이 가진 곳이 바로 비에티"라고 강조했다. 비에티는 현재 85헥타르의 포도밭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바롤로에서 단일 생산자 기준으로는 가장 넓다. 마을 단위로 보면 바롤로 지역 11개 중 9개 마을에서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싱글 빈야드 바롤로 크뤼를 생산하는 몇 안되는 생산자다. 페터 이사는 비에티의 와인 양조를 음악에 비유했다. 싱글 빈야드 각각이 하나의 악기가 되어 모두가 협연하는 오케스트라가 될 수도 있지만 개성이 두드러진 크뤼는 솔로이스트로 싱글 빈야드 바롤로로 내놓는다. 각 싱글 빈야드의 솔로 연주에 앞서 협주를 먼저 들어보자. '비에티 바롤로 카스틸리오네'는 27개의 싱글빈야드를 블렌딩했는데 작은 구획인 파셀로 치면 47곳이 담겼다. 구획별로 나눠 양조하면서 반복적인 테이스팅으로 매년 비에티가 추구하는 스타일로 만든다. 잘 익은 과실과 함께 땅에서 느껴지는 흙과 미네랄 향이 인상적이다. 이제는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린 솔로이스트의 차례다. 먼저 바롤로의 중심부에 위치한 '바롤로 크뤼 부르나테'와 '바롤로 크뤼 체레퀴오'다. 부르나테와 체레퀴오는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토양도 같다. 차이라면 포도밭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다. 부르나테는 좀 더 따뜻한 남향으로 바롤로 크뤼 부르나테는 붉은 과실과 제비꽃, 감초향이 복합적이다. 체레퀴오는 남동향이다. 바롤로 크뤼 체레퀴오는 검붉은 과실향과 함께 허브향이 인상적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에 빗대면 부르나테는 '샹볼뮈지니', 체레퀴오는 '뉘생조르주' 스타일이다. '바롤로 크뤼 로께 디 카스틸리오네'와 '바롤로 크뤼 라자리토'는 바롤로 동부에서 산맥을 사이에 두고 갈렸다. 가파른 절벽 지형에서 만들어진 바롤로 크뤼 로께 디 카스틸리오네는 검붉은 과실과 함께 감초, 허브향이 올라오며, 입안에서는 극히 정교하고 섬세하다. 바롤로 크뤼 라자리토는 아로마부터 농축되고 힘이 있었으며, 입 안에서는 벨벳같은 질감으로 여운이 길게 남는다. 마지막 비교는 '바롤로 크뤼 라베라'와 '바롤로 크뤼 몬빌리에로'다. 바롤로 지역에서 라베라가 남쪽 끝이라면 몬빌리에로는 북쪽 끝에 위치했다. 라베라는 남쪽이지만 해발고도가 480m로 높다보니 비에티의 싱글 빈야드 가운데 가장 서늘해 단단하면서 산도가 돋보일 수 있다. 바롤로 크뤼 라베라는 농축된 과실미와 구조감, 산도가 균형을 잘 이루고, 허브향도 인상적이었다. 몬빌리에로는 우아한 타닌감으로 바롤로의 부르고뉴로 불리는 곳이다. 바롤로 크뤼 몬빌리에로는 딸기와 체리 등 붉은 과실과 함께 말린 장미향과 흰 후주 등의 아로마가 복합적이며, 테루아를 그대로 반영하듯 부드러운 타닌이 길게 이어졌다. 선보인 바롤로 와인은 모두 2020 빈티지다. 2020년이라면 팬데믹으로 사람에게는 혹독한 시간이었지만 포도재배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온화하고 무난한 해였다. 보통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싱글빈야드 크뤼급이라고 해도 지금부터 시음을 시작해 볼 수 있는 빈티지다. 이번 한국 방문은 바롤로 와인과 한식의 궁합은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같이 한 메뉴는 인삼기장죽과 전, 잡채, 등갈비찜 등이다. 그는 "보통 이탈리아 와인은 이탈리아 음식,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 음식이 최고라고 여기지만 좋은 와인은 좋은 음식과 어울린다는 것이 더 맞다"며 "섬세한 바롤로 와인과 자극적이지 않은 전통 한식이 두루 잘 어울렸다"고 평가했다.

2025-07-17 15:02:4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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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저출생 해법, 중소기업에서 찾자

결론부터 말하자. 전체 기업 종사자수의 81%가 다니는 중소기업에서 저출생 해법을 찾자. '신혼부부 결혼·출생 지원 확대, 가족 친화적 소득세체계 개편, 자녀세액공제 추가, 공공임대주택 신혼부부 우선 공급,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 난임부부 지원제도 강화 등….'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고령화 대책들이다. 물론 좋다.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해야 할, 아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인구는 지난해 517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인구는 2030년엔 5131만명으로 축소되고 2072년에는 362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1972년 수준 인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 2023년엔 0.72명까지 떨어졌다. 결혼을 꺼려하고,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고 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과 같은 과거의 인구 표어들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내용이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2341만명 종사자 가운데 1896만명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물론 여기엔 소상공인도 포함돼 있다. 중소기업에서 저출생 해법을 찾아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제 6단체 등은 지난해 민간 주도의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를 출범한 바 있다. 중소기업계 맏형인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범중소기업계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함께 일·가정 양립에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소기업이 있는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행복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다. 그러나 요식행위만 있었을 뿐 이후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이 없어 아쉽다. 그 사이 정부가 바뀌었다고해서 모르쇠 할 일도 아니다. 국가는 근로자 10명 중 8명이 다니는 중소기업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한다. 규모가 되는 중소기업은 단독으로,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주변 기업들과 함께 운영하면 된다. 업종별 단체나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주도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국가산업단지나 지역산단 등 기업이 모여 있는 곳은 좀더 수월할 수 있다.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국가는 법인세 인하 등 혜택을 주면 된다. 집과 회사가 멀어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하는 것이 힘든 이도 있을 것이다. 이때는 집과 좀더 가까운 다른 회사의 어린이집에 내 아이를 맡기는 등 실현 가능한 방법도 있다. 전통시장에 청년 창업을 유도하기위해 청년몰은 만드는데 시장 종사자들을 위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왜 없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이런류의 아이디어는 아이를 낳은 다음 이야기이긴하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지금까지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좀더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선 전체 기업의 99%와 종사자의 81%가 몸 담고 있는 중소기업을 적극 활용해보자.

2025-07-17 14:59:0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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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용의 벤처나라] 박람회 예찬

[신상용의 벤처나라] 박람회 예찬 틈틈이 박람회장을 찾는다. 30대 초반에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산업전시회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자주 찾다 보니 어느덧 취미가 되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9호선 봉은사역에 위치한 '코엑스(COEX)', 중소기업을 위한 전시장인 3호선 학여울역 '세텍(SETEC)', 푸드테크 분야 박람회에 특화된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aT센터', 지난해 개관해 최신 편의시설과 삼성동 코엑스 대비 1.8배 큰 규모를 갖춘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에 있는 '코엑스 마곡'을 주로 간다. 대부분의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렇듯이 필자 또한 고객사 영업과 IR(투자설명회) 라운드 등 하루에도 수차례 방방곡곡 현장을 누빈다. 외근 나갔을 때 이동 동선에 맞춰 잠시 짬을 내어 박람회장을 방문한다. 시간 약속은 신뢰이기 때문에 외부 미팅을 갈 때는 교통 상황 변수가 적은 지하철을 이용한다. 앞서 전시회장들을 소개할 때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접근성이 훌륭한 점도 자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박람회장을 가면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다. 우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산업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시대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지금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스마트폰 화면만 열어도 각종 최신 트렌드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관건이다. 매주 테마별로 기업과 기술을 전시하는 박람회장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온라인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 제품의 질감, 기술의 작동 방식, 서비스의 운영 모습을 관계자의 시연과 설명으로 보고 들으며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뿐 아니라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도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와 비교하며 개선점을 발견하는 훌륭한 '경험 자산'이 된다.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들 부스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훌륭한 제휴 파트너도 찾을 수 있다. 또한, 이때 자연스럽게 필자가 판매하는 렌털전환(RX) 솔루션을 설명하다 보면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얻기 힘든 오프라인 박람회의 장점이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옳다는 것을 체감한다. 건강도 챙기는 건 덤이다. 지하철을 이용하고, 전시회장을 돌아다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 만보를 훌쩍 넘기게 된다. 이처럼 경험 자산을 얻고, 협업 파트너도 찾고, 고객사 영업도 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이득을 안겨주는 박람회의 장점은 무수히 많다. 참! 웬만한 박람회는 사전 등록을 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최고의 가성비로 자기 계발과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지하철역에 들어가기 전 오랜만에 만난 무가지 신문을 집어 들었다. 신문을 읽다가 금주의 전시·박람회 정보를 모아둔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보다 신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를 전하는 무가지 신문을 지하철역에서 자주 만나면 좋겠다.

2025-07-16 15:13:24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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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논란'의 344억 원짜리 거대 드럼통

2012년 완공된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지속 가능한 건축과 혁신적인 도시 정원 설계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곳의 핵심 구조물인 '슈퍼트리(Supertree)'는 16층 규모의 거대한 수직 정원으로, 미래 도시의 비전을 시각화한 상징물이다. 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와 드래곤플라이 호수(Dragonfly Lake) 등에 분포되어 있는 이 조형물은 금속 구조물과 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형태,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기능적 전환, 그리고 매일 펼쳐지는 라이트 공연을 통해 공원 방문 자체를 하나의 문화경험으로 만든다. 빗물 수집 및 공기정화와 같은 역할까지 맡고 있는 슈퍼트리는 멀라이언(Merlion)과 함께 싱가포르의 정체성이자 도시 브랜드의 핵심이다. 반면, 현대건설이 기부채납 형식으로 창원시 성산구 대상공원에 조성중인 344억 원짜리 전망대 '빅트리(Bigtree)'는 예술적 완성도와 기획의 맥락성 측면에서 슈퍼트리와 비교가 안 된다. 랜드마크를 기대하며 슈퍼트리를 참조했다고 하는데, 일단 외형만 봐도 매우 다르다. 심미적인데다가 주변과의 조화가 빼어난 슈퍼트리와 달리 짧은 원통 형상은 흡사 거대한 '드럼통'을 연상케 한다. 시민들 또한 '탈모 트리' 혹은 '공장 굴뚝'이라며 비판한다. 한마디로 '흉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흉물 논란에 휩싸인 창원 빅트리는 그 어떤 생물학적 생장 메커니즘과도 맞닿아있지 않고, 트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나무'와도 동떨어져 있다. 기존의 공원 나무를 베어내고 가짜 나무모양의 시설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선 자연과 도시의 연결을 매개하기보다는, 환경 파괴적 요소로 작용한다. 빅트리의 가장 큰 문제는 기획의 출발점인 도시의 본질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슈퍼트리는 국가 비전인 '정원 도시'에서 '정원 속의 도시'로의 전환에 따른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즉, 기후·환경·도시철학이라는 총체적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융합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빅트리는 창원이라는 도시의 역사·문화·자연 환경과 어떤 연계성을 갖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유가치한 상징물로써의 가능성도 있을 리 만무하다. 성공적인 랜드마크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유일성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조형적 개성과 새로움이 요구된다. 예컨대 에펠탑은 높기 때문에 상징이 된 것이 아니라, 그 독특한 철골 구조와 기술적 밀도 덕분이다. 둘째는 해당 도시 고유의 서사와 문화가 기반이어야 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의미 있는 이유는 건축 양식뿐 아니라 호주의 해양문화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능성이다. 랜드마크는 단지 눈으로 보고 만족하는 조형물이 아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대표적이다. 안타깝게도 창원의 빅트리는 이 세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 외국의 사례를 베낀 외형은 유일성에서 벗어나고, 창원 본연의 서사와 문화가 녹아있지 않으니 독립적 존재로써의 위치도 헤아리기 어렵다. 기능적 측면은 경험도 전에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창원시만의 특질과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소통에 불성실했음을 방증한다. 창원시는 빅트리 설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조명을 교체하거나 주변 정비와 같은 '보완'으론 문제의 근원에 다가설 수 없다. 지금이라도 창원의 정체성과 이야기가 내재된, 완전히 새로운 구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의 말처럼 "두드려 부수는 것", 다시 말해 '철거' 역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가 두고두고 조롱받는 조형물이 적지 않다. 빅트리가 그 전철을 밟지 말란 법 없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7-15 14:37:44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