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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새 정부에 바란다…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AX전환과 과제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안분석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2025~2030 기간엔 1.2~1.7%이고, 2031~2040 기간엔 0.4%~1.1%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데에는 출산율 저하에 의한 인구 및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한국경제에서 소비위축과 함께 노동 인력의 부족 문제를 발생시킴에 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다른 요인으로는 한국경제의 노동생산성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인해 낮고 총요소생산성 또한 낮음이 지적된다. 혹자는 이를 두고 한국경제가 '피크코리아' 상태에 돌입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의 제고를 위해 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인구구조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낮은 생산성 문제를 높이는 일이다. 여기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후자 방법에 집중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새 정부는 노동생산성과 더불어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경제혁신을 위해 인공지능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AI 오픈사의 Chat GPT가 등장하기 전에는 디지털기술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 추진됐다. 그러나 오픈 AI사의 Chat GPT가 대중에게 공개된 2022년 이후엔 AX가 거슬릴 수 없는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이제 AI는 제조, 금융, 서비스 분야 등에서 단순히 생산성 제고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의 체질과 구조 재편 등의 혁신을 가져오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각인되고 있다. 올 1월 국회도서관이 발행한 글로벌 AI 기업지형도 자료에서, 국회는 AI 분야로 오픈 AI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테슬라와 같은 AI 로봇,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AI 에이젼트 등이 포함된 글로벌 AI 100개 기업을 선정했다. 여기에 미국은 59개 기업, 중국은 10개 기업, 영국 7개, 프랑스 5개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한국에는 한 개 기업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 기간 중 민주당은 AI 활성화 공약에서 먼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반도체위원회 설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의 조기개정,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 생산세액공제 등을 제시했다. 그리고 AI를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AI 투자 100조원의 국부펀드 등도 제안했다. 이들 공약이 국가 정책과제로 제대로 추진되는 경우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복원을 통해 피크코리아의 위험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다. 20년간 벤처생태계를 연구하면서 느꼈던 필자가 새정부의 AX 추진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권 기간 내 결실을 보려는 조급증을 갖지 않아야 한다. 비록 시간이 걸려 그 결실이 다음 정부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반도체나 AX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나 생태계를 먼저 조성하는 일이다. 인적 인프라로서 정부는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이 공급되는 체계를 마련하여 유능한 인재가 이공계로 몰릴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갖추어야만 한다. 또한, AX의 물적 인프라로서 용수 및 전략공급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RE100에만 매몰되지 말고 소형모듈원전(SMR)에 의한 전력공급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생태계 조성으로는 무엇보다 정부가 지원하는 R&D 과제에 대한 결과물 제출에서 연구실패가 인정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상용화가 곤란한 장롱특허나 저급기술 수준의 연구성과물이 형식적으로 제출되는 관행을 타파하려는 데에 있다. 둘째, 보여주기식 정책펀드의 지양이다. 역대 노무현정부에서 윤석열정부에 이르기까지 매번 정권별로 정책 펀드인 선박펀드, 유전펀드, 통일펀드, 뉴딜펀드, 밸류업펀드가 제시됐다. 이번에도 AX펀드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 정책펀드 대부분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성격이 아니라 상장기업 중심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자본시장 펀드였다. 우리 경제의 혁신을 위해서는 이런 쇼 윈도식 펀드도입보다는 벤처캐피탈체계의 활용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모태펀드에서 AX 정책 목적성 섹터를 두고, 벤처캐피탈이 스타트업과 스케일업 벤처기업에 대해 투자를 하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AX 관련한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다.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는 장해물이 된다. 규제의 원칙과 방향으로 소비자에 대한 보호는 강화하되 기업의 사업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규제 적용에서 생겨나는 이해상충문제의 합리적 접근 해결방안으로서 이해집단 간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보상을 다룰 중개기구설치(예, 가칭 규제중재위원회)를 제안한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7-03 07:57:3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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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용의 벤처나라] 종이신문 예찬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거래처와의 중요한 미팅에 변수 없이 정시 도착하는 교통 수단으로는 지하철이 최고다. 그래서 지하철을 애용한다. 자가용 차량을 직접 몰고 다니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어딜 가더라도 주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저녁 모임이 갑자기 잡혀도 부담이 없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 구경의 재미는 덤이다. 필자처럼 하루에도 여러 거래처를 방문하는 사업가에게는 한마디로 '가성비 갑인 모빌리티'다. 이처럼 무수히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지하철이 가장 쏠쏠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시간이 곧 돈인 현대인들에게 이동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승용차를 운전할 때와 달리 두 손과 눈이 자유로워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필자가 업으로 삼는 렌털전환(RX)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하루하루가 쌓여 일년을 채우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사업할 때 아이디어 원천이 되어 요긴하게 쓰인다. 필자는 지하철로 이동하는 30~40분 동안 신문을 읽는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읽는'다. 요즘에는 생소한 풍경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종이신문을 구독한다. 매일 새벽마다 집 앞으로 배달이 온다. 출근할 때 종이신문을 꼭 챙긴다. 이동 시간 틈틈이 읽기 위함이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 여러 문제가 생기는 요즘 시대에 종이신문으로 보도되는 기사는 정제된 고급 정보다. 고등교육을 받은 고도로 훈련된 기자들이 쓴 기사를 언론사 내부에서 한 번 더 검증을 거쳐 가치가 높아진 기사들만 종이신문에 실린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1급수 정보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종이신문을 구독하고 읽는 이유다. 요즘에는 종이신문을 볼 때마다 '어쩌면 최고의 현대 사회 종합인문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종이신문 한 부에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 등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놀라운 사실은 이 최고의 종합인문서 한 부가 단 돈 1000원선이라는 점이다. 소위 말해 편의점에서 파는 껌 값보다 싸다. 더욱 놀라운 점이 또 있다. 매일 배달오는 종이신문에서 지식을 다 습득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 읽은 종이신문을 신발장이나 옷장에 넣으면 냄새와 습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튀김 요리를 할 때도 주변에 깔아두면 안전하고 깔끔하다. 유리창을 청소할 때도 유용하다. 신문(新聞)은 한자로 '새로운 것을 깨우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新門)'이라는 의미도 더하고 싶다. 지금 종이신문을 한 부 구입해서 펼쳐보자. 나를 성장시키는 배움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아 차차! 오늘 아침에 깜빡하고 종이신문을 못 챙기고 나왔다. 다행히 지하철 역 앞에 반가운 무가지 신문이 있다. 무료라서 더욱 반갑다. 오늘의 문은 이걸로 열어야겠다.

2025-07-02 15:42:07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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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도덕적 용기를 하찮게 여기는 사회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000달러 미만의 절대빈곤상황은 80년대 초에 벗어나서 이제는 선진국 수준이라 할 3만 5천달러를 돌파하여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삶이 예전보다 향상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 불안감이 오히려 커가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교육불안, 주거불안, 고용불안, 노후불안에 더하여 도덕불안까지 5대 불안으로 시달리고 있다. 사람들이 무엇인가 불안해하는 환경에서 근로의욕과 기업가 정신을 불태우려 들기보다, '한탕'할 건이 어디에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는 모습들도 보인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환상 속에서 성장잠재력은 오히려 저하되어 가는 까닭이다. 도덕불감증에 걸린 인사들이 큰일을 맡으면 수치심을 상실하고 오만과 편견에 젖어 남부끄러운 죄를 저지르고도 수치를 느끼기는커녕 외려 거들먹거리며 으스댄다. 저 혼자 잘났다는 소영웅심리에서 비롯되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보면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고도 자화자찬으로 덧칠하기 일쑤다. 이러한 인사가 지도층이 되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고양하는 길을 외면하고 번드르르한 가짜 애국으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기 쉽다. 그 부작용으로 공동체의 신뢰 기반이 무너져 내려 선량한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경제적 빈곤에다 정신적 굶주림으로 시달려야 한다. 도덕적 용기가 하찮게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원리 원칙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다 줄었다 하여 지도층이 존경받기는커녕 손가락질받는 마구잡이 사회가 된다. 그런 환경에서는, 나라의 진짜 주인인 국민조차 그렇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자괴감에 빠져 서로 아귀다툼하는 패거리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도덕적 용기를 갖춰야 서로 자부심을 가지면서 협력하여야 사회적 수용능력(social absorptive capacity)이 고양되어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연결된다. '도덕적 용기'란 자신에게 크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자세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필요조건이다. 사람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는 늘 지녀야 할 떳떳한 마음 즉 항심(恒心)을 잃게 되어 도덕 불감증에 빠질 수 있다. 지도층 인사들이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고도 얼토당토아니한 논리로 부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들의 도덕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소한의 수치심도 죄의식도 저버린 유명 인사들을 보면서 그들은 그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입으로는 정의와 애국을 외치면서 자식들에게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돈과 권력을 추구해야 잘 살고 출세도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면 그들은 미래를 이중인격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한다. 조금만 멀리 생각하면, 온 세상을 호령할 권력과 재물과 명예를 움켜쥐고 있더라도 자신에게 부끄럽다면 모두 허사가 된다. 어떤 누구라도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커다란 까닭은 5대 불안 중에서도 도덕 불안 때문임을 과연 부인할 수 있을까? '도덕적 용기'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될 날은 언제쯤 올까?

2025-07-02 09:41:10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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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 노동자가 바라본 노동자들의 삶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노동자라 부른다. 법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 계약을 맺는 이를, 경제적으로는 생산 수단을 일절 갖지 않고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 이로 규정한다. 예술가도 노동자다. 작품제작을 위해 노동력을 투자하고 그 노동력을 통해 여러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다만 예술가의 노동 가운데 절반은 사유하는 노동이요 추상적 노동이다. 다른 절반은 실질노동자로서의 노동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정의해온 노동과는 달리 노동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되묻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의 삶을 예술노동으로 빚는 건 어떤 노동일까. 그것은 노동자로써의 예술가를 수면 위로 표상화 하는 노동이면서, 공동체 속 노동(자)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노동이다. 동시에 그 노동 자체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창조하는 실천적 노동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을 관통하는 작업 중 하나가 고(故) 구본주 작가의 <지나간 세기를 위한 기념비>(2001)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위치한 이 공공미술 작품은 모란미술관이 제정한 제1회 모란미술상(1995)을 받은 <이대리의 백일몽>의 후속 버전으로, 동판을 두드려 인체조각을 만드는 작가 특유의 기법으로 제작된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육중한 철판 같은 현실에 치여 어느 덧 잊힌 꿈의 부재를 묘사한 <배대리의 여백>(1993)이나 희망 없는 소외를 다룬 <파고다 공원에 파랑새는 없다>(1992)와도 맞닿아 있다. 내용은 예술 노동자가 바라본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삶이다. 12미터 길이의 곡선형 스테인리스 스틸 구축물 위에 튕겨나가듯 서 있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직장인이다. 아슬아슬하게 작은 발판을 디디고 있는 형상과 구도에서 그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을 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더 있다.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시작된 샐러리맨 연작을 포함해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성 해방을 다룬 소품 군상인 <파업>(1990) 시리즈, IMF시기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몰라 초조해하며 눈치를 봐야했던 직장인들의 일상을 담은 <눈칫밥 삼십년>(1999) 등이 그렇다. 삶의 애환이 서린 사람들, 소주 한잔을 걸친 채 집으로 향하는 우리네 소시민들의 인생을 녹여낸 작업들이다. 불의에 맞서 죽창을 치켜든 농민을 새긴 <갑오농민전쟁>(1994)도 같은 선상에 있다. 조선 시대 지배계층에 대한 농민 주축의 최대 항쟁으로 기록된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노동자를 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척박하게 살아가는 농민의 삶을 시대사와 엮어 강렬하게 풀어낸 걸작으로 꼽힌다. 이처럼 구본주가 주목한 것은 대체로 우리 역사와 보통사람들의 메마른 삶이었다. 고달프고 가난한 이들, 자본주의의 그늘 아래 힘없이 웅크려 있으나 새날이 오기를 포기하지 않은 나와 너, 운명처럼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과 가장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기는 것이 그에겐 중요한 일과였다. 이는 사실 노동자 계급성의 문제이자, 민중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안타까움, 경애에 관한 문제였다. 즉, 예술로서 노동이라는 인간의 존엄한 본성에 족쇄를 채우는 자본의 힘에 맞서며 서민들의 거친 삶과 일상의 주름을 어루만지고자 했던 것이다. 탁월한 예술노동으로 노동예술을 일구며 예술이라는 사회적 비석을 새긴 구본주는 2003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때 나이 서른일곱, 너무 빨리 하늘의 별이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의 유작 제목도 <별이 되다>(2003)이다. 형광폴리코트로 떠낸 1000개의 작은 샐러리맨 조각을 천장에 매달아 하늘의 별처럼 우러러보게 만든 설치작품이다. 그렇게 구본주는 작품 속에서처럼 우리 곁을 떠나 진짜 별이 되었고, 그의 예술은 여전히 우리를 올려다보게 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7-01 10:06:0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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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시장 과열엔 정교한 개입으로

한국 경제의 고질병은 자산 쏠림과 비생산적 신용 팽창이다. 낮은 금리는 대출을 부추기고, 그 자금은 생산투자보다는 대부분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간다. 부동산 가격이 실물 가치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자산 보유자는 레버리지를 통해서 자산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무주택자는 부채만 키워서 서로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그렇다고 금리를 높이면 집값은 잡겠지만 실물경제 전체를 짓누르고 이미 벌여놓은 가계부채는 더욱 위태로워진다. 통상 경기부양을 기대하는 정권 초기에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이에 새 정부가 제시한 부문별 자본규제 방안은 이전 문재인 정부의 단선적 수단에서 벗어나, 신용 흐름의 조율을 통해 비생산적 대출을 구분해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미 서울의 집값은 진보 정부의 출범이 기정사실화된 이후부터 급속도로 상승했다. 과거 보유세인상이 임대료 폭등으로, 양도세인상이 매물 잠금과 신고가 경신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아프게 경험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공언한 대로 세금 대신 신용 경로의 관리를 보다 정교하게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SCCyB)'이나 '부문별 시스템 리스크 완충자본(sSyRB)'은 은행이 부동산 경기 과열 등을 대비해서 특정 부문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금리를 높이지 않고도 은행의 대출 여력은 줄어들고 대출 심사기준이 엄격해진다. 신용의 유입은 조절하되, 실물경제 전반에는 부담을 덜 지우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안은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선'의 상향이다. 은행이 예금자의 예금 상환에 대비하여 보유(한국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지급준비율이라면, 위험가중치는 반대로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대비하여 일정 비율의 손실완충 자본을 더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약 15%, 돈 떼일 염려가 없는 정부나 공공기관 상대로는 0%, 상대적으로 위험한 신용대출이나 PF 대출의 경우 100%가 넘는 식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은 같은 금액을 대출할 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적립해야 하므로, 금리 인상 없이도 자연히 주담대 공급이 억제된다. 이는 대출 총량을 줄이는 효과와 함께 금융권 자원이 기업 대출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같은 감독행정의 영역은 국회의 입법 없이도 금융당국의 재량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의 민첩성을 높인다. 다만, 이러한 규제로 인해 제한된 대출 여력이 우량 담보인 서울, 강남 아파트로만 쏠려 양극화를 키울 수도 있기때문에, 지역별 주택 공급 확대정책과 병행하는 등 보완책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금융권에 대한 세제 개편도 선제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은행과 제2금융권은 고금리 시기에 예금-대출 마진을 통해 고수익을 얻었지만, 이에 대한 조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과거 외환위기 시기에 사례가 있었던 특별부담금이나 초과이익세 같은 형태의 증세를 도입하면 조세정의 측면에서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유동성을 흡수하고 신용 팽창의 책임도 분담시킬 수 있다. 금리의 고통도 세금의 부작용도 모두 겪은 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핵심은 자본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흘러가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단순한 긴축도, 맹목적 경기부양도 아닌, 자산 쏠림을 조정하고 생산적인 흐름으로 신용을 전환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규제와 유인의 정교한 조합, 질서있는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2025-06-30 10:20:4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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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왕의 채소 '아스파라거스'를 먹어야 하는 이유

입맛을 돋우고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데 보양식만 한 것도 없다. 다만 보양식이 육류에 집중돼 있고, 칼로리가 높은 요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나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적합하지가 않다. 그러나 고급 식재료는 육류만 있는 게 아니다. 채소류 중에서도 독특한 식감과 풍미로 사랑받는 고급 식재료들이 있다. '아스파라거스'가 그중 하나다. 아스파라거스는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부터 귀족과 왕족이 즐기는 고급 식재료로 대접을 받아왔다. 아스파라거스를 매우 좋아했던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겨울에도 아스파라거스를 먹기 위해 특별 온실을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아스파라거스에는 '왕의 채소'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술꾼들에게는 술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해장도 중요하다. 술독을 잘 풀려면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라고들 한다. 대표적으로 콩나물이 있다. 그 아스파라긴산이 처음 발견된 채소가 아스파라거스다. 특히 일반 아스파라거스보다는 하얀색 품종에 더 많은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돼 있다. 아스파라거스에는 퀘르세틴, 캠페롤, 이소람네틴 등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가진 플라보노이드들이 함유돼 있다. 이들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를 늦춘다. 항염증, 항암, 면역력 증진 외에도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성인병 예방과 개선 효과는 왜 아스파라거스가 그토록 오래전부터 왕족과 귀족으로 사랑받아 왔는지를 알게 한다. 비타민 B9인 엽산의 함량 또한 높다. 엽산은 아미노산과 핵산의 합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이며 세포 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엽산은 보통 태아 정상적 발달을 위해 임신부들이 꼭 먹어야 할 영양소로 알려져 있는데, 혈관 질환 예방, 우울증과 치매 예방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아스파라거스에는 왕의 채소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취향에 맞춰 여러 요리에 활용하고 즐긴다면, 올 여름 건강관리는 한층 쉬워질 것이다.

2025-06-30 05:06:0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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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임차인, 임차권등기 비용을 상계로도 행사 가능

주택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삶의 터전을 둘러싼 권리 분쟁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민감하다. 특히 임차인이 임대인과의 의견 차이로 주택을 자발적으로 인도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임차권등기명령'이다. 그런데 이 등기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며, 그 청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은 임차인이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기존까지는 이를 근거로 반드시 민사소송이나 소송비용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법에 '방법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비용 및 등기비용을 소송 없이 '상계' 방식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원고(임대인)가 피고(임차인)에게 아파트 인도 및 차임상당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자, 피고는 임차권등기를 한 뒤 발생한 비용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하고자 한 데서 비롯됐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2000만원, 차임 월 5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2년 뒤 임대차보증금을 2500만원으로 증액하였으나, 결국 피고의 차임 연체 등을 이유로 해지됐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친 후 그 비용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항변을 한 것이다. 원심은 이러한 피고의 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법에 임차권등기비용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은 인정하면서도 비용청구의 방법이나 절차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임차인은 민사소송으로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삼는 등의 방법으로도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임차권등기 외의 변호사 비용이나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피고의 상계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사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쳐 상환받아야 하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 또는 인도의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했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주택임대차법 제7조를 위반하여 임대차보증금을 증액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임차인이 민사소송이나 소송비용 확정절차 없이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및 등기관련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즉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임대인이 임차권등기 비용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임차인은 굳이 비용청구를 위한 소송을 따로 하지 않고도 해당 금액만큼 보증금에서 공제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임차권등기 비용에 대해 임차인이 보다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임차인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2025-06-29 09:35:0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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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9>이토록 우아한 호주 와인이라니…바-에덴 에스테이트

<289>호주 '바-에덴 에스테이트' 금보다 값진 와인이다. 금광 지대에서 금을 안 캐고 심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니 말이다. '금보다 와인'이라는 이 집의 홈페이지 첫 화면엔 "금은 단지 물질에 불과하지만 사랑은 영원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문구가 뜬다. 그래서 와인 '러브 오버 골드(Love Over Gold)'엔 포도나무가 뿌리 내린 땅에 대한 사랑, 와인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이상적, 감성적인 문구만큼 와인은 극히 우아하고 섬세하다. 바-에덴 에스테이트(이하 바-에덴) 오너인 피에르 앙리 모렐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형 와이너리와 달리 바-에덴은 가능한 최고 퀄리티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로 호주의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RC)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수확량을 철저히 제한해 양보다 품질에 집중하며 생산량이 적다고 해도 와인 가격을 올리거나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에르는 프랑스 남부 론 대표 와이너리인 '엠 샤푸티에'에서 경험을 쌓고는 2014년에 호주로 오면서 바-에덴과 인연을 맺었다. 굉장히 독특한 테루아라고 판단해 바-에덴의 땅에서 재배한 포도를 1톤 정도 사들여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한 것이 2022년에는 와이너리와 포도밭까지 모두 인수하게 됐다. 국내에서 유명한 호주 와인 '투핸즈'의 설립자 리차드 민츠가 피에르와 함께 바-에덴의 공동 오너다. 피에르가 반했다는 테루아를 살펴보자. 바-에덴이 자리잡은 곳은 남호주에서도 맹글러스 힐이다. 호주 와인 애호가라도 낯설게 느껴질 터. 와이너리 이름을 보면 힌트가 있다. 바(Barr)는 바로사 밸리, 에덴(Eden)은 에덴밸리다. 호주의 대표 와인 명산지 두 곳의 중간쯤이 바로 맹글러스 힐이다. 기반 지질은 약 5억만 년 전 변성된 암석 토양이다. 호주 땅덩어리가 분리되기도 전이니 따지고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땅에 포도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호주 자체는 신세계일지라도 말이다. 대륙성 기후에 속해 주변은 굉장히 건조하지만 바-에덴의 포도밭은 높은 고도와 지리적 이점 등으로 많지는 않지만 비를 얻을 수 있다. 양조는 전통적인 방법만 고집한다. 피에르는 "모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하며, 그마저도 포도알 하나하나를 손으로 줄기와 분리해 가장 완벽한 포도알만 골라낸다"며 "러브 오버 골드 시라즈의 경우 발효하면 딱 500리터 한 배럴만 나와 만약 곰팡이 등 문제가 생기면 아예 와인을 만들지 못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와인 생산량은 1만2000병에 불과하다. 와인 한 종류가 아니라 바-에덴이 한 해에 생산하는 총 규모다. 생산량이 워낙 적어 한 번 출시되고 나면 피에르라고 해도 맛볼 기회가 별로 없다.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는 남호주에서는 가장 높은 고도에서 자란 그르나슈로 만든다. 아주 건조한 지역이지만 관개는 하지 않고 포도나무 스스로 살아남도록 한다. 포도나무엔 극한의 스트레스였겠지만 이게 또 와인으로 만들면 그렇게 집중도가 있으면서도 정제되고 우아하다. 2021 빈티지는 갓 자른 꽃 향기에 과실향, 향신료가 복합적이다. 입 안에서는 섬세한 타닌과 좋은 산미가 하나 거슬릴 것이 없다. 피에르는 "그랑크뤼 피노누아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특정 지역을 떠올리지 않는 오직 맹글로스 힐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이런 우아함과 정제는 맹글로스 힐에서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순수함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양조과정에서 되도록 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21년은 낮엔 덥고, 밤엔 서늘했다. 와인을 만들기 좋은 기후에 700병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너무 건조해 겨우 300병에 그쳤다. '러브 오버 골드 오마쥬'는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 쉬라즈를 블렌딩했다. 호주 국보와인 '그랜지'를 세계 정상에 서게 한 마케팅 디렉터이자 바-에덴의 전 소유주인 밥 맥린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원래 무르베드르의 비중을 높게 하고 그르나슈에 시라즈를 조금만 섞으려고 시작했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무르베드르와 그르나슈의 비율이 각각 42%로 같고 시라즈를 16% 넣으니 완벽했다. 각각 양조한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와 쉬라즈를 사용하니 오마쥬는 바-에덴의 최상위 라인업을 모두 맛본다고 보면 된다. 숙성잠재력도 기본 10년 이상이다. 그는 "더 숙성될수록 복합미가 좋겠지만 우리 와인은 사서 바로 마셔도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출시 전에 테이스팅을 거쳐 마실 상태가 아니면 와이너리에서 추가로 숙성을 해서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2025-06-26 15:23: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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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벼랑끝 자영업자와 '금융 생태계'

내수침체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빌린 돈을 못 갚는 사람도 늘어 난다. 생존 자체가 도전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약 2860만명 가운데 자영업자 수는 560만~570만명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소상공인 기업체 수는 596만1000개, 종사자 수는 955만명이나 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이자 지역경제의 실핏줄로 불리는 이유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렸다. 지금은 소비와 투자가 급감하면서 내수침체 터널 속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24%다. 지난 2013년 2분기 말(13.54%)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새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이유다. 은행 등 금융권도 상생금융에 더해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정책금융, 대출만기 연장, 이자유예 등을 통해 단기적인 숨통을 틔웠다. 이제는 단기 처방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생태계'의 재편이 요구된다.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은 대부분 신용보증기금, 지역신보,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지금의 금융은 위기 국면에서 임시방편에 머무를 수 있다. 위기 이후에는 다시 대출 회수 압력으로 이어진다. 일관된 금융정책보다는 단기처방에 의존하는 구조다. 장기적인 '금융 사다리'와 '금융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최근 만난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를 위한 장기적인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창업 초기에는 보조금과 무담보 소액대출, 성장기에는 신용보증과 저리 운전자금, 안정기에 접어들면 정책자금을 통한 시설투자금 등 단계별로 정교하게 짜인 금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 때마침 은행연은 며칠 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 금융 지원부터 컨설팅과 판로 지원 등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정책 금융기관인 '소상공인금융공사(가칭)'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융 접근성도 개선할 대목이다. 많은 소상공인은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 금융권이나 심지어 고금리 대부업체에 의존한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거나 재무제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는 여전히 시스템 밖에 있다. 디지털 금융이 확대되며 일부 핀테크 기업들이 대안신용평가(CB) 기반의 중금리대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한계와 법적 기반 부족으로 제도권화가 더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보다 과감한 '데이터 기반 금융'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한다. 통신비, 배달매출, 카드거래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영세 자영업자의 신용을 재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금융지원의 핵심은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자금이 자영업자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 대출지원이 아니라 경영컨설팅, 디지털 전환, 판로 개척 등 비금융적 지원과의 결합이 필요하다. 정책금융기관도 금융지원을 할 때 단순히 심사·대출을 넘어 컨설팅, 운영 역량진단, 사후관리까지 함께하는 구조여야 한다. 금융과 경영의 연결이 강화될수록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 재도전의 기회가 확대된다. 마지막으로 금융은 본질적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에게 초기 자금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진정한 금융생태계가 완성된다. '보수적인 심사'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유연하고 입체적인 금융 판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5-06-26 07:29:0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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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의 龍虎相生 복지이야기] 다시, 사회서비스원의 길을 묻는다: 공공돌봄의 초석을 다지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돌봄 기반인 사회서비스원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좋은 돌봄을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돌봄 인력에게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며,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 공급 주체로서 도입된 중요한 공급기관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회서비스원은 재정 지원 감소와 무관심으로 인해 조직 전반에 걸쳐 상당한 위기감이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회서비스원을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바라보고,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전면적으로 폐쇄하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이러한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더욱이 인천광역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사회서비스를 모르는 퇴임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와 다른 조직간 인위적 통합으로 내부 갈등이 극심해져 본연의 역할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통 속에서도 사회서비스원이 가진 공익성과 사회적 필요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급증하는 돌봄의 요구 속에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통합돌봄체계의 초석을 다지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서비스원의 정상화와 역할 제고를 위해 다음의 제언을 한다. 첫째, 사회서비스원, 특히 종합재가센터는 '시장 실패'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은 도시와 농어촌, 대도시와 지방 간에 광범위한 시장 실패로 인해, 돌봄 서비스 공급자의 부재와 부족 등 돌봄 서비스 접근성 측면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민간 공급자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진출을 꺼리는 지역에서, 사회서비스원은 공평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돌봄 서비스의 보편성을 확보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지역 간 돌봄 격차 해소에 기여하며, 진정한 의미의 지역밀착형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사회서비스원은 시장에서 돌봄이 어려운 '고난이도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 거동이 불편하여 장거리 이동이 어렵거나 중증의 케어가 필요한 대상자 등, 민간에서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거부 사례들이 존재한다. 사회서비스원은 이러한 대상을 위한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민간과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정립하고 전체 돌봄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기초자치단체로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광역지자체 소속을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초지자체는 주민의 욕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지역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단위이다. 기초지자체가 돌봄 공급 주체에 대한 관리와 운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돌봄 욕구 충족의 저변을 확대하고, 향후 시행될 통합돌봄 체계와 발맞추어 지역밀착형 공급 주체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이는 돌봄 서비스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넷째, 사회서비스원이 가진 공공기관의 경직성을 유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현재 사회서비스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업무 수행 절차가 까다롭고, 신규 사업 추진에 있어 민간에 비해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종합재가센터는 민간의 혁신성과 자율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기존 공공기관보다는 사회서비스 분야에 적합한 '준민간기관' 수준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는 불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함을 부여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의 당면한 위기를 직시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의 정상화는 단순히 기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과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의 좋은 기관이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이 공공돌봄의 초석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돌봄이 필요한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용호 국립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5-06-24 11:09:02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