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헌변호사의 BizLaw] 국제계약은 잘 체결하는 것보다도 잘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약을 엄격하게 준수하면서 거래를 하는 것 보다 서로 양보하면서 정겹게 소통하면서 거래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거래를 하면서 계약조건을 따지는 모습이 매몰차고 인정이 없는 소인배로 비춰지기도 한다. 계약이라는 제도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늘 불편한 것이다. 한국기업은 국제거래에서 성공하려면 계약을 잘 체결해야 한다는 말을 늘 들어 왔기 때문에 국제계약을 제대로 체결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 변호사의 자문도 받는다. 계약협상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고 난 다음이 문제이다. 이렇게 공을 들여 계약을 체결하였지만, 계약이 서명되고 나면 계약서는 바로 책상서랍으로 들어간다. 더 이상 계약서를 보지 않는다. 거래를 진행하면서 외국기업이 대금지급을 늦게 해도 한국기업은 기다려 준다. 가끔씩 독촉하기도 하지만, 서로 감정이 상할까 봐 계약상 권리를 내세우거나 계약위반상황임을 외국기업에 통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외국기업이 계약상 다른 조건들을 위반하기 시작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면 힘들게 협상하였던 계약조건이 무엇인지도 다 잊어 버린다. 이럴 것이라면 왜 힘들고 복잡하게 계약조건에 대한 협상을 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외국기업 같았으면, 한국기업이 계약과 달리 움직이면 바로 계약조항을 들이대면서 계약을 위반하였다고 알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며, 서로 원만히 타협이 된 부분도 서류로 증거를 남겨 분명히 정리하고 가려고 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한국기업은 그때에야 비로소 서랍 속에 들어 있던 계약서를 꺼내어 본다. 계약대로라면 상대방에서 계약위반을 한 것 같기는 한데, 거래가 진행된 내용을 보면 처음부터 계약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상대방에게 계약위반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변호사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것이 국제계약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태도이다. 계약이라는 것은 거래의 매뉴얼이다. 계약대로 거래를 하자는 것이 당사자의 뜻인 것이다. 항상 계약내용을 검토하고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계약이라는 제도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문화이다 보니, 계약이 거래의 매뉴얼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