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삼풍백화점 붕괴, 그 후 19년

서울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해 간다. 기억하기 싫은 역사나 사건사고가 일어난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교대역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지나 반포역 쪽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아크로비스타라는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터도 그런 경우다. 주변에 관공서와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어 잘 알아채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곳은 지난 1995년 12월 1일, 5백여 명 사망에 천 명에 가까운 부상자를 내며 붕괴된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다. 삼풍백화점은 당시 백화점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이름이 높았던 백화점이었다. 그러나 1989년 세워진 건물이 채 6년도 지나지 않아 무너진 것은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함 때문이다. 삼풍건설산업은 애당초 아파트 상가로 짓던 건물을 백화점으로 급히 바꾸어 지었는데, 이때 4층짜리를 억지로 5층으로 높이면서 구조 보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쇼핑공간 확보를 위해 벽을 무리하게 텄으며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면서 바닥과 천장을 뚫었다. 결과적으로 몇 개 안 남은 기둥에 쏠리는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의 철근도 제대로 넣지 않아 삼풍백화점은 붕괴 시작 단 20여 초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사실 예고된 인재에 가까웠다. 붕괴되기 1년 전부터 이미 벽과 바닥에 금이 가는 현상이 발견됐고, 사고 며칠 전부터는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고 건물이 기울기 시작하는 등 붕괴 조짐이 나타났다. 건물도 비정상이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백화점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였다. 건물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명확한 상태였음에도 매출에 지장을 줄까 영업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준 삼풍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이한상 사장 등은 대피방송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현재 '양재 시민의 숲'에 가면 한쪽 구석에 위령비가 한 개 서있다. 그러나 그 뿐…. 삼풍백화점이 있던 아크로비스타 근처에는 당시 한국전쟁 다음으로 큰 인명피해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한 그 어떤 기록이나 흔적이 없다. 과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이토록 쉽게 잊어도 되는 걸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은지 19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인재에 기반한 건물 붕괴와 선박 침몰 등이 끊이지 않기에 염려를 거둘 수가 없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2014-09-18 10:37:54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여의도 패트롤] 박근혜와 박영선, 여성 정치인의 한계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로 뽑히며 큰 기대를 줬던 박영선 의원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고 박순천 민주당 당수 이후 여성 정치인으로 야당 당대표 역활을 맡은 건 박 의원이 유일하다. 최초의 여성 법사위원장, 두 번째 비(非)법조인 법사위원장이라는 기록도 보유한 그였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과 여성 정치인으로서 대조를 이뤄 존재감이 커졌다. 정부 여당과 야당의 사령탑으로 각각 비교되는 영광(?)까지 짧게 누렸다. 일각에선 박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스스로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지나쳤다고 말한다. 의욕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이끌었는데 두 차례나 비토당하고, 비대위원장으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이 좌절되며 '삼진아웃'됐다는 평가다. 그가 늘 강조하던 '철통 보안'에 스스로 발목 잡혔단 비판도 있다. 기자 출신으로 정치인들에게 정보를 캐냈던 그는 역설적으로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들에게 정보를 흘리는 보좌진을 색출하라며 정보 유출을 막았다. 대표실 문에 추가 칸막이를 설치하고 내부 화분에 도청 장치나 녹음기 설치 우려가 있다며 화분을 모두 복도에 내놓기도 했다. 의심이 지나치다는 볼멘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감정 정치', '여성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원내대표직과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라는 사실상의 대표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박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적잖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회의 중 눈물을 보이고 큰 소리로 화를 내며 회의를 진행한 것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많다. 비공개 회의 등에서 그런 장면이 여러번 연출됐지만 당 안팎에선 쉬쉬했다. 이같은 부정적 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됐다.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을 닮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거슬리는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면에서 여성 정치인의 한계라고까지 폄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옥선 전 의원이 남장까지 하고 다니며 남성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활동했던 점과 비교도 됐다. 김 전 의원의 남장이 한국 정치계에서 먹혔던 것이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만약 박 대통령까지 실패한 정치인으로 남는다면 우리 사회에 여성 정치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박 의원이 개인적 감정을 추스르고 진보 성향 여성 정치인의 대표란 생각을 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주길 바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장없는 배가 됐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위원장직을 '독배'라 표현했다. 7·30 재보궐 선거 참패 후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본인에게 떠넘겨진 상황을 "독배를 마시고 죽겠다"고 말했다. 다음 차례로 독배를 마실 정치인이 누가 될지가 현재 여의도의 가장 큰 관심사다.

2014-09-17 14:57:49 조현정 기자
기사사진
[윤덕노의 푸드스토리]뽀빠이 시금치보다 좋은 겨울 시금치

옛날 만화영화의 주인공 뽀빠이는 시금치 통조림만 먹으면 천하무적 장사로 변신한다. 뽀빠이는 왜 시금치를 먹었을까? 얼핏 시금치 광고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광고와는 아무 관련 없다. 만화영화가 워낙 인기를 끌었기에 시금치가 엄청 팔렸을 뿐이다. 만화영화에서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는 이유를 설명한 적은 있다. "시금치는 비타민 A의 보고라서 먹으면 튼튼하고 건강해진다" 하지만 뽀빠이의 이 말은 원작자가 사망한 후 뒤를 이어 그린 작가의 말이다. 원작자가 왜 처음 뽀빠이에게 시금치를 먹였는지의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은 까닭은 철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뽀빠이의 주장처럼 비타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1929년 뽀빠이 만화가 처음 선보였을 무렵, 사람들은 시금치에는 엄청난 철분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금치를 먹으면 튼튼하고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과학자의 실수로 인한 잘못된 믿음 때문으로 1870년 독일의 에밀 폰 볼트라는 학자가 시금치의 철분 함량을 측정하면서 소수점을 한 자리 앞에 찍어 논문을 발표했다. 철분 함량이 졸지에 10배나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시금치를 먹으면 튼튼해진다고 믿게 됐고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뽀빠이보다도 4-500년 앞서, 조선에서도 시금치가 몸에 무척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겨울 시금치를 먹으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성종 때 청주에 경징이라는 효자가 살았다. 부친이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자 한 겨울 강가에 나가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고았고, 눈밭을 헤쳐 시금치를 캐어다 밥상에 올리니 부친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겨울 시금치와 잉어에 효심이 더해져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약효를 보였으니 뽀빠이가 먹고 힘냈다는 시금치 통조림은 비교가 안 된다. 허균의 형, 허봉이 쓴 해동야언(海東野言)에 나오는 이야기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9-17 10:24:35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캣우먼] 느긋한 내 성격의 폐해

Hey 캣우먼! 전 천성적으로 좀 느리고 여유로운 상태를 좋아합니다. 일할 때나 남들이 답답해할 때도 종종 생기지만 허둥지둥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저도 너무 당황하게 됩니다. 과정이 그렇다 보니 결과물도 안 좋아서 뭔가 끝마친 뒤에도 찜찜하거나 완전히 지쳐버려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겠구나 타협하고 정신줄을 붙들며 '작은 일 하나하나씩 하다 보면 끝이 나 있겠지'라는 맘으로 하루를 보내면 직장 일은 언제나 스케줄에 따라가기 바쁘네요. 시간이란 자원은 한정되고 여가시간이 없어서 기분이 가라앉아요. 시간에 쫓기는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일들을 금방금방 해치워 버리는 부지런한 사람들, 부럽네요. 어떻게 하면 긴장과 여유의 밸런스를 잘 맞추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거북이) Hey 거북이! 통제력을 상실하는 위기감과 이 위기감으로 인한 수치심은 괴롭긴 합니다. 그런데 전 당신과 반대로 천성적으로 성질이 급하고 항상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조급증이라 그런 제가 너무 싫습니다. 내일 일을 오늘 미리 하고 모레 일을 내일 미리 해놓으면 결과적으로 쫓기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제가 보기엔 '최적의 속도'로 사람이 일하고 움직인다는 것은 마치 '일과 가사를 균형있게 양립'한다는 말만큼이나 거의 존재 않는 신기루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일을 허둥지둥하든 마감이 닥쳐서 허둥지둥하든 '일'이라는 건 항상 어느 단계에선 쫓기는 기분이 듭니다. '일을 빨리 한다'가 일을 잘하고 '일을 느리게 한다'가 반드시 일을 못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일에 따라 필요한 성향과 능력이 달라지니깐요.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의 느긋함으로 업무에서 구체적인 실수가 세 번 이상 있었다면 그 일을 맡지 않거나 상사와 개선방향을 협의해야 합니다. 또 나의 성격으로 주변사람을 피곤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타고난 그 성격을 만회할 수 있는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같은 것이 있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캣우먼)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

2014-09-16 10:58:49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참으로 아득한 KIA의 미래

KIA에 대한 우려의 눈길이 많다. 지난 2009년 우승, 2011년 4강 이후 3년 내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2012시즌 5위에 그쳤고 2013시즌은 1위를 달리다 8위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꼴찌위기까지 몰려있다. 이제는 아무도 KIA를 강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선동렬 감독의 부임 이후 벌어진 일들이지만 더욱 크게 보면 해태 인수 이후 누적되어온 문제가 쌓인 것이다. 첫 번째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고 선수들도 키우지도 못했다. 좋은 선수를 뽑아도 발전한 선수들은 몇몇이 되지 않았다. 스카우트와 육성 실패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두 번째는 강한 지도력도 없었다. 전력이 좋을 때는 누구든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서는 이를 헤쳐가는 능력 있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KIA는 이것이 부족했다. 최근 선동렬 감독에게 쏟아지는 비판이다. 선수들도 색깔이 없다. 타 팀에서 이적해온 수 십억 짜리 FA들이 팀의 근간을 이루고 대신 프랜차이즈 출신 스타가 퇴장하면서 고유의 팀 문화가 사라졌다. 팀을 이끄는 리더도 없고 선수들도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했다. 부상을 안고 살았고 자기관리에도 소홀했다. 팀 보다는 자신을 생각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구단은 시즌을 마치면 정비 작업에 들어간다. 기계적으로 사령탑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프런트와 선수단이 머리를 맞대고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대혁신이 필요하다. 작년부터 스카우트와 육성시스템 구축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씨앗을 뿌리는 단계이다. 결실을 거두려면 수 년을 기다려야 한다. KIA의 앞날이 참으로 아득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9-15 16:52:32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가을 감기, 체질 따라 다스리자

가을이 돌아왔다. 이 시기는 일교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 감기에 걸리기 쉬워진다. 흔히 감기에 걸리면 대부분 쌍화탕을 사먹고 만다. 하지만 감기 역시 양인과 음인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 역시 달라야 한다. 양인은 감기에 걸리면 하루 만에 열이 오르고 코가 막히고 편도가 붓는 등 빠르게 진행된다. 내열이 많은 체질이기 때문에 호흡기와 비강(코의 안쪽 공간) 등이 쉽게 충열 된다. 이로 인해 염증이 심해지고 고름이 쌓이게 돼 축농증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양인은 속의 열을 내려주고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마실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흔한 차는 바로 보리차다. 특히 보리는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열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메밀 역시 성질이 차갑고 소화기의 열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수시로 마셔주면 좋다. 과일 중에는 배가 좋다. 이들 본초는 해열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체질과 상관없이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음인들의 경우 열이 내린 후에 이런 음식들을 오랜 기간 먹으면 몸의 상태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음인의 감기 진행 속도는 완만하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고 미열이 지속되는 등 며칠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는데, 소화기능이 같이 떨어지기 쉽다. 이 때 활용하기 편하고 효과가 좋은 것은 생강이다. 생강은 성질이 뜨거워 몸의 양기를 북돋아주고 나쁜 기운을 밖으로 몰아내기 때문에 음인들에게는 작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또 위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줘 소화불량에도 효과적이다. 감기 초기에 생강 3~4 조각을 달여 마시면 땀과 함께 나쁜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여기에 파뿌리를 함께 넣고 끓여도 효과가 있다. 파뿌리는 한의학에서 '총백'이라 부르며 한약재로 쓰이는데 파의 흰 부분을 말한다. 대파의 하얀 부분에서 뿌리까지의 길이가 대략 10㎝ 정도 되는 것을 2~3개 준비해 생강과 함께 300㏄의 물에 넣고 약 30분간 약한 불로 끓여준다. 아침·점심·저녁 종이컵 한 컵 분량을 마셔주면 좋다. 김소형 본초학 박사(김소형 한의원)

2014-09-15 11:24:03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조민호의 와인스토리]리슬링(Riesling)이라는 마술사

와인 생산국마다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대표 품종이 다르다. 샤르도네는 프랑스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상파뉴로 가면 샴페인이 되고 조개 화석이 지천으로 널린 샤블리 지역으로 옮기면 굴과 멋진 궁합을 이루는 화이트 와인이 빚어진다. 부르고뉴에는 세계 최고 품질의 몽라쉐가 버티고 있다. 몽라쉐는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10년 이상 숙성하며 어떤 레드 와인보다도 묵직하고 튼튼한 골격을 자랑한다.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로 건너가 이름 값을 높였다. 천혜의 푸르른 자연과 걸맞게 풀내음 풀풀 풍기며 와인 마니아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런 화이트 와인의 대열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품종이 리슬링이다. 프랑스의 알사스나 오스트리아에서도 재배되지만 리슬링의 본고장은 독일이다. 리슬링은 만생종이며 생명력이 강해 추운 지방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독일이다. 라인강의 지류인 모젤강변에서 재배된 리슬링 와인은 약간은 비릿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특유의 광물질(미네랄)과 부싯돌 향이 코를 찌른다. 주유소 근처에 가면 맡게 되는 석유(petroleum)냄새를 풍기는데 청사과 등 풋과일 향이 포함돼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와인의 품종을 향과 맛만 보고 맞추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 웬만하면 놓치지 않는 와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아주 늦은 가을철에 수확해 양조하는 단 맛의 스위트 와인도 리슬링을 으뜸으로 친다. 독일의 와인 품계에서 슈페트레제나 아우스레제 등급이 이에 속한다. 리슬링은 또한 세계 3대 귀부와인(곰팡이로 인해 마른 포도로 만든 스위트 와인)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보르도 소테른 지방의 귀부와인은 세미용 품종인 반면 독일은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라는 최상위 등급에 리슬링 귀부와인을 올려놓고 있다. 리슬링은 또 캐나다로 건너가 아이스 와인으로 변신했다. 독일의 아이스 와인이야 정평이 나 있지만 생산량으로 따지면 단연 캐나다다. 캐나다는 토착 품종인 비달로 아이스 와인을 만들어 왔는데 리슬링이 이식된 후 캐나다의 최고급 아이스 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거의 모든 종류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내는 리슬링은 다른 품종과 달리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꾼다는 점에서 최고의 마술사라 하겠다.

2014-09-14 11:32:38 조민호 기자
기사사진
[유병필의 청론탁설]규제개혁, 공무원의 자세가 바뀌어야 성공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올인 하다시피 열정을 쏟고 있다. 이달 초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밝힌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는 지금까지 어느 회의 때에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모두 발언부터 "지금 우리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으며 골든타임에 주어진 기간이 많지 않다"면서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은 아닌지 모두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테면 "규제를 풀려면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라" "웬만큼 풀어서는 간에 기별이나 가겠는가" 이러한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듣기에 따라서는 민망할 정도로 장관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기도 했다. 사실 정부의 규제가 우리경제의 걸림돌로 지목된 지는 오래된다. 지난 1960년대 경제개발과정에서 정부주도형 경제운용을 하다 보니 많은 폐해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원리에 맞는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끝내는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따라서 지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공무원의 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공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갑'의 입장을 조금도 내려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민원인을 역지사지의 자세로 임해야 하나 인위적인 법규해석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나와 빈축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복지부동은 물론 보신주의가 만연해 공직사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법률아래 시행령, 시행세칙, 조례 등으로 얼마든지 그물망을 치고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민원인이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추진하다 잘못돼도 관대한 평가를 내려주겠다고 해도 아직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민원해결에 앞장서는 풍토조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무원의 뿌리 깊은 적폐는 야당의 정치적인 장애보다 오히려 더 큰 장벽이다. 우리경제가 저성장의 그늘을 벗어나 활기를 되찾자면 무엇보다 정부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과 기업가가 합심해야 가능하다. 규제개혁 이전에 공무원의 의식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할지도 모른다. /언론인

2014-09-14 11:01:27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약자를 위한 생각의 설정

수입차의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훌쩍 넘었다. 판매 내용을 보면 차종에서는 벤츠·BMW·아우디 중심에서 벗어나 폭스바겐·벤틀리·랜드로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판매지역 역시 서울 중심의 수도권에서 전국구로 확산됐다. 이렇게 수입차 전성시대가 열린 이유는 소비자의 소득 증대 때문만이 아니다. 수입차를 선택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차'라고 말한다. 또 가격 대비 성능이나 만족도가 월등하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평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수입차에 대한 구매 배경이 대동소이한 것을 보면 흐름이 심상치 않다. 담뱃값 인상 폭풍이 무섭다. 정부는 10년 만에 2000원 인상을 추진하는데, 그 당위성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앞세웠다. 흡연율을 현재보다 8% 떨어뜨리고 지속적으로 물가 상승에 비례해 인상을 거듭하면 2020년쯤 OECD 평균 흡연율인 26%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추가 발생될 세수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입방아를 찧는다. 왜 매번 OECD가 기준일까. OECD의 수치는 정부 주장의 근거로만 쓰일까. 세수 증대의 혜택을 봤다는 사람은 왜 없을까. 사치에 가까운 기호 품목도 많은데 하필 담배일까. 정부는 개인이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다양한 지원을 한다. 최근에는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사업의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신진 디자이너에 대한 재정 지원 사업이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겸비한 탓에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나 이벤트 참가를 지원하기도 하고, 새로운 디자인 개발을 위한 현금 지원도 한다. 문제는 이런 지원을 받는 사람의 숫자는 매우 적은데, 그중에 타워팰리스가 거주지인 대상자가 있다는 점이다. 주거지나 개인 재산의 정도가 지원 대상자 판단 영향을 줘야 하는가는 차치하고, 세금의 쓰임이라는 측면에서 더 적절한 사람이 많지는 않을까란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지 싶다. 사람들은 내수용 자동차보다 수출용 자동차가 성능 대비 가격이 우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살림을 위해서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지원금은 현실이 힘든 약자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이 생각이 편견이든, 무지의 소산이든 아니면 음모든 중요하지 않다. 배려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에 대한 고민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드러난 생각이기 때문이다. 약자를 위한 생각의 설정이 필요하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9-14 10:54:13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마마야 물렀거라, 지석영 대감 행차시다"

서울 연건동에 있는 서울대학교 병원에 가면 옛 '대한의원' 본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907년에 건립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적인 병원 건물로서 근대적인 서양 의료기술과 의학교육을 국내에 도입하는 창구 역할을 한 기구다. 1885년에 개원한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과 1899년에 문을 연 최초의 근대식 의학교육기관인 '의학교' 그리고 '광제원'의 맥을 잇고 있다고 평가된다. 물론 일제에 강점된 뒤에는 의사나 약제사, 사무원들이 대부분 일본인으로 교체됐고 이름도 '조선총독부의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차츰 조선인의 조선인에 의한 조선인을 위한 근대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노력이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 도구로 변질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병든 사람들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아니 병들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조선인이 있었다. 대표적인 이가 지석영이다. 의학교가 존속한 1899년부터 1907년까지 내내 교장을 맡기도 했던 지석영은 일본으로부터 '종두법'을 도입해 '마마' 퇴치에 앞장선 인물이다. 지금이야 그 위험성을 자각하는 이들이 거의 없지만 '두창'이나 '천연두'라고도 불리는 마마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목숨은 부지하더라도 얼굴에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곰보 흔적을 남기던 무서운 질병이었다. 얼마나 대단했으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호환보다도 두려울 정도라 하여 '호환마마(虎患??)'라 일컬었을까. 실제로 사망률이 매우 높아 한때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전체 사망 원인의 10퍼센트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석영과 같은 이들의 고생과 끊임 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 1979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마마는 인류가 개발한 백신을 통해 완전히 퇴치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의원 건물 안에 마련된 의학박물관에 가면 그런 어마무시한 마마를 물리치기 위해 애쓴 지석영의 노고를 돌아보는 전시를 볼 수 있는데, 이름이 '마마야 물렀거라, 지석영 대감 행차시다'이다. 물론 일제가 자신들의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석영과 같은 인물의 업적을 앞에 내세운 반면 이전의 조선 정부가 했던 마마 퇴치 노력을 폄하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또 지석영 스스로 이토 히로부미의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하는 등 친일부역 혐의마저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록 옛 대한의원 의학박물관이 당시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건물을 안팎으로 살펴보고 전시물을 훑어보다 보면 근대 의학기술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 땅의 다양한 풍경이 머릿 속에 그려진다는 점이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2014-09-11 11:42:33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