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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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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Made in KOREA

1983년 MTV 25주년 특집방송에 마이클 잭슨이 등장했다. '빌리진'을 부르며 전설이 된 문워크 춤을 선보인 날이었다. 이 때 마이클 잭슨의 왼쪽 손에 착용됐던 라인석 골프 장갑은 단숨에 화제로 떠올랐다. 이 장갑은 2009년 뉴욕의 하드록 카페에서 경매에 붙여졌고 35만 달러에 낙찰됐다. 낙찰 후 장갑의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됐는데 안쪽 라벨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Made in KOREA' 뿐이었다. 드라마·가요·영화 업계는 상품 기획을 'K' 붙이기에서 시작한다. 해외 시장 판매를 기본으로 하면 최소한 본전은 뽑는다는 판단이다. 안이한 생각이지만 맞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품은 K 스타·K 문화·K 정신·K 언어 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문화 컨텐츠는 그 자체가 Made in KOREA의 집합체다. 즉, 어디에서 만들어졌냐는 것의 프리미엄을 가졌다는 얘기다. 한국 패션은 북미나 유럽 지역의 바이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제 곧 한국 땅으로 몰려들 기세다. 이런 흐름에 초를 치고 있는 것이 원산지 표시다. 디자인, 컬러, 패턴 등에서 인정을 받고도 'Made in VITENAM' 또는 'Made in CHINA'의 라벨 때문에 거래에 제동이 걸린다. 대부분의 바이어는 Made in KOREA였다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판매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수주 계약 체결 후 오래지 않아 취소를 통보 받기도 한다. 한국은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메모리반도체·자동차·LCD 등 이른바 수출효자 종목의 힘이 컸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품의 원산지 표기 시 조립지역을 부각시키는 'Processed in KOREA' 혹은 총체적 관리 지역을 알리는 'Controlled in KOREA' 방안을 제시했다. 중계·가공 무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훨씬 힘들고 복잡하겠지만 Made in KOREA가 가져올 가치를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다. 경제활동에 대한 지역자치단체의 적극성,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경험, 은퇴자들에 대한 활용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싶다. 원가절감이란 명제 아래 생산지를 철새처럼 떠도는 일은 그만하길 바란다. 한계효용체감의 시절이기 때문이다.

2014-03-17 12:55: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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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광주 신구장의 프로야구 효과

광주에 새롭게 들어선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관중에게는 아주 좋은 야구장이다. 관중석이 그라운드에 가깝고, 의자 크기와 간격이 넓어졌고 해를 등지고 야구를 볼 수 있다. 내야석 각도가 16도로 편안한 시야감을 준다. 화장실, 편의점, 장애인석 등 각종 편의시설도 부족함이 없다. 문제점도 많다. 잔디상태와 흙 등 그라운드가 완벽하지 않았다. 투수들이 등판을 준비하는불펜도 구부러졌고 익사이팅존은 수비수들의 부상 우려를 낳고 있다. 설계 과정에서 기형적인 건물들이 생겨나는 등 세밀한 부문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신축중인 대구 신구장이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을 대목이다. 그럼에도 광주 신구장은 벌써부터 명소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 KIA-두산과의 경기에는 무려 3만80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개장 첫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토요일에는 1만8000명, 일요일에는 2만 명이 찾았다. 시범경기치고는 기록적인 관중이었다. 그만큼 신구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루 2만 관중은 KIA 구단에게는 꿈의 숫자였다. 무등야구장은 1만2500석뿐이었다. 이제는 롯데, 두산, LG, SK와 더불어 연간 100만 명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벌써부터 구단 관계자들은 흥행 기대감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팀 성적도 좋아야 하고 세련된 마케팅 기법도 발굴해야 할 것이다. 야구계로 본다면 챔피언스필드 개장은 흥행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간 700만 관중을 넘어섰지만 1000만 관중은 요원하다. 오히려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경기가 전파를 타면서 관중이 줄어들었다. 올해도 윤석민과 오승환 등이 해외진출 악재까지 겹쳤다. 때문에 더욱 광주 신구장의 개장은 반갑다. 신구장이 흥행 기폭제 노릇을 해줄 것인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17 11:06: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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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베르제 선생의 강아지는 하늘의 푸르름을 쳐다본 적이 없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가 남긴 말이다. 물론 강아지들을 비하하기 위한 주장은 아니다.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세상에 대한 한 마디였다. 한국 인문교육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 얼마 전 나왔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느새 '여름 저녁의 노을, 눈 내린 숲의 아름다움'보다는 '돈 되는 일'에만 꽂혀 사는 모습에 대한 일깨움으로 그득 차 있다. 베르제 선생의 강아지 이야기도 그 안에 담겨 있는 한 토막이다. '정신을 작은 상자에 가두는 교육'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데 왜 시간이 걸리고 과일은 왜 천천히 익고 씨앗들은 왜 겨울 눈 더미와 지층 사이에서 서서히 싹 틔울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걸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도정일은 시인 정현종의 표현을 빌려 '짐승스러운 편리의 노예'라고 부른다. 그는 책 읽기 운동을 펼친다. 책을 읽지 않는 머리에서 무엇이 과연 나오겠는가라는 거다. 오래 전 시인 김수영도 "신문만 읽는 머리에서 무엇이 나오겠는가?"라고 탄식한 바 있다. 여기서 방점은 '신문'이 아니라 '신문만'이다. 단명하기 짝이 없는 정보와 들뜬 여론의 껍데기를, 마치 알지 않으면 뒤쳐질 세상의 대세로 인식하게 만들고 생각의 작동을 점차 마비시키는 대중매체의 늪에 빠져 있는 현실에 대한 질타다. 대중매체는 민주주의의 힘인데, 오늘날 상황은 그 반대로 치닫고 있다. 성서에는 한 율법학자에 대한 예수의 비유가 나온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란 잘 훈련된 율법학자와 같다면서, 그는 자신의 곳간에서 새 것과 낡은 것을 가려내는 자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누구의 눈에나 새것과 낡은 것이 어느 것인지 자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은 무슨 훈련을 하고 있을까? 혹시 베르제의 강아지를 기르는 일에 온통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쓸모 있는 것을 쓸데없는 것으로 내팽개쳐놓고, 진즉에 버려야 좋은 것을 고귀하다고 추앙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을까?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만 제대로 가지고 있어도 교육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16 16:52:5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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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국정원에 '봄날'이 오려면…

국정원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국정원장 사퇴나 관련자 문책만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받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지난해 4월에 대선 관련 댓글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지 1년도 안 돼 다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5년 불법도청 의혹으로 받은 압수수색을 합치면 세 번째가 된다. 국정원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분단국가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었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국정원은 그동안 국가발전에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도 수행했지만 때로는 '정권의 시녀' 노릇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어떤 경우에는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지금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던 국정원이 민주화의 시발이 된 1987년 6·29 선언 이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종잡을 수 없는 혼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본래 설립취지나 기능과 거리가 먼 활동이 수시로 노출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자의 취향(?)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기능이 변질돼 본래의 사명을 벗어난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거진 대선 댓글 사건만 해도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에,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국정원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스라엘의 중앙공안정보기관(일명 모사드)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최소한 미국의 CIA나 영국의 MI6, 그리고 일본의 내각정보조사국과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정원의 개혁은 기본적으로 국익 위주의 엄정중립 기관이 돼야 마땅하다. 어떤 정권 교체에도 추호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기능면에서는 국익 위주로 해외활동이 한층 강화되고 안보뿐만 아니라 무한경쟁시대에 승리할 수 있는 산업정보 수집과 유출방지 역량이 획기적으로 커져야 한다. 여기에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답게 철저한 정보관리와 운영능력이 요구된다. 바로 정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이러한 국정원의 환골탈태 개혁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국정원 전 요원들은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무장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인

2014-03-16 15:39:5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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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구본무 표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불가능한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일반인들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들어봤음직한 이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를 필두로 삼성의 개혁이 시작됐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삼성의 위상을 보면 경영자의 장기적인 안목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지 기업경영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통한다. 중국의 고사에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있는 이유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을 취하는 게 옳은 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때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양분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주총회를 보며, 느끼는 소회는 남다르다. 두 회사는 모두 '슈퍼 주총데이'로 불린 지난 14일 주주총회을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표면적으로 두 회사 모두 큰 이슈가 없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등기이사 9명에게 지급하는 총 보수한도액을 작년보다 100억원 늘린 것이나, LG전자가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것 정도가 이야기 될 만한다. 그러나 내면에 담긴 온도차는 상당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여전히 휴대폰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LG전자의 차이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주주배당이라는 지표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이날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재한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보통주 1주당 지난해보다 84% 늘어난 1만4300원을 지급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29조원, 영업이익 37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한 구본준 부회장을 대신해 정도현 최고재무책임(CFO) 사장이 발표한 LG전자의 현금배당은 주당 200원에 불과했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배당금이 각각 3000원과 1000원으로, 3배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차이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후 20여 년간 LG전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LG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의 빅딜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빼앗긴 것이 어려움의 시초라고 설명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겪는 어려움은 단지 반도체에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출구없는 총체적인 난국이다. 특히 문제는 미래다. IBM PC사업부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레노버처럼 중국의 경쟁업체 중에 삼성처럼 장기적인 비전으로 무장하고 성장하는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CEO로 꼽힌 류촨즈 레노버 회장은 지난 2003년 강연에서 "기나긴 역사에서 20여년이란 시간은 한순간과도 같다. 그러나 레노버의 역사에서 지난 20년은 모진 비바람을 뚫고 이겨낸 세월이었다"며 "처음은 언제나 비전이다. 그것이 나와 조직을 이끌 것이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앞뒤로 끼어버린 형국인 '위기의 LG'에게서 구본무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2014-03-16 11:08:33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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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목수들과의 일주일

큰마음 먹고 이번에 평생 쓸 요량으로 작업용 원목테이블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기로 했다. 밤마다 집요하게 검색에 검색을 거쳐 여섯 군데 정도로 최종후보를 추리고 짬을 내서 발품팔아 직접 가구를 보러가기로 했다. 사이트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막상 가보니 가구전시장을 따로 가진 곳도, 톱질 중이라 정신없던 공방이 전부였던 곳도 있었고, 아예 자신이 만든 가구가 비치된 카페로 안내한 분도 있었다. 이렇게 천차만별의 고객대응방식이었지만 한 가지 놀랍도록 공통적이었던 점이 있었다. 제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만난 모든 목수 겸 가구디자이너 분들은 단 한 명도 '우리 것이 제일 좋다'며 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시간을 들여 찬찬히 테이블을 관찰하고 만져볼 여유를 주었다. 음흉한 소비자인 나는 다른 가구점도 지금 발품팔이 중이라고 슬며시 흘리니 그들은 조급해지거나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해맑게 웃으며 "잘하셨어요. 가구는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딱 맞는 짝을 찾아야 한답니다"라며 차라리 축복해주셨다. 발품팔면서 알게 된 원목에 대한 얕은 정보로 깐깐하게 캐물으면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더 신나서 설명해주며 나를 '모범적인 소비자'로 기특해했다. 하물며 제품 느낌이 엇비슷한 경쟁사의 제품을 거론하면서 슬쩍 떠보니 한 목수는 '솔직히 말하면 전 개인적으론 그 업체 제품을 좋아한다'며 나도 분명 그 집 가구를 좋아할 공산이 크다고 꼭 가보라고 되레 부추키기까지 했다. 그 목수의 추천대로 갔다가 공교롭게도 그 곳에서 내 '짝'을 만나버리고 말아서 왠지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 일은 옷이나 소파나 침대 매트리스 등 그 어느 제품을 살 때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은 자기네 물건이 경쟁사보다 낫다고 설득하려 했고 내가 꼬치꼬치 캐물으면 짜증냈다. 그런데 직접 가구를 만들어 파는 이 분들은 경쟁사 제품에 대한 칭찬까지 해주는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이 자부심과 관대함은 자연이라는 나무를 일상적으로 만지고 사는 데에서 기인했을까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행복한 쇼핑이었다.

2014-03-16 11:03:58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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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2>의정부, 부대찌개의 추억

반 세기가 넘도록 이 땅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우리네 곳곳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제일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만나는 '부대찌개'가 그 단적인 예다. 부대찌개라는 명칭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잔반으로 찌개를 끓여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하는데, 제일시장의 수십 년 된 가게들에선 굳이 메뉴판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소세지와 스팸 그리고 다진 고기를 넣은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이래 해마다 부대찌개 축제까지 벌여오는 걸 보면 부대찌개가 마치 의정부의 상징인양 느껴진다. 그런데 부대찌개의 역사는 곧 눈물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난 1964년 1면 톱으로 실린 '허기진 군상'이라는 기사를 보면 드럼통에 담긴 음식물을 사가는 사람들의 사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어 있다. "먹는 것이 죄일 수는 없다. 먹는 것이 죄라면 삶은 천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 먹이로 사람이 연명을 한다면, 식욕의 본능을 욕하기에 앞서 삶을 저주해야 옳단 말인가. 담배꽁초, 휴지 등 별의별 물건이 마구 섞여 형언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 반액체를 갈구해야만 하는 대열! 그들은 돼지의 피가 섞여서가 아니다. 우리의 핏줄이요 가난한 이웃일 따름이다." 부대찌개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즉 돼지에게나 먹일 '꿀꿀이죽'을 인간이 먹을 수밖에 없던 한국전쟁 뒤 가난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기사다. 물론 지금의 부대찌개에는 미군이 먹다 남긴 재료를 재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1966년 방한한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성을 따 '존슨탕'이라고도 부르는 부대찌개는 여전히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궁핍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음식은 음식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지나간 우리시대를 떠올리게 해주는 역사의 한 단면으로서 존재한다.

2014-03-13 15:46: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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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씀바귀가 쓴가요, 단가요?

"입에 쓴 것은 몸에 좋다"는 옛말은 씀바귀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으니 올여름 폭염에 시달리기 싫다면 지금쯤 씀바귀나물을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 씀바귀는 또 춘곤증을 막아 봄철 정신을 맑게 한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모두 근거가 있는 말이다. 동의보감에 씀바귀는 맛이 쓰며 성질이 차서 열기를 없앤다고 했으니 여름 더위를 물리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잠을 덜 자게 한다는 것이니 춘곤증 예방에 좋다. 때문에 옛날부터 고들빼기와 함께 봄철 춘곤증을 막아주는 대표적인 나물로 꼽혔다. 씀바귀는 쌉싸래한 맛 때문에 먹는다. 쓴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기게 하는 핵심 요소인데 어렸을 때는 쓴 맛의 진가를 잘 모른다. 세상살이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후에야 인생이 무엇인지 참 맛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 곡풍(谷風)에 씀바귀의 진짜 맛을 노래한 여인이 있다. 낭군한테 버림 받은 여인이 "누가 씀바귀를 쓰다고 했나요, 내게는 달콤하기가 냉이와 같네요"라고 노래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버림 받은 아픔에 비하면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쯤이야 오히려 달콤하다는 비유다. 버림받은 이 여인, 실연의 쓰디쓴 아픔을 씀바귀를 씹으며 달랬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견뎌냈기에 인생의 쓴 맛도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조의 경지에 올랐던 것은 아닐까 싶다. 봄이 왔으니 씀바귀를 먹어보자. 씀바귀 맛이 쓴 지, 달콤한 지에 따라 지금 마음의 상태도 알아 볼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12 11:18: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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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750ml의 의미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와인 메이커'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이 기기에 물과 와인의 재료가 되는 키트를 넣고 3일만 기다리면 와인이 된단다. 액면 그대로라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와인인지는 의문이다. 와인 마니아는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와인 양조에는 물 한 방울 첨가되지 않는다. 와인은 1년 동안 공들여 재배한 포도로만 만든다. 와인 한 병은 통상 750ml다. 한 병의 와인을 만드는 데는 포도 1Kg이 들어간다. 포도는 무게의 비중으로 볼 때 10% 내외의 껍질과 5% 정도의 씨, 나머지가 과육으로 구성된다. 물론 재배지역과 품종에 따라 그 비중은 조금씩 달라진다. 포도 껍질은 발효 과정을 통해 와인에 색깔을 입히고 탄닌을 우려낸다. 씨는 지방질과 탄닌 성분이 강하나 대부분 제거된다. 결국 80~85%의 과육으로 와인을 만드는데, 발효 과정에서 당분이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되고 가스는 공중으로 날아간다. 발효와 숙성, 병입 과정에서 증발 또는 찌꺼기 등의 여과를 거쳐 또 일정부분이 줄어든다. 그 나머지가 750ml의 와인으로 탄생된다. 의도적이었든 우연이었든 와인 한 병이 750ml로 만들어진 이유라면 이유다. 포도의 과육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진다. 이 수분은 1년 중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익을 때까지 100일에 걸쳐 껍질 속에 쌓인다. 곰팡이가 침투하면 썩어 떨어지고(물론 와인에 유익한 곰팡이도 있어서 이를 노블롯이라고 한다) 제대로 영근 과실만 수확된다. 이보다 더 순수한 수분은 없다. 과육은 또한 미네랄과 영양소의 창고이기도 하다. 1년 동안 포도나무의 뿌리에서 뽑아 올린 각종 양분은 포도 알에 농축된다. 포도나무가 자라는 토양과 토질에 따라 쌓이는 양분의 종류도 제각각이다. 철분 등 금속 성분이 많은 토양이나 조개 화석이 많은 곳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미네랄 향이 강하다. 진흙과 자갈토양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대체로 흙냄새와 나무향이 진하다. 뉴질랜드 등 녹색지대의 소비뇽 블랑 와이트와인은 유난히 풀향기를 내뿜는다. 프랑스 론 지방에서 자란 시라 품종은 미스트랄이라는 바람 때문에 포도 알이 작고 껍질 비중이 높다. 전세계에서 재배되는 카베르네소비뇽이나 이탈리아의 네비올로 품종도 껍질이 두껍다. 껍질이 두꺼운 포도종은 탄닌이 풍부해 오랜 기간 숙성이 가능한 좋은 와인이 양조된다. 와인이 술이면서도 심장병 등 건강에 좋은 이유는 바로 자연이 만들어 낸 순수함 때문이다. 그래서 와인 제조업자들도 자연의 가치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재배 단계부터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효 등 양조 과정에서도 설탕 추가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인공의 가미를 최소화한다. 요즘 부쩍 바이오다이나믹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와인을 기계로 만든다? 와인의 맛을 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프랜치 패러독스'가 표현하듯 우리 몸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그런 '자연이 만들어낸' 와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14-03-11 09:45:5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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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김시진의 한, 사직의 한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올해로 사령탑 7년 차를 맞는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2009~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2013시즌부터 롯데를 2년째 지휘하고 있다. 지난 6시즌 모두 4강에 들지 못했다. 승률 5할을 넘은 성적표는 작년(66승58패4무)이 유일했다. 우승은 커녕 4강도 들지 못한 김시진 감독이 지휘봉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처음에는 너무 약체 팀을 맡았다. 그래서 성적에서 비교적 자유스러웠다. 여기에 투수를 키우고 팀의 체질을 바꾸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컸다. 요즘 넥센이 강한 이유도 그의 땀과 노력이 배여 있다. 롯데 팬들은 작년 억울했다. 10승 투수 3명(유먼·옥스프링·송승준)과 30세이브 소방수(김성배)가 있었는데도 4강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정도면 4강은 기본이요 한국시리즈도 노릴만한 전력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4강에 실패했다. 공격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다. 주포 이대호 일본이적, 홍성흔 FA 이적으로 빠지면서 해결사가 없던 탓이었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힘이 달라졌다. 최근 10년간 롯데 전력 가운데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FA 최준석과 알짜 외국인 루이스 히메네스 거구 듀오를 영입해 장타력을 보강했다. 좌완 15승 투수 장원준이 제대해 복귀했고, 150km 강속구 투수 최대성도 불펜에 가세해 마운드도 강해졌다. 무엇보다 2개의 라인업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내·외야진을 구축한 것도 강점이다. 롯데는 1992년을 끝으로 21년 동안 우승컵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1999년 이후 14년째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지 못했다. 사직구장 특유의 "마!" 응원에는 그런 질곡의 시간을 인내한 팬들의 한이 담겨 있다. 김시진도 우승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선수들은 더할 것이다. 여기에 구단의 한까지 켜켜이 쌓여 있다. 왠지 올해 사직구장은 한풀이 용광로가 될 것만 같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10 16:00:04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