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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살라망카의 개구리

서양 중세의 지식인들은 여행하는 자들이기도 했다. 홀로 서재에 파묻혀있기도 했지만 세상을 아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새로운 지식의 소문이 들리는 곳을 찾아 나섰다. 이들의 발걸음은 그래서 일종의 순례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했다. 이러한 지식 여행은 중세 서양에서만 보이는 건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투스가 쓴 '역사'도 현장 답사의 산물이었고, 중세 아랍 최고 역사가로 꼽히는 이븐 할툰의 '역사서설'도 긴 여정을 통한 성과다. 혜초 스님이 불법(佛法)의 고향 인도까지 다녀온 과정을 기록한 여행기도 다르지 않다. 훗날 에라스무스가 영국에서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를 만나고,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당대의 지식을 압축해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역시 대학이었고, 대학 또한 지적 갈망이 높았던 이들에게 여정의 목표가 되었다. 파리 대학을 비롯해 로마나 캠브리지 대학도 그런 이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그런데 유럽 최고 대학 출신들도 언제 가보나 했던 곳이 바로 스페인의 코르도바였다. 여기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의 전통이 공생하면서 서로 지적 자극을 주고받으며, 다채로운 문명의 자양분을 섭취하고 있었다. 유럽의 르네상스도 이 코르도바의 지적 활기에 힘입은 바 막대하다. 이 코르도바의 지적 활기를 흡수한 대학도시가 다름 아닌 살라망카다. '돈키호테'에는 '살라망카의 학사'라는 인물이 등장할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도시의 상징이 개구리라는 점이다. 이제는 도서관으로 쓰이는 고풍스러운 건물 입구 위에 개구리가 조그맣게 조각돼 있고, 책 위에 개구리가 학사모를 쓰고 뛸 기세를 보이는 관광 상품을 팔고 있는 것도 이 도시다. 살라망카의 개구리는 오랜 준비를 거쳐 때가 왔을 때 힘 있게 도약하는 지적 성취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한 준비기간은 동면(冬眠)과도 같아서 아무도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 존재 자체를 망각하게 된다. 이건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답답한, 자기존재증명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걸 이겨내는 것이 살라망카의 훈련이다. 깊고 넓은 준비가 없는 지식과 문명은 잠시 반짝하다 사라질 뿐이다. 지식을 소비상품으로 알거나, 순간의 인기에 몰두하는 사회는 그런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살라망카의 개구리는 살라망카만의 개구리가 아니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02 14:46:22 안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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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규제혁파 없이 경제 못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 활성화에 '올인'할 태세이다. 지난 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직접 발표하면서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 수출 균형경제' 등 3개의 축을 토대로 9개 부문에 걸쳐 핵심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률 4%를 달성해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고 국민소득 4만 달러의 터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자면 무엇보다 생산의 주역인 기업의 의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기업환경은 매우 취약하다. 각종 규제가 그대로 존치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가 양산되는 중이다. 여기에다 노사관계가 매우 열악하다. 전 세계 조사 대상 60개국에서 56위에 이를 만큼 강성노조 국가이다. 또한 명분이야 어떻든 주요 그룹의 총수가 잇따라 구속되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기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우선 기업경영을 둘러싼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결과 14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17위로 규제가 많은 '규제 공화국'이다. 때문에 전경련에서는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도 과감히 철폐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먹는 물보다 공장 폐수가 깨끗해야한다"는 황당한 규제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규제감량제'를 통해 '원인 원아웃(One in One out)'에서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으로 발전시켜 최근 2년간(2012~2013년) 12억 파운드(약 2조1358억원)의 규제비용을 줄인 바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영국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규제총량제'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많은 장애가 예상된다. 국회에서 이뤄지는 의원입법의 비율이 계속 높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전체 입법 건수의 41.2% 정도였으나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무려 70.7%로 늘어나고 19대에서는 80%를 넘을 전망이다.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입법 활동 속에 규제총량제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정부에서 부탁해 입법으로 이어지는 '청부입법'이 횡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처 이기주의로 밥그릇 싸움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지자체에서 제정되는 각종 규제 조례도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기업 활동을 촉진시키자면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출발은 규제 혁파부터 해야 한다.

2014-03-02 13:43:4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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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우리 모두는 한때 유치원생이었다

오늘은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다. 나의 딸도 신입생 중 한 명이다. 지난 주 많은 축하와 더불어 마침내 학부형이 되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주의인 나는 비장함 하나 없이 그저 유치원 졸업이라는 감상에서 못벗어나고 있었다. 당사자인 딸아이가 더 심경이 복잡했다. 밤마다 잠자리에 누워 심란해하던 딸아이가 며칠 전엔 적막 속에서 이렇게 외치더라. "금요일 지나고 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초등학생이 되는 게 말이 돼? 아니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구. 난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잖아. 유치원에서 배운 것 밖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구!" 엄마인 나는 빵 터졌다. 아무렴, 누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의 다음 단계를 거치며 살아가야 하는 법. 게다가 유치원에서 배운 걸로 이미 충분하단다, 아가야. 한 때 세상을 휩쓸었던 로버트 풀검의 베스트셀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가 생각났다. 줄거리는 기억이 안 났지만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이 되니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음을 진실임이 판명되었다.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것. 물건을 소중히 함께 나누어 쓸 것. 가급적이면 양보할 것. 실수를 했다면 먼저 용기내서 말할 것.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와줄 것. 내가 잘못하면 사과할 것. 자신이 어지럽힌 건 스스로가 치울 것. 오후에는 낮잠을 잘 것. 독서시간을 가질 것. 그림그리기나 공작을 통해 마음껏 자기표현을 할 것. 어른들의 인생에도 얼마나 고스란히 적용되는 배움들인가. 사회생활에선 타인에게 피해 안 주도록 노력하기. 내가 친 사고는 스스로 수습하기. 인간관계에선 공정할 것. 주변의 약자를 도울 것. 개인생활에선 충분한 휴식과 독서와 창의적 활동을 할 것.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은 이렇게 진즉에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이주에 한 번, 유치원선생님들이 부모들에게 보내는 소식지에도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이 씌여져 있었건만 나는 소풍날짜나 준비물만 체크하고 읽지도 않고 버렸었다. 깨달음은 매번 이렇게 뒤늦게 찾아온다.

2014-03-02 09:45:3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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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0> 장충단을 비집고 들어선 박문사, 그리고…

서울 장충동에 있는 신라호텔 정문(사진)은 여느 호텔의 그것들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조선의 5대 궁궐 가운데 하나인 경희궁의 정문 '흥화문'을 쏙 빼닮았다. 현재 신라호텔이 들어서 있는 남산 자락의 이름이 '춘무산'으로 바뀌고 거기에 '박문사'라는 사찰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32년 10월 26일의 일이다. 춘무산의 춘무(春畝)는 이토 히로부미의 호이고, 박문사의 박문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가리킨다. 이토 히로부미의 23번째 기일을 맞아 박문사를 세우면서 그 정문으로 쓰려고 흥화문을 떼어왔던 것이다. 박문사가 들어선 곳은 원래 장충단 영역이기도 하다. 장충단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즉 을미사변 당시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죽은 조선 군인들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웠던 제단이다. 그랬던 곳을 일제는 벚꽃을 심으면서 공원화해버렸고, 급기야 한쪽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까지 지어버렸다. 물론 해방 뒤 박문사의 운명은 온전하지 않았다. 본전이 있던 곳 주변에 일제의 기를 누른다며 '民族中興'(민족중흥)이라 새겨놓은 암반만이 그 역사를 어렴풋하게나마 증언해주고 있을 뿐이다. 흥화문도 지난 1988년 경희궁으로 옮기면서 그것을 본뜬 지금의 새 문을 세워놓은 상태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장충단을 비집고 들어선 박문사와 그것을 세운 의도는 사라졌을지언정 그 피해자들의 문제는 여전하다. 자그마치 1114회의 수요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조선인과 그 후손들, 동토에 남겨진 '사할린 한인'과 '시베리아 억류 한인 포로', 해방 후에도 한참 동안 격리된 채 살아온 '한센인' 등 일제가 잉태하고 한국 정부가 방치해온 문제들은 여태 해결되지 않은 채 잊혀져 가고 있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2-27 11:27:4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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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콩밥 먹는다"는 말의 역사

콩밥은 영양만점에 맛도 좋다. 반면 우리말 이미지는 최악이다. 왜 그럴까? 예전 교도소에서 콩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콩밥 먹는다"는 말과 지금 교도소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콩밥=교도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것을 보면 재소자에게 콩밥은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교도소에서 콩밥이 사라진 것은 1986년부터다. 지금은 쌀 90%, 보리 10%의 잡곡밥이지만 앞으로는 100% 쌀밥을 제공한다고 한다. 반면 옛날에는 주로 콩밥을 먹었다. 재소자 영양도 고려하고 값도 싸기 때문에 콩밥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감옥이 그렇게 휴머니즘이 넘치는 곳이 아니다. 1957년 형무소 재소자들은 쌀 30%, 보리 50%, 콩 20%가 섞인 잡곡밥을 먹었다. 콩이 20%면 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때는 더했다. 1936년 형무소 식단표에는 쌀 10%, 콩 40%, 좁쌀 50%로 적혀있다. 이 정도면 콩덩어리에 좁쌀 몇 알 붙은 수준이다. 하루 세끼 이런 콩덩어리를 먹는다는 것은 고역이다. 얼마나 먹기 싫었으면 콩밥 먹는다는 말이 다 생겼을까? 콩밥이 어떤 식사였는지는 1936년 신문에 실린 동시(童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콩밥을 보면 넌더리가 나요. 우리 집은 매일 콩밥만 짓지요. '엄마, 나 콩밥 먹기 싫어, 쌀밥 지어, 응'하고 졸랐더니 엄마는 '없는 집 자식이 쌀밥이 뭐냐. 어서 먹지 못하겠니'라며 부지깽이를 들고 나오셨다. 나는 꿈쩍도 못하고 안 넘어가는 콩밥을 억지로 넘겼지요." 교도소에서 쌀밥을 준다니 느낌이 묘하다. 앞으로 "콩밥 먹는다"는 말 대신 "쌀밥 먹는다"는 말이 생기겠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2-26 11:16:2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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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신세계와 구세계

와인 생산국은 크게 구세계와 신세계로 구분된다. 조지아에서 시작된 와인 재배는 이집트와 터키를 거쳐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다시 유럽의 다른 나라로 전파된다. 그렇게 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구세계 와인산지가 완성된다. 구세계는 와인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그리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이 대표적인 나라다. 구세계 와인의 역사는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럽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로마 제국의 영토와 와인산지는 거의 정확히 일치하며 확대됐다. 중세 성직자들의 필요에 의해 와인 양조가 발달했고 흑사병의 창궐 후 물을 기피하게 되면서 와인이 일상의 음료로 자리잡았다. 프랑스의 화려한 파티 문화 또한 그렇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르네상스의 중심 메디치 가문에 의해 와인을 곁들인 파티 문화가 프랑스로 전파되었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산지 보르도 지방의 쟁탈전이었다. 백년전쟁에서 패한 영국은 보르도를 대체할 와인 산지를 찾아 나선다. 그 결과 포르투갈 와인이 선택 받았다. 포르투갈에서 영국으로 운반하는 도중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정을 첨가한 주정강화 와인, 오늘날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포트와인이 만들어졌다. 신세계 와인산지는 유럽 각국의 식민지 개척에 의해 구축된다. 신세계의 대표로 꼽히는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모두의 와인 생산은 서구 열강의 점령과 함께 시작됐다. 식민지를 지배하기 위해 파견되거나 거주 목적으로 이주한 서구의 귀족과 부유층은 이미 습관화된 와인 음용을 포기할 수 없었다. 동시에 식민 지배를 위해 기독교나 가톨릭을 전파한다는 종교적 목적을 위해서도 와인이 필요했다. 이들은 본토에서 포도나무를 가져와 식민지에 이식했고 그렇게 해서 신세계 와인 산지가 조성됐다. 신세계 와인은 계속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나라 안에서도 재배 면적이 확대되는 추세이며 국가도 늘어난다. 중국 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와인 재배가 가능한 지역의 빈곤한 국가들은 국민소득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예외 없이 와인산업을 일구는 패턴이 신 조류로 정착되고 있다.

2014-02-25 11:03:12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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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패션은 종합예술의 완성체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은 생로랑(Saint Laurent)의 수장으로 연 첫 번째 쇼에서 남다른 초대장을 뿌렸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낸 컬렉션 초대장은 검은색 노트북(Notebook)이었다. 매우 단순한 디자인의 노트북에는 쇼의 티저(Teaser, 예고 광고)이자 단서가 실렸다. 쇼와 작품의 영감이 된 아티스트의 작품을 고스란히 담아 전달했다. 초대 받은 이들은 쇼를 보기도 전에 에디 슬리먼이 보여줄 창작에 대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의 201415FW 컬렉션이 화제였다. 모델들이 걷는 런웨이의 벽면을 초콜릿으로 꾸몄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향을 맡는 것은 물론, 맛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각적 만족을 주는 런웨이에 후각, 미각에 대한 자극을 덧붙인 셈이다. 오프닝 세레모니를 이끌었던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옹은 지난 해 11월 겐조의 디렉터로 파리에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그들에게 패션은 경계 없는 꿈이다. AVOC는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창의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선보인 201415FW 컬렉션의 주제는 'Domestic Madness'였다. 남녀 관계의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다. 이 컬렉션은 마치 연극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연출을 차용했다. 제작된 화보를 보면 사진만 봐도 앞뒤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옷으로 시선을 끌고, 이야기로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 패션은 평범해졌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과거처럼 이해하지 못하면서 패션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걸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수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가치를 매긴다. 디자인 자체에 대한 호응보다 디자이너의 철학과 그가 보여주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더 중요시 한다. 패션은 종합예술의 완성체로 탈바꿈 되고 있다. 완제품 산업에서 컨텐츠 산업으로 바뀐 것이다. 창의적 디자인보다 단단한 메시지가 더 중요해졌다. 패션시장이 모양과 색상이 아닌 철학과 사상의 유통공간이 된다? 디자인 할 맛이 나겠다.

2014-02-24 14:49:5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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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한국야구 지금이 진짜 위기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미국과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전지훈련지발 기사들이 관심을 모으는 시점이다. 그러나 소치 동계올림픽 내내 야구는 스포츠 관심사에서 비켜 있었다. 빙속 이상화의 2연패, 쇼트트랙 박승희의 2관왕, 그리고 피겨여제 김연아의 편파판정으로 인한 은메달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렸다. 국민들은 열흘 넘게 감동에 젖었고 분노에 몸을 떨었다.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는 국민들의 눈과 감정을 하나로 묶는다. 앞으로도 두 개의 큰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6월에는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다. 월드컵은 올림픽에 버금가는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 여부가 관심이다. 9월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야구 종목이 있어 관심을 받겠지만 문제는 시즌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한국야구는 작년 LA 다저스 류현진 때문에 타격을 입었다. 다저스의 모든 경기가 생중계되면서 차원이 다른 메이저리그를 맛보았다. 최근 야구 르네상스라고 자부했지만 작년에는 관중이 감소했다. 올해는 추신수의 텍사스 이적, 윤석민의 볼티모어 입단으로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돌직구 소방수 오승환 한신 입단, 이대호 소프트뱅크 이적까지 맞물려 상대적으로 한국야구는 왜소해졌다.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과 윤석민·김광현 이후로 명맥이 끊겼다. 홈런타자 박병호가 등장했지만 스타급 신인들이 나오지 않는다. 콘텐츠와 스타의 부재는 위기로 이어진다. 오키나와의 일본야구 시범경기에는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있다. 소치 올림픽과 스타급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속속히 진출했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여전하다. 33년을 맞는 한국야구는 여전히 기반이 취약하다. 관중이 조금 늘었다고 웃을 일이 아니었다. 더욱 저변 확대에 힘을 쏟을 때가 아닌가 싶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2-24 11:31: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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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 산책]아메리칸 허슬, 코리안 허슬

최근 개봉된 영화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은 사기극을 벌인 남녀와 미국 연방수사국 FBI가 서로 짜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잡아들이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허슬'이라는 말은 '거칠게 밀어붙이다, 사기, 열정적 에너지, 70년대 유행하던 춤' 등을 이르는 매우 다양한 뜻을 지녔다. '미국식 사기극'이라고 번역할 만한 제목이지만, 이 영화에는 '허슬'의 여러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영화를 이해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타짜'나 '도둑들' 같은 작품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이제는 고전이 된 '스팅'이나 '이탈리언 잡(Italian Job)'처럼 상대를 감쪽같이 속여먹는 스릴러도 사실 아니다. 물론 결정적인 반전의 속임수가 작동 하지만, 그보다 이 영화는 작품의 무대가 되는 미국의 70년대 중후반과 오늘을 서로 대조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의외의 매력이 있다. 주인공은 머리가 벗겨지고 배는 불룩 나왔다. 날렵한 인물을 연기해 온 크리스찬 베일의 상상을 넘는 변신이다. 그런 남자에게 미모의 에이미 아담스가 반한다. 지금이라면 이런 설정이란 대단히 비현실적이나, 둘은 잘 어울리는 사기극 파트너가 된다. 이와 함께, 명예욕에 사로잡힌 FBI 요원, 아랍계 거부의 투자를 애타게 원하는 시장, 가짜 아랍 왕족, 그리고 이권사업에 손을 대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이 시기는 어떤 때였는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사임하고, 이와 관련된 CIA, FBI의 위신은 추락한다. 베트남전 패전과 오일 쇼크 등으로 미국 사회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안에서 해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중동의 오일달러를 갈급해 했고, 온 몸으로 흔들어대는 허슬 춤을 추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오늘의 미국도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다. 지금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현실이다. 어쩌면 우리가 더 할 지도 모르겠다. 도처에서 가짜가 판을 치고, 각종 속임수가 날로 기이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사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중이다. 영화 말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국 경제를 망친) 정작 잡아넣어야 할 자들은 하나도 잡지 못하면서." 진짜 허슬의 주역들은 꽁꽁 숨어 있거나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코리언 허슬'이 나와야 할 판이 아닐까?

2014-02-23 18:34: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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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이산가족 상봉 확대 대책 절실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주에 열려 '이산의 한(恨)'을 달랬다. 납북어부가족을 포함한 남측 이산가족 82명이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과 감격스러운 해후를 했다. 상봉 가족 가운데에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그토록 그리던 가족을 만나 볼을 비비고 가슴이 메어지도록 통곡하는 고령의 이산가족이 심금을 울렸다. 북에 두고 온 딸을 만나려던 90세의 어느 할머니는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다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이산의 아픔이 너무나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6.25전쟁과 분단으로 60년이 넘게 생이별한 사연은 생각만 해도 있을 수 없는 비극이다. 이미 가족을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이산가족이 5만 7784명이나 된다. 현재 7만1480명만 생존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3년 이후 이산가족 사망자수는 매년 3800여 명에 달하지만 상봉자수는 1600여 명에 불과하다"며 결국 22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산가족이 20년 내에 대부분 사망하고 70대 이상 고령층은 10년 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모든 생존자가 북측가족을 만나려면 해마다 상봉자를 6600명이상으로 늘려야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결국 지금처럼 100명도 안 되는 규모로 찔끔찔끔 상봉행사를 치르면 이산의 아픔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대책을 획기적으로 세워야한다. 우선 횟수를 크게 늘리고 면회 장소도 금강산호텔 뿐만 아니라 판문점, 나아가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DMZ내 세계평화공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1회성 이벤트를 벗어나 상시화를 추진해야한다. 나아가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않은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은 물론 자유로운 서신 교환?영상 상봉?고향 방문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의 대상자 '추첨' 선정 방법도 '고령 자우선'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한 7만여 이산가족이 생전에 한번만이라도 반드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언젠가는 남북이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인도적 차원에서 독일이 추구한 '접근을 통한 통일의 길'이 될 수도 있다.

2014-02-23 10:37:5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