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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 산책]인간의 조건

"첸과 함께 뛰어나간다. 가방에 감추어둔 폭탄을 하나 꺼내 던진다. 응당 그래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생활에서는 뜻 있는 일이라곤 오직 그것뿐이다. 이제 서른 일곱 살. 아마 앞으로 30년은 더 살겠지. 살다니, 어떻게 산단 말인가? 가게에 쌓인 이 레코드를 팔아서? 그 보잘 것 없는 수입으로 루 위쉬안과 비참한 생활을 같이 나누면서?" 에멜리크는, 장개석을 암살할 테러를 준비하다 몸을 숨기러 온 동지 첸을 집에 들이지 않는다. 어느 사내에게 팔렸다가 버려진 중국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인 그다. 바로 그 아내와 자기 아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에멜리크는 이내 후회의 급류에 휩싸인다.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1927년 3월, 상해 폭동이 일어나고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의 야만적인 진압이 광풍처럼 소용돌이친다. 그 와중에 테러리스트, 지식인, 상인, 관료, 그리고 여러 여인들이 서로 뒤엉킨 채 운명의 계곡으로 빠져든다. 이 무대에는 중국인만이 아니라 벨기에인, 러시아인, 프랑스인, 독일인, 그리고 프랑스 남자와 일본여자의 혼혈아가 각자의 고뇌를 끌어안고 중국 혁명의 이름 없는 주인공들이 된다. 앙드레 말로를 세계적인 작가로 알리게 된 이 소설은 그가 겨우 서른이었을 때 쓴 작품이라는 것에 우선 놀라게 되고, 당시 상해를 둘러싸고 벌어진 격변의 역사를 이토록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놓칠 수 없는 것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전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이 어디에서 희망을 구했을까 하는 질문이다. 폭탄을 던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세상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이미 폭탄이 터졌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여긴다면 더욱 곤란하다. 희생자들만 자꾸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에서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인물들은 모두 아프게 소멸하고 만다. 인간이, 연기(煙氣)가 되는 슬픔이다. 절망이 출구를 완강하게 가로막고 안개가 거리를 점령군처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빛이 관통하는 지점을 만들어내는 일은, 그런데 언제나 폭탄을 요구한다. 인간이 겪는 고통에 귀가 멀고 눈이 어두운 마음이 첸이 던진 폭발물의 진정한 목표다. 존엄한 삶의 조건은 그렇게 태어난다. 이건, 결코 테러가 아니다.

2014-01-19 18:50:2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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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국민통합운동에 불을 댕기자

새해 들어 새삼스럽게 국민통합의 절박성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로마 교황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서임된 염수정 추기경은 첫 인사로 "국민 모두를 통합으로 끌어안는 치유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특히 "뿔뿔이 흩어진 양들을 모아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고 한 가족 같은 공동체가 되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불교계에서는 자승 총무원장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지혜와 자비에서 기원하는 원효(元曉)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을 통해 사회갈등을 해소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꿔야 한다는 원효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이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대표들의 신년 회견 내용 가운데 국민통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갈등조정위원회를 만들고 국민통합의 차원 높은 공화(共和)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국민 통합적 대북정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편으로 국민통합을 위해 '사회대타협'도 제안한바 있다. 여야 대표들이 국민통합을 선창하고 있는 가운데 영호남 출신 여야의원들이 지난 15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화합을 다짐했다. 이들은 오는 3월에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벤트성이 강하지만 영호남 화합의 좋은 불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종교계와 정치권이 국민통합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국민통합의 절박성이 수없이 제기됐으나 갈등이 해소된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는 중이다. 특히 정치권이 적대적 관계로 발전되면서 국민 분열을 조장해왔다. 지금 새 정부 들어 국민통합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지만 존재감마저 의문스럽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당장의 민생문제이지만 쪼개질 대로 쪼개진 분열과 들끓는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보다 급하다. 특히 북한의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안해 무엇보다 남남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큰 재앙을 맞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종교계와 정치권이 앞장서고 교육 문화 사회 노사를 포함한 경제계 등 각계각층이 동참하여 국민통합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4-01-19 10:54:1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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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부모님 얘기 좀 그만해

[모놀로그] 부모님 얘기 좀 그만해 여러 강연회에서 만나본 이십대들에게서 내가 참 자주 놀랐던 것은 그들의 '부모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었다. 고민상담이라면 보통은 연애나 일 등 자신의 장래와 관련된 문제를 끄집어내는 게 보통인데, 대신 '부모와의 관계', 가령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두려움, 원망감, 애정결핍과 자존감부족을 거론했다. 충족되지 못하는 부모와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그들을 변화시키려고도 전전긍긍했다. 이젠 컸으니 나를 억압했던 부모를 향해 분노하고 싶은 마음과 나를 사랑해달라고 애원하고픈 심정이 교차한다. 이래저래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못 벗어나고 있다. 자식은 궁극적으로 자기 부모라는 껍질을 깨야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저항과 극복의 경험은 없고 대신 아직도 움추린 어린아이처럼 부모의 눈치를 보고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바란다. 부모도 이미 훌쩍 다 큰 자식 인생에 여전히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려 한다. 서로가 서로를 보내주지 못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의존하며 공생한다.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그 자식이 부모가 되어 같은 일이 세대 넘어 뒤풀이된다. 부모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깔끔하게 체념해야 한다. 그 나이에 갑자기 자식 입맛대로 부모가 변해주지도 않는다. 가족운이 없다고 자조하고 떨쳐버리자. 심리적, 경제적 자립으로 부모와 물리적 거리를 두고, 그들로부터 못 받은 것을 피 한 방울 안 섞인 타인과의 좋은 관계로 얻는 게 낫다. 최선이 없었다면 내 노력으로 차선을 가지는 것이다. 거리를 두라는 말 버리라는 게 아니다. 가까이서 완벽한 부모자식관계를 서로에게 투영하며 질식하지말고 거리두고 성인 대 성인의 관계로 상대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해주어야 용서와 극복이 뒤따른다. 그게 싫다면 내가 일부러 나서서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려는 게 아닌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 냉정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속 깊이 맺힌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진도 나가고픈 마음은 이해하나 때로는 쉽게 해결 안 될 문제는 일단 옆으로 잠시 치워놓고 진도를 먼저 나가보는 것도 괜찮다. 그렇게 놔버려야 비로소 해결되는 문제가 있는 법이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1-19 09:31:4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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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65>대학로에서 발견된 유골의 비밀

서울 대학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적이 있다. 지난 2008년 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한 건물을 철거하면서 14구의 유골이 발견된 것이다. 한국전쟁 때 숨진 이들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었지만 일부 두개골에서 보이는 예리한 절단 흔적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기어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석 달에 걸친 정밀분석을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DNA 검사를 통해 유골의 주인공이 14명이 아니라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는 젖먹이의 유골도 3구나 있었다. 과연 그 뼈들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왜 그곳에 집단으로 묻힌 걸까? 해답은 '그 땅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의학전문학교 해부학교실 등이 위치해 있었는데, 일제는 그곳에서 단순히 해부학 연구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국에서 조선인 유골을 모아다 일본인과의 인종적이며 체질적인 차이를 조사하는 등 인종론 연구도 진행했다. '조선인은 뇌가 작아 지적인 결함이 있고 열등하기 때문에 개화를 위해서는 일본의 조선 지배가 필요하다'는 식의 정치적 주장을 위한 어거지 근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헛일이었다. 어떤 유의미한 차이점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일제는 좌절하지 않았다. 도리어 일본인과 조선인은 큰 차이가 없는 민족이라며 내선일체론을 강화하는 근거로 이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억지춘향이식 끼워맞추기였다. 그러고 보면 대학로에는 일제의 의학 연구와 관련한 흔적들이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는 지난 1922년 의학 실험에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며 세운 '실험동물 공양탑'(사진)이 서있다. 말 못하는 짐승을 위해서도 공양탑을 세웠던 이들의 마음을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대학로에서 발견된 유골을 포함해 식민지배기에 행한 각종 폭력과 인권유린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은 지금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1-16 13:48:1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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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해각포를 아시나요?

겨울에는 대게가 맛있다. 고려 말의 학자 목은 이색은 보랏빛 대게는 판서의 잔치에 안주로 내놓을 만큼 고급음식이라고 했고, 조선 후기의 명필 추사 김정희는 바퀴처럼 생긴 붉은 대게의 값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했으니 대게의 명성은 조선시대를 거쳐 고려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게는 무엇보다도 다리 맛이 으뜸인데 어느 정도 맛있냐하면 당나라 이태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고려의 시인 이규보의 '찐 게를 먹으며'라는 시에서 그 맛을 엿들을 수 있다. 게 다리 살이 눈처럼 희고 엿처럼 단데 오른손을 다쳐도 왼손으로 먹을 수 있어 좋고, 술에 취해 잠이 들면 다친 손이 아픔 따위는 느끼지도 못하니 게 다리 살을 안주삼아 마시는 술 한 잔이야말로 진정한 의사라고 노래했으니 게 다리야말로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맛이다. 그런데 대게 중에서도 진짜 맛있기로는 해각포(蟹脚脯)가 별미라고 했다. 해각포는 대게의 다리를 바짝 말린 것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진 맛이지만 광해군 무렵의 인물인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삼척에서 나는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한데 포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때의 서적인 '해동죽지'에도 게다리포는 영해의 별미로 달고 기름지며 부드러워 세상에서 그 맛을 일품으로 친다고 적혀있다. 조선의 선비들이 하나같이 동해안 대게를 먹을 때 최고의 별미로 꼽았던 것이 해각포였는데 대게의 고장인 영덕을 비롯해 해안마을의 현지 주민들 말이 예전에는 자주 먹었지만 지금은 만드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떨어진 대게 다리를 말려서 나름의 해각포를 만들어 먹었더니 그 맛이 과연 나쁘지 않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1-15 11:12:3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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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굴과 샤블리

굴은 겨울을 대표하는 보양식이다. 굴에 포함된 철분 구리 칼슘 미네랄은 빈혈을 완화시키고 정력을 강화시킨다. 여성의 피부미용에도 좋고 낮은 칼로리로 인해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굴은 여름철에는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피한다. 영어 표기로 알파벳 'r'자가 표기된 달(9월부터 이듬해 4월)에만 굴을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r'자가 표기된 달이라도 9월이나 4월에 굴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 11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 즐기는 음식이다. 문제는 굴 자체에서 나는 비릿한 향과 맛 때문에 굴 요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 굴 고유의 향만 없다면 누구나 즐기는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대개 비릿한 맛을 없애기 위해 레몬즙을 뿌린다. 레몬은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회나 구이 등 여러 생선 요리에 즙을 뿌리곤 한다. 레몬의 상큼한 신 맛이 이를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레몬 대신 좀 더 운치 있는 식사를 위해 굴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제격이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 샤블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와인 산지 부르고뉴의 최북단에 위치해 외딴 섬처럼 독립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곳. 바로 화이트 와인을 빚는 샤르도네 품종의 메카다. 부르고뉴 꼬트도르의 '몽라쉐' 브랜드가 샤르도네 와인의 최고봉으로 꼽힌다지만 와인 생산 지역으로 따지면 샤블리가 첫째다. 이 곳에서는 샤르도네 품종만을 재배한다. 샤블리 샤르도네는 다른 곳과 달리 미네랄리티가 뛰어나 '3S(Stony Steely Smoky)'의 대표 화이트 와인으로 인정받는다. 그 이유는 바로 토질 때문이다. 과거 바다였던 샤블리는 쥐라기 시절 형성된 땅으로 토양 전체가 조개 및 굴 껍질의 화석과 석회석, 백악질이며 여기에 점토가 적절히 포함돼 있다. 점토가 적고 화석 및 석회석 비중이 높은 지역은 특히 키메르지앙(Kimmeridgian) 토양이라고 하며 가장 좋은 품질의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즉 '샤블리 그랑크뤼' 및 '샤블리 프리미어 크뤼', 그리고 일부 '샤블리'가 만들어진다. 특히 그랑크뤼 와인이 나는 7개 농장은 토질이 거의 조개 및 굴 껍질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낮은 등급인 '쁘띠 샤블리'는 진흙이 더 많아 별도로 포틀랜디앙(Potlandian)이라고 불리우는 토양에서 나온 화이트 와인이다. 과거에는 이 땅에서는 포도나무를 재배하지 않았으나 샤블리 와인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폭증하면서 와이너리 영역이 확대됐다. 과거 고급 샤블리는 오크통에 장기 숙성했으나 최근에는 스테인리스스틸통에 숙성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오크통에 장기 숙성한 와인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비싸다. 마치 풀바디의 고급 레드와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반면 밀키한 느낌과 오크 향으로 인해 화이트 와인의 본질인 상큼함과 산미를 감퇴시킨다. 그래서 샤블리 와인은 하위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상큼함과 신 맛, 과일향이 오히려 풍부해진다. 물론 가격도 더욱 저렴해진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을 이야기할 때 비슷한 느낌의 음식과 와인이 맺어져야 좋다는 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최상의 조합'이다. 굴 화석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빚은 새콤하고 상큼한 샤블리가 굴 요리와 최상의 조합인 것은 이 때문이다. 간혹 와인 수입업체들이 소비뇽블랑 화이트 와인을 굴 요리와 잘 맞는 것처럼 홍보한다. 소비뇽블랑도 대표적인 화이트 품종이기는 하지만 이 와인은 샤르도네에 비해 풀 내음이 더 강하다. 물론 상큼함과 산도 면에서는 샤르도네보다 상대적으로 강해 굴과 맞추려면 맞기는 하지만 굴 요리에는 아무래도 샤블리 샤르도네다. 특히 샤블리 중에서도 저렴한 하위 등급의 '샤블리'와 '쁘띠 샤블리'가 더욱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바깥 날씨 추운 겨울 밤, 따뜻한 집 안 또는 실내포차 안에서 굴 전을 놓고 시원한 샤블리 화이트와인을 마시는 것을 상상해 보자. 넉넉한 마음에 푸근하면서도 상쾌한 밤이 아닐 수 없다.

2014-01-13 17:07:13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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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윤석민 ML행 두 조건 충족시킬까

투수 윤석민이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진출 구단을 결정하지 않았다. 벌써 새해 1월도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현재로서 드러난 사실은 윤석민의 ML행 의지가 강하고 여전히 몇몇 구단과 접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하다. 1월 말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윤석민의 입단을 기다려온 팬들의 마음도 급해졌다. 현재 미국언론의 관심은 다나카 마사히로에 쏠려 있다. 다나카는 10개 구단과 면담을 갖고 최종결정을 앞두고 있다. 다나카의 행보에 팀의 마운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관련 ML 구단들은 다나카의 최종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윤석민 세일즈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은 한국시간으로 15일께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에이전트인 보라스 사단이 구체적인 안까지 준비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적어도 다음주까지는 윤석민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은 ML행과 관련해 두 가지 기준을 설정한 바 있다. 첫 번째는 선발투수 보장, 두 번째는 몸값 보장이다. 윤석민은 두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ML행을 포기하겠다고 한 바 있다. 자존심에 걸맞는 대우를 받겠다는 의지이다. 특히 선발보장은 몸 상태와 연결이 되어 있다. KIA에서 9년 동안 선발, 중간, 마무리로 들쭉날쭉 등판했다. 아킬레스건과 어깨상태는 투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휴식이 필요하다. 선발투수를 보장받는다면 적절하게 조절하며 풀타임에 도전할 수 있다. 문제는 ML 구단이 중간투수, 그리고 마이너리그 계약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윤석민에게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유턴설은 현실화되고 국내 구단간의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진다. 윤석민이 이런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류현진에 이어 제 2호 메이저리그 직수출 투수가 나올 것인지 기다려보자.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1-13 16:25: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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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트렌드읽기] 말 대신 그림

'짤방(짤림 방지)'이란 이미지가 SNS에서 인기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 A에서 비롯됐다. A는 이용자가 갤러리의 주제에서 벗어난 이미지나 글을 올리면 가차없이 짤림(삭제) 처리했다. 이용자들은 이런 규칙을 피하고 싶었고, 자신의 글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짤림을 피했다. 이런 놀이(?)는 어느 새 10년이 됐고, 최근 짤방은 긴 글을 쓰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이미지로 대신하는 도구로 변화됐다. 주로 엽기적 이미지나 희극적 이미지를 사용해 대화하는 또 하나의 소통 방법이 된 셈이다. 2013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주목 받은 작품은 폴라 슈쳐(Paula Scher)의 타이포그래피였다. 폴라 슈쳐는 단어에는 의미가 있고, 활자에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면 극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즉, 단어와 활자를 시각화시키면 전달 효과는 배가되고, 이해에 대한 상호간의 오차 범위도 줄어든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읽을 수 있고, 그것은 특정 사실에 대해 각자의 시각을 지키면서도 암묵적 동의를 이루게 하는 원천이기도 한 것이다. 마주 보고 앉아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일민미술관에서 '애니미즘'이란 주제의 전시가 한창이다. 이 전시회는 일민미술관이 그 동안 시각문화를 통해 인문학적, 문화적 담론을 만들어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직관적 시각화로 드러나는 애미니즘은 지금까지 합리와 이성으로 대변됐던 사회에서 배척되거나 무시됐었기 때문이다. 반면, 토착문화의 파괴에 대한 저항과 애니미즘을 둘러싼 세계의 이면에서 인류가 가야 할 새로운 정치성이 찾아지고 있다. 원시부족적이라 일컫는 것들에서 수퍼 모던(Super Modern)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인류는 세상에 대한 정보처리 능력에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긴 얘기를 싫어하고, 중언부언을 격멸하고, 두서 없는 컨텐츠에 철퇴를 가한다. 덕분에 다의적, 중의적 해석이 담기는 강렬한 이미지에 빠지고 있다. 하나의 이미지로 History를 읽고, 그것을 나만의 Story로 만드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도 없다. 최근 들어 사진전이 각광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 장의 사진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한대에 가깝다. 모르긴 해도 지금의 흐름이라면 말 대신 그림이 소통의 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동굴벽화를 남기게 되는 건 아닌지. /인터패션플래닝 박상진 대표이사

2014-01-13 15:35:4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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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불행한 청춘에게 전하는 썰매의 기적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또 한 번 김연아 신드롬이 불어올 조짐이다. 이달과 지난달 차례대로 열린 국내·외 대회에서 최상의 기량을 뽐낸 김연아는 올림픽 무대에서 이변이 없는 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국민들은 그가 펼칠 아름답고 완벽한 경기를 만끽하기만 하면된다. 현역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김연아를 모델로 쓰고 있는 기업과 공식 후원사들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김연아 경기 중계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소치 올림픽=김연아 올림픽'이라는 인식이 관련업계에는 자리잡았다. 심지어 김연아의 금메달 하나는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노리는 실질적인 목표나 다름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관심이 온통 김연아에 향해 있는 요즘 소치 올림픽을 향한 소중한 승전보가 이어지고 있다. 변방 중의 변방으로 취급돼온 썰매 세 종목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의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국제대회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봅슬레이는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 등 모든 종목에서 최초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고, 루지에서도 사상 최초로 남·여 싱글과 남자 2인승, 팀계주 등 루지 4종목에 모두 출전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세계 톱 10의 기량을 보이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들이 제대로된 경기용 썰매는 물론 정식 트랙조차 없이 훈련해 왔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대표팀 대다수가 어린 시절부터 전문 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선수라는 점이다.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 에이스 원윤종은 4년 전까지만 해도 체육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여자 대표팀 파일럿 김선옥은 육상 단거리 선수로 뛰다가 2년 전 이 길로 접어들었다. 루지의 최은주와 박진용은 2010년 호기심 반으로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대표가 됐고, 성은령은 4년 전까지 루지가 뭔지도 제대로 몰랐던 선수다. 스켈레톤의 간판스타 윤성빈은 1년 반 전만 해도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한마디로 무모하리 만큼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앞만 보고 내달려 맨땅의 기적을 일궜다. 이들의 리얼 스토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가와 같다. 저성장 시대, 세계 경제의 장기불황, 높아만 가는 취업 문턱 앞에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할 수도 없는 불행한 현실에 놓여 있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훈련해온 선수들은 이 같은 불행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지만 썰매 하나에 자신의 미래를 올인한 이들은 이미 올림픽 금메달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 김연아가 주지 못 할 그들만의 감동 드라마가 벌써 소치 올림픽을 기다리게 한다.

2014-01-12 18:40:08 유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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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중세의 가을

좁은 골목 사이 저편에는 성인(聖人)들의 조각이 정밀하게 배치된 성당의 지붕이 홀연 나타나고, 거리에는 체리 와인을 팔거나 레스토랑임을 알리는 작은 간판들이 예쁜 명찰처럼 달려 있다.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의 유적이 현대와 공생하면서 새로운 미학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대학촌 살라망카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까닭이다. 사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서는 보기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데 살라망카가 특히 주목되는 까닭은 여기가 중세 유럽의 지식을 대표하는 산실이었고, 지금도 그 시절의 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순례자들을 위한 수도원은 공공도서관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 들어서면 책을 존중하는 시대의 한 복판에 와 있다는 황홀한 환각에 사로잡힌다. 흔히 서양의 중세는 '암흑'으로 표현되고, 철저하게 허물어져야 하는 역사의 장애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모든 것들이 고단하고 억압되고 출구가 없는 막막한 삶처럼 존재하는 줄로들 알고 있기조차하다. 물론 근대 이전의 야만은 결국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역사학자 요한 하우징어가 그의 저작 '중세의 가을'에서 말했듯이, 중세란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인문학적 교양과 문화적 깊이를 쌓아온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익고 익어 숙성되었을 때, 르네상스를 거친 유럽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간 속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6세기에 시작됐던 한 시대는 천년의 무게를 만들어내고는 마침내 저물었지만, 그 열매는 세월이 흐른 만큼의 진액을 지금도 여전히 뿜어내고 있다. 회화사를 봐도 그렇다. 중세의 궁정미술과 성당의 권위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 없고, 이후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엘 그레코 없이 벨라스케스가 태어나지 못하며, 벨라스케스 없이 고야가 어디 있겠으며 더더군다나 피카소는 황량한 들판에서 태어난 천재가 아니다. 우리의 중세는 현대도시 서울에서 자취를 감췄다. 조선의 역사가 만들어낸 거리와 터는 토벌되다시피 했다. 중세의 깊이를 복원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령 경복궁과 삼청동 한옥마을이 있는 일대에 조선시대 서고(書庫)처럼 전통가옥으로 된 도서관 하나 있다면,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의 품격은 사뭇 높아지지 않겠는가? 이걸 상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 나라의 혼이 근본에서부터 달라질 것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1-12 18:23:51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