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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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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정신승리하지 말자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피해자인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문제해결이 가장 좋겠지만 쉬워보이진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곧잘 무의식적으로 정신승리를 한다. 우선, 겪은 그 부당한 문제를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걸로 스스로 축소시키며 합리화한다. 인생에서 한 번쯤 겪는 안 좋은 일을 겪었다, 똥밟았다 생각하고 너그럽게 떨쳐버리라는 것. 한국 특유의 액땜론, 즉 이번에 안 좋은 일을 당했으니 다음엔 그럴 일이 없다는 미신도 돕는다. '합리성'이라는 카드를 빌려오기도 한다. 저항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복잡해지거나 악화될 수 있어 나만 손해라며, 남들이 다 꾹 참고 넘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논지다. 객관적으로 불의에 저항하는 일은 옳지만 내 가족이나 친구라면 말리겠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며 '똑똑한' 이들은 그렇게 할 거라는 자기합리화다. 한데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바로 위와 같은 '정신승리' 마인드를 보란듯이 악용할 것이다. 사소한 문제에 연연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치사하고 구차하다. 그러나 나에게 중요한 문제는 객관적으로 크고 작은 게 따로 없다. 사소해도 내게 중요하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하물며 사소하다고 넘어가면 나중에 결코 사소하지 않은 큰 부당함은 어떻게 저항하겠는가.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더 복잡해진다고? 가만히 두면 겉으로는 평온할지 모르나 안으로 곪고 ››어 그 댓가는 더 오래 치뤄야 한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고? 천만에, 무서워서 피한다. 모든 저항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번거로움, 시간낭비 외에도 내가 이런 부당한 일을 당할 만큼 약자임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 가해자의 앙심을 사는 부조리극까지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고 저항하는 일은 아주 작아보이는 문제라도 힘겹고 외롭고 두려운 일이다. 살다보면 정당한 저항이나 실천을 멈추는 방법이 다양한 논리로 곳곳에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담합의 유혹에 내가 기꺼이 설득당할 때, 잘못된 관행은 점점 고착될 수 밖에 없다.

2014-02-16 09:25: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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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68>파주 '적군묘지' 앞에서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워있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으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구상의 시 '적군묘지 앞에서'의 일부로 현재 경기도 파주에 있는 북한군과 중공군 묘지, 이른바 '적군묘지'를 다룬 시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96년부터 한국전쟁 당시 남한 땅에서 사망한 북한과 중국 군인들의 유해를 북녘땅에 가까운,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5㎞ 떨어진 적군묘지에 안장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1·21사태, 즉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김신조와 함께 내려왔다 사살된 무장공비 30명과 87년 김현희와 함께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하고 자살한 김승일, 98년 남해안 반잠수정 침투사건 때 사망한 공작원 6명 등의 유해도 이곳에 묻혀 있다. 얼마 전에는 전국 주요 격전지에서 발굴한 북한군인 유해 48구를 안장하기도 했다. 이 묘지가 들어선 것은 '교전 중 사망한 적군의 유해도 존중해야 한다'는 제네바협정 추가의정서 제34조에 따라서다. 축구장 두 개에 해당하는 면적에 북한군 유해 700여 구와 중국군 유해 420여 구 등 최대 1400여 구의 유해가 안장됐다. 무덤마다에는 각목으로 묘비도 만들어 세웠는데, 간혹 이름이나 계급 등이 적힌 것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무명인'이라 적혀 있다. 과연 이 유해들은 언제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단 중국군 유해는 한중 간의 협의에 따라 조만간 송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군 유해에 대해서는 기약이 없다. 반대로 북한땅 전역에 산재해 있을 한국군의 유해는 그 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올해는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자그마치 61년째다. 적군묘지의 무덤들을 망자들의 고향인 북쪽을 향하도록 배려해 그나마 북향으로 배치한 데에서 작은 희망이 엿보이기는 하나, 남과 북 사이에는 더 큰 배려의 정신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2-13 15:15:0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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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대보름날 부럼은 땅콩 대신 무?

정월 대보름에는 부럼을 깨무는 것이 우리 전통인데 부럼용 견과류의 대표는 땅콩이다. 다음으로 밤이나 호두, 잣, 은행을 꼽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옛날 문헌에는 대보름날 땅콩을 깨문다는 기록이 없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도 부럼으로 밤과 호두, 은행, 잣, 무를 깨문다고 나온다. 땅콩 대신 엉뚱하게 무가 들어있다. 1925년의 '해동죽지'에도 땅콩은 보이지 않는다. 호두와 잣을 깨문다고 나온다. 대보름 부럼에 땅콩이 포함된 것은 1946년 발행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이다. 여기에도 새벽에 밤, 호두, 잣, 무를 깨문다고 하면서 괄호 열고 요즘에는 무가 빠지고 대신 낙화생을 깨문다고 적혀있다. 낙화생(落花生)은 땅콩의 한자 표기로 이 무렵에야 땅콩이 무를 대체했던 모양이다. 예전 부럼에는 왜 땅콩이 없을까? 땅콩이 늦게 전해졌기 때문인데 조선 정조 무렵에야 중국에 간 사신들이 처음 땅콩을 구경하고 맛을 봤다. 귀국할 때 종자를 가지고 왔지만 재배가 쉽지 않아 19세기 중반에야 집에다 땅콩을 심었다는 기록이 보이니 널리 퍼진 것은 20세기 이후다. 때문에 20세기 초중반까지도 부럼에 땅콩은 보이지 않고 무를 깨물었던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땅콩은 옛날부터 우리나라에 있었고 아몬드는 최근에 전해진 견과류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조선 사신들이 땅콩을 처음 구경한 정조 무렵, 한양 남산에 이미 아몬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 땅에 아몬드가 땅콩보다 먼저 전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땅콩은 원산지가 남미이지만 아몬드는 서역인 페르시아다. 대보름 부럼과 관련된 뜻밖의 상식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2-12 14:01:1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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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거인 기관지의 오승환 흔들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의 투구폼은 효과적이다. 왼발을 딛으려는 순간 20~30cm 정도 더 나와 볼을 뿌린다. 타자는 언제 방망이를 휘두를지 잘 모른다. 여기에 돌직구까지 던지니 난공불락이다. 오승환은 지난 7일과 9일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기노자구장의 투구훈련장에서 불펜 투구를 했다. 포수를 앉혀놓고 50~60개의 볼을 뿌렸다. 100명이 넘는 일본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다른 구단 분석원과 평론가들도 집결했다. 평가는 극찬 일색이었다. 묵직한 돌직구와 날카로운 변화구에 안정된 제구력까지 갖춰 사실상 약점이 없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뤘다. 또 하나는 특이한 투구폼도 위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NPB 심판위원회는 9일 한신 수뇌진을 찾아가 오승환의 투구폼의 규칙 위반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일본에서 볼 수 없는 투구폼이니 논의 해보겠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일 수 있다. 이미 올림픽과 WBC 등 국제대회에서 문제가 없어 일본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스포츠호치는 오승환의 투구폼이 이중 동작에 저촉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했다. 심의결과에 따라 규칙위반으로 인정받아 투구폼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지난 8일 오승환이 번트와 땅볼처리 등 투타연계 플레이 도중 포수의 일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허둥댔다면서 비꼬기도 했다. 한 눈에 봐도 다른 신문에 비해 훨씬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이 신문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계열사다. 자이언츠 관련 기사를 1~3면에 배치하는 기관지나 다름없다. 자이언츠와 한신은 '전통의 일전'으로 불리우는 라이벌이다. 숙적의 새로운 소방수에 대한 흔들기가 농후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2-11 10:53:4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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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소치의 인접국 조지아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소치는 러시아 남단의 흑해 연안 도시다. 그리고 소치의 바로 밑에는 러시아에 속해 있다가 독립한 조지아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루지아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독립한 후 국제 표기를 조지아로 공식화했다. 끊임없는 분쟁을 겪은 기구한 역사와는 별개로 와인 세계에서 조지아는 특히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의 고증학적 발굴 결과, 농경의 흔적만으로 평가하면 와인의 발상지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와인 서적에 따라 기록이 다르기는 하지만 BC7000년까지로 표기된 사례도 있으니 최장 9000년 전부터 와인이 재배된 셈이다. 조지아의 북쪽 경계인 카프카스(코카서스) 산맥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를 가르며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경계를 형성한다. 설화 같은 이야기지만 이 산맥의 남단 지방에서 얕은 웅덩이에 고여 있던 포도 과즙이 이듬해 봄 와인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와인의 시초라고 한다. 와인 재배는 조지아에서 서쪽으로는 오늘날의 터키와 이집트, 남동쪽으로는 이란 서부의 자그로스 산맥 인근(메소포타미아 문명 및 페르시아 중심부)으로 퍼져 나간다.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는 터키와 이집트에서 번성해 다시 그리스 및 이탈리아(당시 로마)를 거쳐 전 유럽으로 확산된다. 이 과정을 거쳐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구세계 와인 생산지가 구축된다. 조지아 국민들에게 와인은 일상의 음료 수준을 넘어 성스러운 존재로 받들어진다. 기독교인 조지아정교를 터키로부터 처음 전파한 성 니노는 십자가를 포도나무로 만들었고 그의 머리카락으로 매듭을 지었다. 대주교의 왕관 역시 포도 모양의 장식이다. 산업적으로도 중요해 와인은 수출품목 중 1, 2위를 다툴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판매된다. 전통적인 양조 방식이 항아리를 땅에 묻고 발효시키는 우리나라의 김장김치와 닮은꼴이다. 와인을 만드는 대표 품종은 사페라비를 비롯해 약 40종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알리고떼, 샤르도네 리슬링 카베르네소비뇽 말벡 메를로 피노누아 등 국제화된 품종도 재배된다. 얼마 전 사페라비를 시음할 기회가 있었다. 카프카스 산맥 남쪽에 넓게 자리한 카헤티 언덕에서 나온 2011년 빈티지다. 짖은 적색에서 나오는 체리 및 오디 향이 좋지만 나무 향이 다소 강한 편이다. 장기 숙성이 가능한 품종이어서인지 좀 더 숙성시켜 마시면 좋을 듯하다. 조지아 와인은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면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2014-02-11 09:44:34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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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읽기] 감동을 줬던 최근의 일

한 청년이 공원에 벤치에 피켓을 세워놓고 앉아 있다. 피켓에는 '여러분,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모으는 중입니다'라고 쓰였다. 이 '낯선 사람 프로젝트(Strangers Project)'는 '이름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삶에 대한 무언가를 나눠달라고 하면 공통점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됐다. 일 중독자로 살다 암에 걸려 투병하다 삶에 기준을 바꾼 여자의, 뉴욕을 거쳐 디즈니랜드에 가려 했으나 언니가 입원하는 바람에 9개월 째 뉴욕에 머물게 된 9살 소녀의 이야기는 웹 사이트와 페이스북에 올려졌다. 사람들의 과거(History)는 의미 있는 이야기(Story)로 치환됐다. 브라질 상파울루 거리에 용광로가 등장했다. 젊은 카타도르(Catador, 고물 수거인)는 거리에 널린 야자수 잎과 벽돌, 공사장 모래 등을 이용해 주형을 만든다. 여기에 버려진 캔을 모아 용광로에 녹인 주물을 붓는다. 주물이 식으면 근사한 알루미늄 의자가 완성된다. '캔 시티(Can City)'로 명명된 프로젝트는 완성된 제품도 인상적이지만, 고물 수집에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손수레를 끌고 거리의 폐품을 거두는, 도시 내 재활용의 80%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삶이 또 다른 차원의 가치창출 통로였다. 카페에서 마주 앉은 사람이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미 '그 정도 쯤이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자다트 이브라임(Jawdat Ibrahim)은 예루살렘에서 운영 중인 아부 고시(Abu Ghosh)에 새로운 할인 규정을 세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문자나 전화 등을 하지 않고 사람을 마주하는 것에 집중할 경우 식사비의 50%를 깎아 주는 것이다. 운영자는 밥도 먹지 않고 스마트폰에 빠진 행위는 제2의 흡연과 같다며 사람들에게 경계를 당부했다. '내가 책임질 테니 핸드폰 좀 그만 보지'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이다. 'I' 트렌드가 불붙기 시작했다. 두드러지는 현상은 근원적 희소성을 찾으려는 흐름이다. 사람이 가진 감성과 가치 중에서 태초부터 있었던 것들에 대한 추적과 재해석, 현실화다. 사랑, 우정, 믿음, 책임과 같이 순수한 에너지를 삶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줬던 최근의 일은 무엇이었나.

2014-02-10 14:02:3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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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사육의 시대

곧 초등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곧잘 듣는 이야기는 '좋은 시절 다 갔네.'이다. 아무도 '좋은 시절은 이제부터야!'라고 격려를 해주지 못할 망정, 왜 어린아이 겁부터 주는가. 그러나 겁내야 하는 환경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영국 탤래그래프지에 '올해의 웃긴 사진'으로 한 국내 해병대캠프에 입소해 무거운 목재를 낑낑 매며 고통에 신음하는 초등학생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영국인들에겐 어이없이 웃긴 일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이로서는 섬짓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최루탄 가스실에 집어넣어 훈련시키는 사진도 공개되었다. 가스실에서 사용되는 물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정말 무해하다면 왜 저토록 처참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대체 아이들은 왜 돈 주고 사서 고문을 받아야 하는 걸까? 부모들은 자식을 강하게 키우겠다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보낸다고 한다. 한데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것부터가 부모의 뒤틀린 욕망인 것 같다. 부모들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자식들에게 무리해서 투영하거나 출세한 자식을 통해 득 보려는 것 아닐까. 애초에 '훌륭하다'라는 개념부터 다른 것일까.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되길 원한다면 방법론부터가 틀렸기에 부모부터 공부해야 한다. 이들에 놀란 것도 잠시, 서울 강남엄마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스터디룸 가구'의 사진도 놀랍다. 반평짜리 네모난 박스공간에 책상 하나 집어넣은 완전폐쇄형 공부방이다. 피톤치드 재질로 만들어 머리도 맑아져 성적도 쑥쑥 올라간다지만 여느 엄마들처럼 문을 밖에서 잠궈버린다면 이건 정신병원 독실이나 감옥과 다름없다. 명백한 아동학대이거나 아동학대를 쉬이 가능케 하는 환경이다. 아이들은 억압적 상황을 피할 힘도 없거나, 그런 폭력적인 부모라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에 그 고통과 인내심을 무리해서 감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느끼는 분노는 다른 형태로 고스란히 마음 안에 차곡차곡 쌓여 훗날 어른이 되어 마침내 어떤 형식으로든 폭발할 것이다.

2014-02-09 20:32:2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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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 산책]거리의 빛깔

좀 풀렸다고는 하지만, 도시를 관통하는 바람에는 겨울의 체온이 역력했다. 이만하면 행동반경이 움츠러들어 한산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발 디딜 틈 없는 거리다. 밤 열한시가 넘은 시각이다. 그러나 마치 "이제 비로소 시작하려는 판인데?" 라는 투다. 사실은 낮부터 쉬지 않고 계속 뛰는 이곳의 맥박이다. 지칠 사이가 없다. 평소의 속도대로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칫 난폭한 몸짓이 되기 십상이다. 인파가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빈 공간을 눈치껏 찾아, 빠르게 유영하듯 몸을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가 되어본다. 뉴욕 맨해튼 42가에서 50가에 이르는 브로드웨이는, 그 순간 출렁이는 거대한 어항이 된다. 사방에는 초대형 영상들이 기다란 휘장처럼 즐비하게 에워싸고, 현란하게 변환하는 시네마스코프를 펼쳐낸다. 이 거리는 대체 어떤 곳인가? '극장'이라고 하면 우리는 영화를 보는 상영관을 떠올리지만, 여기서는 뮤지컬과 연극이 무대에 오르는 장소다. 브로드웨이의 역사는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전기(傳記)를 줄기차게 써왔다. 엘튼 존의 노래로도 유명한 뮤지컬 '라이언 킹'은 1997년 이래 현재까지 최장기 공연을 하고 있고, 1987년 영국의 웨스트엔드 공연과 함께 시작했던 '레미제라블'은 막을 내렸다가 다시 금년 3월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등만이 아니라 더는 볼 수 없어 아쉬움을 주는 '매리 포핀스' '고스트'나 새로이 무대에 선을 보이는 '알라딘'도 모두 브로드웨이의 자산이다. 흑인 여가수 캐롤 킹 이야기를 극화한 연극 '태양 아래 건포도'에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이 등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섹스피어의 희곡도 '리차드 3세'를 비롯해서 몇 개나 공연 중이다. 고대와 중세는 없지만, 현대문화의 중심을 만들어온 이 나라는 이렇게 TV화면이나 디지털의 공간이 아니라, 배우와 관객이 서로 마주보고 호흡하는 아날로그의 무대를 통해 대중예술의 거리를 가꾸어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삶의 애환과 환희를 나눌 자리를 펼쳐낸다. 브로드웨이의 인파가 모두 극장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이곳에 맑은 공기처럼 넘쳐나는 활력은 이와 무관할 수 없다. 서울의 어떤 거리를 거닐면, 우리는 공연예술에 흠뻑 취하고 자기도 모르게 들뜨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기운이 상쾌해질 수 있는 걸까? 그곳에 가고 싶다.

2014-02-09 19:24:5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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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여론조작 보건사회硏, 양심 버리고 '정부 시녀' 자청

정부 출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본연의 목적인 연구조사에서 핵심이 되는 여론조사가 왜곡되도록 설문 문구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 6일 최병호 원장이 직접 나서 '기초연금 도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국 30대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5%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선호하며, 72.4%가 기초연금 차등 지급 방식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71.7%가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을 이유로 정부안을 반대한다는 행정연구원 조사결과와 상반된 '중대 결과'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이 조사는 객관성을 잃고 정부의 입맛에 맞게 설문 내용을 변질시킨것이다.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연구기관이 양심과 자존심을 버리고 '정부의 시녀'로 전락한 것이다. 연구원은 기초연금 정부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매월 기초연금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의 안내와 질문을 누락시켰다. 정부안 대로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게 돼 성실납부자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분히 고의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또 설문 응답자의 답변이 편향되지 않토록 해야 한다는 여론조사의 기본마저 지키지 않았다. 총 7개의 설문 문항은 정부안에 대한 찬성을 유도하도록 짜여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원의 이번 설문 문항 중 '국민연금 급여와 상관없이 20만원을 동일하게 지급한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이 포함됐다. 단순하게 차등지급 찬반 여부만 물어보니 여유있는 노인들에게는 돈을 적게 줘야 한다는 당연한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당장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데 누가 '찬성'이나 '동의'한다고 이야기 하겠는가? 연구원은 또 이번 설문 조사에 앞서 대상자들에게 정부안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만을 부각시켜 사전설명을 한 뒤 차등 지급 찬성 여부 등을 질문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특히 기초연금 재원이 조세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아는 응답자는 36.6%에 불과했고, 분석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이 연구를 다급히 발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회 2월 임시 회기중 정부·여당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연구원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시민단체는 7일 논평을 통해 "국책기관이 여론조사를 빙자해 여론 조작으로 국민들을 기만했다"며 책임자 문책등을 요구했다.

2014-02-09 15:00:19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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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조세 저항, 우려할 만한 수준

'박근혜 정부'들어 국세행정이 새삼스럽게 비판대에 오르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기치를 내걸고 국세행정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조세마찰이 심각한 수준으로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속에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거둬들인 세금에 불복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의 과세불복건수가 무려 전년에 비해 3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76곳이 불복해 전년의 1,050곳보다 31%가 늘어났다. 특히 2010년 874곳, 2011년 875곳에 비해서도 훨씬 많아졌다. 더욱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이의신청,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으로 납세자에게 되돌려준 세금이 이자를 합쳐 지난해 상반기에만 8,12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전년 동기 3,604억 원이나 2011년 2,305억 원에 비해 2.2~3.5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하경제양성화를 내세워 세수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추징수위를 이례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이 바람에 기업이나 자영업자, 그리고 일반 납세자의 조세저항도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정부가 세정강화를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 하려고 하자 오히려 지하경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고액권인 5만 원권의 회수율이 저조한 가운데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세수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무리하게 펼치는 일은 언제나 부작용이 따른다. 특히 경기부진 속에 징세강화는 오히려 경기침체를 부추길 수도 있다. 국세청은 공평과세 - 합리세정을 근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세정지침에 적신호가 된다. 국세청은 국민들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정부의 이미지 메이커이다. 따라서 국세행정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국세행정은 어디까지나 자진납세 풍토조성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그러자면 자영업자를 비롯해 음성소득자에 대한 계도기능이 강화 돼야 한다. 물론 조세포탈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할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의 불복이 늘어나고 각종 심판이나 재판에서 패소하는 일이 많다는 것은 정부의 대국민 신뢰도가 곧바로 추락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14-02-09 10:33:03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