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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상품과 작품

상업미술작품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돈'을 버는 것이다. 생산의 목적도 이익이다. 따라서 대중의 취향과 선호도를 중시한다. 미술이 인류 공통의 문제에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는 관심 영역이 아니다. 어떻게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구매 욕구를 자극해 '지갑'을 열도록 하면 그만이다. 상업미술작품은 기능성과 효율성을 따진다. '화폐'로 치환해야 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는 장식적이다. 색채와 구성 역시 시각적 화사함을 지닌다. 앙증맞은 캐릭터와 귀여운 동물 형상이 곧잘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엔 그래야만 대중이 좋아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이 개입돼 있다. 상업미술작품은 엄밀히 말해 '상품'이다. '작품'은 문화 공공재로서 예술성을 추구하고 감동이나 영감을 주는 반면, 상품은 시각적 만족감이 먼저다. 작품은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독창성을 중시하지만, 상품은 시장이 원하는 일정한 규격과 방식 아래 존재한다. 상품의 가격은 마켓(Market)의 수요와 공급, 생산 비용, 소비자 취향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상징적 재화인 작품의 가격은 '사회적 의사표시로서의 미술'의 경제성에 맞춰진다. 일반 경제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지 않는다. 작품은 사회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예술가의 정신으로 세계를 탐구한 결과이다.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당대 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더니티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의 매개'이기도 하다. 단순히 목적 없는 쾌락인 '미(美)'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질문과 자문이 교통하는 가교인 것이다. 상품은 그렇지 않다. 실체보다 외관을 강조함으로써 피상성과 소비주의 문화에 기여한다. 사회 전반의 문제와 대면한 채 현실의 삶에 참여하는 작품과는 거리가 있다. 미학적·미술사적 혁신과도 무관하다. 사실상 돈 있는 자들의 기호에 의존하고 순응하는 것이 전부다. 이처럼 상품과 작품은 가치와 의미, 역할 면에서 판이하다. 서로 다른 목적에 봉사하고, 서로 다른 의도에 의해 추진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하지만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술전문가라는 사람들마저 매력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것과 공동체의 삶과 커뮤니티의 정체성, 사회적 현상을 투영하는 작품을 분별하지 못한다. 심지어 일부는 장터에서의 인기가 미술의 척도라고까지 생각한다. 소비중심주의적인 상품을 '시대 흐름'의 주체로까지 해석한다. '트렌드'와 등치시키며 말이다. '시대 흐름'과 '트렌드'는 개념에서 양자 간 간극이 있다. 전자가 한 시기에 걸쳐 일어나는 광범위하고 총체적인 움직임이라면, 후자는 일시적이며 특정적인 대중의 선택, 찰나의 유행, 스타일에 국한된다. 그 둘을 동일 선상에 놓는 건 무리다. 트렌드가 시대 흐름을 이끄는 전위(前衛)란 어불성설이다. 그럴 수도 없다. 상품은 상품이고 작품은 작품이다. 물론 상품일지라도 고유성, 비동일성을 지닌다면 그 또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작품으로 출발했으나 상품에 불과해지는 경우도 없진 않다. 경계가 불분명해진 오늘날 더욱 그렇다. 더구나 시대에 따라 미술의 의미도 바뀐다. 다만 어떤 시대가 됐던 작품은 당대성이라는 화두를 놓은 적이 없다. 상품은 그때그때 취향 공동체에 읍소하며 잘 팔면 됐다. 특히 작품은 사회 발전을 향한 담론 형성, 건강한 방향을 촉진해왔지만, 상품은 단지 자신의 이익이 다였다. 상품과 작품을 혼동해선 안 된다. 비록 자본주의에 의해 작품의 지위가 모호해지고 예술사 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생존을 다퉈야 하는 처지가 됐어도 본질은 불변한다. 여전히 상품은 상품이고 작품은 작품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1-23 11:03:1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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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현수막 '홍수'

읍내에 가는 버스에서 바라보니 도로에는 태극기 휘날리 듯 현수막이 요란했다. 모든 내용을 자세하게 보기는 어려웠다. 대체로 그런 내용이 많았다. '자동차세 납부' 안내, '○○○ 서기관 승진', '○○○ 대통령 표창' 등 어느 때보다도 많다. 자동차세 납부 안내는 읍사무소에서 곳곳에 걸어놓았다는 걸 금방 알겠다. 여러 현수막 가운데서도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반면 '○○시 행정자치국장 모 서기관 승진' 현수막은 몇 백미터 마다 있었다. 종친회, 동문회, 이장단 협의회, 마을 주민 등 경축이라고 그런 난리도 없다. 하여간 우후죽순으로 걸어놔 어떤 이는 승진자가 여럿인 줄 착각할 정도다. 여러 명의로 내걸은 경축이라니. 서기관이라는 직책이 이렇게 요란스러운 것인지…. 오래전부터 과천 정부청사, 서울시청, 세종 등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수도 없이 만나 얘기하고, 토론하고, 설전하고, 논쟁했다. 취재하느라 일상적 교류 대부분은 서기관 이상의 직책들이었다. 그래서 이 정도로 난리법석일 줄 꿈에도 몰랐다. 하여간 그런 경축 현수막보다 더 돋보이는 건 대통령 표창 현수막이었다. 우선 숫자로 압도적이다. 버스 창문 너머로 언뜻 눈에 띄는 그런 종류의 현수막은 세건 정도. 개인, 단체, 지역 등 세군데가 다른 명목의 표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수막은 홍수를 이를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승진 경축 현수막 처럼 같은 표창에도 관련자들이 모두 경축을 내걸었으니 그렇지 않겠는가. 우리 지자체는 상수원보호권역으로 세개의 읍, 시청 소재의 행정구역 그리고 여러개의 면단위가 있다. 그러면 우리 구역에서 대통령 표창이 3개라면 다른 읍면에도 이 정도의 표창이 주어졌다면 우리 시에는 열댓개의 표창이 있어야 평균적이라고나 할까. 이를 경기도 나아가 전국으로 확장해 보면 최근 뿌려진 대통령 표창이 수만개도 넘을 듯 싶다. 상상이 되시는가. 표창 안 받는게 더 돋보일 듯. 하여간 다른 구역의 대통령 표창을 알수는 없다. 대통령 표창이 왠지 값이 떨어져 보이고 선양해야할 느낌도 없고, 표창으로 감격스러울 곳에는 좀 미안하지만 그다지 경축에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폭염으로 지쳤던 무렵 서울시내 한 복판은 물론 이곳에도 엄청난 현수막 홍수가 덮친 적 있다. 대체로 여러 정당들이 정책을 홍보하는 것도 있었으나 상대편에 대한 혐오, 본노, 갈등을 조장하는 욕설도 많고 그 숫자도 많아 피로감에 쩐 적이 있다. 당시 혐오를 조장한 정당은 어디랄 것도 없었다. 지난해 말 예산안이 통과되자마자 한차례 현수막 홍수가 휩쓸기도 했다. '○○∼○○도로 확장공자 ○○억원 예산 확보'라는 거대정당 두곳이 현수막을 내걸어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느 당이 힘써서 예산을 따냈다는 것인지, 아니면 양당이 협력해서 이룬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걸 그렇게 걸어놓은 배짱도 이해하기 어렵고. 서기관 승진 경축카드, 대통령 표창 카드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하다. 물론 그런 현수막에 비판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비치고 싶지는 않다.그렇더라도 SNS가 넘치고, 소통 방식이 너무도 넘치는 세상에서 현수막은 어쩐지 구태스럽다. 곧 총선이 다가온다. 이런 정도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테니, 그땐 정당과 출마자들이 내거는 현수막이 지구를 휘감고도 남을 것이다. 다가올 현수막 홍수에 눈쌀 찌푸리거나 비판하기도 힘겨워질게 벌써부터 피곤하기만 하다.

2024-01-23 09:06:48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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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겨울철 대한민국(大韓民國) 대한음식(大寒飮食)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24절기 중 1월 5일은 소한(小寒)이고, 1월20일은 대한(大寒)이다. 대한은 24절기 중 소한과 입춘(立春) 사이에 위치한 절기로, 우리 선조들에게 겨울의 절정기를 알려주는 현대판 알림 문자였다.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은 봄, 여름, 가을보다 비교적 겨울이 길었다. 난방장치나 월동장비가 부족했으며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 이전에는 겨울 추위와 한파도 훨씬 심해서 매년 서울 이촌동 한강가(샛강)에는 겨울철마다 스케이트장이 설치되곤 하였다. 소한은 일년 24절기 중 마지막에서 두 번째인 23번째 절기로, 작은 추위를 뜻하고 1월 5일경 새해 들어 제일 처음 맞는 절기가 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00도에 위치하는 때이므로 일 년 중 가장 추운 때를 뜻한다. 한자의 뜻으로 보면 대한이 가장 추운 절기여야 하지만 사실은 소한이 더 추운 절기이다. 옛부터 우리나라 속담에 "아니 추운 소한 없고, 아니 더운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고 절기가 나타내는 뜻과 추위의 정도가 뒤바뀐 상황을 오랜 경험으로 확신하게 된 말이다.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해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점점 추워진다. 그렇다면 대한추위보다 소한추위가 왜 더 춥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24절기가 중국을 기준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중국과 위치가 달라서 24절기가 정확히 맞지 않았지만 중국의 24절기를 활용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자료를 보면 소한과 대한의 평균 기온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소한의 평균기온이 영하 0.7도, 대한의 평균기온은 영하 0.9도로 대한이 조금 더 춥다.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고 느껴왔던 원인은 소한의 최저 기온이 대한의 최저 기온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나타난 일종의 집단적 확증편향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례로 소한은 2003년 1월 6일 영하 14.2도를 기록했고, 대한은 2004년 1월 21일에 영하 12.9도를 기록했다. 또한 1981년 소한(1월 5일)때 양평지역의 최저기온은 무려 영하 32.6도를 기록했다.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느껴온 체감기온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음식(大寒飮食)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겨울철 불청객인 감기예방을 위해서 면역력 증강을 위한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다. 겨울용 절기 음식으로 찰밥은 아밀로펙틴이라는 전분구조로 인해 식감이 쫄깃하고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면역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팥소가 들어간 찹썰떡은 한끼 겨울철 간식으로도 충분하다. 대표적인 최소가공식품인 시래기는 무청을 장시간 그늘에서 말리는데 건조되는 과정에서 세포 내의 유리수가 응축되면서 상대적으로 그램당 영양가가 더 높아진다. 메치오닌,베타카로틴, 칼슘, 인, 철분 등을 함유하고 있어 겨울철 건조한 피부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 성분은 위암을 비롯한 간암 폐암 췌장암 유방암 등 에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대장암에 도움 줄 수 있다. 그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은 체내에 쌓일 수 있는 발암 물질을 감소시킬 수 있다. 무청 시래기속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해 숙변 배출에 도움 줄 수 있다. 시래기는 가정에서 건조 및 블랜칭 등의 전처리 및 조리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식품가공전문기업에서 국, 탕, 나물 등 간편식 또는 밀키트로 상품화되어 있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01-22 15:11:0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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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일본 생활의 필수품 자전거

일본 생활 중에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외하고 꼭 필요한 물품을 몇 개 꼽으라고 하면 나는 자신 있게 "자전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목적이 여가생활 혹은 운동 쪽의 비중이 더 높지만, 일본에서는 자전거가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자전거가 꼭 필요했던 이유는 내가 사는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로 이동을 해서 통학을 하고 출퇴근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거주하는 10여 년간 학교와 직장이 모두 도쿄에 있었지만, 도쿄 중심지역은 방세가 워낙 비싸서 일본 생활 중 대부분은 도쿄 외곽 지역에서 보냈다. 이러한 사정을 가진 사람이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도쿄 외곽이더라도 역세권은 방세가 비싸고 역에서 멀어질수록 방세가 저렴했다. 일본에서 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가서 게시되어 있는 안내문을 보면 역에서 '도보 몇 분'이라는 문구가 대부분 적혀있다. 당연히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방값은 저렴해진다.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 없고 지도를 자세히 봐야지 겨우 위치를 알 수 있는데 단순히 도보 몇 분이라는 안내만으로 역에서부터 거리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계산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인지를 직접 물어보니, 그곳만의 계산 법일 수도 있지만 돌아온 대답은 800m가 도보 10분이라고 했다. 집을 구할 때 같은 방세로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느냐, 지하철역에서 집에까지 가는 시간을 줄이느냐는 항상 고민했지만 결국은 조금이라도 방세를 아끼기 위해 어느 곳이든 도보 20~30분 거리에 있는 집을 구하게 되었다. 도보 20~30분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면 건강에는 좋겠지만, 아침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저녁에는 지쳐있기 때문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이동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고 직접 일본 여행을 가서 일본 엄마들이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매우 흔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일본은 차량을 유지하는데 큰 비용이 든다.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것이 운전면허 취득이다. 일본은 운전면허 취득이 매우 까다로워 일반 학원뿐만 아니라 합숙 학원까지 있다. 일반 학원비가 200~300만 원 수준이고 합숙 학원은 단기간에 운전면허 취득을 목표로 하는데 학원비가 35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이렇게 비싸니 정말 큰마음을 먹어야만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음을 증빙해야지 차량 등록이 가능하므로 주차장이 없는 집에 사는 차주는 따로 비용을 지급하고 외부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한 집에서 차를 두 대 유지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되어 가정주부들은 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앞 바구니가 달린 여성용 자전거를 '마마차리(ママチャリ)' 자전거라고 하는데 여기에 자녀 수에 맞게 뒷좌석, 핸들 전면, 후면에 최대 3개의 시트를 장착하여 아이들을 태우고 다닌다. 3명의 아이를 태우고 달리는 엄마를 보면 정말로 엄마는 위대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그런데 마마차리는 시장을 볼 때는 짐 자전거가 되기도 해서 사실상 엄마, 아빠 구분 없이 일상에서 매우 유용한 자전거다. 한가로운 주말, 마마차리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고 집 근처 공원에 나들이를 가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당시 길가에 있는 민들레 홀씨 불기를 좋아했던 아이는 수시로 '아빠 멈춰'를 외쳤고 1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려서 갔지만, 전혀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자동차로 편하고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조금 느리게 가는 앞차 때문에 신호를 한 번이라도 놓치면 짜증이 밀려오는데 말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01-22 13:44:59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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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강인한 생명력의 상징, '칡'으로 건강을 지키는 법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강인한 생명력의 상징, '칡'으로 건강을 지키는 법 농부들에게 칡은 달갑지 않은 존재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한 건강 식재료라 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에 시달리기 쉬운 계절에는 가까이할수록 좋은 것이 '칡'이다. 척박한 산비탈이든 소금기 가득한 바닷가든 한번 뿌리를 내리면 주변을 칡넝쿨로 가득 채워 황폐화시키는 칡의 강인한 생명력은 놀랍기까지 하다. 그 생명력을 채우는 성분들 중에는 인간의 몸에도 좋은 것이 많다. 실제로 우리 선조들은 칡의 효능을 알아보고 활용해 왔다. 한방에서 칡은 뿌리는 갈근(葛根)이라 하여 약재로 써 왔다. 찬 성질을 가졌으며 술독을 풀어주고 갈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갈근탕은 한방의 대표 처방이면서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감기 처방 중 하나다. 갈근과 함께 여러 약재들을 함께 달여 만드는데 열을 내리고 감기를 낫게 한다. 감기만큼이나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다. 잘못된 자세와 스트레스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 업무를 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은 물론 목이나 어깨, 등과 같은 곳에 근육이 뭉치고 통증이 생겨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이 경우에는 갈근을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갈근이 뭉치고 뻣뻣해진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서 이완시켜주고 통증을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몸이 차거나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연초에는 모임도 잦고 설 연휴도 있어 본의 아니게 과음을 할 일이 많아진다. 이럴 때 갈근을 꾸준히 챙겨 먹으면 술을 해독하고 간 건강 또한 보호할 수 있다. 실제로 칡이 간 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 역시 발표된 바 있다. 칡은 여성에게 좋은 본초이기도 하다. 칡에 함유된 이소플라본(isoflavone) 성분 때문이다. 주로 콩류에 많이 들어 있다고 알려진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칭하는데, 갱년기의 호르몬 불균형을 개선하여 상열감, 불면증, 우울감 등 다양한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2024-01-22 05:19:39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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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저작권법위반죄는 '침해범' 아닌 '위험범'

저작권자는 저작권법에 따라 여러 권리를 갖게 되는데, 그 중 저작물에 대한 인격적·정신적 권리를 '저작인격권'이라고 한다. 이러한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그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일신전속권)다. 상속이나 양도의 대상이 되지 않고 저작자의 사망과 동시에 소멸하게 된다는 점 등에서 저작재산권과 구분된다. 우리 저작권법이 정하고 있는 저작인격권으로는 공표권(저작권법 제11조), 성명표시권(저작권법 제12조), 동일성유지권(저작권법 제13조)이 있다. 누군가가 창작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했을 경우에는 민사적 구제수단(손해배당 등)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형사적인 제재도 가능하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1호는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저작자 등의 명예'란 저작자 등이 그 품성·덕행·명성·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 평가, 즉 사회적 명예를 가리킨다. 그런데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위 저작권법위반죄의 성격은 무엇일까? 실제로 명예훼손 등의 침해가 이루어져야 성립하는 범죄(침해범)일까? 아니면 명예훼손 등의 위험만으로 성립하는 범죄(위험범)일까? 최근 대법원은 위 저작권위반죄의 성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판결(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0도10180 판결)을 선고했다. 해당 사안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게시하거나 연재한 글을 페이스북 등에서 복사해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피해자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게시하거나 임의로 내용을 더하거나 구성을 변경해 게시했다. 그리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의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저작권법위반죄는)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통해서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고, 현실적인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구체적·현실적으로 침해될 위험이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위험이 있는지는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주관적 감정이나 기분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침해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침해행위의 내용과 방식, 침해의 정도,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저작물 또는 실연과 관련된 활동 내역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 저작권법위반죄가 '위험범'임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동시에 해당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객관적인 판단기준을 함께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해당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이 과연 정당하게 형성된 것인지 의심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고, 피고인의 게시글에 나타난 피고인의 주관이나 오류가 원래부터 피해자의 저작물에 존재했던 것으로 오해돼 저작자인 피해자의 전문성이나 식견 등에 대한 신망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위 저작권법위반죄 성립을 인정했다. 위 판결은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저작권법위반죄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2024-01-21 11:34:3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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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23>불황에 눈여겨볼 최고의 '밸류와인'은?…1위 라 크레마

<223>밸류와인 1위 '라 크레마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 "망했다."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이런 말이 나오는 순간이 있다. 바로 피노누아 품종에 눈을 뜰 때다. 우아한 맛으로 레드와인의 종착지로 꼽히지만 높은 몸값 때문이다. 투명한 듯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과실향과 꽃향, 숙성에 따른 복합적인 아로마가 가득하다. 입에서는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 우아함이 끝까지 이어진다. 제대로 만든 피노누아라면 한 번만 맛봐도 알 수 있다. 비싼 가격에도 왜들 피노누아에 빠지는지. 가성비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게 피노누아 와인이었는데 이젠 좀 달라졌다. 가성비 최고의 와인으로 피노누아가 이름을 올렸으니 말이다. 와인스펙테이터가 가성비 와인 가운데서도 가격 이상의 만족을 주는 '밸류(value)' 와인들을 골라냈다. 100점 만점 기준에서 90점 이상의 평가를 받았고, 가격은 40달러(원화 약 5만4000원) 이하가 기준이다. 물론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세금에 제반비용까지 더해져 가격이 좀 뛰긴 하겠지만 그래도 가성비 매력은 여전하다. 이와 함께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생산수량도 충분해야 밸류 와인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매년 톱 10을 발표하는데 2023년 한 해 동안 출시된 와인 가운데 최고의 밸류 와인으로 바로 피노누아 품종의 '라 크레마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 2021년 빈티지가 선정됐다. 91점을 받았는데 28달러에 불과하다. 20만 케이스(1케이스=12병)가 넘게 생산됐다.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졌다. 남들보다 한 발 빨리 카버네 소비뇽만큼 피노누아 품종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좋은 피노누아를 재배할 수 있는 소노마 코스트에 자리잡았다. 소노마 코스트 포도재배지역(AVA)은 태평양 연안의 산악 지형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여름을 포함해 연중 해양성 안개의 영향을 받으면서 서늘한 기후로 샤르도네와 피노누아의 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이다. 라 크레마의 와인메이커는 "소노마 코스트는 소노마 카운티에서도 가장 넓은 AVA로 전 지역에 걸쳐 자유롭게 블렌딩할 수 있었던 것이 와인의 품질과 성장의 비결"며 "재배여건이 좋았던 데다 조기 수확을 포함한 미묘한 변화가 2021년 빈티지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4위도 피노누아 와인이다. 이번에도 미국이다. 오레곤 윌라매트 밸리에서 생산된 '더 포 그레이스 피노누아 2021'이다. 92점을 받았는데 30달러다. 2위는 호주 카버네 소비뇽 와인으로 '바세 펙릭스 카버네 소비뇽 2021'이다. 평점 93점에 28달러다. 바세 펠릭스는 1972년 마가렛 리버에서 처음으로 카버네 소비뇽을 생산한 서호주 대표 와이너리다. 카버네 소비뇽 와인의 경우 우아한 구조감과 풍부한 과실미의 조합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3위는 화이트 와인이다. 뉴질랜드 대표 품종 가운데 하나인 소비뇽 블랑이다. '라파우라 스프링스 리저브 소비뇽 블랑 2022'은 93점을 받았는데 19달러면 살 수 있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라면 믿고 마시지만 라파우라는 수확 후 즉시 압착과 온도 조절 스틸 발효 등으로 품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구세계 가운데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와인이 각각 하나씩 이름을 올렸다. 각각 '카스텔로 디 볼파이아 키안티 클라시코 2021'과 '니콜라스 푸이야트 리저브 브뤼'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4-01-18 16:02:5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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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총선 겨냥 '포퓰리즘 정책'

요즘 가장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가 포퓰리즘일 것이다. 포퓰리즘의 어원은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되었는데, 대중의 희망과 기대를 대변해서 만들어지는 정치 행위를 뜻한다. 현재의 포퓰리즘 뜻은 국민을 생각하는 척 하지만 인기를 위해 혹은 선거철 표를 위해 이렇게 퍼주고 저렇게 퍼주고 하는 것을 말한다. 조금은 부정적 의미로 변질됐다. 연초 증권시장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포함한 '1·10 부동산 대책'을 비롯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와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발표한 주요 경제 정책만 10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한 느낌이다. 선거 때만 되면 비장의 카드처럼 튀어 나오는 무상복지 공약도 꿈틀거리고 있다. 우선 금융과 관련한 정책을 들여다보면 첫번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 및 비과세 한도 상향.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서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ISA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총 1억원)에서 연 4000만원(총 2억원)으로 2배 늘어난다. 비과세 한도는 현행 200만원(서민·농어민용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용 1000만원)으로 2.5배 상향된다. 투자 상품에 대한 세금을 덜 받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신용사면. 지난 15일 정부는 2021년 9월 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 연체 등을 올해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이르면 3월 초부터 추가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에 있어 불이익을 없애주겠다고 발표했다. 그 수혜자는 수만~수십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세번째는 대출이자 환급 방안. 국민의힘과 정부는 14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은행들로 하여금 고금리로 고통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그동안 냈던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18개 은행 지원 규모는 1조 6000억원, 약 187만명이 1인당 평균 85만원을 받을 걸로 예상된다. 제2금융권 역시 3000억원 규모의 이자 경감 계획을 추진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예상 못했던 돈을 총선을 앞두고 받게 됐다. 네번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금투세는 문자 그대로 주식, 파생상품,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국회는 금투세 시행을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한 바 있는데, 이번에 아예 폐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세금 깎아준다는 데 반대할 사람보다 좋아할 사람이 더 많은 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역시 줄잡아 수만~수십만명이 수혜를 본다. 다음으로는 공매도 금지. 이 청원은 그 뿌리가 개미투자자란 점에서 환호하는 사람이 수십만~수백만명은 될 것이다. 한시적 공매도 재개 시점은 일러야 오는 6~7월이다. 총선이 지나고 난 뒤다.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 세수 부족 같은 내부 문제와 함께 교역 질서 재편 등의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새해도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불안 등을 고려하면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 정부와 정치권이 '총선 시계' 속에 선심성 경제 정책들을 마구 내던지면서 정작 필요한 거시정책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설익은 정책들을 밀어붙인 결과 표는 얻을지 모르겠으나 미래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포퓰리즘의 결과는 누구든 예측할 수 있다. 나랏빚은 더 늘고, 분배 악화는 심해지며, 그 재원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얘기다.

2024-01-18 08:30:15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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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위성항법장치(GPS)와 24절기

위성항법장치 GPS 세계 최초로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한 위성항법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은 구소련에서 발사한 스푸트니크호 위성발사로 인한 미국의 국방안보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국립항공우주연구원에서 독자적인 위성기반 정밀위치정보시스템 개발에 착수하였고 더 나은 정밀도를 위해서 위성항법보강시스템 기술을 개발 중이다. GPS는 차량용 내비게이션, 항공, 선박의 위치는 물론 최신 드론에 이르기까지 운항정보, 안전 등 긴급구조, 재난에 대한 대비, 기후 마케팅, 모바일비즈니스, 증강현실, 소셜네트워킹 등 위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위성항법장치는 위성에서 발사된 신호를 지상에서 수신하면 수신지점의 위치를 파악 할 수 있다는 존스홉킨스 대학 응용물리학실험실의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이다. 지상에서 특정지역 한 곳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개의 위성이 필요하지만 시간오차를 확인하기 위해서 추가로 1개의 위성이 더 필요하다. GPS의 기본원리는 삼각측량법과 삼변측량법이다. GPS는 3개의 위성이면 원리적으로 위치를 결정할 수 있지만, 인공위성의 속도 때문에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여 시간 지연이 발생하게 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지연되는데 위성시계와 수신기 시계가 일치하지 않게 되어 오차가 발생하므로 4개 이상의 위성에서 전파를 수신해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절기 GPS라는 초정밀 위치정보기술로 실시간으로 시공간 위치파악이 가능해진 현대와 달리 과학문명 이전 시대에 절기는 농경사회에서 필수적인 시간 개념이었다. 24절기는 기원전 고대 중국 주나라 때 황허강 주변 화북지방의 기후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 때 음력은 달의 위치변화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해의 이동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의 변화와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태양에 의한 기온 변화가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태양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기간을 24개로 나누어 24절기를 만들게 되었다. 24절기는 기온이나 계절적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24절기와 제철음식 24절기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계절은 춘분, 추분, 하지, 동지,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더위와 추위는 소서, 대서, 처서, 대한, 강수량은 우수, 곡우, 소설, 대설, 서리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 한로, 상강이다. 계절의 변화는 소만, 만종, 경첩, 청명으로 구분하였다. 24절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태양계 안에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 행성이기 때문에 지구와 태양의 위치가 변화의 궤적을 나타내는 규칙성을 이용해서 만들어졌으며 농경사회에서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시공간적 개념이었다. 우리나라는 4계절에 따른 변화가 뚜렷해서 변화하는 절기에 맞는 제철음식을 절식(계절음식)이라고 했다. 가령 봄이 온다는 입춘에는 입춘 절식음식으로 햇나물인 세생체를 먹었다. 춘분에는 온 가족이 모여서 각자 나이만큼 니이떡을 먹었고 그 해 농삿일을 하는 머슴들에게는 머슴떡을 나눠주기도 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에는 제철과일과 견과가 들어간 화채나 국화주를 빚거나 국화를 부쳐 먹곤 하였다. 동지 팥죽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을 동짓날로 정해 동지를 지나야 비로소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고 하였다. 찹쌀로 만든 새알심이 들어있는 동지 팥죽은 동짓날 먹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왔다. 가정에서 팥죽을 끓이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팥을 불리고 끓이는 조리과정에서 국자로 저어 주기를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바닥이 눌러 붙거나 오버쿠킹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조리과정 때문에 필자가 근무했던 O식품기업에서 즉석 3분레토르트 단팥죽을 개발할 때 찹쌀경단인 새알심 만드는 게 난제였다. 레토르트제품은 미리 살균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살균하고 난 후에 봉지안에 있어야 할 새알심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적정 살균조건을 찾지 못해서 살균과정에서 새알심이 모두 녹아버린 것이다. 결국 출시 예정일은 닥아오고 시간에 쫓겨 새알심 대안으로 꿀밤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 말로 '꿩대신 닭(稚代身鷄)'을 택했던 것이었다. 팥의 주성분은 당질, 미네랄류, 비타민이며, 소량의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다. 팥에 함유된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붓기를 빼고,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며, 껍질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과 사포닌은 장을 자극해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01-17 11:08:4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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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주항공청 출범 환영…넥스트 스텝은 '핵심 첨단엔진' 투자

인카운터경영연구소 김승환 소장(전 평택대학교 교수) 한국형 NASA인 우주항공청이 드디어 첫발을 딛게 됐다.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르면 오는 5월 경상남도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자리잡게 된다. 주요 20개국(G20) 중 우주 전담 기구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그만큼 시작은 늦었지만 우리도 우주시대를 맞이하게 돼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주항공청의 출범은 결정됐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인도와 중국은 달 착륙에 성공했고 일본은 이번 달 세계 5번째 달 착륙 국가에 도전하는 실정이다. 늦게 출발한 우주시대, 이웃 나라를 따라잡기 위해선 첨단엔진 기술 도입이 해법이다. 첨단엔진 기술은 유·무인기 엔진, 우주산업의 로켓 엔진 등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우주 선진국 대비 첨단엔진 국산화율은 40% 수준, 우주 발사체 기술은 60%에 머무르고 있다. 대한민국이 우주 시대를 맞기 위해 첨단엔진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첨단엔진의 국산화가 이뤄지면 우주 발사체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고 우주개발 선진국과 같이 인간, 로봇, 위성, 탐사선 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다. 우리 정부가 2032년에 달 착륙과 자원 채굴을, 2045년 화성 착륙 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 첨단엔진은 빠질 수 없는 핵심기술이다. 첨단엔진의 독자적 개발 없이 달과 화성에 착륙하겠다는 것은 결국 우주 선진국의 기술에 기대겠다는 말이다. 정치외교적 문제나 기업들 사이의 이해관계로 일부 선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우주항공 기술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개발은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 우주항공 시대 첫발을 내딛은 지금, 우주항공 기업들이 첨단엔진을 개발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우주항공청이라는 터는 정부가 만들 수 있지만 결국 산업의 성장은 민간 기업들이 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NASA도 본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스페이스X 등 민간에 사업을 맡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을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주기업들이 제대로 된 투자를 통해 첨단엔진을 개발해 내고 한국의 우주산업을 발전시키는 몫을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줄 때다.

2024-01-16 17:21:27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