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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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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29>와인으로 저항한다…우크라이나 와인

<229>우크라이나 와인 세르게이 스타코브스키 선수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까. 우크라이나 출신의 테니스 선수인데 세계 랭킹 31위까지도 올랐던 이다. 유명세를 탄 것은 2013년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다. 2회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꺾었던 것은 지금까지 테니스계의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로 남아있다. 테니스 코트에서의 모습을 모르는 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뉴스에서 이름을 접했을 수도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조국의 전쟁을 위해 참전했다고. 사실 은퇴 이후 그의 꿈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은퇴에 앞서 2018년 빈티지로 스타코프스키 와인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2022년 1월 은퇴를 선언하고 와이너리에 본격 몸을 담기도 전에 2월에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최전선으로 향하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국가대표로 뛰었고, 올림픽에서 우리를 위해 게양되는 국기을 보았다. 싸워야 했다." 스타코프스키의 선택은 총을 잡는 것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와이너리들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쟁을 치뤄내고 있었다. 와인을 국제 대사로 내세운 것. 러시아 침공 이후에만 35개의 새로운 와이너리가 조성됐고, 전국적으로 160명 가량의 와인 생산자가 생겨났다. 우크라이나 와인의 역사는 28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소련의 통치 하에서는 발전이 힘들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알코올 중독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는 우크라이나 와이너리 역시 상당 부분 철거됐었다. 이번엔 전쟁이 와인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128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프린스 트루베츠코이 와이너리 등은 폭격으로 훼손됐지만 와인은 그들의 굳건함을 외부에 알리는 훌륭한 도구가 됐고, 이번엔 미국으로의 수출도 성사를 시켰다. 미국 뉴욕의 한 와인 수입업자는 우크라이나 와인을 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와인 산업은 다양한 떼루아와 토착품종의 재발견 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와인은 국제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는 물론 스페인 품종인 템프라니요와 알바리뇨, 사페라비, 르카치텔리, 토착품종까지 다양하다. 스타코프스키의 와이너리는 이제 그의 형이 운영하고 있다. 작년엔 전체 와인의 60%를 수출했다. 와인을 실어 나갔던 트럭은 외부 지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구호품을 가득 담고 돌아온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전세도 불리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의 와이너리들은 와인을 계속 만든다. 스타코프스키는 한 군사기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만약 패배하더라도 이 와인들은 우리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포도로 만든 와인을 계속해서 외부로 내보낼 것이고, 와인병에는 여전히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라고 적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14 15:36:2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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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화이트 데이, 화이트 초콜릿

매년 2월 14일은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 데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달 뒤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다. 화이트 데이는 약 40년전 밸런타인 데이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밸런타인 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정착했고, 한 달 뒤 화이트 데이에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게 흰색의 화이트 초콜릿 또는 마시멜로우를 주는 날로 자리 잡았다. 초콜릿의 종류는 예상했던 것보다 많다. 얇고 손바닥 만한 크기의 판초콜릿에서부터 손의 체온으로 녹지 않도록 대체유지를 사용하여 융점을 높인 새알모양의 초콜릿, 초콜릿 안에 위스키 등 술을 넣은 술 초콜릿까지 모양과 풍미가 다양하다. 저가의 갑싼 초콜릿은 원가 논리로 자동화된 공장에서 가공처리된 일반적인 카카오 빈으로 만들고, 최소량의 코코아 고형분과 코코아 버터를 사용하고 반대로 설탕과 대체유지 고형분 함량이 많이 들어 있다. 값비싼 고급 초콜릿은 우수한 풍미를 지닌 카카오 빈을 선별하여 사용함으로써 저가의 초콜릿보다 훨씬 많은 양의 코코아 고형분과 코코아 버터를 함유한다. 다크 초콜릿은 코코아 고형분, 코코아버터, 소량의 설탕을 함유하지만 분유는 사용하지 않는다. 다크 초콜릿은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쓴 맛부터 단것까지 비터스위트(bittersweet), 세미스위트(semisweet)등 다양하다.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프리미엄 초콜릿에 카카오 빈 비율을 표시하기도 하는데, 70% 초콜릿은 중량 기준으로 코코아 버터와 코코아 고형분의 비율이 70%, 설탕이 30%라는 뜻이며, 62% 초콜릿은 38% 정도가 설탕이다. 물론 유화제로서 소량의 레시틴과 바닐라 향도 들어 있다. 코코아 고형분의 비율이 높을수록 쓴맛과 떫은맛을 포함하는 초콜릿의 풍미가 더 강해진다. 밀크 초콜릿은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초콜릿으로 맛도 가장 마일드하다. 밀크 초콜릿에는 분유와 설탕함량이 많이 들어가는데, 분유와 설탕 함량이 코코아 고형분과 코코아 버터함량보다 훨씬 많다. 상대적으로 낮은 코코아 버터 비율 덕분에 밀크 초콜릿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 비해 말랑 말랑하며 똑똑 부러지는 성질이 약하다. 쿠베르튀르(couverture, '덮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초콜릿은 얇고 섬세한 초콜릿 코팅을 형성하기 좋게끔 녹였을 때 쉽게 흐르도록 배합된 짙은 색 또는 밀크 초콜릿이다. 코코아 및 설탕 입자들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갖도록 코코아 버터를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많이 첨가한다. 대부분의 쿠베르튀르 초콜릿은 지방 비중이 31~38%다. 화이트 초콜릿은 코코아 입자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아서 초콜릿 풍미는 전혀 없거나 미약하다. 화이트 초콜릿은 1930년 무렵에 발명되었으며, 정제 및 이취를 제거한 코코아 버터·분유·설탕 혼합물로써 일반적인 초콜릿과 색깔 대비를 이루어 장식적인 면에서 가치가 있다.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원두, 즉 볶은 카카오 빈의 작은 조각들을 별도로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강한 풍미를 지닌 바삭바삭한 입자들을 제공한다. 초콜릿이 발명된 유럽에서는 신선한 우유를 분무 건조한 전유 파우더로 밀크 초콜릿을 만든다. 영국에서는 액상의 우유와 설탕을 섞고, 이 혼합물을 고형분 90%까지 농축하고, 이것을 초콜릿 리큐어와 섞은 다음 초콜릿 부스러기(chocolate crumb)라고 부르는 재료로 건조해서 마무리한다. 분유와 설탕은 농축과 건조를 거치는 동안 갈변반응을 겪으면서 밀크 맛과 캐러멜화 맛을 생성한다. 초콜릿의 주원료는 코코넛이다. 카카오 빈을 분쇄한 미세한 입자는 초콜릿의 풍미와 색깔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코코아 분말은 강한 초콜릿 맛을 갖고 pH 5 정도의 산성을 나타낸다. 코코넛은 견과류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다. 코코넛은 코코스 누키페라(Cocos nucifera)의 열매다. 야자나무처럼 30m 높이까지 자란다. 주요 생산국은 필리핀·인도·인도네시아다. 코코넛이라는 단어는 '마귀' 또는 '원숭이'를 뜻하는 포르투갈어 coco에서 유래되었다. 견과 꼭지 부분의 얼룩 반점이 신기하게도 사람 얼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코코넛 열매 전체는 1~2㎏ 정도이며, 그 중 1/4은 과육, 15퍼센트는 수분이다. 코코넛의 독특한 단맛과 향은 락톤이라는 포화지방산의 휘발성물질이다. 복숭아의 맛도 락톤에 기인한다. 한편, 볶으면 그보다 보편적인 견과향이 생성된다. 초콜릿의 최적 보관온도는 15~18℃이며, 코코아버터 지방이 녹았다 재결정화되지 않도록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어야 한다. 간혹 보관중인 초콜릿 표면에 곰팡이나 가루처럼 보이는 흰색 더께가 생길 때가 있다. 이것을 '팻블룸(fat bloom)'이라고 하는데, 불안정한 코코아 지방결정에서 녹아 나온 코코아가 표면으로 이동해 새로운 지방 결정을 형성한 것으로 먹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팻 블룸은 처음에 적절한 탬퍼링(tempering)을 하면 방지된다. 탬퍼링은 콘칭(conching)한 초콜릿 리큐어(chocolate liquor)를 데우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초콜릿 표면에 매끈한 질감과 윤기를 부여하는 공정이다. 또 약간의 정제 버터를 녹은 버터에 첨가해 주면 팻 블룸의 발생을 지연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정제버터가 지방 혼합물을 더 무작위로 만들어 결정 형성을 지연하기 때문이다. 고급 초콜릿은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에 입에 넣으면 특이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준다. 이는 초콜릿이 녹으면서 입안을 식혀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초콜릿의 안정된 지방결정이 체온 부근의 온도대에서 녹기 때문이다. 고체에서 액체로의 상(phase) 변화는 입안의 열에너지를 대부분 흡수해서 시원한 느낌이 나게 된다. 코코넛 지방은 거의 90%가 포화지방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과다한 섭취는 과유불급(過猶不及)임을 인지하기 바란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03-13 10:54:4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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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채용사이트에 프로필 숨긴 인재가 더 많다

탤런트뱅크 김민균 대표 '1400만명'. 각종 채용플랫폼에 자신의 프로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이직 의향을 가진 '샤이 경력직' 숫자다. 반대로 프로필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구직·이직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은 400만명이다. 최근 한 채용플랫폼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90% 이상이 올해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즉, 프로필을 비공개해 기업 입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력직 1400만 명도 사실은 대부분 조건만 성립되면 이직을 고려할 대상이란 뜻이다. 이직 제안에 열려있지만 스스로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진 않는 경력직 인재를 찾기 위해 기업들이 통상 활용하는 것이 서치펌(헤드헌팅 업체)이다. 하지만 기업고객의 채용 의뢰를 받은 헤드헌팅 업체들도 결국에는 대형 채용플랫폼에 등록한 프로필이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서칭해 접근하는 수준에 그친다. 소속 헤드헌터들의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해도 커버할 수 있는 산업·분야 영역의 한계가 분명한 문제도 존재한다. 전문가 네트워크 플랫폼 탤런트뱅크가 최근 선보인 '전문가 인재추천' 서비스가 이러한 헤드헌팅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탤런트뱅크 전문가 인재추천은 기존 채용플랫폼 프로필 서치 기반 헤드헌팅 서비스에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 서치를 결합해 '투트랙 서치(2-Track search)'로 기업이 필요한 핵심 인재를 더욱 효과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탤런트뱅크는 1만8000명의 가입 전문가 중 절반 가까이가 삼성·SK·LG·현대차 등 10대 대기업 C레벨 임원 출신으로, 경영전략·마케팅·인사·재무·IT·디자인 등 비즈니스 전 범위에 걸친 방대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기업의 헤드헌팅 채용 의뢰가 들어오면 즉시 해당 분야 및 업종과 관련된 가입 전문가들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발송한다. 공고 알림을 받은 전·현직 전문가들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채용사이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숨겨진 인재를 추천할 수 있다. 일반 헤드헌터와 비교해 현업에 대한 이해도와 인사이트가 남다른 전문가 추천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레퍼런스 체크에 의한 신뢰도 제고 역시 기대할 수 있다. 탤런트뱅크는 전문가 인재추천을 통해 합격한 구직자에게는 취업축하금 50만원을, 추천 전문가에게는 성공수수료(직급별로 상이)를 지급함으로써 적극적인 인재추천을 독려하는 보상도 확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합격자에게는 자동으로 탤런트뱅크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탤런트뱅크 전문가는 현업에 종사하면서도 자문·리서치·시장조사·세미나·강연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산업 인사이트를 기업 고객에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 자문 서비스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추천을 받았던 것처럼 인재추천 헤드헌팅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회사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제대로 된 경력직 인재를 채용플랫폼만으로는 찾기 어렵다는 고충 섞인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단순히 빠른 매칭이 중요하다면 AI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이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채용 및 헤드헌팅 서비스에 한계를 느낀 기업이라면, 현장의 숨은 인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 네트워크의 힘을 경험해 보시길 권유하고 싶다.

2024-03-12 10:10:1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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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지능은 어디에 있는 걸까

책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만났다, 헤어졌다, 그러다 다시 또 만나는, 그런 인연 말이다. 필자와 그런 인연이 깊은 책이 있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쓴 '비잉 디지털(being digital)'이다. 처음의 인연은 1996년쯤이니까 30년이나 되었다. 대학로에서 출판사를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생출판사에서 무척 공을 들여 만든 책을 입수한 것이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지만 책과 함께 술도 곁들여 얻었던 것 같다. 번역자인 백욱인 교수와 발행인인 박영률 대표가 '비잉 디지털'이라는 원 제목을 '디지털이다'라고 바꾼 것에 대해 흐뭇하게 말했던 언어의 뉘앙스가 기억나고, 책을 온통 은박지같은 커버로 만들어놓았던 시각의 페티시도 아주 잊혀지지 않고 떠오른다. 다음 날인가 지끈지끈한 머리를 누르며 책을 펼쳤던 것 같다. 은박지를 둘러싼 양장본이라서 책의 어포던스가 손가락과는 잘 맞았던 듯 싶다. 그러나 '비트는 색깔도, 무게도 없다'느니,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느니 하는, 모르는 언어 투성이에 생소했고, '대역폭(bandwidth)이란 특정 채널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란 문장에 다다르면 주눅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반짝이는 은박지를 책꽂이에 꽂아만 두고, 설핏 지나치기만 하면서 20여년을 살았다. 그 사이 결혼을 해서 분가를 하고, 아이를 낳아 집도 몇 번 이사를 했지만 '디지털이다'는 어김없이 책장에서 버젓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언제가 나를 안보면 큰 일 날걸'하는 압박감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이 왔고, 부천시평생학습센터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강의 주제는 '평생학습 디아스포라, 새로운 소외의 탄생'이었다. 디지털 격차와 디지털에 의한 소외 현상을 설명하는 기회였다. 드디어 '디지털이다'를 다시 꺼내 들려 했는데, 아뿔싸 은박지 책이 온데간데 없다. 집을 온통 뒤지고, 그러다 못해 충주로 달려가 연구실을 또 한번 뒤집어 놓았지만 은박지는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그제서야 중고서점에 팔려나간 은박지가 기억났다. 오래되고, 헤진 책이라고 값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기억도 살아났다. 부랴부랴 도서관에서 빌린 '디지털이다'가 어찌나 반갑던지. 그 때 머리에 들어 온 문장이 지능의 거처였다. 지능은 서로 다른 두 곳에 위치할 수 있다. 송신기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당신만을 위한 비트가 골라진다. 비트는 걸러지고, 잘 정리되어 당신에게 전달되며 당신의 집에서 인쇄된다. 그러나 편집 시스템이 수신기에 달려 있는 경우 지능은 수신기에 위치하고 송신기는 모든 비트를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 전송된다. 그렇다. 이미 30년 전에 지능은 디지털 전환하여 비트로 전송되었다. 우리는 네트워크 안에 내 지능을 보관해 두었다. 마치 잃어버린 은박지 책을 도서관에서 꺼내 쓰듯이 말이다. 또 시간이 지나 이번엔 논문을 쓰려고 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은박지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디지털이다'는 보존서고에 묻혀 있었다. 30년이 지났으니 이젠 폐기처분하려나 보다. 앞으론 또 어떻게 만나나? 잠시 걱정하다 문득 생각이 머물렀다. 디지털북을 찾으면 되지.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3-11 14:00:4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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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 것 없는 여성 처방의 대표 약재 '당귀'

한국인이 좋아하는 쌈 채소 중에서 강한 '한약' 냄새가 나고 쓴맛이 나서 호불호가 명확히 나뉘는 채소가 있다. 바로 '당귀'다. 당귀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돼 왔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평소 쌈 채소로 즐기는 당귀와 한약재 당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쌈 채소의 당귀는 보통 일본이 원산지인 일당귀의 잎사귀를 말하고, 한약재의 당귀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참당귀의 뿌리를 건조시킨 것을 의미한다. '열 번의 처방 중 아홉 번은 당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귀는 대표적인 한약재이다. 여러 질환에 두루 사용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가진 약재라는 뜻이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매우며 독이 없다."는 약재인 당귀는 당귀부(當歸夫)의 준말로, 임신을 못해서 사랑하는 남편 곁을 떠나야 했던 불임 여성의 자궁을 튼튼하게 한 뒤 다시 남편에게 돌려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여성들에게 좋은 약재이다. 특히 손발이나 아랫배가 차가워 고생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당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귀에 들어있는 데커신(Decursin)이라는 성분은 활성산소 제거 및 항산화 작용을 하며, 뇌 건강을 보호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에게도 당귀가 좋다. 당귀는 뿌리만이 아니라 잎사귀도 건강에 좋다. 참당귀만이 아니라 평소 쌈 채소로 즐기는 일당귀의 잎에도 역시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분이다. 우리 몸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주요 성분으로 빈혈 예방하는 것은 물론 면역력 유지에도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쌈 채소만이 아니라 당귀 잎을 차로 즐길 수도 있다. 잎사귀를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잘게 썰어서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10분 정도 볶은 후 바로 차로 우려서 마신다. 이렇게 일상에서 차로 즐기면 빈혈과 수족냉증, 생리통 등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24-03-11 05:31:3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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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제3자가 피의자 정보저장매체 임의제출때, 피의자 참여권 인정되는 경우

전자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포괄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비례의 원칙에 따라 수사의 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위와 같은 법리는 정보저장매체에 해당하는 임의제출물의 압수(형사소송법 제218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임의제출물의 압수는 압수물에 대한 수사기관의 점유 취득이 제출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범죄혐의를 전제로 한 수사목적이나 압수의 효력은 영장에 의한 경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특정 범죄혐의와 관련해 전자정보가 수록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아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경우 그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해당하는 출력물 등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고). 한편, 피해자나 증거은닉범 등 제3자가 피의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경우에는 실질적 피압수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피의자에게 참여권 등 절차적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돼야 하는 것과 견줘 보더라도 피의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즉,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해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돼야 하는데, 이때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가 무엇인지 문제될 수 있다. 피의자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나아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서 직접 들고 나온 휴대전화 2대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했는데, 수사기관에서 휴대전화 2대 중 해당 피해자를 촬영한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휴대전화에서 또 다른 범행을 발견하고 그에 관한 동영상, 사진 등을 영장 없이 복제한 CD를 위 다른 범행의 증거로 제출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휴대전화를 제출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증거물로 제출할 당시 그 안에 수록된 전자정보의 제출 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담당 경찰관들도 그에 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 중 임의제출을 통해 적법하게 압수된 범위는 임의제출 및 압수의 동기가 된 해당 피해자의 사건에 국한된다"고 보았다. 피해자 및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도 별개인 전혀 다른 범행과 관련된 전자정보까지 임의제출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사전영장 없이 이를 취득한 이상 위 별개의 전자정보들은 증거능력이 없고,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압수절차가 진행되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으므로 다른 범행은 증거가 없어 무죄로 판단했다.

2024-03-10 13:04:27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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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최수연 네이버 대표께

최수연 대표님, 안녕하세요.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최 대표님이 총괄하는 네이버와 스타트업 뉴려의 분쟁 사건에 대해 알고 있으신지요. 뉴려를 창업해 거대기업 네이버와 외로운 싸움을 하던 K대표는 올해 초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K대표는 위험한 상황까지 갔다가 하늘이 도왔는지 다행히 생명을 건져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고 합니다. 그후 일반병동으로 옮겼다가 기억상실 등 추가 증상 때문에 다시 폐쇄병동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의사들의 집단 파업으로 더 이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기까진 시간이 좀더 필요해보입니다. 펜을 쥔 사람은 약자를 먼저 생각해야한다고 배웠습니다. 그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동시에 네이버와의 다툼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정도로 절박했던 그에게 희망의 빛이 비추길 바랍니다. 최 대표님! 앞서 네이버는 뉴려가 출시한 '원플원'과 자사의 '원쁠딜'은 다른 서비스 모델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원쁠딜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뉴려의 원플원 서비스를 참고하거나 아이디어를 도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뉴려의 K대표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승재 의원의 요청으로 증인석에 출석, "네이버가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습니다. 최 대표님도 국감장의 무게감을 충분히 알고 계시죠. 위증 등을 해선 안된다는 것도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 등의 기술 탈취 이슈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영업비밀을 빼가고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기술을 가져갔다는 쪽과 아니라는 쪽이 팽팽히 맞서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입증 책임을 약자가 져야하는 현실에서 피해기업이 다툼에서 이기기는 참 어려워 보입니다. 시간도, 돈도 부족해 버티기도 버거운 게 현실입니다. 최 대표님께서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네이버의 생성형 AI인 클로바(CLOVA) X에게 네이버와 뉴려의 이슈에 대해 물었습니다. 네이버가 도의적으로 책임질 것은 없는지 AI는 어떻게 생각할까도 궁금했습니다. 클로바 X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네이버가 뉴려의 기술을 탈취한 사실이 없어도 관련 기술을 존중하고 뉴려의 이익을 보호하기위해 노력해야한다. 네이버가 뉴려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뉴려의 이익을 침해했다면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였습니다. 이 글의 내용을 고민하는 사이 K대표 모친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울먹이면서 떨리시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습니다. "다 잘될 겁니다. 빨리 건강이 회복되길 빌고 응원합니다." 저도 울며 이 말밖에 드리질 못했습니다. 최 대표님, 25년전엔 네이버도 스타트업이었습니다.

2024-03-10 10:42:36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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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28>와인의 '골디락스'를 찾아서…美 소노마 센시스

<228>美 캘리포니아 소노마 '센시스' 가끔씩, 아니 매번 아쉽다. 품질이 좋으면 비싸고, 예쁜데 싸게 샀더니 결국 싼 티가 난다. 소비자의 고민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좋은데 비싸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소비자 입장에서, 다른 말로 하면 눈높이가 아주 높아진 상태에서 볼 때도 제 값만 하면 좋을 터. 와인이라고 다를 리 없다. 저 마다의 개성은 눈여겨볼 만 하지만 균형감을 갖춘 와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따땃한 햇살 아래서 자라 과실미가 폭발한다 싶으면 과하기만 하고, 서늘한 곳에서 산미를 키웠더니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경제용어로 말하면 '골디락스'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 50년대, 60년대 생은 꿈도 안꿨다. 70년대 생도 지역, 혹은 테루아에 따른 차이로만 치부해버렸다. 80년대 생이라서 다른걸까. 맥스(Max), 크리스(Chris), 마일즈(Myles)까지 1988년생 세 명, 본인들의 첫 글자를 딴 와인을 만든 이들은 골디락스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골디락스를 해내는 것이야말로 명품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토퍼 스트리어터 센시스 창업자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안 리버밸리에 담긴 테루아의 저력을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프리미엄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정확한 시점이 언제일까를 항상 고민하며 와인 뿐 아니라 모든 일은 균형감을 맞추는 것이 센시스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센시스가 내놓은 와인을 맛 본 이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라면 과연 미국의 소노마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프랑스 부르고뉴, 그것도 몽라쉐라고 답했을 거라고. 캘리포니아의 빛나는 햇살이 짜릿짜릿한 산미를 만났다. 캘리포니아식 골디락스인 셈인데 목표를 너무 빨리 달성했다. 센시스의 화이트 와인이 '소노마의 몽라쉐'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가능한 옷을 덜 입히려고 노력했다." 크리스토퍼의 말이다. 포도밭, 포도 본연의 향과 맛에 집중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서 밸런스 포인트를 찾는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미국의 샤로도네를 새롭게 바라봐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센시스 델 디아블로 샤도네이' 2021년 빈티지는 센시스 포도밭 가운데서도 내륙에 위치해 따뜻한 기온을 유지했지만 과실미와 산도를 높게 유지했다. '센시스 찰스 하인츠 샤도네이' 2021년 빈티지는 화이트 와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만큼 힘이 넘쳤다. 둘 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와인이다. '센시스 엠씨엠 88 피노누아는 3명의 창립자들이 생년과 이름 앞글자를 따서 네이밍했다. 어디가 산지인가 싶을만큼 초콜릿 민트향과 함께 야생고기향이 진하고, 구조감이 도드라진다. '센시즈 데이원 피노누아'는 3명의 창립자가 센시스를 세우고 말 그대로 첫째날에 내놓은 와인이다. 코에서는 라즈베리 파이, 빨간 장미의 화려한 향과 라벤더에 숲의 바닥에서 날 법한 나무의 향이 집약적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4-03-07 16:55:5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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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한국경제의 피크, 기우인가 현실인가?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잠재성장률(1.9%)보다 낮았다. 2024년은 좀 나아질 수 있을까? 2024년 정부와 민간기관들이 예측한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2.1~2.2% 수준이다. OECD는 작년 11월 전망치 2.3%에서 올해 2월 발표한 수정치에서는 2.2%로 낮췄다. 2022년 기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105%, 126%인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은 2024년에도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제한한다. 속성상 부채가 늘어날 때는 경기가 확대되지만 반대로 부채가 줄어들게 되면 위축이 된다. 온기에 목마른 국민 기대와는 달리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한국경제가 지금이 제일 좋고 앞으로 악화가 되는 일만 남았다"라고 일컫는 피크코리아(peak-Korea)라는 말이 학자와 실무계에서 서서히 나오고 있다. 듣기에 따라 소름이 끼치는 말이지만 피크코리아는 우리가 부정하고 싶은 기우가 아닌 듯하다. 이의 근거를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인구의 불균형 측면과 이의 심각성을 주시하자. 우리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0명이어야 한다. 그나마 2010년대 중반까지 줄곧 1.2명 이상이었던 합계출산율은 급기야 2018년부터 1.0명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2022년에는 0.78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 또한 2019년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출산에 의한 인구 및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한국경제에서 총소비의 축소와 이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을 가져옴은 물론이고 향후 인력난에 의한 국가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해진다. 이는 한국경제의 역성장 가능성을 말해준다. 더욱이 KOSIS자료를 보면, 저출산이 고령화 추세와 맞물리면서 생산가능인구가 14세 미만 아동과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부양하는 비율인 총부양비(%)는 2020년 38.7에서 2024년 42.5이고, 2030년 50.2이고, 2040년엔 72.4, 2050년 92.7, 2058년엔 101.2를 넘어서게 된다. 인구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경제적 부담 가중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도 점화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경제의 낮은 노동생산성을 주목해보자. 저출산과 높은 부양비 구도하에서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을 유지하려면 노동생산성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런데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2년 회원국 38개국 평균치인 53달러보다 낮은 42.9달러로서 29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의 낮은 노동생산성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구조에 기인한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경제가 고부가치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혁신과 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다음으로, 점점 낮아지는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살펴보자. 2021년 한국은행이 코로나19를 반영해 재추정한 2021~2022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 내외이다. 같은 기간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은 2.2%에서 2.0%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2024년 OECD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보면 두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놀라움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1.7%이지만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10배 이상으로 큰 미국이 1.9%로 우리보다 높다는 점이다. 한 국가가 선진국화될수록 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보다 덩치는 말할 것도 없고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충격적 일이 어떻게 5년, 10년 이후도 아닌 바로 올해인 2024년이라는 시점에 두 번째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골드만삭스가 2022년 발표한 세계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국경제 순위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도 뒤진 세계 15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므로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한국경제의 혁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피크코리아는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실 같다. 이의 원인을 알기에 우리가 늦지 않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극복도 가능하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민족이다.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한국이 될 수 있도록 경제주체 모두가 합심해서 피크코리아를 극복해야 한다. 이에 여·야가 따로 없다. 누란지세(累卵之勢)의 형국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한국경제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제도와 정책지원에 매진하길 바란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03-07 08:02:24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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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긍정과 부정 사이 ‘예술과 기술 융·복합’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은 예술적 표현과 창조적 과정을 기술적으로 통합 또는 교차시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미학체계를 구축하고 매체 및 표현 방식을 탐구하기 위해 기술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론 이전과 구분되는 형태의 예술에 기여할 수 있다.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은 표현의 한계를 희석시키며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색다른 조형의 영역을 제시한다. 혁신적인 기술로 전통적인 미적 관행을 개선하거나 변형시켜 양자 간의 공생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아가 인터랙티브 설치,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작품, 디지털 플랫폼 등은 예술 작품과 관객 사이의 연결을 촉진하고 예술의 영향력 확대에 도움을 준다. 전자장치 내지는 디지털 매체, 기타 기술적 도구들이 예술의 과정과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제프리 쇼(Jeffrey Shaw)의 '읽을 수 있는 도시'(The Legible City·1989)에서부터 지난 2월 영국 해이워드 갤러리에서 개막한 'When Forms Come Alive'에 참여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은 스튜디오 드리프트(Studio Drift)의 키네틱 작품 '샤이라이트'(Shylight) 등에 이르기까지, 그 수는 셀 수 없다. 여기엔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디어그룹인 에브리웨어(Everywhere)를 비롯해 예술가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의 집합체인 팀랩(TeamLab) 등도 포함된다. 올라프 엘리아손(Olafur Eliasson), 에바 파브레가스(Eva Fabregas),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 미셀 블라지(Michel Blazy) 등의 다양한 작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작품은 관객들에게 보다 몰입적, 촉각적, 상호작용적인 예술경험을 선사하며 예술가들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예술 관행을 허무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통한 고전적 레거시 아트(Legacy art)에서부터 이머시브 아트(몰입 체험형 예술), 증강현실(AR) 등의 최첨단 도구를 이용한 작품은 장르 간 학제 간 구획 없는 동시대미술의 흐름과도 맞닿는다. 인터랙션(Interaction)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 친화적인 미술과,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 방점을 둔 공간인 인터휴먼 스페이스를 추구하는 이들에겐 가장 적합한 전시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은 다양한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부작용도 없진 않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할 건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예술'에 대한 의미를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시각적 만족'에 무게를 두거나 자본주의 시장이 마구잡이로 전개하는 상업화의 물결 속에서 유영 중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전시들이 그 예이다. 이는 자칫 '기술이 곧 예술'이라는 잘못된 예술관을 심어줄 수 있다. '기술이 예술의 가치'인 냥 여기는 오해의 여지도 있다. 물론 예술가들이 지나치게 도구화하고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고유 자생적 표현 능력의 상실과 피상적 감각체계의 학습에 따른 지적진화의 퇴행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예술과 기술 융·복합에 대한 관심은 기술주도형 사회에 살고 있는 동시대에선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술을 작품에 수용하면서 동시대 현실에 공감하고 급변하는 예술 환경에 적응하는 예술가가 증가하는 것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시대성을 텃밭으로 한 미의식을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에 불과할 뿐 예술의 전부는 아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3-06 14:02:38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