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침해냐, 병역 제도 혼란이냐"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
"기본권 침해냐, 병역 제도 혼란이냐"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 헌재, '병역법 88조' 두 차례 '합헌' 결정…열띤 공방 "기본권 침해냐, 병역 제도 혼란이냐." '병역법'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 9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9명의 헌재 재판관들과 위헌, 합헌 측 참고인, 일반 방청객들이 몰려 뜨거운 격론의 장이 펼쳐졌다. 위헌에 불씨를 댕긴 조항은 동법 제88조 제1항. 이 조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있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출석한 오두진 변호사는 "절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권과 권리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 표준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최근 현역에 필요한 자원이 남아 6000여명이 보충역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한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600여명임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병역자원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국방부 측 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병역 정의를 실현하려면 의무 부과가 평등하게 이뤄져야 하고 회피하는 행위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인권기구의 해석은 권고적 효력에 불가하다"고 반박했다. 재판관들도 변론에 참여했다. 앞서 헌재는 논란이 된 조항에 대해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강일원 재판관은 "병역 의무보다 불이익한 대체 복무라면 또다른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생기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제청인 측은 "유럽에서도 경제적 자유권 침해라는 얘기가 나와 징벌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동감했다. 강 재판관은 또 "이미 사회 복무를 통해 대체 복무의 길이 열려 있다. 입영 대상자수가 수용자수를 넘어선 상황에서 대체 복무제 도입이 형평성에 충돌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 변호사는 "사회복무도 크게 보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도 거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맞섰다. 이정미 재판관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일반적인 병역 기피자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자 제청인 측은 "판사들이 정황 증거로 판단을 하는 것처럼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반사회적·반도덕적 의미의 범죄라 볼 수 없고, 비폭력·평화 주의적 행동이며 양심에 따른 진지한 결정"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참고인으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병역기피의 문제는 소수의 병역의무 회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병무행정 전반과 병역제도의 근간을 허물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