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NO, 할랄까지 내년부터 군 급식체계 바뀐다
군 당국이 내년부터 입영하는 채식주의자와 돼지 고기와 갑각류 등을 먹을 수 없는 이슬람 신자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병무청은 내년 2월부터 병역판정검사의 신상명세서에 '채식주의자'임을 표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군안팎에서는 건강 및 체질, 종교 및 신념에 반하지 않는 식단을 군에서 제공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군인으로서 필요한 근력유지 및 강화를 위한 단백질을 어떻게 섭취시킬 것인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 27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부터 채식주의자와 이슬람교 신자인 장병에 대해서는 고기와 햄 등 육류가 들어간 품목을 제외한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 식단을 짜서 제공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21일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소수장병에 대한 급식지원정책 수립을 위해 급식전문가 포럼을 창군 이래 최초로 개최했다. 국방부는 2020년 급식방침에서 "채식을 요구하는 장병 등에 대해서는 밥, 김, 야채, 과일, (연)두부 등 가용품목 중 먹을 수 있는 대체품목을 부대 급식여건을 고려해 매 끼니 제공하며, 채식병사에게는 우유 대신 두유를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김치는 젓갈을 사용하지 않은 것만 제공되고, 식빵도 버터와 우유가 첨가되지 않은 것만 급식에 포함됐다. 미국, 호주 등 군사선진국은 채식주의자와 돼지고기와 갑각류를 먹지않는 이슬람과 유대교신자를 위한 할랄과 코셔 식단 및 전투식량을 각각 제공하고 있다. 미군의 경우 부대 식앙에 샐러드바를 운영하고 있고, 채식주의자용 전투식량을 지급한다. 미국보다 인종의 다양성이 많지 않은 호주군의 경우, 채식과 종교 뿐만이 아니라 출신국가의 식사문화 등을 반영해 식사메뉴와 전투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군은 식사의 질과 다양한 기호충족은 전투력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호주 국방성 산하 급식연구 TF는 한식에 대한 연구도 추진 중이다. 군사선진국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병무청은 내년부터 병역판검사 때 작성하는 신상명세서에 '채식주의자'(국문), 'Vegetarian'(영문) 표시란을 각각 신설해 2월 검사 때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신상명세서는 신병이 배치되는 부대로 넘어간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군 당국은 내년부터 채식주의 및 이슬람 신자 장병 규모를 파악해 이들에 맞는 맞춤식단을 구성하게 된다. 식단의 주요품목은 연두부, 김, 과일, 샐러드, 곡물 시리얼, 야채 비빔밥, 비건 통조림 등이 주요 품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 등이 빠지더라도 식단 구성품은 육군 기준으로 하루 3000㎉의 열량을 충족할 것이라는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한편, 특수지상작전연구회(LANDSOC-K) 김찬우 비상근연구원은 "신체적, 종교 및 문화적 다양성을 군급식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외국과 비교해 극단적으로 단순한 메뉴로 구성된 전투식량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