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故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식…'삼성 신경영' 되새겨
故 이건희 회장 2주기, 삼성 오너 일가와 경영진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업적을 되새기며 '뉴삼성'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에 있는 가족 선영에서 이 회장 2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및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유족들이 참석했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도 가족들과 함께 유족들을 만나 고인을 기렸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 전무가 동행해 유족들과 함께 추도식에 참석했다. 아울러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단 및 부사장 등 경영진 총 300여명도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모이지 못했었다. 이 부회장은 추모식을 끝낸 후 현직 사장단 60여명과 용인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삼성인력개발원은 지난해 1주기 추도식에서 이 회장 흉상을 설치한 곳이다. 삼성은 올해에도 온라인에 추모관을 조성해 함께 이 회장을 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장의 도전과 혜안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 나아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임직원들도 사내 온라인망에게시된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며 고인을 함께 추모했다. ▲미래를 내다 본 선구자적인 혜안과 통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한 과감한 도전 ▲임직원을 중시한 '인재제일' 철학 ▲국가와 인류 사회에의 공헌 등 고 이건희 회장의 업적과 철학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이 회장의 신경영 강연과 연설문 등 과거 육성과 함께 원로 경영인들과 외부 인사들의 발언도 함께실었다. ◆ 대 이어가는 '삼성 신경영' 당초 재계에서는 이날 이 부회장이 '뉴삼성'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결국 특별한 발언은 없었지만, 모처럼 300명에 달하는 전현직 주요 경영진들을 만나 고인의 업적을 회고하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등 현안을 논의했을 수는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후 30여년간 선진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업문화를 혁신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시가총액을 396배 늘리는 성과를 거두며 '세계의 삼성'을 만든 주인공이다. 1993년 '삼성 신경영' 선언은 여전히 재계 안팎에서 회자되는 경영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나부터 변하자'는 슬로건 아래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 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통해 1998년 IMF위기와 2009년 금융 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성장하며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공채 학력 제한 폐지'와 글로벌 MBA 제도, 창의적 핵심 인재 확보 및 양성 등 열린 인사와 육성 정책 역시 신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 혁신 조치였다. 특히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여기는 철학은 기업과 사회 기술 저변을 확대한 것뿐 아니라, 1차산업 중심이었던 국내에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이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의 업적은 전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장 서거 당시 로이터와 NHK 등 외신들은 '선구자'나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자'라 평가하며 소식을 전했다.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 회장을 '철학자'와 '사상가', '예술가' 등으로 기억했다. IOC 위원으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스포츠를 발전하는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스포츠가 국제 교류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라고 보고 1997년부터 올림픽 스폰서로 활동했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같은 삼성 신경영은 이재용 부회장을 통해 여전히 실현되고 있다. 삼성은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엄격한 성과 주의 인사와 함께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 역량을 제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MZ세대와 워킹맘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곳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며 근무 여건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 중심 철학도 그대로다. 이 부회장은 최근 국제기능올림픽을 직접 찾아 수상자들을 격려하며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확인했다. 앞서 유럽 출장에서는 iMEC 등 기술 기업들을 둘러보고 귀국길에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사회공헌' 의지도 3대 기증사업으로 남아 이 회장은 사회공헌도 중시했다.기업의 또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경영 한축으로 삼아,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하고 조직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했다.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재난 현장에도 구호비를 지원했다. 임직원에도 영향을 끼쳐 매년 수십만명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고아원과 양로원 등 시설에서 봉사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동참하고 있다. 이 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났지만, 사회에 기여하고자 했던 의지는 유족들이 유산의 60%를 기부하는 '3대 기증사업'을 통해 여전히 사회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미술계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당초 12조원을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매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하던 이 회장 철학을 따라 사회에 내놓게 됐다. 홍 전 리움 관장은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 유산을 국민에 돌려드려야한다는 고인 뜻을 실현해 기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도 가치를 환살할 수 없는 작품들을 기증한 데에 찬사를 보냈으며,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문화의 '최절정기'라고까지 표현했다. 중국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기업 활동 이상의 위대한 일이라며 이 회장에 존경을 표했다. 실제로 미술계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대로 확대되면서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것.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예매자 중 20~30대 비율이 70.4%에 달했다. BTS멤버 RM도 특별전을 관람하고 '인증샷'을 공유하기도 했다. 경제적 가치도 컸다. 전문가들은 이건희 컬렉션 경제적 파급효과를 생산과 부가가치 수천억원, 일자리도 2000여개 이상을 유발할 것으로 봤다. 기증 문화를 확대하는 선한 영향력도 있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 후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작품 수가 연평균 64점에서 2020년 4월부터 연말까지만 553점으로 9배 이상 늘었다. 국민들도 이건희 컬렉션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했다. 19세 이상 전국 남여 1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증진'(76.5%), '미래 세대의 교육 기회 증진'(73.5%) ▲'우리나라 문화국가 위상제고'(64.9%) 등 '지역 및 국가 경제 활성화'(58.9%) 등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여전히 특별전을 비롯해 전국 전시 공간들이 관람객들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시카고박물관 등 해외에서도 전시 의사를 전해오면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교류 전시를 추진해 우리 국민에도 세계 3대 박물관 전시품을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 '인간 존중' 철학 이어 새 생명을 유족들은 고인의 '인간 존중' 철학을 이어받아 '의료 공헌'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 및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하고 이 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분명히 했다. 유족들은 미래 인류의 최대 위협이 된 감염병 대응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5월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인프라 확충을 위한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다양한 지원으로 조기 극복에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데 이어, 인류를 위협하는 최대 위험이 된 감염병을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게 됐다. 국민들도 중앙감염병원에 절대적인 찬성 의견을 표하며 공감했다. 전국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서도 3000억원을 내놨다. 소아암이나 희귀질환에 걸렸지만 비싼 치료비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유전자 검사와 치료, 항암치료와 신약 치료 등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과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기부금이 활용된다. 서울대병원은 2021년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하기도 했다.전국 환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과제를 발굴해 전국 어린이 병원을 참여시켰다. 소아암 21건과 희귀질환 12건 등 54개 추진 과제를 선정해 수행 중으로, 올해 말 환아 검사와 치료 지원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김한석 원장은 이를 통해 소아암이나 희귀질환 환자가 서울에 오지 않아도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지방 의료공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