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용의 결단, 삼성전자 '신환경경영전략' 선언…2050년 탄소중립 목표
삼성이 혁신 기술을 미래에 쓰기로 했다. 초격차를 지키기 위한 어려움이 커지는 속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환경경영전략'을 15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고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는 등 전 사업 부문에서 탄소 중립을 향한 도전을 본격화하며 인류 당면 과제인 환경 위기 해결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과제별 실행 로드맵을 수립했고, 대표이사가 주관하는 지속가능경영협의회와 사외이사로 이루어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이행 경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또 삼성EHS전략연구소가 준비한 탄소 감축성과 인증체제에 참여해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며,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탄소감축 인증 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점검을 받기로 했다. ◆ 회사 명운 건 도전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992년 '삼성 환경선언'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를 필수 과제로 선정해 현장에서 '클린 테크, 클린 라이프' 운동을 전개했고, 2005년에는 5대 경영 원칙에 '환경 중시'를 포함하며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9년에는 '녹색 경영비전'을 발표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친환경 제품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규모 전력 사용은 불가피했다. 전세계 32개국에 반도체와 스마트폰, TV와 가전 등 전자제품을 연간 5억대 이상 공급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25.8TWh로 ICT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서울시 전체 가정에서 사용한 전력의 1.76배 수준이다. 탄소 배출량도 1700여만톤으로, 자동차 800만대가 운항하면서 배출하는 것과 맞먹었다. 그나마 해외 사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빠르게 높여왔지만, 주요 사업장이 자리한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적은 탓에 RE100 가입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로 OECD 평균인 30%에 크게 못미친다. RE100에서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 중 하나라고 밝혔다.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중 27개사는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 재생에너지 가격도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3배 가까이 높고, 재생에너지 구매 프리미엄은 40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가 당장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초격차'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증설과 투자를 지속해야하는 상황, 필수 장비인 EUV는 전력 소모량이 기존보다 10배 이상 많아 친환경 경영을 위해서는 타사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필요로 했던 탓이다. 삼성전자의 신환경경영전략이 어려운 결단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친환경 전략을 잇따라 발표하면서도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로 오랫동안 부재한 탓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 최근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삼성전자도 드디어 RE100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 깨끗하게 만들어 삼성전자는 삼성 환경선언 후 30년만에 경영 패러다임을 완전히 친환경으로 전환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에너지 구매자에 머무르지 않고 업계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하며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2050년까지 전세계 사업장에서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우선 DX 부문이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DS부문을 포함한 전사가 2050년을 목표로 삼아 최대한 조기 달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RE100에 가입하는 것도 이 일환이다. 당장 상대적으로 여건이 갖춰진 해외 사업장에서는 5년 내에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이루기로 했다. 서남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CIS·아프리카는 2027년으로 시기를 잡았다. 이미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했으며,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을 체결하며 탄소중립 노력을 확대한다. DX부문 역시 국내외에서 모두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만 총 7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특히 혁신 기술을 적용한 탄소 배출 저감시설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는 대부분 공정가스와 LNG 등 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것.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 효율을 대폭 개선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처리시설을 라인에 확충한다.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한 폐열 활용 확대와 전기 열원 도입도 검토한다.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도 활용한다. DS 부문은 지난해 9월 종합기술원에 '탄소포집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설립하고 현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저장 및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2030년 이후 반도체 제조시설에 적용해 전사와 협력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이 반도체 업계 탄소 배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며 산업 전체의 친환경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꼭 필요한 물 자원도 아낀다. 국내 사업장에서 필요한 수자원이 2030년까지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지만,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통해 용수 재이용률을 극대화해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2040년부터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 상태'로 처리해 배출한다는 목표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신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방류수는 하천 상류 수준, 배출 대기는 국가 목표 수준 공기로 정화한다. DX 부문 역시 수처리 시설 고도화로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글로벌 수자원 발굴 프로젝트와 수질 개선 등을 통해 쓴 만큼 사회에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2025년에는 글로벌 환경안전 인증 기관인 UL이 자원순환률 99.5%를 달성하면 발급하는 폐기물 매립 제로 플래티넘 인증 획득도 모든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깨끗하게 되돌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에너지 효율 제고 기술을 적용해 전력량을 최소화하며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도록 했다. 반도체는 공정 미세화와 초전력 기술 등을 확보해 원자재 사용 최소화뿐 아니라 데이터 센터와 모바일 기기 등 전력 소비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세트 제품들도 저전력 기술을 적용한 고효율 부품을 통해 2030년에는 2019년 대비 평균 30% 사용량을 개선하게 된다. 삼성전자 제품은 폐기된 후에도 자원으로 다시 재활용돼 '자원 순환 체제'를 만든다. 제품을 수거해 자원을 추출한 후 다시 제품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 50%,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을 재생레진으로 쓰기로 했다. 폐어망 등 해양 폐기물을 활용한 플라스틱 적용도 확대한다. 모든 폐배터리에서도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체제를 2030년까지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순환경제 연구소'를 설립하며 자원순환 극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재활용 소재 개발과 폐기물 자원 추출 등을 연구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소재를 재활용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폐전자제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2009년 시작한 폐제품 수거 체계를 현재 50여개국에서 2030년에는 180여개국으로 전면 확대한다. 이를 통해 누적으로 2030년에는 1000만톤, 2050년에는 2500만톤을 수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고 스마트폰을 회수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도 적극 추진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도 적극 개발해 2030년 지역사회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1월 설립한 미세먼지연구소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감지, 분석, 제거를 위한 다양한 신개념필터와 공기정화시스템 원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세척해 다시 사용할 수 있고 미세입자와 가스까지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세라믹촉매필터를 개발하고, 이를 협력사, 버스터미널, 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에 적용할 예정이다. ◆ 전사회적 노력 당부 삼성전자는 유망 친환경 기술을 발굴하고 해당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환경난제 해결에 협력할 예정이다. 공급망과 자원순환, 물류 등에서도 다양한 감축 과제를 지속 발굴한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과 이행 등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2027년까지 모든 업무용 차량 1500여대를 100% 무공해차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냈다. 특히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크게 열악한 만큼, 안정적으로 친환경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및 정책적 지원을, 산업계가 효율성 높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이어가야 한다고 봤다. 시민사회도 어려움 속에서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