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 파운드리 키우고 메모리 다듬고…사업 안정화 본격화
SK하이닉스 우시팹 /SK하이닉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사업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운드리 육성을 통해 사업을 다변화하고, 메모리 사업도 보수적인 관점으로 위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로 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파운드리 업체다. 2004 하이닉스에서 분사했던 매그나칩의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떼어낸 회사로, 17년만에 SK하이닉스로 돌아오게 됐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를 위해 5758억원을 투입했다.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지만, 지분 100% 자회사는 인수할 수 있다. 키파운드리가 업계에서 선단 공정을 보유한 곳은 아니다. 8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며 미세 공정도 110나노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공급난이 심각한 전력 반도체(PMIC)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제품을 위탁 생산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안정성에 의문도 적지 않다. 키파운드리 기술 /키파운드리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결정한 이유는 사업 다변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매출 중 70% 이상을 D램에 의존해온 탓에 메모리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폭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이어 파운드리 사업 확대도 본격화한 것. 앞서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 바 있다. 청주 공장 등 국내 생산라인 중에도 일부를 CMOS로 전환하는 등 사업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박정호 부회장이 올 초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대응해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 키 파운드리 인수로 약속을 지키게 됐다. 파운드리 사업은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낮지만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로 잘 알려져있다.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어려운데다가, 위탁 과정도 보수적으로 진행되는 탓에 수주를 받으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력.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한참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시스템아이씨도 아직 57나노 공정 수준으로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V1 라인. /삼성전자 다만 SK하이닉스가 이미 메모리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기대감도 적지 않다. 실제 파운드리 사업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중으로 알려졌다. 특히 1300만화소 수준 저화소 이미지센서(CIS) 에서 잇딴 성과를 내고 있으며, 고화소 제품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파운드리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삼성전자도 메모리 '피크 아웃'을 맞아 파운드리 역량 제고에 더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투자를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2017년대비 3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SoC 라인업 확대와 3나노 공정 조기 도입 등 공격적인 투자도 약속하며, 4분기 파운드리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메모리 매출이 떨어져도 파운드리가 빈자리를 매꾸면서 실적 악화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메모리 사업도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 중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메모리 사업이 예전과 달리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정하는 만큼 공급 과잉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설비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시황을 보며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생산 축소 요인도 있다. 비메모리에서 촉발한 웨이퍼 공급난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여러 분야로 투자를 분산하는 분위기"라며 "메모리도 이제 치킨게임을 벌이려는 회사가 없는 만큼 예전처럼 심각한 불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