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로 삼성전자와 'K메모리' 시대 활짝…비메모리 육성은 숙제
SK하이닉스 클린룸 /SK하이닉스 뉴스룸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국내 메모리 사업이 전세계를 이끌어가게 됐다. 21일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총 45%였다. SK하이닉스가 인텔(11.5%)을 인수하면 56.5%로 확대된다. 국내 업체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반수 이상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D램 부문에서는 이미 양사가 점유율 72%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42.1%, SK하이닉스가 30.2%다.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이 추격하고 있지만, 이미 기술력 중심이 한국에 있어서 쉽지는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합산 점유율이 인수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는 하지만, 인텔의 솔루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진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반도체 시장에서 D램과 낸드 모두 국내 기업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시장 환경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단순히 수치만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전체가 국내를 기준으로 움직이면서 다양한 효과를 추가로 불러올 수 있을 전망이다. 우수 인재 확보와 소재·장비 부문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 3세대 16GB HBM2E D램 '플래시볼트'. HBM 메모리는 SK하이닉스가 2013년 먼저 개발했다. /삼성전자 업계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 안정도 예상된다. 이미 2013년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면서 D램 시장이 3강 체제로 전환, 공급 안정화가 이뤄진 바 있다. 낸드 시장도 최근 중국이 새로 진입하면서 과잉 공급 우려가 커지던 상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함께 시장 안정을 이뤄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양사가 선의의 기술 경쟁으로 '초격차'를 이어가는 데에도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가 꾸준히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 메모리와 4D 낸드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낸드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다소 뒤쳐져있었지만,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컨트롤러와 SSD 등 부문에서 더욱 경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지역이 가까운 만큼 협력사들과의 시너지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경제 성장에도 큰 이득이다. 9월 말 기준 반도체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나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부하는 법인세도 2조6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이사는 "이번 인텔 낸드 부문 인수로 창출되는 시너지는 고객, 협력사, 투자자, 지역사회,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 있는 미래를 선사해 글로벌 ICT 산업을 더욱 윤택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비메모리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메모리 시장에서는 한국이 확고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아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기술력을 높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TSMC에 가로막혀 좀처럼 점유율을 높이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부문에서는 2분기 기준 21.7% 점유율로 1위인 소니(42.5%)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다만 SK하이닉스도 비메모리 부문에서 경쟁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비전 2030'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자회사인 시스템아이씨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라인을 CIS로 교체하는 등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 한 회사였던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키파운드리)을 인수하는 PEF에 투자하기도 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