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4차산업혁명, 더 벌어지는 K-산업 '초격차'
삼성전자 DS부문 종합기술원 부원장 황성우 부사장이 NPU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코로나19 사태가 4차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 '초격차' 기술력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주요 논의 내용은 미래 전기차 배터리 방향성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추후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과 관련해, 각·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다. 그동안 삼성SDI는 각·원통형을 양산했고, 현대차는 타사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해왔다. 현대차가 굳이 대규모 투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삼성SDI와 새로운 협력 논의를 시작한 이유는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완전히 고체로 만든 배터리를 말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액체 형태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방식과 달리, 화재와 폭발 위험이 없을 뿐 아니라 같은 면적 대비 용량도 2배 가까이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고체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 /삼성전자 삼성은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높은 수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초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한 논문 때문이다. 삼성전자 일본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한 이 논문은 1회 충전에 800㎞를 달릴 수 있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핵심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이다. 수명을 낮추는 '덴드라이트' 현상을 해결하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크기는 줄여준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핵심 원천기술인 셈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전고체 배터리 기술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삼성SDI가 미래 배터리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차 업계가 삼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딥러닝을 할 수 있는 반도체,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필수로 떠오르는 상황, 삼성 종기원은 인공지능(AI)과 동시에 NPU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테슬라에 자율주행 통합칩을 위탁 생산 중이다. 아울러 삼성 종기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올 초에는 레이저 빛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해 웨어러블 기기 혁신을 예고했고, 자발광 소자인 퀀텀닷과 관련해서 의미있는 성과를 이뤄내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 종기원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삼성 종기원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수소발전시스템. /현대모비스 삼성만이 '초격차'를 벌리는 것은 아니다. 미래차의 경우, 만약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지 못한다면 수소전기차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더 발전하기 어려운 반면, 수소 에너지 관련 산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현대차가 표준을 선점하게 된다. 1세대 투싼 퓨얼셀에 이어, 현재는 2세대 넥쏘를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 등도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장에 내보인 곳은 현대차뿐이다. 삼성SDI가 오히려 현대차의 규격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핵심 기술은 '스택'이다. 수소를 분해해 전기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는 장치다. 현대모비스가 일찌감치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독일 아우디에도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LG는 LG화학이 배터리 셀 분야 세계 최고 수준 기술로 전세계 시장을 점령 중인 가운데, LG 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켜내는 중이다. OLED 패널은 대형화시 수율을 올리기 쉽지 않아 경쟁사들도 쉽사리 양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산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OLED를 이용한 다양한 폼팩터가 개발 완성 단계에 있는 만큼, LG는 앞으로 한동안은 디스플레이 시장 '초격차'를 지켜낼 가능성이 높다. SK팜테코 버지니아 생산설비. /SK㈜ SK는 SK실트론과 SK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수직 계열화로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등 바이오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그 밖에도 효성은 아라미드와 스판덱스 등 섬유 소재로 전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고, 중소 업체들도 일본수출규제 이후 잇따라 최고급 반도체 소재 개발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