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知天命] (下) 미래 먹거리 선점 통해 새로운 50년으로
'지천명(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의미로, 논어에서 공자가 나이 50세를 가리키며 사용한 단어)'의 업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데 한창이다. '초격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면서 미래에도 세계 최고 IT 기업 입지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다.
첫번째는 시스템 반도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에만 쏠려있던 반도체 사업을 더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따라 편차가 컸던 수익성을 안정화하는 의미도 크다.
성과가 일찌감치 두드러진 분야는 이미지 센서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픽셀 크기를 0.7㎛(마이크로미터)까지 줄였으며, 1억800만화소 제품까지 상용화했다. 글로벌 시장규모가 20조원 가까운 데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삼성전자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AP는 컴퓨터의 CPU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장치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브랜드로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 제품을 출시해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개발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NPU는 AP와 달리 다양한 연산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데 최적화한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인력을 10배 이상 확대하고 연구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겠다며 추후 뉴로모픽(대용량 데이터를 병렬 처리하는 컴퓨터 구조)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텔과 IBM 등 시스템 반도체 강자에 정면 도전하겠다는 포부다.
통합칩(SoC)은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의 '화룡정점'이다. AP와 NPU, 그래픽카드 등 시스템 반도체를 하나로 모아 모바일 기기를 더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제품으로, 최근 엑시노스990을 출시하며 퀄컴과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반도체뿐이 아니다. 자동차 부품, 전장 사업 역시 삼성전자가 지목한 미래먹거리다. 최근 하만을 인수하고 시장 공략을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전장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자동차에 장착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른바 '디지털 콕핏'이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차량을 쉽게 조작하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 기기들과 연결하는 것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미래 자동차 공략도 시작했다. '엑시노트 오토' 브랜드를 통해서다. 엑시노스 오토는 전장 관련한 반도체를 의미하며, 자동차용 AP와 이미지센서 등을 포함한다. 여러 센서를 통합해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준다. 반도체 개발 노하우를 고스란히 녹였다.
그 밖에 삼성전자는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최근 굵직한 성과도 잇따라 발표하면서 미래 시대를 짐작케했다. 전류가 흐르는지 여부뿐 아니라 잘 흐르지 않는 상태까지 이용한 3진법 반도체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3진법 반도체 기술을 파운드리 라인에서 검증하는 등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서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반도체 비전 2030'과 큐디 디스플레이 투자 발표에 이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에는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 일본 수출규제 등 외규 분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민간 외교관'으로 역할과 함께, 미래 먹거리 구상도 병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