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또 다시 '폭풍속으로'…'작량감경'만 남았다
삼성전자가 또다시 '선장'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재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29일 '국정농단' 최종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재단에 전달한 지원금을 모두 뇌물로 인정해야 한다며 2심 판결을 뒤집었다. 경영 승계작업을 위한 대가성도 인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앞으로 다시 고등법원에서 형을 선고 받게 된다. 당장 구속 처분을 받지는 않지만, 경영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재계 우려 목소리가 높다. 이인재 변호사 등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재판이 끝난 후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하여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며 "그럼에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좌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하여 무죄를 확정하였고, 삼성이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도 않았음을 인정하였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 이례적 첫 입장문 삼성전자도 재판 직후 국정농단 사건 후 처음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민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는 내용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위기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경영 공백 우려에 논란의 가능성에도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하반기 후 안팎에서 심각한 내홍을 겪어왔다. 이 부회장이 1년여 투옥됐을 뿐 아니라, 주요 경영진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오랜 리더십 부재에 빠졌다. 대외적 이미지도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직원 사기 저하와 인력 이탈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수사와 함께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갈등, 미국 보호 무역 등으로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었지만, 대법원 판결로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도태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라고 해석했다. ◆재계도 '우려' 한 목소리 이날 재계도 대법원 판결이 끝나고 앞다퉈 우려를 가득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법원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존중하지만, 경제계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삼성 경영활동 위축이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향후 사법부가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판결로 삼성그룹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서 우리 경제가 대내외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절실하다며, 우리 산업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려를 정부에 부탁했다. ◆작량감경 가능성 높아 이 부회장이 실형을 피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작량감경'뿐이다. 대법원에서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재단 지원금을 모두 뇌물로 인정했고, 여기에 경영 승계를 위한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작량감경을 받을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이미 실형을 1년여 살았을 뿐 아니라, 횡령 혐의를 받은 금액 전액을 변제했기 때문이다. '민간 외교관'으로 국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는 부분도 참작될 수 있다. 재심을 받아도 다시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법원 판결도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증거가 없더라도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 부정 청탁을 했다고 봐야 한다는 부분 때문이다. 법원도 별개 의견을 통해 이 부분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삼성전자가 말 3마리에 소유권을 최서원에 넘긴 것이 아닌, 소유권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