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인공으로 거듭난 패키징 산업, 위상 높아진 KPCA쇼 2023
패키징 공정은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분야로 자리잡았다. 반도체가 미세 공정 한계를 패키징을 통해 극복하면서다. 폄하하는 의미를 가졌던 후공정이라던 이름도 더이상 쓰이지 않을 정도다. 지난 2003년 창힙한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KPCA)는 올해 20살이 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KPCA쇼 2023도 여느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한KPCA쇼는 오는 8일까지 열린다. 행사 첫날 아침부터 송도 컨벤시아 로비는 KPCA쇼를 찾은 업계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사전신청자는 물론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행렬도 이어졌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이목이 쏠린 분야는 단연 플립칩 볼 그레드 어레이(FC-BGA)였다. FC-BGA는 CPU와 GPU 등 여러 고성능 반도체를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고성능 기판이다. 핀을 볼로 대체해 크기와 성능을 높이는 원리로,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LG이노텍은 KPCA쇼 입구쪽에 부스에서 FC-BGA 실물과 함께 오랜 노하우를 활용한 기술력을 자랑했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늦었던 대신, 미세 패터닝과 초소형 비아 등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해 회로 집적도를 극대화했다는 것. 특히 기판 소재와 설계를 최적화해 대형화로 생길 수 있는 '휨현상'을 최소화하는 기술력도 확인해줬다. 삼성전기는 안쪽에 부스를 마련했지만 규모만큼은 최고 수준이었다. 일본 기업이 지배하는 FC-BGA 전세계 시장에서 유일한 상위권 기업,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대형 FC-BGA인 서버용 제품을 양산하며 리더십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전기는 부스를 통해 서버용과 초박막 코어, 일반 코어 등 3가지 FC-BGA를 소개하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체험존에서는 ETS 공법과 캐퍼시티 구조를 구현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 박판화와 함께 미세 회로와 범프, 비아 등을 통한 미세화 기술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자리를 마련해 관람객들에 관심을 이끌어냈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기술까지 소개했다. 바로 SoS 플랫폼. FC-BGA와 칩 사이에 깔던 실리콘 인터포저를 없애고 미세 회로를 활용해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삼성전기는 2.1D 기판이라고 소개했다. 그 밖에 코리아써키트와 시그네틱스를 비롯한 국내 중소 업체들도 FC-BGA 를 소개하며 국내 패키징 경쟁력 확대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기는 FC-BGA 뿐 아니라 다양한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듯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패키징 산업 핵심 기술력을 확인했다. PC와 고성능 서버에 사용하는 CPU 기판 실물과 함께, '어드밴스드 패키지 구조' 전시에서는 직접 로직과 HBM 등을 여러개 이어 붙이며 미래 반도체 패키징 중요성을 보여줬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 주로 사용하는 AP반도체 기판과 함께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ADAS)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까지 실물을 전시했다. ADAS용 기판은 미래 자율주행을 위한 통합칩(SoC)과 카메라 등 여러 이미지센서를 함께 제어하는 역할로 성능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확보해야한다. 삼성전기가 내놓은 기판은 인텔 모빌아이 제품이었다. 그 밖에 다양한 기업들도 전장에 초점을 맞춘 부스를 통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정조준한 전략을 소개했다. 전장 전문 기업인 BH EVS와 함께 블루탑과 해성디에스 등이 충전과 디스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구동 장치에 필요한 반도체 기판까지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내놨다. LG이노텍은 세계 1위인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를 전면에 뒀다. RF-SiP는 5G 스마트폰과 장비 등에 사용하는 필수 부품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1위, XR 기기에 필수적으로 탑재해야하는 2메탈 칩온 필름(COF)도 실물과 함께 모형을 전시했다. 반도체와 패키징 기술 난이도가 크게 오른 만큼, 테스트 분야에서 기술과 장비 등도 대거 참가했다. 미국 KLA를 비롯해 프로텍과 이오테크닉스 등이 더 정확하고 손실 없는 반도체 및 기판 테스트 기술을 소개하며 바이어들과 만나기 바빴다.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는 소재 분야에서도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도전장이 이어졌다. 두산이 5G 통신과 반도체 등에 사용하는 동박적층판(CCL)과 5G 안테나 모듈 등을 내놓고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아울러 올해 행사에는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기업들도 대거 참가해 국내 패키징 산업계와 활발한 교류를 보였다. 첨단 산업 기술 유출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남부경찰청이 부스를 마련하고 산업 기술 보호 가이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