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호실적에도 비관론 여전…공급 줄어도 수요 확대 묘연
미국 마이크론이 기대를 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반도체 '바닥 탈출' 기대에 힘이 실렸다. 여전히 수요 회복에 따른 업턴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지만,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생산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전방산업도 꿈틀대면서 반전 가능성도 적지 않다. ◆ 마이크론 "바닥 지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은 2월부터 4월까지 분기 매출이 37억5200만달러였다고 밝혔다. 증권가 예상치였던 36억달러를 넘어선 숫자다. 전분기(36억9300만달러)보다도 많다. 영업손실도 17조6100억달러로 전분기(23조300억달러)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주당 순손실도 1.43달러로 예상됐던 1.58달러보다 낮았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산업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공급 과잉도 해소되고 있다는 것. 마이크론은 웨이퍼 감소도 D램과 낸드 모두 30%에 근접했다며, 회계연도 기준으로 2024년까지 계속 줄이겠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회계기준으로 1분기는 전년 8~10월, 올해 말까지 감산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차세대 제품 양산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5세대 10나노(1b) D램과 232단 낸드플래시 공정에서 높은 수율을 달성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대만에서 EUV를 처음으로 적용한 1γ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도 EUV를 처음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분기에도 긍정적인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이 37억~41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증권가 예상치인 39억달러 수준과 뜻을 같이 했다. 인공지능(AI) 매출액이 예상을 넘어섰다고도 설명했다. 메모리 산업 선행지표로 평가받는 마이크론이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하면서 업황 회복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미국 나스닥에서 마이크론 주가가 급등한데 이어, 29일 열린 코스피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세를 보였다. ◆ 수요 회복에는 의문 그러나 마이크론이 그저 낙관만 한 것은 아니다. 당장 이번 분기 D램 매출은 전분기 대비 2% 감소, ASP는 1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낸드가 매출은 전분기보다 14% 늘긴 했지만 ASP는 10% 중반대 떨어졌다. 올해 빗그로스 역시 연평균 성장률인 10%대를 크게 하회하는 한자릿수대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 공급 빗그로스도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별 실적도 전분기와 비교해 스토리지(24%), 임베디드(5%), 컴퓨터·네트워킹(1%) 부문에서 성장한 대신, 모바일 부문에서는 13%나 감소하며 여전한 전방 산업 불황을 확인해줬다. 마이크론은 올해까지도 모바일 시장이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투자 축소 기조도 이어간다. 마이크론은 중국 시안에 수년간 6억달러를 투자해 설비를 증설하고, 인도 구자라트에도 조립 및 테스트 시설을 신설하겠다고 밝히면서도 50%를 감축하겠다는 투자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국 사업에 대한 불안정성도 고백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보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현지 업체들에 문의를 받은 상태, 전체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 미중 분쟁 리스크 여전 메리츠증권은 마이크론이 국내 기업에 중국 시장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여전히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쟁사들에 추가 감산을 촉구한것으로도 봤다. 마이크론이 밝힌 감산 규모는 30% 이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 수준 감산을 진행 중으로 알려져있다. 추가 악재도 발생했다. 미국이 중국에 AI반도체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 제재를 검토하면서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성능을 제한해 판매하던 A800과 H800 등 GPU를 팔지 못하도록 한 조치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 중 20% 이상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으며,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도 다수 탑재돼 메모리 업계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엔비디아는 미국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내기도 했지만, 미국의 중국 제재 의지는 굳건해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네덜란드 ASML에 일부 DUV 장비까지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추가 규제를 준비 중이다. 바닥조차 지나지 못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마이크론이 실적을 발표하기 하루 전 모건스탠리는 AI반도체 인기가 D램 시장을 뒤집기 어렵다고 보고, 여전히 재고가 많아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스마트폰 업계가 하반기 대작들을 준비하며 물량을 늘리고 있는 모습은 변수다. DSCC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5 패널 주문량을 전작 대비 2배로 늘렸다. 아이폰14가 예상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가운데, 처음으로 USB C 타입을 장착하는 신작이 '대박'을 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도 전작 대비 성능을 대폭 높이고 생산 물량까지 극대화하며 '폴더블폰 보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샤오미 역시 하반기 새로운 플래그십을 준비 중으로 알려지며 중국 시장이 늦게나마 '리오프닝' 효과를 낼 가능성은 남아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