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한국의 짐 로저스'... 대체투자 광폭 행보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저금리와 부채 급증을 이겨낼 방법은 글로벌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률 증대에 있다. 미래에셋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겠다."(2015년 3월 임직원에게 보낸 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표현대로 그의 머릿속은 늘 고객과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꽉 차 있다. 그는 다양한 대체투자에서 답을 찾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도 새로운 기회를 엿보려는 의도다. 미래에셋증권이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72' 빌딩 인수에 4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 앤드 스파'(이하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를 사들였고, 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에 투자한 것은 박 회장의 계획된 행보 중 하나다. '펀드황제'에 이어 '한국의 짐 로저스(Jim Rogers)'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은 박현주 회장의 광폭 행보에 재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체투자 운용자산(AUM)은 지난 9일 현재 8조8255억원이다. 이는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7년(연말기준 2조4983억원)에 비해 6조원 이상 불어난 규모로, 10년도 채 안 돼 3.5배로 증가한 셈이다. 대체투자 운용자산 2위인 KB자산운용(7조580억원)과는 2조원가량 격차를 벌려 놓았다. 박 회장은 자산운용의 중심축을 주식·채권에서 대체투자 자산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기업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4년 국내 최초의 PEF와 부동산 펀드를 선보였고, 2009년에는 국내 첫 해외 투자 인프라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덕 분에 대체 자산은 매년 평균 30% 가까이 불어나 지금은 9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초자산별로는 부동산이 5조8684억원 규모로 가장 많고 특별자산 1조7516억원, PEF 1조2055억원 순이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에는 4%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로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 인수, 2009년 호주 해수 담수화 시설 사업 투자, 2010년 서울 미래에셋센터원 건설, 2011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 인수,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호텔 인수,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72' 빌딩 인수, 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투자 등 투자처도 다앵하다. 은행의 시대가 저물고 투자업계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하는 박 회장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선 꾸준하게 운용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 왔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과감하게 배팅하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 우량자산을 국내외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던 것은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이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맏는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이 5200억원에 사들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먼트호텔은 세계 각국 정상회담이 자주 열리는 곳이다. 개장한 지 109년이 지난 이 호텔을 두고 박 회장은 "호텔로 따지면 피카소를 산거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를 알 것"이라고 했다. 2004년 말 처음 투자한 '가락동 맵스송파타워'와 '대치동 퍼시픽타워'는 5년 만에 각각 누적수익률 235%와 211%를 내고 투자 펀드를 청산했다. 2007년 3250억원에 매입한 '파인애비뉴A동'을 2014년 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에 4775억원에 팔아 약 15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2013년 사들인 호주 시드니의 포시즌스호텔에서도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행보는 운용업이 뭔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가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박 회장은 진정한 승부사다"면서 "끝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 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성공은 단순히 운이라기보다는 해외 곳곳을 누비며 눈으로 보고, 철저하게 분석해 투자한 결과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