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0년史 인터뷰>김재준 KRX 코스닥시장본부장
"코스닥시장이 미래성장 산업의 젖줄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선도하겠습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30일 "과거에는 기업 규모에 의해 시장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산업 특성에 맞춰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며 "코스닥을 모든 기술·성장형 기업의 메인보드로 키우는 게 기본적인 목표"라며 이 같이 밝혔다. 덩치가 커지고, 나이 든 만큼 역할도 커졌다. 코스닥 시장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젖줄로 자리매김했으며, 투자자들과 성장이익을 나눌 수 있는 투자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장의 세계화는 더딘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관 투자자 등 '큰손'으로부터 외면받고, '개인의 놀이터'란 비아냥도 흘러나온다. 또 기업의 투명성이나 투자자 보호 등 건전성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20주년을 맞아 엠블럼 만들고, '혁신을 향한 새로운 도약 스타트업 투 코스닥(Startup to KOSDAQ), 사람과 기술의 미래, 함께하는 코스닥'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코스닥시장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김 본부장이 그리는 코스닥의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코스닥 20주년이 주는 의미는 "사람으로 치면 성장통을 이겨내고, 어엿한 청년이 되는 것과 같이 시장이 청년기에 접어든 것이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장을 벤치마킹한 코스닥은 작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 면에서 모두 세계 주요 신시장 3위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개설 당시 343곳이던 상장사는 현재 1164곳으로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셀트리온 등 바이오·제약주를 중심으로 우량 기업이 늘어난 덕분에 현재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이 20여 곳이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장이 빛났고, 아쉬웠던 순간은 "지난해 하반기 시장 체질 개선을 통해 레벨업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동안 500∼600선의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코스닥은 작년 4월 제약·화장품 랠리에 힘입어 7년 만에 7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20일 782.64까지 치솟으며 800선 돌파를 넘봤다. 덕분에 작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3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 유동성도 큰 폭으로 늘었다. 아쉬웠던 순간은 작년 4월 터진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건이다. 그 여파로 코스닥은 장중 한때 5%(4월 22일)가량 폭락했다. 사실 2007년, 2008년까지는 이런 사건이 다반사였다. 부단한 자정 노력을 통해 시장 건전화를 이루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 활황장에 들어서던 시기에 개별 기업 때문에 시장 전반의 신뢰성이 흔들렸다." ―코넥스 시장의 역할은 "코넥스 시장은 중소·벤처기업 생태계에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인 창업 이후 초기 성장과 재투자를 위한 회수 사이의 틈새을 메꾸기 위한 시장이라 보면 된다. 초기 중소·벤처 기업의 성장과 코스닥 상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는 셈이다. VC 등 시장참가자에게는 투자자금 회수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은 "약 80%정도 진척됐다. 작년 코스닥의 종목별 평균 일간 변동성은 3.91%로 코스피(3.33%)와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불성실공시법인·관리종목 지정 건수, 횡령·배임 발생 건수 등도 꾸준히 줄어 작년에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에도 철저한 시장감시 등의 노력을 통해 시장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아갈 방침이다." ―모험자본 생태계 구축에 대해 얘기한다면 "과거에는 어느정도 큰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해서 회수도 하고 자금조달도 했다. 지금은 창업부터 상장까지 일괄체계로 하고 있다. 모험자본 육성 차원에서 본다면 현재 상황이 바람직하게 확대된 상황이라고 본다. 창업 초기부터 상장까지 일괄적으로 기업 성장과정에 맞게 코스닥본부가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직 인수합병(M&A)분야가 약하다. 기업이 코스닥까지 상장하는 것은 매우어렵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기업이 상장까지 가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최종 상장까지 가거나, 중간에 투자금 회수하는 등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거래소가 주관이 돼 이런 것들을 해보겠다. 이를 위해 M&A 중개망을 6월 말 오픈하고 KSM 등은 9월말에 한꺼번에 선보일 계획이다. M&A중개망 오픈하면 기업들이 매도, 매수 물건을 등록하고 본격 가동될 것이다." ―2016년에 중점 추진 사업은 "독립된 시장으로 성장할 자생적인 기반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규모에 의해 시장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산업 특성에 맞춰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코스닥을 모든 기술·성장형 기업의 메인보드로 키우는 게 기본적인 목표다. 넷마블게임즈와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굵직한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코스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아울러 코스닥 개별주식 선물 5개 종목을 다음 달 중 추가 상장하고 코스닥 종목을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장기·안정적 투자수요인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확대,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연기금과 공제회의 적극적 참여도 유도해 나가겠다." ―미래의 코스닥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것인지 "코스닥이 우리나라 산업 혁신을 이끌 주역이 될 것이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현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다녀왔는데 코스닥이 우리나라 산업 재편 과정에서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전의 주력 산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등 대한민국의 전통 산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산업을 혁신해야 하는데, 그 핵심 주체는 지금 코스닥에서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은 바이오 등이 될 것이다.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신성장 기업이 상장된 미국 나스닥시장과 비슷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