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법, 보조금 근절? "결합상품은 어쩌고…"
#경기도 일산에 사는 임미라(42·여)씨는 최근 집전화는 물론 인터넷, TV, 휴대폰까지 모두 L사로 갈아탔다. 소위 말하는 '결합상품'에 가입한 것이다. 그는 이번 결합상품 가입으로 상품권을 포함해 총 55만원을 받았다. 인터넷 가입 대가로 20만원의 상품권을 받았고, 휴대폰은 3개월간 69요금제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32만원, 방송은 3만원을 받은 것이다. 임씨는 "집 전화를 묶어야 저렴하다는 말에 집 전화기가 없는데도 결합상품에 가입했다"며 "휴대전화도 3년 약정으로 가입했는데 기계가 별탈없이 작동해 위약금을 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말기 유통법)'의 10월 시행을 앞두고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통신, 방송의 유무선 결합상품 가입자가 많은 상황에서 기존 통신 부문에 투입되던 보조금이 인터넷 등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풍선효과는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용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KT와 LG유플러스는 별도의 자회사없이 결합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결합상품은 음식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세트메뉴와 동일한 개념이다. 단품만 주문해도 되는 고객에겐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기도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이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통신사는 '합치면 반값', '결합할수록 할인혜택은 올라간다' 등의 매력적인 문구와 함께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순으로 가입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무선끼리 결합상품을 제외한 유무선 결합상품의 비율은 KT 33%, SK텔레콤 20%, LG유플러스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는 통신사의 유무선 결합상품을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해 왔다. 통신과 인터넷, 그리고 방송을 결합해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방송을 헐값 취급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바꿨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알뜰폰(MVNO) 사업에 강한 드라이드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권역을 중심으로 사업하는 케이블 방송사업자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기회가 열렸다. 이통3사의 통신망을 망구축 비용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이를 통해 기존 경쟁의 걸림돌로 인식된 결합상품에 맞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이 2012년 방송통신결합서비스를 바탕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헬로모바일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티브로드 한국케이블텔레콤( KCT)가 현재 알뜰폰 사업자로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HCN 역시 알뜰폰 사업 진출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중요한 사업이지만 주력은 아니다"며 "하지만 통신사의 인터넷, 전화, 인터넷방송(IPTV) 유무선 결합 상품에 대한 대응책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곧 시행될 단말기 유통법이 불필요한 보조금을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보조금을 탄생시키며 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통3사가 보조금 등 마케팅으로 1년에 지출하는 금액이 8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결국 그 돈이 결합상품이라는 이점과 통신사의 가입자수 수성이라는 동기와 어우러져 다른 방향으로 우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 상품 가입자 수가 많은 상황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막는다고 보조금이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마련돼야 취지에 맞는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과 달리 결합상품은 보조금을 실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SK텔레콤은 상품 가격, 구성 등을 미래부에 인가를 받는 사업자고, 타 경쟁사도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