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정유 4사 함박 웃음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SK이노베이션이 3일 실적발표를 통해 2015년 매출 48조3599억원, 영업이익 1조980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2조959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2012년 1조6994억원, 2013년 1조4064억원을 기록한 뒤 2014년 2313억원 손실을 냈다. 정유부문에서 35조2996억원의 매출과 1조2991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65.6%가 정유사업에서 발생한 셈이다. 석유화학과 윤활기유부문에서도 4313억원, 29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GS칼텍스 역시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2015년 매출 28조3392억원, 영업이익 1조305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2014년 40조2584억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액은 29.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4563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부문별로는 정유부문의 매출이 22조2484억원, 영업이익 6372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부문은 매출 4조8828억원, 영업이익 4693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대비 매출은 2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7.8% 증가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실적발표를 한 에쓰오일도 2015년 8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영업이익 2897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2015년 역시 국제유가 하락으로 4·4분기에만 220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입었지만 정제마진 증가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현대오일뱅크는 "좋은 실적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원유 등의 비용을 뺀 가격으로 정유업체 수익의 척도가 된다. 업계는 2014년 3·4분기 배럴당 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지난해 7달러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정유사의 경우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K투자증권 이지연 애널리스트는 "제품별로도 2015년 휘발유 정제마진이 크게 올라 배럴당 18달러 수준을 유지했고 올해 초 배럴당 23달러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저유가로 인해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며 국제유가 하락에 비해 휘발유 가격은 떨어지지 않은 덕이다. 그는 "등유와 경유의 정제마진은 소폭 하락했지만 14달러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수익 증가에는 정제마진 증가 외에도 수출 증가가 한 몫을 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달 26일 2015년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2015년 석유제품을 9.5억 배럴 생산해 4.3억 배럴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생산량의 45.5%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273억 달러(33조원)에 해당한다. 수출비중으로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4년 45.8%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출 대상 국가도 66개 국가로 전년도 대비 11개국 늘어났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 산유국도 이에 포함됐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에도 수출 물량을 확대한 것이다. 저유가로 인해 중국 업체들이 설비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 정유업체들은 설비 규모는 일 1400만 배럴에 이르지만 소형 단순 정제설비가 많고 가동률도 4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연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우 정제효율이 낮고 휘발유와 경유 생산량도 적어 세계정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국내 정유4사는 고도화설비(FCC) 비율을 정유4사 기준 27%까지 끌어올리며 설비 개량을 거듭하고 있다. 정유4사 가운데 고도화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39.1%의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1989년 국내 최초로 고도화설비를 준공했다. GS칼텍스 역시 1995년 고도화설비를 구축한 이후 비율을 34.9%까지 높였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우려가 낮고 저유가로 인해 석유 수요는 유지돼 올해에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