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 금리 내려도 '주담대' 금리는 고공행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지난 9월부터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하한 미국도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 당선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4.05%로 한달 전(3.74%)과 비교해 0.31%p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 상승 폭은 2022년 9월 0.44%p 이후 가장 크다. 주담대 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한 영향이 크다. 주담대 금리는 지표금리와 가산금리로 이뤄진다. 지표금리는 은행이 대출을 내주기 위해 자금을 빌리면서 내는 금리를 말하고, 가산금리는 고객의 신용도에 따른 손실률, 은행 관리 비용 등을 더한 금리를 말한다. ◆ 韓, 가계부채 관리…은행 가산금리↑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한달 전과 비교해 0.31%p 오른 4.04%로 집계됐다. 고정형 주담대의 지표금리로 작용하는 은행채(AAA·5년물) 금리는 ▲8월 3.22% ▲9월 3.22%로 동일했다가 ▲10월 3.28%로 0.06% 상승했다. 김민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고정형 주담대의 경우 이번에 0.31%p 상승했는데,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0.06%p(9월 3.22%→10월 3.28%) 올랐다"며 "그 차이 만큼이 대략적으로 가산금리 인상에 따른 상승 폭"이라고 말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14%로 한달 전과 비교해 0.06%p 올랐다. 변동성 주담대의 지표금리로 작용하는 신규취급액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보면 한달 전과 비교해 0.03%p 내린 3.37%로 집계됐다. 지표금리가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 美, 물가상승 가능성에 시장금리도 주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30년만기 주담대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6.9%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9월 18일 6.15% 이후 0.75%p 올랐다. 미 연준은 지난 9월 0.5%p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11월에는 0.25%p를 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준금리는 0.75%p 떨어진 반면 주담대 금리는 0.75%p 올랐다.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하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상황이 여전이 견조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년 전과 비교해 2.8% 성장했다. 2분기(3%)보다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1분기(1.6%)에 비하면 상당폭 올랐다. 비농업부문 고용건수는 10월 1만2000건으로 한달 전과 비교해 24만2000건 줄었지만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 그리고 보잉의 파업 여파로 인한 고용 쇼크라는 평이다. 통상 은행들은 대출수요가 없을 경우 금리를 인하한다. 10월 미국 주택 판매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3.4% 상승한 396만채로 집계됐다. 경제상황이 탄탄해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고율 관세와 감세, 재정 지출 확대 등의 공약을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타 국가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면 기업들은 그 비용을 더해 상품의 가격을 올린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시장금리는 금리 인상·인하 기대감을 선 반영하는데, 물가 상승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가의 투자금융회사인 레이몬드 제임스 자산운용의 존 투히그 전액대출거래 책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시장) 금리는 우리 모두에게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할 경우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필요해 국채 수익률,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시장금리의 바로미터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이다. 전일 종가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05%로 한달 전(4.271%)과 비교해 0.034%p올랐다. 월 스트리트저널(WSJ)은 "모기지 금리가 최근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승을 따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